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천재 기사단장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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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11 00:05
최근연재일 :
2024.09.1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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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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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검기 (1)

DUMMY

그를 처음 본 것은 네르오스의 저항군에서였다.


와일스 텔리모어.


카린달에 의해 네르오스가 멸망하고 이년. 살아남은 왕국의 몇몇은 네르오스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 저항군을 꾸렸고.


와일스는 그 저항군의 세 리더 중 하나였다.


무왕. 혹한의 재앙. 짐승.


비록 나는 저항군도 뭣도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는 네르오스의 옛 영토를 정처없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괴물이 싸우는 장면 역시 볼 수 있었고.


‘소름이 끼쳤었지.’


그건 뭐랄까.


용이 사람의 형상을 갖추면 그런 흉포함이 아닐까. 대호(大虎)가 인간의 몸에 담기면 그런 투기가 아닐까.


맨몸으로 칼과 창을 튕겨내며, 오로지 힘만으로 카린달의 병사들을 도륙내는 모습. 그건 도저히 인간이라고도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네르오스의 저항군이 이 년 씩이나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 덕분이었지.’


끝내 와일스는 카린달 ‘검성’의 검에 쓰러졌고, 그렇게 저항군은 토벌 되었지만.


눈보라보다 무섭게 울부짖으며 주먹을 휘두르던 그 거한의 모습은 아직도 내 뇌리에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인간이 왜 그때까지 눈에 띄지 않았을까.


‘나는 네르오스가 멸망할 때까지도 와일스라는 인간의 존재도 몰랐다.’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내가 기사단 운영에 관심이 없었다한들, 이런 괴물이 존재한다는 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나는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결국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실소가 나왔었지.’


어이가 없어서.



나는 상념을 갈무리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지혜로움이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는 짐승과도 같은 남자는.



“네르오스 마탑 8급 마법사, 와일스 텔리모어.”



그래. 마법사였다.


지혜의 정점. 종이인형과도 같은 몸뚱아리. 더벅머리에 안경을 끼고는, 겨드랑이에 책 한 권을 상징처럼 안고 다니는.


그 마법사.


나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이 양반은, 꼬질한 머리를 긁적이며 마탑의 최하층에서 서류나 만지작거리는 마술쟁이였던 것이다.


“아, 아니, 이게 무슨···.”


“다시 한 번 제안하지. 자네. 우리 기사단에 입단하게.”


말하면서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내가 마법사를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국가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인재들이고, 발전 시켜야 할 존재들인건 맞지.


그런데 말이다.


‘저 몸은··· 마법사를 혐오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은 몸뚱아리라고.’


구리색 팔뚝은 아이샤의 머리만하다. 마탑의 상징인 검은색 로브는 저 벌어진 어깨와 등판에 찢어지기 직전이다. 애초에 저 사이즈가 입을 것이라고는 상정조차 안 하고 만들었겠지.


더벅머리와 안경으로 마법사인척을 해보려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면 땀냄새가 풍겨올 것만 같았다.


‘영락없는 기사단의 인재다.’


나는 뒤에 서 있는 아이샤를 흘깃했다.


갑자기 마탑에 온대서 당황스러워 했던 그녀도, 와일스를 보고는 놀랍다는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저 분은 영락없는 기사단의 인재네요.’


그래. 그러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이던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런 인재가 있는줄도 모르고 있었으니.


“내 수급은 넉넉하게 주도록 하지. 마탑에서 일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받을 수 있을거야. 자네가 원하는 기구나 무구도 바로 준비해주고.”


“아, 아니···.”


“정식 임명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거야. 기사 임명은 전하께서 직접 하셔야해서. 그래도 이주 내로 가능하도록 내 힘써보지.”


“자, 잠시만···.”


“숙소같은 부대 시설들은 지금 정리 중에 있다네. 전대 기사단원들이 죄다 귀족이라 숙소를 안 썼거든. 그래도 시설은 넓고 좋을거야.”


“그게, 잠시만 말입니다. 단장님.”


“일단 가서 서약서부터──”



“거, 거기까지 하십시오!!”



말을 잇던 와중이었다.


