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점원에서 CEO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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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흡입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11 00:46
최근연재일 :
2024.09.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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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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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선 별별일이 1

DUMMY

- #$%@#$%@^%&!!


낮은 톤이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살기어린 목소리로 조곤조곤 아이를 혼내는 엄마.

집중해서 들어보니 프랑스어다.

고등학교 때 프렌치를 배웠기에 대충 억양 정도는 알아듣는다.


빨갛게 부풀어 오른 뺨을 손으로 감싸 쥔 아이가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 제 엄마를 보다가 주위 눈치를 살핀다.

부끄러운 거지.


- $%^&*&$%^%#$@!!

- 끄덕끄덕.


그럼에도 훈육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다들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보통은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 경우 딱 잡고 화장실로 끌고 가거나 구석으로 데려가서 혼내는데 저 엄마는 주위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휘유. 나 어릴 때 생각나네.”

“왜? 너도 뺨 맞고 컸냐?”

“우리는 벨트지.”

“너도? 나도.”

“나도다.”


언제 왔는지 조가 옆에 와서 끼어든다.


“근데 벨트는 우리 세대에서 끝난 줄 알았는데 너희들도 맞았어?”

“그럼요. 어우. 그 찰진 소가죽이 살에 닿는 느낌은 지금도 아찔하다니까.”

“암. 몸서리가 쳐지지. 으으.”


나 지금과 똑같은 대화를 들은 적이 있다.


2015년도쯤이었을 것이다.

직장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도중 체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서로 터놓은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이 워낙 흥미로웠기에 꽤 오래 기억을 했다.


우리 같은 전형적인 미국 백인 가정은 아버지의 벨트가 체벌의 무기였다.

엄마들은 주로 손으로 엉덩이나 등짝을 후려치는 게 다여서 맞아도 별로 아프지도 않지만 아버지한테 잘못 걸리면 등짝에 벨트 자국 남는 거지.

5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해 0가 되어도 멈추지 않을 경우 아버지가 벨트에 손을 얹었고, 그 순간부터는 도망가봤자 소용없다고.

한국은 낭창낭창한 나무를 꺾어 만든 회초리라는 것으로 맞았다고 했고, 중국 쪽은 대나무를 많이 사용했다고 했다.

유럽 쪽은 손으로 뺨이나 머리를 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당시 거기 모인 사람들의 나이가 대략 30대 중후반에서 50대까지였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우리는 모두 각기 체벌을 받고 자란 걸 알고는 놀라워하긴 했다.


우리 아랫세대는 베이스먼트나 다락에 갇히는 체벌을 받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았지만 중부나 남부 쪽에서 온 친구들은 ‘아버지의 벨트’의 위력을 잘 알더라고.


아무튼 서로 맞고 자랐다는 걸 알고 나서는 각자 자기 나라 체벌 방식이 더 인간적인 거라며 우기기도 했었다.

암.

소가죽 벨트가 나무보다야 낫지.


요즘엔 미국도 체벌시 도구를 사용하면 무기를 사용한 것과 같다고 판단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손으로 뺨을 치는 정도는 크게 상관없어 한다.


실제로 2024년에도 오늘처럼 길거리에서 아이의 뺨을 치는 경우를 가끔 봤으니까.


아무튼 눈앞의 아이도 뺨 두 대를 연속으로 맞고는 결국 엄마 손에 이끌려 마트를 떠났다.


***


백투스쿨 첫 번째 이벤트는 성공적이었다.

물론 다른 동종업계의 다른 마트들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한 거 안다.

하지만 우리 파인트리 월드마트 매장만 봤을 때는 근래 3-4년 사이 이 정도의 성과를 낸 적은 없었다.



- 짝짝짝짝.


그래서 지금, 매니저와 부매니저들만 모인 미팅 자리에서 나는 박수갈채를 받고 있는 중이다.

삐딱선을 타던 테드조차도 열렬히 박수를 쳐 주더라.

역시 금융의 힘이란.


“이안. 덕분에 입사하고 처음으로 인센티브 받아 봤다. 고맙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고맙다.”


“하하. 네.”


지난 3주간, 평일은 대충 22%,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주말엔 거의 35%까지 매출이 증가했다.

홍보비용이나 파티타운에서 사온 것들을 모두 제하고 순이익만 따져도 18%가 넘는다고.

다른 매장에서 헐값에 사온 신발의 영향이 컸다.


사실 우리에게 떨어진 인센티브 금액은 얼마 안 된다.

이번에 받은 내 페이첵에는 평소보다 114불이 더 들어와 있었다.

다들 비슷할 거다.

매니저 정도 되어야 200불 좀 더 받으려나.

마트 일이라는 것이 연차가 쌓인다고 해서 그렇게 연봉이 확 높아지거나 하지 않으니까.


현재 우리 월드마트 부 매니저 평균 연봉은 4만불 선이다.

2주에 한번씩 페이첵을 받는데 이것저것 떼고 나면 1300불이 좀 안 된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기분인 것이다.


“매니저, 그런 의미에서 우리 파트타임 좀 더 뽑읍시다. 사람이 너무 없어요.”


