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점원에서 CEO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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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흡입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11 00:46
최근연재일 :
2024.09.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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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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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 공조! 2

DUMMY

괜히 코끝이 찡해져서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평소엔 계모와 마주치기 뻘쭘해서 베이스먼트에도 욕실이 딸린 화장실이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었는데 지금 보니 없어서 다행인 것 같다.


이런 소리도 다 듣고.


베이스먼트에는 변기와 세면대만 있는 반개짜리 화장실이 하나 있다.


샤워를 하고 나왔지만 밖에서의 말소리는 계속 들리고 있었다.

1-2시간 안에 끝날 수다가 아니다.

궁금증이 일어 부엌으로 갔다.


스토브에 정체모를 음식이 놓여있다.

치킨 요리인 것 같기는 한데...

오랜만의 집 밥이라 그런가 침이 꿀떡 넘어가긴 한다.

베이스먼트의 미니냉장고엔 마트에서 가져온 식빵과 피넛버터 잼, 사과 두 개가 굴러다니고 있다.


먹을까?

괜히 저런 소리 들었다고 또 덜컥 먹기는 좀 그런데.


냄비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내려왔다.

먹으면 설거지해야 하고, 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 들리면 계모가 들어올 테고, 그럼 또 인사해야하고...


내일 먹자. 내일.


결국 미니냉장고에 있는 식빵을 꺼내들었다.


***


“오. 이 시간에 차가 이렇게나 있어?”


웬일로 우리 매장 앞의 주차장이 반 이상 채워져 있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부푼 마음을 안고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북적거리지는 않더라.

다 옆 매장 가는 사람들이었나?


“헤이. 이안!”

“잭. 오늘 좀 어땠어?”

“고만고만. 오전 물량 빠지는 거 보면 어제랑 비슷한 것 같아.”

“토요일인데 어제보다는 나아야하는데... 우리 망했냐?”

“뭐래. 네 말대로 토요일 오전이잖아. 오후부터 바글바글하겠지. 그리고 뭐 지금 시즌에 이 정도면 잘 되는 거 아니냐? 다들 여행가고 없을 텐데.”


그건 그렇다.

7월 중순~말은 워낙 여행가는 이들이 많은 탓에 마트 입장에서는 비수기다.

8월 중순쯤 되어 본격적으로 학교 갈 준비를 하게 되면 그때부터 성수기가 되는 거다.


그러니 이 정도면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중박은 된다는 소리.


“그럼 난 매니저 방에 갔다가 가방코너 쪽 둘러볼게.”

“그래. 그럼 난 마야 좀 도울게. 파트타임 끝날 시간 다 됐는데 엄청 바쁘더라.”

“어.”


- 똑똑.


“들어와.”


우리 매장에서 유일하게 자기 방이 있는 사람이 매니저다.

부매니저들은 다 같이 한 방을 쓰는데, 자기 자리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 아래로 일반 스텝(Staff)들이 다 같이 쓰는 방이 있고, 커피나 빵 같은 것들이 있는 탕비실 겸 회의실 겸 휴식 공간이 있다.


매니저가 내가 들어가자 싱글벙글하며 쳐다본다.


“어서 와라. 이안.”

“좋은 오후입니다.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어. 어제 매출 정산 받고 나니 기분이 좋네.”

“일일 매출 나왔어요?”

“전년보다 하루 매출이 12%나 뛰었다. 이게 말이 되냐?”

“아...”

“아...아?”

“작년 7월 23일은 이벤트 날짜가 아니었잖아요. 당연히 그 정도는 뛰어야죠.”

“와우. 이안. 생각보다 야망가였어? 훗. 당연히 날짜가 아니라 요일로 찾아봤지. 작년 7월 25일, 금요일. 이벤트 첫날! 그날보다 어제가 12% 높았다고.”

“휴우. 다행이네요. 혹시 종목별로도 나왔을까요?”


내 질문에 책상 서랍에 끼워둔 종이를 다시 꺼내 쳐다보는 매니저.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다시 뜬다.

진짜 좋긴 한가보네.


“음. 일단 작년엔 각 학교들 체육복이 없었으니까 그게 새로 더해졌고. 가방이랑 신발코너에서 크게 올랐지. 액세서리들까진 아직 잘 모르겠고.”

“학교 체육복들은 각 학교에 50% 떼 줘야 해요.”

“알아.”

“죄송합니다.”


재빠르게 사과했다.

날짜 체크에서 이미 한번 선을 넘었는데, 또 넘었다.

예전에 무기력하게 잘리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자꾸만 체크하게 되네.


“암튼 잘해보자. 네 말대로 우리가 그동안 타성에 젖어 있었던 건 맞는 모양이다. 작년보다 전단지 좀 더 뿌리고, 무료신문에 광고 올리고, 물건들 배치 좀 바꾸고, 인기캐릭터 용품들 좀 많이 가져다두고... 크게 뒤집어엎은 것도 아닌데 하루 만에 12%나 매출차이가 나는 걸 보니 좀 놀랍기는 하다.”


