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점원에서 CEO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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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흡입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1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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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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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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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놈들의 대결 2

DUMMY

잠시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이 시기의 난 그 누구에게도 믿음을 주지 못하는 놈이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 너 이렇게 말 잘하는 애였냐?

- 난 사실 너 좀 무서웠어. 말이 너무 없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니까. 어느 날 총 들고 나타나지 않을까 겁도 났다고.

- 야야. 존슨. 그건 좀 선 넘었다.

- 예전에, 예전엔 좀 그랬었다고.

.

.

.

지난 술자리에서 이번에 맡은 이벤트에 대해 신나서 이야기하다가 두 사람이 깜짝 놀라하며 나에 대한 단상을 토로했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 그랬었구나.


내가 어? 좀 소심하고 말 주변이 없어서 겉돌면 먼저 와서 말도 걸어주고 했어도 되는 거잖아... 이건 아닌가?


“이제 그만 가라. 우리 이거 목요일까지 진열 끝내야 하거든.”


“이안 말이 맞다. 그만들 가라. 대충 구미당기면 매니저한테 너네도 이벤트 한번 하자고 말해보든지. 우리랑 붙어보면 재밌겠네.”


“에이. 잭. 암만 그래도 우리가 대형마켓인데 파티용품점이랑 붙어서 뭐 어쩌라고. 망할 일 있어?”


- !


어...

너무 솔직했나?

세 사람의 눈동자가 동시에 나를 향한다.

그 중 잭과 비슷한 성향의 존슨이 곧바로 반응을 해 온다.


“말라깽이 이안. 너 방금 뭐라고 했냐? 지금 월드마트 주제에 파티타운을 무시한 거?”


“어? 아. 내 말은 그게 아니고 너네는 어차피 백투스쿨 이벤트는 안하는 곳이니까...”


“잠깐잠깐. 존슨. 그러니까 지금 너는 우리 월드마트 부 매니저한테 백투스쿨 행사도 안하는 파티타운 따.위.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한 거냐?”


“잭. 니들 이벤트 해 봤자 별로 표도 안 나잖아. 우리는 할 때는 제대로 한다고. 우리가 이벤트 걸면 너네 우리한테 손님 다 뺏긴다?”


“하. 내가 어이가 없네. 붙자! 붙어보자고!”


“진심이냐?”


“당연하지.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 매출로 붙어보자고. 우리가 이번 이벤트 잘하면 다음 이벤트도 맡을 수도 있거든? 다음은 할로윈 행사지? 이번엔 너네 준비가 덜 됐다치고, 다음은 제대로 하겠지. 어때? 붙어 볼텨?”


잭의 말에 소매를 걷는 존슨.


“준비가 덜 되기는! 니들도 지금 막 시작한 거 아냐? 이번부터 붙어! 어차피 니들이 한 3일 빨리 시작한다고 우리하고 비빌 언덕이나 되는 줄 알아?”


“존슨! 미쳤어? 매니저한테 허락도 안 받고 뭘 해?”


“닉. 네가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사나이는 막 밀어붙일 때도 필요한 거라고. 할로윈까지 갈 필요 뭐 있어. 이번부터 하자고!”


“아니. 우리가 무슨 그냥 동네 마트도 아니고.”


“동네 마트 맞거든?”


그래.

맞긴 하지.

둘 다 대형 체인점이긴 하지만 거의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동네 마트나 마찬가지.

그러니 입사 한 달 차에게 이런 대형 이벤트를 맡기지.


나와 잭은 둘 다 나름 경력직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파트타임으로 여러 일들을 했었으니까.

월드마트에선 안 해봤지만.


아무튼 잭과 존슨.

학교 다닐 때도 저 꼴통 둘이 붙으면 밴드부 전체에 비상이 걸렸었다는 걸 깜빡했다.


닉이 난감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으며 나를 쳐다본다.

우리 매장에 발을 들일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될지 몰랐겠지.

닉은 학창시절 공부하고는 담을 쌓았었지만 제법 인기가 많았던 놈이다.


그런데 왜인지 지금이라면 나도 닉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근자감이 튀어나온다.

열등감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야 만다.


“우리야 뭐 언제든지 붙어도 상관없는데... 닉. 괜찮겠어?”


“하하하. 애가 잠자던 승부욕 건드리네. 좋아. 자고로 내기는 거는 게 있어야지. 뭘로 걸까? 한 달 월급, 어때?”


“한 달 월급?”


“야야. 닉. 진정해라. 진정. 이안! 너까지 왜 그래?”

“그러게. 이안. 왜 그래? 나나 존슨이야 꼴통들이니까 그렇다쳐도 니들까지 이러면 어쩌라고.”

