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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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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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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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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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던전의 등불이 되어

DUMMY

7.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자.

그곳은 불지옥이었다.


“기가 막히네.”


역시 3D 마법 홀로그램으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건 차원이 다르다.

2층 플로어의 크기를 늘려놔서 그런지, 끝에서 끝까지 한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운동장 사이즈였던 1층과는 규모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불타는 언덕.

피부에 후끈하게 불어오는 열풍.

일렁거리는 불꽃에 흔들리는 어두운 그림자.


“이게 지옥이 아니면 뭐겠어.”


처음 들어오는 헌터들은 내화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고생 좀 할 거다.


“음음. 좋구만, 좋아.”

“황량하구나, 유호연이여. 이런 게 취향인 것인가? 나는 조금 더 귀여운 걸 좋아한다네.”

- 리더, 저는 딱 좋습니다!


불퉁한 표정의 라일라와는 다르게 바둑이는 신이 난 모양이다.

이곳저곳을 킁킁거리며 돌아다닌다.

바둑이의 부하들도 이리저리 흩어져서 플로어를 살펴보고 있고.


“아, 마킹한다.”


뭐, 자기들 살 곳에 싸겠다는데.

마음껏 해라.

난 모르겠으니까.


그렇게 라일라와 함께 2층을 둘러봤다.


“크으, 내가 만들었지만 대단하구만.”


딱 헌터를 유혹하기 좋은 곳에 보물 상자가 있다.

함정과 함께 말이지.


던전 마스터 메뉴를 열어 상세 조정을 하다보니.

드디어 도착했다.


불의 성소가 있는 2층 플로어의 가장 높은 언덕 위에.


그리고 나는.

걷던 발을 딱 멈추고 말았다.


“어?”


이게 왜 여기서 나와?


“무슨 일이냐, 유호연이여.”

“······.”

“왜 갑자기 말이 얼어버린 것이냐? 혹시 지쳤나?”

“······흣.”

“응?”

“흐흐흐흐흣.”

“유호연?”

“흐하하하하하하!”


나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하하하하하!”


내가 마음껏 웃어 재끼자.

라일라가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무슨 일이냐? 뭐가 그렇게 재미난단 말이냐? 나도 같이 웃고 싶다!”


라일라의 재촉에 나는 찔끔 나온 눈물을 손으로 훑으며 말했다.


“진짜 대박이네. 야, 이거 그거야 그거.”

“뭔데?”

“이름이 불의 성소라서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실제로 보니 알겠네.”

“아, 뭔데! 사람, 아니 마족 궁금하게!”


라일라는 궁금해 죽겠다는 듯 외쳤다.

나는 아직도 웃음기 넘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말이지.”

- 오. 이건 그겁니까?


갑자기 끼어드는 바둑이의 텔레파시.

어느새 2층 구경을 마쳤는지 다가왔다.


“응. 그거야. 대박 터진 거 아니냐?”

- 맞습니다. 설마 이런 초기 레벨의 던전에서 나올 물건이 아닌데 말입니다.

“오, 바둑이 넌 던전에 대해 좀 아는 모양이네?”

- 이래저래 불려 다닌 경험이 좀 있다 보니.

“라일라보다 낫구만.”


내가 고개를 끄떡이자.

라일라가 분통을 터트렸다.


“또또또! 또 망상질 한다!”

“아, 글쎄. 망상 아니라니까.”

“그럼 개가 말하는 게 망상이 아니고서야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유호연은?”

“답답하네 진짜.”


나는 바둑이를 노려봤다.


“야, 멍! 왜 넌 나한테는 잘도 씨부리면서 라일라에게는 말을 안 걸어서 사람을 미친놈 취급받게 만들어?”

- 감히 천한 제가 라일라 아가씨에게 말이나 걸 수 있겠습니까? 신분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라일라 아가씨는 마족의 공주님이시고 저야 개에 불과한데요.

“그럼 나한테는 왜 편하게 말 거는데?”

- 그거야 리더는 저보다도 천한 인간이니까요.


응?


“이게 뭔 개 같은 소리야?”


바둑이가 코로 숨을 크게 내뿜었다.

자부심 넘치는 자세로.


- 솔직히 리더니까 제가 존대라도 하지, 저능한 인간 따위가 어디 우리에게 말이나 붙이는 게 가능합니까? 하등종족 같으니.

“와. 빡치네. 오늘 보신탕 함 끓여?”

- 리더야 종족의 한계를 뛰어넘어 마법을 구사하시는 던전 마스터니까 존중받으실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으시지만, 태생이라는 건 태어날 때 얻어지는 것이라서요.

“뒤져어어어어어!”


나는 한번 해봤다고 아까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그림자의 검을 손에서 쏘아댔고.