“...”


“그렇다고 경거망동 하지는 말고. 다른 부매니저들, 특히 테드 앞에선 입 조심해. 작년엔 테드가 주도를 했었거든.”


“네. 조심하겠습니다.”


솔직히 신발도 완전 헐값에 들여와서 제값에 팔고 있고, 학교마다 연락해 체육복들도 받아오고 했는데 그런 노력들은 묻어버린다.

아님 애써 모르는 척 하거나.


현재 매니저의 입장은 좀 애매할거다.

매출이 올라 본인 실적이 좋아지니 좋긴 하지만 마크 월드라는 회장이 나를 발견해 끌어올린 것이나 마찬가지.

그동안 자신들이 근무 태만이었다는 걸 알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나는 내년부턴 빠질 가능성이 크고, 부매니저들은 앞으로도 계속 함께 일할 사람들이다.

챙겨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같이 일할 사람들.

그들의 사기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나대로 성과를 내야한다.

그래야 본사로 갔을 때 좀 더 떳떳할 테니까.

성과로 보여주면 대학 따위 상관없는 게 이 동네 회사다.


대학 간판 없이 입사하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대학은 본사가 있는 도시의 대학으로 트랜스퍼를 해도 되고, 교수들하고 타협해서 천천히 졸업해도 되고, 사실 안 해도 그만이다.


작년과 올해의 매출 비교의 진짜는 문구류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8월 중순부터다.

지금은 솔직히 또 하나의 이벤트가 추가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아 그리고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파티타운과의 공조 말인데요....”


어젯밤에 닉, 존슨과 나눴던 대화를 그대로 전했다.


처음 이벤트 들어갈 때부터 언질은 해 뒀었다.

하지만 추가 예산이 들어가게 되니 매니저 입장에선 미적지근하게 대답하고 말았던 것.


‘파티타운에서 오케이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세.’라고 했었지.


그러니 닉만이 아니라 사실 나도 확답을 받아야 했던 내용이었다.

닉이 오늘 2시에 온다고 했으니 지금 결정을 지어야 한다.


“그.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겁니다. 전 12%가 아니라 30%까지 매출을 끌어올릴 생각입니다.”

“허허. 이안. 몰랐는데 허세가 좀 있군.”

“...”


뭐, 그럴 수도.


가방이나 신발은 조금 다르지만 문구류들은 워낙 원가가 저렴해 마진율이 나쁘진 않지만 동시에 수익률 역시 그리 크지 않다.

대신 학생들 입장에선 꼭 필요한 물품들인데다 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좀 넉넉하게 사는 편이지.

한마디로 다다익선이라고 볼 수 있겠다.


태블릿이나 노트북, 컴퓨터, 핸드폰 등의 전자제품을 파는 곳은 이 시기가 대목이다.

고등학교나 대학에 들어가는 이들은 꼭 사야하는 필수품이라 대부분 정가에 제품을 판매하거든.

몇 년 쓸 것을 대비해 완전 저렴한 것들보단 가격대가 좀 있는 것들을 구매하는 편이고.


우리 마트에도 전자제품을 팔긴 하지만 구색 맞추기 용이라고 보면 된다.


조금 떨어진 곳에 베스트바오가 있어서 전자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쪽으로 가거든.

거기는 직원들을 고용할 때부터 나름 전자제품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을 뽑는다.

덕분에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안심하고 물어보는 편이고.

길 가다가도 베스트바오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왠지 좀 전문적으로 보이긴 하더라.


그래서 우리 같은 일반 마트들은 지금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검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들기던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렇게 해.”

“감사합니다.”

“그리고말야...”

“네.”

“아닐세. 나중에 크리스마스 즈음에 가서 다시 이야기하지.”

“네. 알겠습니다.”

“나가 봐.”


무슨 말일지는 뻔하다.

내가 세상일에 관심도 없고, 사람들과 잘 교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머리까지 나쁜 건 아니다.

그저 딱히 하고 싶지 않아서, 소심한 성격 탓에 나서지 않았던 것일 뿐.

아마도 매니저는 훗날 본인도 본사로 끌어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겠지만 시기상조라 느껴 말을 멈춘 거겠지.


모르는 척 밖으로 나왔다.


가방코너로 가서 바닥에 떨어진 가방들을 줍고, 순서가 흐트러진 것들을 정리하고 있으니 닉이 들어온다.

신발코너에서 정리 중이던 잭이 후다닥 다가온다.

계속 출입문만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닉. 매니저랑 이야기 해 봤어?”

“어. 하자. 공조.”

“오케이. 잭. 너 오늘 퇴근 언제지?”

“3시. 근데 좀 더 있어도 돼.”

“그래. 그럼 같이 좀 가자.”

“오케이.”


언제와도 정신이 하나도 없는 파티타운.

