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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딩고
작품등록일 :
2024.09.1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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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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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블랙 기업 던전

DUMMY

6.


그때.

라일라가 급히 끼어들었다.


“유호연이여! 마법을 거두지 않겠나? 바둑이를 죽일 셈이냐?”

“흠.”

- 하, 항복! 항복이다! 인간! 용서해다오!


바둑이가 빌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라일라의 얼굴을 잠시 바라본 나는 손을 내렸다.


“그럴 순 없지.”


소환에 소모한 마력이 얼만데.


훅, 하고 마법진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림자의 칼도 녹듯이 사라졌다.

안도의 한숨을 쉰 라일라.

라일라는 이내 놀란 목소리로 내게 마구 물어댔다.


“어떻게 암속성 마법을 쓴 것이냐? 내가 소환 마법을 보여 주기 전부터 원래 마법을 쓸 수 있었나? 호, 혹시 유호연도 마족?”

“되도 않는 소리한다. 네가 쓴 소환 마법을 보고 배운 거지.”

“어? 그게 무슨 소리냐?”

“마법이라는 게 스킬이랑 완전히 관계가 없는 건 아니더라고. 내 나름대로 내 스킬이랑 어레인지 해봤지.”

“······.”


라일라가 날 바라봤다.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왜. 뭐.”

“어떻게?”

“뭘 어떻게야. 소환 마법진에서 외부 마력 흡수랑 마력 방출 부분을 남기고 속성을 그림자로 바꾸면 되는 거지. 내 스킬은 그림자 속성이니까 익숙하고.”

“이게 대체 뭔 소리야.”


라일라가 영혼 없는 눈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유호연이 하는 말은 소방차는 물을 뿜는 게 가능하니까 같은 호스에서 불을 뿜는 것도 가능하다, 라고 하는 말과 다름없다.”


어.

그런가?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그야 나 마법 초보자고.


“마법진의 사상과 구성 체계가 다른데 다른 속성 마법의 발동이 가능하다니······. 이것은 유호연이 인간이어서 가능한 발상인가? 아니면 단순히 유호연이 천재인 것일까? 나는 왜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지?”


라일라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고 말았다.


“어, 저기? 라일라?”


내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 듯하다.

혼자서 뭔가를 중얼거리며 손가락으로 뭔가를 썼다 지웠다 한다.


“이건 글렀구만.”


내 시선은 라일라에게서 바둑이로 옮겨졌다.

불타는 늑대였던 바둑이는 이제 불이 꺼져서 볼품없는 모습으로 바닥에 납작 붙어있었다.


“어휴, 내가 짐승 상대로 뭐 하는 짓이냐.”


나는 바둑이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던전 마스터의 권한을 거뒀다.




5화. 블랙 기업 던전



······도 아니고.

날 위해 개처럼 일해야 할 개한테는 잘 해줘야지.


- 머, 멍!

“야. 짖을 거면 주댕이로 짖어라.”

- 항복! 항복!

“말로만?”


몸이 자유로워진 것을 느꼈을까?

내 말에 바둑이는 몸을 바닥에 굴리고는 배를 발라당 까고 말았다.


“끄으으응······.”


완벽한 복종의 자세.

이 순간부터 바둑이는 스스로 서열 최하위임을 몸으로 드러내고 말았다.


- 알았다! 인간, 네가 강한 건 알았으니까!

“어허, 말이 짧다.”

- 인간 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쇼!

“유호연이라고 불러라. 내가 널 개새끼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 유호연 님! 당신이 무리의 리더입니다!

“좋아.”


나는 배를 깐 바둑이의 뺨을 툭툭 두드리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게 제대로 된 사회지. 어디 개가 사람이랑 맞먹으려고 들어.”

“끄으응······.”


바둑이의 턱을 몇 번 긁어주었다.

보다 보니까 귀여운 맛도 있는 것 같다.

라일라 말대로 말이지.


생각난 김에 라일라에게 시선을 돌리자.