바둑이는 순식간에 언덕 뒤 그림자 안으로 숨어버리고 말았다.


쓰읍.

애초에 그런 용도로 만든 거긴 하지만 잘 숨네.


내가 숨을 씩씩 내쉬는 동안.

라일라는 폭발하고 말았다.


“아, 바둑이 좀 그만 괴롭히고! 그래서 이게 뭐냐고!”

“참. 라일라가 있었지?”


본의가 아니게 사람을 화나게 하는 두 가지 방법 중 첫 번째를 실천하고 말았네.

첫 번째는 말을 하다 마는 거.

그리고 두 번째는,


설명을 하려고 입을 열던 나는.

빙긋 웃었다.


“나중에 알게 되니까 기다려 보셔.”

“아, 뭔데?”

“기대해.”

“유호연이여! 내 복장을 터트릴 생각이냐?”

“때 되면 다 알게 된다니까.”


나는 싱글싱글 웃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자, 나머지 조정을 계속하자.

불의 성소의 용도는.

나중의 즐거움으로 남겨두자고.

지금은.


7화. 어두운 던전의 등불이 되어


활활 타오르기만 하면 된다.






***



“으오오오! 당했다!”


나는 온갖 엄살을 부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어? 엥?”


그리고 눈앞에는 매우 당황한 표정의 여검사.

투구를 쓴 내 얼굴과 자기 칼을 번갈아 보고 있다.


“훌륭하다, 도전자여! 나에게 상처를 낸 용사는 네가 처음이다!”

“어······ 네?”

“여기! 여기 있지 않느냐!”


나는 내 투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주 조금.

새끼손가락보다도 작은 만큼 스크래치가 나 있다.

물론 일부러 맞아준 거다.


“합격이다! 2층으로의 출입을 허가한다!”


연극 톤으로 선언했다.


“저, 저는 각성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D급인데요?”


상대가 몬스터라는 것도 잊고 존댓말 하는 여검사.

그야 그럴 법도 하지.

B급 파티도 떡실신해서 쫓겨나는 던전에서 D급 파티가 1층 첫 공략자라니.


자기 상식에서는 말이 안 되는 일일 거다.


물론 나는 다 생각이 있다.


‘어차피 2층 가도 바둑이가 기다리고 있거든.’


D급 정도로는 바둑이를 이길 수 없다.

지금 중요한 건.


1층 공략자가 나왔다는 사실 그 자체다.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게이트 위에 불꽃이 터지는 마법 환상과 함께 글자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던전 1층 최초 공략 완료! 던전 2층이 개방됩니다!]


예고 없이 터진 메시지에 바깥 헌터들이 혼란에 빠지는 모습이 던전 마스터인 나에게는 똑똑히 보인다.


‘즐겁구만!’


나는 투구 속에서 마음껏 히쭉 웃었다.


“자, 2층으로 향하는 통로는 이쪽이다! 축하한다!”

“어? 네? 에?”


아직 제대로 상황도 이해하지 못한 채, D급 파티는 떠밀리듯 계단을 내려가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후.


“더워어어어어어!”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2층에 울려 퍼졌다.

뜨거운 맛 잘 보도록.


- 어이, 멍.

- 넵, 리더.

- 2층에 애 내려보냈으니까 잘 굴려서 마력 쫙쫙 뽑아내라. 아직 약하긴 해도 싹수가 있어.

- 벌써 더워서 죽겠다고 하는데 어쩌죠?

- 아, 그건 표현이 그런 거지 진짜 죽는다는 말이 아니야. 일단 슬슬 몰아서 보물 상자나 하나 줘.

- 알겠습니다, 리더.


때가 되었기에 2층으로 내려보낸 것이긴 하지만 아무나 고른 건 아니다.

나도 나름대로 기준이 있단 말이지.

지금 내려보낸 파티는 현재 랭크는 D급이라도 앞으로 크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야, 잠재 마력 보유량이 어마어마했는걸.


던전 마스터가 되면서 얻게 된 능력 중 하나다.

던전에 침입해 온 헌터의 마력 보유량과 사용량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아마 헌터 협회에서 재는 것보다 정확할걸?

저 애들은 잠재 마력만 치면 지금까지 왔었던 그 누구보다도 많았다.


심지어 외모도 꽤 괜찮았단 말이지.

저런 애들은 금방 랭크업한다.

그야말로 미발견 금광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당연히 내가 개발해서 캐내야 하지 않겠어?

어······ 표현이 좀 이상한가.

아무튼.

그럼 어떻게 되나 구경 좀 해볼까?



*



“더, 더워! ”

“이게 말로만 듣던 화속성 필드가 아닐까?”

“······힘들어.”


D급 파티, 영등포 산악회는 여고 동창 셋이 뭉쳐서 만든 파티다.