“맞아. 이안. 저 새끼가 사이코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고!”


느닷없는 나와 닉의 대결에 잭과 존슨이 기겁을 한다.


닉은 평소엔 서글서글 웃고 다니는 놈이라 잘 모르지만 속에 마성을 품고 살던 놈이다.

11학년 수학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수업 도중 갑자기 교실을 냅다 뛰쳐나가 차례대로 옷을 벗더니 나체로 운동장을 뛰었다.

두 바퀴쯤 돌았을 때 학교 상주 경찰에게 붙들려 심문을 받았는데, 수업을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서 너무 열 받아서 뛰었다고 했었다.

변명이 너무 어이없어서 한달간 체육관 청소라는 징계만 받고 말았었지.

그 후로 전교생에게 거의 영웅 대접을 받았었고.


“한 달 월급이 좀 빡세면 페이첵 한번(2주 급여) 몰빵도 괜찮고.”


한 달 월급은 좀 세긴 하지만...

이기면 되는 거잖아.


“해 보지 뭐.”

“오. 이안. 진짜?”

“우와. 지금 이안 입에서 해 보자라는 말이 나온 거야?”

“내가 뭐랬어? 우리 말라깽이 이안이 바뀌었다니까.”


“오케이!”


하, 하지 말까?

곧 독립도 해야 하는데 괜히 질렀나?

자존심은 좀 상하지만 지금 취소하면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데.

어쩌지?


닉이 호쾌하게 ‘오케이’를 외치기 전 2초 정도의 사이에도 열두 번도 더 마음이 왔다갔다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미 닉과 존슨은 우리 매장을 떠나 파티타운으로 달려가고 있었으니까.

매니저에게 허락받으러 가는 거겠지.


잭이 팔짱을 낀 자세 그대로 나를 쳐다본다.


“이안. 그 내기에 내 월급도 포함된 것은 아니지?”

“설마 진짜 월급을 가져가겠냐?”

“닉이라면 가능하지.”

“...이길게.”

“꼭 그래야 할 거야.”

“이, 일단 청소부터 끝낼까?”

“그래. 그러자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멋지게 한 판 붙어보자고.”


잭의 호탕한 외침.

주변에 모여 있던 직원들이 사사삭- 사라졌다.


제길.

탁 트인 매장 입구인 걸 깜빡했네.

매장 곳곳에 떠도는 직원들의 수군거림이 귓가를 맴돈다.

내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어지럽다.

화제의 중심에 서는 거 딱 질색인데 말이다.


옆에서 콧소리까지 흥얼거리는 잭.

모처럼의 긴장감이 기대되는 모양이다.

정말 호전적인 성격이라니까.


그래.

저놈 월급까지 뺏기게 둘 수는 없지.

할 수 있는 거 다하는 수밖에.

그래도 20년을 더 살았는데 이길 수 있겠지.

부족하지만 미래의 지식도 있고.


***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창고로 달려가 막 들어온 물품들을 확인했다.

막 도착한 신제품들인데도 저렇게 예전 것들과 함께 쌓여있으니 후져보인다.

이것들을 때깔나게 배치해 손님들이 사가게 만들어야 한다.


이벤트 시작은 당장 이틀 후.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마트 바깥 창문에 ‘백투스쿨 이벤트’ 전단지가 크게 붙었다.


2024년에는 페이스책이나 인별, 트위트 같은 온갖 인터넷 매체들을 활용한 홍보가 활개를 치지만 그 당시에도 이 동네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을 더 선호했다.


지금 이 동네에서 블로그를 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

매니저에게 달려갔다.


“개인 블로그로 회사 이벤트 홍보를 한다고?”

“네. 안될까요?”

“안될 건 없지만 잘못된 정보를 올려놓지는 말게.”

“당연하죠. 그리고 내일자로 50불 이상 사면 5불의 크레딧을 주는 전단지가 배포되고...”


이미 보고가 끝난 사항들이지만 한번 더 짚었다.


전단지 배포는 필수다.

젊은 사람들이야 펼쳐 보지도 않고 그대로 분리수거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다르다.

특히 아이들이 많을수록 5불은 큰 힘이 된다.


다음으론 지역신문사들에 한번 더 확인 전화를 돌렸다.


텔레비전 방송 광고는 본사에서 해 준다.

지역신문사 광고는 각 매장 매니저 재량이다.

온라인으로 직원용 할인행사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원하는 옵션을 선택, 신문사에 보낼 전단지만 선택하면 된다.


‘파인트리 뉴스’, ‘페니 세이버’, ‘오스웨고 뉴스’ 등 1주일에 한번 나오는 흑백 무료 배포 신문들에도 적은 돈을 내고 이벤트 홍보를 실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완전 무료지만 업체들에게는 돈을 좀 받는다.