“안 그래도 본사에 말해뒀어. 곧 허락이 내려오겠지.”


“맨날 인력 감축만 하다가 증력이라니 감회가 새롭네요.”


“아직 결정 안 됐어. 그러니까 이번 문구류 이벤트가 관건이겠지. 이안. 부탁한다. 너희들도 많이 돕고.”


“네. 당연하죠.”


미팅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직원들이 뿌려대는 공기가 훈훈하다.

각자의 페이첵이 평소보다 두둑하니 기분이 좋은 거지.

물론 우리보다 더 적은 금액일 거다.

시간당 계산이 되니 누구는 겨우 10불 정도일 거고, 누구는 50불 정도겠지.


그럼에도 처음 받는 인센티브에 다들 미소가 가득이다.

엄지를 치켜들거나 윙크를 날리고 가는 이들도 있을 정도.


일을 하면서 보람이 느껴진다는 게 이런 건가?

생소한 느낌이다.


잭이 와서 어깨동무를 한다.


“말라깽이 이안. 나 이제 뭐할까?”

“이제 문구류 배치해야지.”

“이번엔 전단지 안 붙이냐?”

“출근길에 이미 붙이고 왔다.”

“딱 한번만 하고 안한다며?”

“해보니까 반응이 좋은데 왜 안 해?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


그랬다.

혼자 가서 붙이려니 조금 멋쩍긴 했지만 지난번 반응이 괜찮아서 이번에도 커뮤니티 센터에는 붙였다.

간 김에 주변정리도 좀 하고.

센터 담당자가 좋아하더라.


이벤트 공간에 다시 바리게이트가 쳐 졌다.

주문했던 대부분의 물량들이 빠졌기 때문에 철수는 쉬웠다.


앞 번에는 사실 방관자나 다름없었던 조가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고, 잭은 필수품처럼 따라왔다.


“아니. 공간을 더 넓게 잡아야 한다니까요. 지난 미팅 때 말씀드렸잖아요.”


“알아. 아는데. 이안. 우리 이벤트 할 때마다 매번 36인치(약 91cm)로 잡았어. 본사에서도 이 사이즈를 규격으로 잡고 있고.”


“조. 그게요. 할로윈이나 발렌타인데이 때는 그 정도도 괜찮을 거예요. 근데 문구류 살 때는 기본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오잖아요. 가방이나 신발이랑 달라서 애들이 조금만 부딪혀도 다 떨어지고요.”


“...”


“이렇게 과목별로 분류를 해 놓아도 분명 못 찾고 몇 바퀴씩 도는 사람들 있을 거예요. 적어도 카트 2개랑 어른 한명, 아이 한명이 부딪히지 않고 지나갈 공간은 돼야 해요.”


“그래. 들어서 알긴 하는데 그렇게 하면 진열공간이 확 줄어들어. 진짜 지우개나 풀, 테이프 같은 것들은 전에 말한 대로 할 거야?”


“네. 이쪽 통로에 이렇게 (끄응) 일렬로, 박스 간 간격은 2피트(약 60cm)로 주욱- 늘어놓으면 돼요. 애들 눈에도 확 들어오고, 직관적이고. 좋잖아요.”


“가격도 일괄적이고?”


“네. 모두 99센트요.”


사각지우개 2개 묶음, 펜슬탑지우개 5개 묶음, 연필 12개들이 한 통, 유리테이프 2개 묶음, 스테이플러, 딱풀 3개 묶음, 색연필 한 통... 등등 일반적으로 학생들이라면 꼭 필요한 문구들.


가격은 모두 99센트로 통일.

박스 디스플레이를 하기로 했다.


커다란 박스를 세 면으로 나눠 한쪽 면은 지우개, 한쪽 면은 연필, 한쪽 면은 볼펜으로 나눠 넣는 거다.

물건들은 묶음으로 되어 있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도 바로 알 수 있고, 아이들이 고르기도 쉽다.


가격도 모두 통일이라 지우개 칸에 테이프가 섞여 들어가 있어도 사실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를 한 후 쓸모가 다한 박스는 재활용통에 버리면 된다.


내가 매니저들 미팅에서 이걸 제안했을 때 모두 벙쪄했었지.


“하아. 이안. 이건 진짜 듣도보도 못한 진열방식이다. 진짜 괜찮을까?”


“이안. 이건 나도 좀 걱정이 되긴 해. 직원들이야 편하긴 하겠지만.”


실제로 이건 2020년 즈음부터 시작되는 진열방식이다.

그 전까지는 지우개든 연필이든 진열대에 세심하게 배치를 했고, 흐트러지면 직원들이 가서 계속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코비드가 한참이었던 2020년 여름에 달마트에 갔을 때 이런 식으로 되어 있어서 참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괜히 필요 없는 볼펜도 한 묶음 사 봤고.


“걱정 마세요. 다들 좋아할 거예요. 지금도 영화 시디 같은 건 이렇게 팔잖아요.”


“그거랑 같냐? 그건 철 지난 것들 재고 떨이 하는 느낌으로 파는 건데?”


“이것도 그런 느낌으로 가는 거예요. 떨이 느낌으로다가.”