한 학교에 각성자가 셋이나 나온 것도 대단한데, 심지어 학년도 같다.

이건 파티를 짤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런 꼴이 될 줄 알았다면 다시 생각해 봤겠지만.

2층이 상시 찜질방 건식 사우나 상태인 걸 알았다면 방수 메이크업이라도 했을 거다.


“그, 그래도 기껏 2층에 왔잖아! 우리 힘내자!”


파티 리더이자 근접 딜러인 유하나가 이마의 땀을 훔치며 힘차게 외쳤다.


혀를 길게 빼물고 헥헥거리던 원거리 딜러 차수정은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유하나를 향해 겨우 말했다.


“나는, 너랑 다르게, 몸에, 지방이 많아서······ 어?”

“뭐지? 그거 지금 나 돌려 까는 거야?”


하지만 유하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수정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열사병인가?’


유하나가 생각하던 찰나.


“뒤, 뒤에!”


차수정이 더듬거리며 외쳤다.

유하나가 뒤를 돌아보자.

차수정과 똑같이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고 있는.

불타는 늑대가 한 마리.


“으왓! 뭐야!”


그때, 빛의 화살이 유하나의 얼굴 옆을 스치고 날아갔다.

헬하운드를 노리고.


“앗!”


그리고 헬하운드는 수많은 언덕의 그림자 속으로 쏙 숨고 말았다.

허공을 수놓다 사라진 빛의 화살.

순간적으로 원거리 스킬을 발동했던 차수정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망갔나?”


영등포 산악회의 마지막 멤버, 서포터 박지원이 고개를 저었다.


“······ 포위당했어.”

“어?”

“저, 저기 봐! 저기도!”


이곳저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헬하운드들.

아직 D급인 이들에게는 까마득하게 강한 상대였다.


“저쪽!”


리더 유하나가 가리킨 방향에는 헬하운드가 없다.

그들은 달렸다.

차수정이 원거리 스킬로 견제하고 박지원이 계속 버프를 넣으면서.


사막 같은 더위.

계속 된 스킬 사용으로 인한 마력 고갈.

점점 지쳐가는 그들.


그리고 코너에 몰린 그들 앞에 갑자기 나타난 게.


“어? 보물 상자?”

“왜, 헥, 왜지?”

“······몰이사냥.”


영문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보물 상자가 눈앞에 있다.


심지어 불타는 늑대들은 멀찍이서 보고만 있다.

유하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열어?”

“지금, 헥헥, 보물 상자가, 눈에 들어와?”

“······맘대루.”


유하나는 헬하운들이 가까이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짧은 한숨과 함께 보물 상자를 열었다.

주위를 경계하고 있던 파티원들의 눈도 보물 상자의 내용물로 향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포, 포션?”


유하나는 상자 안에 있는 포션 병을 꺼내서 파티원들에게 보여줬다.


“여기까지 와서?”


그런데.

자세히 보니.

병에 스티커 라벨이 붙어있다.


[하급 내한 포션]


유하나는 얼빠진 표정을 했다.


“내열 포션이 아니고?”

“그럼, 여기선 못 쓰잖아!”

“······사실 말은 되지.”


내한 포션은 마시면 열이 나는 포션이니까.

뜨거운 곳에 뜨거운 포션이 있는 건.

매우 말이 된다.


심지어 하급 내한 포션이면 다른 빙속성 던전에서라면 엄청 유용하다.

내한 장비를 하나 줄일 수 있으니까.

빙속성 던전 공략 필수템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문제는 지금 당장 더워서 죽을 것 같다는 거지만.


“또, 또 온다!”


마치 상자를 열기를 기다렸다는 듯 슬금슬금 다가오는 헬하운드들.

다시 그나마 조금 회복한 마력을 소모하며 달리다 보니.


“잠깐. 이게 뭐야?”

“살았다!”

“······ 한 바퀴 돌아왔네.”


처음 내려왔던 2층 계단이다.

물론 D급 파티, 영등포 산악회는 즉시 2층 공략을 포기했다.

손에 든 전리품.

하급 내한 포션과 함께.




*




일과도 마쳤겠다, 나는 휘파람을 불면서 침대에 몸을 던졌다.

폰을 든 내가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헌터넷.

보나 마나 불타고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작가의말

되도록이면 명절에도 휴재 없이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축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사오니 응원 좀 해주십쇼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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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블랙 기업 던전 +1 24.09.14 167 9 12쪽
5 명문가 EX급 멍멍이의 리플레이 +1 24.09.13 189 10 13쪽
4 전지적 던마 시점 +1 24.09.12 212 11 13쪽
3 던전 못 들어가면 죽는 병 걸림 +1 24.09.11 240 15 12쪽
2 주인공이 정체를 숨김 +1 24.09.11 287 18 14쪽
1 건물주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1 24.09.10 346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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