날 노려보고 있던 라일라와 눈이 맞았다.


“오. 생각 끝났어?”


내 물음에.

라일라는 갑자기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휙 돌렸다.


“흐, 흥! 그래봤자 유호연의 마법은 레벨 1일 뿐이거든? 내가 더 잘해!”

“응? 응. 그래. 그렇겠지.”


대체 저 녀석은 오늘 처음으로 마법을 배운 사람에게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거지.

당연한 거 아닌가.


아니, 오히려.


“그 말은 더 높은 레벨의 마법이라는 것도 있다는 소리네? 그것도 좀 가르쳐줘 보든가.”

“어, 어어! 안 돼!”


라일라가 힘껏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 그게! 위험하다! 마법이라는 건 매우 섬세한 거라서 유호연처럼 마구잡이로 마법을 썼다가는 큰일 난다!”

“아,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스킬도 마찬가지거든.

자기 능력 밖의 스킬을 사용하다가 망가지는 사람도 있고.

비슷한 거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라일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휴우. 밑천 다 털릴 뻔했네.”


야.

들려.

안 들리게라도 말하던가.


뭐, 일단은 넘어가자.

스킬도 마찬가지지만 결국은 숙련도 싸움이고.

난 이제 막 마법을 배운 참이니 갈고 닦을 시간이 필요하다.


난 어깨를 으쓱하고는 라일라에게 말했다.


“그럼 이걸로 능력 측정은 끝났고. 2층은 바둑이에게 맡기면 되겠네.”

“응? 이게 그런 거였나?”

“그럼 내가 정말로 개랑 서열 싸움한 줄 알았냐?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였지.”

“오오. 그랬구나! 난 또 진짜로 유호연이 정신이 나간 줄 알았구나.”

- 이럴 수가. 제 우둔한 머리로는 생각도 못 했던 그 안배. 대단하십니다. 역시 저의 싸구려 도발 따위는 통하지도 않았던 것이군요.


바닥을 구르던 바둑이가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슬그머니 눈을 피했다.

도발 그거, 통하긴 했는데.

빡치더라고.


애완견 교육도 끝났으니까.

이제 시작해 볼까.

던전 2층 디자인을 말이지!


“야, 멍멍.”

- 바둑이입니다.

“그게 그거지. 읊어봐라.”

- 뭘 말입니까?

“뭘 잘하는지.”

- 집 잘 지킵니다.

“오케이. 수비전 전문인가.”


개의 개 같은 말도 척하니 알아듣는 나.

견주의 자격은 충분한 듯.


“능력은?”

- 권속을 소환할 수 있고, 입에서 불도 뿜을 수 있습니다.

“권속 소환?”

- 옙. 아무리 유능한 저라도 그 큰 벨제뷰트가 저택을 혼자 지키는 것은 무리입죠. 부하들을 소환해 부릴 수 있습니다.

“해봐.”


내 말에 바둑이가 하늘을 보며 짖었다.


“아우우우우!”


긴 하울링과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불이 맺혔다.

그리고 뭉쳐진 불꽃은 개의 형상이 되었다.

바둑이보다는 작지만 개보다는 크다.

늑대 사이즈 정도 되려나?


- 이것이 자랑스러운 제 권속, 헬하운드입니다.

“오호라. 대단한데?”


솔직히 감탄했다.

바둑이도 강하다고 느꼈지만, 그 부하들에게 느껴지는 기운이 만만치 않다.

현재 소환 목록에서 부를 수 있는 잡몹들보다는 확실하게 강하다.


“아니지, 잠깐.”


그럼 또 유지비 올라가는 거 아냐?

난 황급히 던전 마스터 메인 메뉴를 살펴봤다.

그리고.


“오옷.”


유지비 추가.

제로.

즉, 바둑이의 부하들은 공짜인 거다.


“유지비가······ 없어?”