와일스가, 악수를 건넨 내 손을 뿌리치며 그리 외쳐왔다.


아오. 그나저나. 손을 툭 쳤을 뿐인데 굉장히 아프다.


“일단 좀 진정하십시오, 켈버트 백작님.”


“···단장님이라고 부르게. 그래. 뭐가 문제지?”


“그······ 일단 백작님. 저는 말입니다.”


와일스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갈색 더벅머리를 벅벅 긁었다.


“저는, 마탑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뭐?”



순식간에 방 안에 침묵이 찾아들었다.


맘 편하게 몸을 뉠 만한 공간도 없어보이는 작은 연구실.


벽에 들러붙어 있던 종이 한 장이, 팔랑거리며 떨어져 내렸다.


“저는, 마법사 할겁니다.”


“···자네 8급 마법사 아닌가.”


8급 마법사.


마법사들은 그 실력과 업적에 따라 1급부터 8급까지로 등급을 나눈다.


그 중에서도 8급이라는 건 당연히, 이렇다할 실력도 성과도 없는 마법사라는 것.


마탑의 최하층에서. 이렇게 좁은 방에서 연구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의 취급을 알 수 있었다.


재능 없음. 성과 없음.


마탑의 8급 마법사란, 그런 존재인 것이다.


“···물론 우리 기사단도 상황이 좋은 건 아니기에 내 밝은 미래만을 약속할 수는 없다만. 그래도 마탑의 8급 마법사보다는 괜찮은 대우를 해줄 수 있으리라 자신하는 편인데.”


“예. 당연히 그렇겠지요. 저도 압니다.”


와일스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마법사가 좋습니다.”


“······.”


“어디서 이야기를 듣고 찾아오신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 제가 특별하게 태어난 것은 저도 압니다.”


와일스가 바윗돌만한 두 주먹을 들어 올렸다.


“아무런 단련을 하지 않았음에도 몸이 이렇게 자라더군요. 날붙이에 베여도 상처 하나 없고, 주먹을 휘두르면 벽이 부서지고. 아마 기사가 되면 이런 힘이 도움이 되긴 하겠지요.”


“그런데 왜.”


“그래서입니다.”


그는.


먼 미래에 괴물이라 불리울 남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저는 괴물로 살고 싶은 게 아니거든요.”


“······.”


“저는 마법사가 좋습니다. 자신의 머리를 싸메고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연구하고,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성취를 얻어내는. 그래서 저는 이렇게 태어났음에도. 8급 밖에 안 되는 어정쩡한 마법사임에도 여기 있는 겁니다.”


그제서야, 나는 와일스가 이전 생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국가가 무너지고, 마탑이 사라진 후에야 그가 자리를 털고 일어난 이유를.


“이 작은 방에 있는 건 제 영혼입니다. 이걸 버리고 떠날 수는 없습니다.”


그는, 그 전장에 서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저는 마법사입니다. 기사가 아니라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백작님?”


“······젠장.”


그런 식으로 말해버리면 내가 할 말이 없어지지 않나.


나는 어쩔 수 없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머리를 긁적이는 나를 보며, 와일스는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백작님.”


끝까지 나를, 단장이라고는 부르지 않는 그였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뭐를.”


“저 와일스라는 분이요.”


마탑을 나오는 길.


나는 한참을 조용히 걸었고, 아이샤 역시 나를 따라 조용히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그리 질문해온 것이었다.


나는 한숨 섞인 웃음을 흘렸다.


“내가 너무 안일했던 모양이지. 8급 마법사가 기사가 될 기회를 거절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랬다.


그렇게 돈 따라 권력 따라 움직일 인간이었으면 네르오스의 저항군이 되지도 않았겠지.


천재란 찾기보다 갖기가 더 어렵다 했던가.


“자네 생각은 어떻지, 아이샤?”


“예?”


“와일스. 저 자를 어떻게 해야 우리 기사단으로 끌어들일 수 있겠어?”


“······.”


아이샤는 제 턱을 매만지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들었다.


“역시 가장 정석적인 방법은, 많은 돈과 명예를 보수로 쥐여주는 것이겠죠.”


“그것엔 관심이 없다고 아까 그가 말했지 않나.”