닉이 책자 하나를 건네준다.


“골라봐. 일단 풍선부터. 이쪽이 은박풍선이야.”

“우리가 뭐 사진으로 보면 아나. 일단 저거. 저기 위에 있는 거. 헨리포터들하고 스판지밥, 저기 피컷츄하고, 믹키마우스하고 쉬렉...”

“야야. 암만 사내새끼라도 그렇지 어째 고르는 게 다 그 모양이냐. 여기 디즈니 공주님들은?”

“아. 공주님들 필요하지. 종류별로 다 줘봐.”

“그리고 요샌 이 리틀포니도 인기 많아.”

“그것도 줘. 다해서 대충 한 70개?”

“진짜 그거면 돼? 너 생각보다 70개 별로 안 많다.”

“일단은 풀어보고 필요하면 더 말할 게. 지금은 이벤트 공간에만 띄울 거거든. 갖다 줄 거야?”

“어. 금방 보낼게. 그리고 키체인은 여기 이쪽 봐봐.”


풍선은 금방 골랐는데, 키체인은 우리 매장에 있는 것과 겹치지 않으면서 특이한 문양으로 하려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린다.


대충 닉이 추천하는 것들 위주로 주문을 했다.

몇 개 품목은 재고를 떠넘기는 것 같은 느낌도 살짝 들지만 제일 잘 팔리는 것들이라니 믿어야지 뭐.

안 팔리면 반품하면 된다.


닉이 붙여준 엠마라는 사람과 함께 우리 매장으로 돌아왔다.

아예 헬륨가스통을 들고 왔다.


한쪽에 바리게이트를 치고 은박풍선(Foil balloons)에 헬륨가스를 채우고 있으니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멀찌감치 서서 구경한다.


처음엔 파티타운처럼 모두 천장에 띄울까 했다가 곧 마음을 바꿨다.

매장이 너무 높고 넓다.


진열대의 위쪽으로 줄을 길게 해서 2-3개씩 묶었더니 제법 볼만하다.


- 우와아아아!


막 매장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함성을 지른다.

어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거나 함께 함성을 질러주거나.

확실히 반응이 좋네.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물품 구매와 연결될지는 모르는 일.

지켜봐야지.


그 사이 막 출근한 이사벨라가 키체인들을 적절한 공간에 배치했다.

헨리포터 매직완드 모형의 키체인을 샘플처럼 가방에 달아놓으니 갑자기 가방의 품질이 좋아 보인다.

가방 밖에 다는 키체인은 장식품으로 몇 개월 못가서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보통 가방 안쪽에 달아둔다.


왜 그러냐고?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집에 갈 때 혼자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집에 혼자 있을 수 있는 권장나이는 보통 13살.

하지만 어디 사람 사는 게 그런가.

초등 1-2학년 때부터 스쿨버스에서 내려 혼자 집에 들어가는 아이들도 많다.


그럼 디지털 도어락을 달면 되지 않냐고?


내가 살던 2024년에도 미국은 디지털 도어락이 그리 대중화되진 않았었다.

해킹과 같은 보안 문제 때문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이 열쇠에서 바꿀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은 어떻겠는가.

이 동네는 거의 100%라고 봐도 될 정도로 열쇠꾸러미를 들고 다닌다.

하지만 아이들은 집 열쇠 하나만 있으면 된다.

키체인 없이 열쇠만 달랑 들고 다니면 십중팔구 잃어버리기에 키체인을 사는 거다.

한마디로 키체인은 필수품인 셈이다.


간혹 목걸이처럼 키를 목에 걸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지만 몇 번 범죄의 타겟이 된 적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방 안쪽의 작은 포켓에 집 열쇠가 달린 키체인을 보관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키체인이면 더 좋은 거고.


아무튼 곧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는 이들이 늘어난다.


굳이 파티타운에 가지 않고 한곳에서 쇼핑을 끝내려는 부모들이 더 자세히 본다.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쪽으로 비켜섰다.


그리고 그 순간,


- 짝!

- 흑.


누군가의 뺨이 찰지게 올려붙여지는 소리가 들렸고, 뒤이어 작은 흐느낌이 뒤따른다.

모두의 고개가 자동적으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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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마트에선 별별일이 1 NEW +2 6시간 전 48 12 13쪽
» 공조? 공조! 2 +2 24.09.18 96 12 13쪽
8 공조? 공조! 1 +4 24.09.17 122 16 12쪽
7 하찮은 놈들의 대결 3 +1 24.09.16 131 14 13쪽
6 하찮은 놈들의 대결 2 +1 24.09.15 140 13 12쪽
5 하찮은 놈들의 대결 1 +1 24.09.14 160 13 12쪽
4 기회 2 +2 24.09.13 165 12 14쪽
3 기회 1 +2 24.09.12 183 16 13쪽
2 진상 +2 24.09.11 201 13 15쪽
1 회귀 +4 24.09.11 217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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