- 제 권속은 저 자신과의 별도 계약에 의해 불려 왔으니까요. 제가 존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신, 제가 쓰러지면 권속들도 전부 사라지게 되는 단점은 있습니다만.

“오오오!”


그딴 건 단점도 아니다.

2층 계층 보스인 바둑이가 쓰러진 시점에서 이미 2층 공략은 완료된 거다.

부하들만 있어봤자 의미가 없지.


가뜩이나 마력 소모가 빠듯했는데.

알아서 전력을 보강해 왔어?

이건 칭찬해 줄 수밖에 없잖아?


“아이구, 우리 바둑이. 귀엽다, 귀여워.”

- ······? 징그럽습니다만.

“내가 내 마음대로 귀여워하겠다는데 네가 뭔 상관인데.”

- 끄으응······.


나는 나보다도 키가 훌쩍 큰 바둑이의 털을 마구 쓰다듬었다.

주인님이 귀여워해 주면 그런가보다, 해야지.

어디 개가 사족을 달아?


그나저나 매우 잘 됐다.

2층에 바둑이 하나 떵그라니 있을 뻔했는데.

1층도 나 혼자였는데 2층도 바둑이 혼자면 좀 이상하잖아.

던전 컨셉이 말이야.

계층주만 있는 던전이라고 인식되면 3층은 또 어쩌냐고.

피 같은 마력을 써서 잡몹이라도 채워주려고 했는데 바둑이 덕분에 마력 굳었다.


‘그럼 아낀 만큼 던전에 투자할 수 있겠군.’


기특한 녀석.

나는 마음속으로만 생각한 채.

던전 마스터 메뉴에서 2층 상세를 선택했다.

홀로그램 같은 지도가 허공에 떠올랐다.


2층은······.

아무것도 없다.

하다못해 슬라임도 다 치워버렸으니까.

2층 공간은 그야말로 텅 비어있다.


여기를 바둑이가 헌터들을 효율적으로 농락할 수 있게 꾸며준다.

그러려면 지형도 좀 추가해 주고 이런저런 기믹도 넣어주면 되겠지?

뭔가 게임하는 느낌 들어서 신나는데.


심던전Sim Dungeon.

좋구만.


메뉴를 보니.


[던전 꾸미기 : 던전을 마음껏 장식해 봐! 던전의 생물들도 좋아할 거야!]


음.

메뉴 설명이 다 왜 이따위지.

무슨 다이어리 꾸미기도 아니고.


“라일라. 던전 메뉴 이거 네 취향이냐?”

“응. 귀엽지 않은가?”

“그러네······.”


난 얼버무리고 말았다.

라일라도 던전을 만들 당시에는 상상조차 못 했겠지.

나랑 던전 마스터 권한을 공유하게 될 줄은.

입안의 달달함을 참으며 혼잣말했다.


“일단 2층 컨셉은 불지옥으로 해볼까.”


여기서 갑자기 매운맛 등장이다!

죽어라, 헌터놈들!

아니.

죽지는 말고 마력 다 뱉어내라!


“필드는 화속성.”


바둑이의 종족은 헬하운드.

화염계 지형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한다.


[화속성 필드 LV1 : 소모 코스트 50. 앗뜨뜨거워. 그래도 더위를 좋아하는 피조물은 행복할 거야.]


앗뜨뜨거워가 섭씨 몇 돈데.

거, 되게 불친절하네.

난 아무래도 이과 쪽인 모양이다.


소모 마력 50은 필요 비용이다.

과감하게 투자하도록 하지.


필드를 조정하자.

황량한 2층에 홀로그램 불꽃이 피어났다.


오우.

화끈하구만.


“지형은······ 산지로 해볼까.”


들판이나 동굴, 그 외 등등 선택할 만한 지형이 여럿 있었지만 산악 지형이 마음에 든다.

멍멍이는 늑대의 친척이라고 하니까.

아무래도 숨을 곳이 많은 험지가 어울리겠지.