“아니면 기사단장의 매력으로 단원을 이끄는 방식도 있을 테고요. 뛰어난 인품 같은 것으로.”


“이 나라에 내가 어떤 놈인지 모르는 국민도 있던가?”


아이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없죠.”


“그래. 그럼 그것도 기각.”


아이샤는 한참을 더 고민하다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봤다.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를 않네요. 저 와일스라는 분은 본인이 하는 일에 충분히 만족하고 계시고, 그건 다른 물질적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종류니까요. 마탑을 무너뜨리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것도 괜찮은데.”


“네?”


“농담이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아이샤에게 손을 휘휘 내저었다.


만에 하나라도 진짜 마탑을 부수게 된다면, 저 와일스의 거대한 주먹이 향하는 건 카린달이 아닌 내가 되겠지. 그것만은 좀 곤란하다.


그래서, 나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샤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이샤. 자네는 아직 조금 더 공부가 필요하긴 하겠군.”


“네···?”


“가장 확실한 설득 방법을 빼먹었지 않나.”


“가장 확실한··· 설득 방법이요? 그게 뭐죠?”


난 아이샤를 넘어, 높다랗게 세워진 새까만 마탑을 바라보았다.


와일스 텔리모어.


이렇게 놓아줄 거라면 찾아오지도 않았어.


“진심.”


넌 결국 내 거다.
















5



다음날.


와일스 텔리모어는, 아침 댓바람부터 연구실로 찾아온 베르 켈버트의 모습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작님?”


“응.”


“오늘은 또 왜 찾아오신 겁니까.”


“내가 자네를 찾아올 이유가 달리 뭐 있겠나.”


별 거 아니라는 듯 그리 말하는 베르의 어조에 와일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백작님···.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말입니다. 저는 기사단에 들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 그래. 나도 잘 안다네.”


베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터벅터벅 연구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러고는, 와일스의 뒤쪽에 작은 의자를 가져다가 털썩 앉는 것이었다.


“백작님?”


“음?”


“뭐하시는 겁니까?”


“아, 나는 신경쓰지 말고 자네 할 일 하게. 나는 아무말도 안 하고 여기서 자네를 지켜보고 있을테니.”


베르가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휘적휘적 내저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와일스로 하여금 더더욱 의구심이 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뭐··· 왜 그러시는 겁니까.”


“아주 간단한 얘기라네. 자네를 좀 알아갈 생각이 생겼을 뿐인거지. 자네가 그토록 사랑한다는 마탑의 일이, 마법사의 일이 어떤 것인지 내 알아가봐야 겠어. 설마 나를 쫓아낸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비릿한 미소를 짓는 베르. 당연하지만 기사단장이며 백작씩이나 되는 작자를, 고작 8급 마법사 하나가 나가라 들어오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와일스는 한숨을 내쉬며 연구실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하지만 저를 지켜보면 지켜보실수록 깨닫게 되실 겁니다. 저는 결코 기사가 되지 않으리란걸요.”


“애석하게 되었군. 자네도 나와 지내다보면 깨닫게 될 텐데 말이지.”


자네는 결국 기사가 되리라는 것을.



그 여유롭고도 당당한 모습을 보며, 와일스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정말 제멋대로인 분이시군요, 백작님은.”


“흐흐. 그건 어쩔 수 없다네. 나는 이번 생에, 그 무엇도 놓칠 생각이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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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마탑 폭발 (1) 24.09.18 17 0 12쪽
10 마법사와 검기 (完) 24.09.16 30 0 14쪽
» 마법사와 검기 (1) 24.09.15 35 1 12쪽
8 기사단 죽이기 (完) 24.09.14 41 1 17쪽
7 기사단 죽이기 (2) 24.09.13 45 0 14쪽
6 기사단 죽이기 (1) 24.09.12 58 0 17쪽
5 회귀하다 (完) 24.09.11 60 1 13쪽
4 회귀하다 (4) 24.09.11 55 0 18쪽
3 회귀하다 (3) 24.09.11 66 0 15쪽
2 회귀하다 (2) 24.09.11 69 0 15쪽
1 회귀하다 (1) 24.09.11 8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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