아주 헐값이기에 지역 소규모 업체들이 주로 이용하고.


“워워. 이사벨라. 잠깐만. 그 고학년들 사용하는 기본 가방은 뒤쪽으로 배치하라니까요. 앞에는 무조건 캐릭터 가방으로요.”


“아. 맞다. 그렇지? 근데 우리 막내가 여길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진짜. 요즘 완전 헨리포터에게 빠져있어서 이것도 사달라고 하면 머리아프다고. 벌써부터 할로윈 복장도 헨리포터로 사달라고 조른다고.”


“헨리포터는 이제 스테디셀러 아이템이라고 봐야죠. 도라나 스파이더 맨 처럼요. 이참에 하나 사 주세요. 직원할인에 이벤트 할인까지 더하면 엄청 저렴하겠구만.”


“아이고. 이안. 지금 나한테까지 영업하는 거야? 파티타운 애들 이겨먹으려고?”


“헤헤. 들켰네요.”


- 아하하하.


우리 둘의 대화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진다.


백투스쿨 이벤트는 두 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7월 말부터 8월 초중순까지 이어지는 가방과 신발 등 문구류 이외의 것들을 판매하고, 2단계는 본격적인 문구류 판매를 하는 거다.


월드마트도 해마다 가방과 신발부터 팔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대대적으로 섹션을 나눠서 하지는 않았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할인폭을 높여주는 방식이었던 것.

그러니 일반 고객들은 이벤트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고.


가방의 가격대는 무조건 20불미만 선.

상품의 질은 좀 떨어지지만 달마트나 토깃과 비벼볼 만한 수준이다.

매장에서 먹는 수익률을 살짝 줄였다.


그 옆으로 맛보기로 문구들도 배치했다.

지금은 일단 색연필도 손에 묻지 않는 것들로, 샤프도 감각적인 것들로 전시했다.

왠지 하나 정도는 갖고 싶은 것들로.

그러면서도 가격대는 3불미만의 것들.


부모들이 다른 일로 왔다가 애들 성화에 못 이겨 가방까지 사게 되면 지출이 커진다.

하나하나 물건 값을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전체 금액을 보니까.


그러니 괜찮은 물건 여러 개를 샀는데 생각보다 저렴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어차피 어린애들은 1년 이상 같은 가방을 들지 않는다.

이번에 소문이 나야 내년에 또 올 것이다.


첫 번째 이벤트의 진열이 완성됐다.


“와. 이거 괜찮네. 백화점 온 것 같잖아.”

“그러게. 묘하네. 필요한 것들은 다 있는데, 필요 없는 것들도 눈길을 가게 배치시켜 놨어. 애들이 좋아하겠는데?”

“아. 나도 다시 학교 가고 싶다.”

“진짜? 난 싫은데.”


직원들이 와서 구경한다.

큰소리 땅땅 치더니 뭐가 그리 달라졌는지 확인 겸 온 것이지.

반응이 나쁘지 않다.


“근데 이거 슬쩍하기에도 좋을 것 같은데? 감시 잘 해야겠어.”


누군가의 일침.


아.

그걸 생각 못했네.

명색이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 물건들 사러 와서 훔쳐가는 사람들은 없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멀쩡하게 생겨서 도둑질을 밥 먹듯이 하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파인트리가 부자동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 가난한 동네도 아니다.

그럼에도 매장 입구의 경보음은 하루에 적게는 20번, 많은 날은 100번도 넘게 울린다.


간혹 기계 오작동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이때만 해도 경찰에 신고하면 바로 와서 데려가곤 했다.

2024년엔 여러 정치, 사회적인 문제들로 인해 도둑질로는 경찰에 신고해도 출동조차 하지 않았지만.


“어.... 어떡하죠?”


이럴 때를 대비하라고 사수가 있는 거지.

나와 달리 정식 부매니저인 조에게 자문을 구했다.


“글쎄. 직원들이 자주 왔다갔다 해야지 뭐.”

“...”


딱히 해결책은 없구나.

결국 나나 잭, 그리고 파트타임 직원들이 거의 붙박이처럼 서 있기로 했다.


그래도 아직은 도둑질을 들키면 부끄러워하는 시대이긴 하니까.


“자, 부매니저 대행님. 우리 이제 뭐 할까요?”

“뭘 하긴. 홍보하러 가야지.”


뿌듯한 표정으로 진열대를 한참 쳐다보던 잭이 손을 탁탁 털면서 물어본다.


홍보전단지를 손에 들고 커뮤니티 센터로 향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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