[산악지형 LV1. 소모 코스트 30. 느긋하게 산책하기에는 조금 힘들어. 산의 개수가 늘어나면 코스트도 늘어나니 주의!]


2층 홀로그램에 산과 언덕이 삐죽삐죽 솟아났다.

생각만 해도 지형이 마구 변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좋다.


그야말로 신이 된 것 같다고 할까?

모르긴 몰라도 조물주가 존재한다면 이런 기분으로 세상을 만들었겠지?


지형을 배치하고.


“요런 으슥한 곳에 보물 상자도 좀 놓고.”


구석구석에 떡밥을 뿌려놓았다.

자동으로 내용물이 채워지는 보물 상자는 리필할 때마다 마력을 소모하지만 이것도 필요 경비다.


이런 게 있어야 헌터들이 물욕에 쩔어서 2층을 샅샅이 뒤지다가 기습도 당하고 그러는 거지.

암.


어떻게 아냐면 내가 해봐서 그렇다.


이게 은근히 있단 말이지.

던전 공략 할 때 뭔가 숨겨져 있는 것 같으면 뒤져보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남자의 로망이라는 게.


저 코너만 지나면, 저 언덕 아래만 뒤지면 보물 상자가 나올 것 같은데 그냥 지나간다?

말이 안 되거든.


그러니까 그대로 해준다.

하나씩 놔 줄 테니까 희망 고문당하다가 마력을 뱉어내거라.


“흐흐흣.”


헌터 놈들이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다가 박살 나는 꼴을 상상만 해도 침이 고인다.


아, 나도 헌터였지, 참.

이게 던전 마스터가 되니까 헷갈리네.


“이거 재밌네.”


배치 가능한 오브젝트를 헌터들의 생리에 맞춰서 이리저리 놔두던 중.


“이건 뭐지?”


눈에 띄는 게 있었다.


[구멍함정 x 8]

[가시덤불 x 12]

[불의 성소 x 1]

[잘 구르는 돌 x 9]

[사다리 x 22]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잡다한 던전 구조물 중에 섞여서.


“불의 성소라.”


이름이 뭔가 마음에 든다.

불의 성소를 선택하자 설명이 있다.


[불의 성소 : 소모 코스트 200. 던전 내에 단 하나만 배치할 수 있어. (이동 가능) 불에 관련된 곳에 두면 좋은 일이 있을지도?]


“왜 의문형이야.”


나는 라일라를 바라봤다.

라일라가 눈썹을 올렸다.


“모른다. 던전 만들 때 귀여운 말투로 설정했을 뿐이지, 내가 일일이 설명을 쓴 건 아니다. 던전에 대해서는 유호연과 비슷할 정도로 나도 초보다.”

“으이그. 자랑이다.”


라일라에게 기대하는 건 무리인 듯하다.

설명이 너무 대충이라 무슨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던전 내에 단 하나만 놓을 수 있는 거라잖아.

이건 무조건 놔야지!


불의 성소를 가져다가 2층의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올려놓았다.

이걸로 재고 마력을 전부 털어버렸다.

남은 마력은 겨우 620.


“자, 이걸로 얼추 끝났나?”


보기에는 훌륭하다.

그럼 이제는.


“멍, 라일라.”

- 멍?

“응?”

“가자, 2층.”


직접 눈으로 확인할 시간이다.


작가의말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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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어그로와 함께하는 던전 생활 +2 24.09.16 122 9 14쪽
7 어두운 던전의 등불이 되어 +2 24.09.15 140 9 12쪽
» 블랙 기업 던전 +1 24.09.14 165 8 12쪽
5 명문가 EX급 멍멍이의 리플레이 +1 24.09.13 189 10 13쪽
4 전지적 던마 시점 +1 24.09.12 211 11 13쪽
3 던전 못 들어가면 죽는 병 걸림 +1 24.09.11 238 15 12쪽
2 주인공이 정체를 숨김 +1 24.09.11 283 18 14쪽
1 건물주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1 24.09.10 341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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