“흠. 근데 확실히 세트로 막 이렇게 던져져 있으니까 싼 느낌이 있기는 하다. 부담스럽게 5-6개씩 묶인 것도 아니고 딱 필요한 만큼 묶여 있어서 손이 가긴 할 것 같아.”


- 툭툭.


걱정을 하면서도 우리의 손은 바쁘다.


딱풀을 가져와 해당 박스에 그대로 부어버린다.

가격이 저렴하기에 고객들은 쉽게 카트에 집어넣을 것이다.

이런 작은 것들이 모이면 꽤 큰 금액이 되는 것도 망각한 채.


50불 이상 사면 5불 크레딧을 주는 것도 계속 유지 중이다.

5불이라는 돈이 꽤 마음을 넉넉하게 해 주거든.


중간중간 교사들이 해마다 학부모들에게 도네이션 해 달라고 부탁하는 곽티슈나 손세정제 같은 것들도 배치했다.

이런 것들은 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준비하는 것이라 소심하게 평소보다 가격을 12센트 올렸다.


1단계 이벤트에서 제일 잘 팔렸던 가방들도 몇 개만 추려 중간중간 배치하는 걸 잊지 않았다.

가격은 처음보단 1.25불 정도씩이 올랐다.

늦게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사 갈 것이다.

달마트나 토깃보다는 여전히 싸거든.


“와우.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짓이야?”


닉과 존슨이 손에 헬륨가스통과 풍선들을 들고 들어오다가 깜짝 놀라한다.

오늘 우리가 백투스쿨 2단계 이벤트를 위한 진열을 한다고 했기에 일부러 구경 온 거다.


“지우개 안 필요하냐?”

“진짜 이렇게 해 놓고 팔려고?”

“닉. 근데 이거 좀 묘하다. 막 사고 싶어. 넌 안 그러냐?”

“존슨. 네가 이런 게 왜 필요해?”

“우리 곧 학교 가잖아. 나 연필이랑 지우개 필요해. 공책도 필요하고.”

“...”


아. 깜빡했네.

애들도 곧 나랑 같이 대학 간다.


“일단 지금은 안 팔아. 필요하면 내일 와.”

“그냥 하나 주면 안 되냐?”

“너네 재고 많지 않냐? 지우개도 있을 텐데?”

“...풍선은 가스 다 넣어둘까?”

“그래주면 좋지.”

“오케이. 키체인은?”

“저 주세요.”


막 출근한 이사벨라가 냉큼 받는다.

이사벨라는 아이들이 많아 파트타임을 고집했는데, 이제 막내가 3학년이 된다며 내년부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싶다고 요청을 해 둔 상태.

나름 일을 잘 하는 편이라 매니저는 바로 이번 달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건 어떠냐고 했지만 바쁜 연말 시즌은 피하고 싶다고.

애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싶더라.


“이안, 잭. 그럼 내일 저녁에 한잔?”

“페이첵 대신인 거냐?”

“안될까?”

“되지 왜 안 되겠냐. 그러자.”

“오케이!”

“난 차 두고 갈 거야. 각오해라. 4잔 마실 거라고!”

“잭. 그러다 술꾼 된다.”


닉이 슬쩍 떠봤는데 내가 바로 오케이를 하니 존슨과 둘이 주먹을 허공에 날린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우리들이다.

아무리 내기라지만 친구 놈 2주 페이첵 받아서 뭐하겠나.


이미 이벤트 첫날, 본인들이 내기에 패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기에 그 동안 우리 비위를 잘 맞춰 준 놈들이다.

지금처럼 키체인이나 풍선 같은 것들도 꼬박꼬박 잘 챙겨주었고.


언제 본인들이 진 것을 시인하나 했는데 오늘 하네.


이렇게 실력을 놓고 건 내기에서 이긴 적은 살아생전 처음이다.

기분이...째진다.


***


8월 중순.

백투스쿨 2단계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 와아. 이게 뭐야?

- 엄마. 엄마. 나 이거.

- 아빠. 나 테이프도 필요해.

- 집에 있잖아.

- 거의 다 썼다고. 이거 99센트야. 일라이도 같이 쓰면 돼.

- 하나 집든지.

.

.

.


예상대로다.

통로에 주욱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박스로 아이들이 모인다.

박스의 높이는 대충 6살 아이의 가슴 정도까지 오는 3피트(대략 90센티).


저기 아래에 있는 것들은 아예 머리를 처박고 보물찾기 하듯 찾아낸다.


부모들은 힐끗 눈을 돌려 가격표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작전 성공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는 동안 매출은 급격한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


“좋냐?”

“어. 넌 안 좋냐?”

“나도 좋지.”


잭과 함께 흐흐거리며 고객들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헐레벌떡 튀어와 내 팔목을 잡는다.

뭔...사람이 이렇게 겁에 질린 눈동자로...


“도. 도와주세요! 우리 애가, 우리 애가 없어졌어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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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회 2 +2 24.09.13 171 12 14쪽
3 기회 1 +2 24.09.12 188 16 13쪽
2 진상 +2 24.09.11 205 13 15쪽
1 회귀 +4 24.09.11 226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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