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성우가 연기력으로 다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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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깡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11 12:00
최근연재일 :
2024.09.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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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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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로만 연기하는 배우

DUMMY


살다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 일어나곤 한다.

부모가 이혼하자마자 애를 버린다거나.

카메라 공포증이 있는 놈이 연기를 좋아한다거나.

우리 이모가 아직도 결혼을 못했다든가.


그리고.


[ㅁㅊ 소름돋았다 진짜

그냥 알고리즘에 뜨길래 봤더니 연기력 무엇? ㄷㄷ

목소리 강약조절 ㅁㅊㄸㄹ ㅁㅊㄷ;;

와 이 애니 진짜 좋아하는데

이거 더빙판 나옴?? 정식 더빙판임??

ㄴ ㄴㄴ 팬더빙인데 이정도 퀄임ㅋㅋ]


대중들이 내 연기를 보고 감탄과 극찬을 쏟아낸다든가 하는 일이 말이다.


“······꿈인가?”

“꿈 아니야, 이 등신아.”


퍼억!

덕수 녀석이 내 등짝을 때렸다.


“현실이라고, 현실!”

“근데 등짝은 왜 때리냐?”

“보통 현실이 꿈처럼 느껴질 때의 클리셰 있잖아. 볼 한 번 꼬집어달라는 거.”

“그럼 볼을 꼬집어야지 왜 등짝을 때리는데?”

“그냥, 때리고 싶어서?”


이 새끼가.

그러나 방금 그 등짝 스매쉬로 똑똑히 깨달았다.

이건 내가 매번 꾸던 그 허황된 꿈이 아니라.

진짜 현실이라는 것을.


“그래, 난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덕수 녀석이 갑자기 그리 말하는 이유는.


[연기력은 쩌는데 편집이 아쉽네···

연기는 잘하지만 편집은 못하지 뭐 이런 건가봄

음성이랑 화면이 잘 안맞는데 믹싱이 좀 이상한듯??

정식 더빙판 아닌 이유 : 편집퀄이 개판임ㅋㅋㅋ]


덕수의 편집을 비판하는 몇몇 댓글이 있었기 때문.


“악플은 보지 마. 좋은 얘기도 많구만.”

“너에 대해선 좋은 댓글밖에 없으니 그런 소리가 나오지.”

“5년 전에 가장 욕을 많이 먹은 배우가 누구일 거라 생각하냐?”

“······미안하다.”


정말 그땐 오지게 욕을 많이 먹었지.

그런데 5년 뒤, 지금은 욕이 아닌 칭찬 세례가 달린 것을 보니 믿기질 않는다.


“근데 덕수야. 이게 말이 되냐?”


내가 처음으로 출연했던, 즉 데뷔작이었던 미니 시리즈의 시청률은 4%였다.

솔직히 시청률은 퍼센테이지로 나오고, 산정 방식도 직관적이지 않아서.

그게 어느 정도의 수치인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넙튜브의 경우 조회수가 바로 숫자로 찍히니 바로 체감이 되었다.

심지어 이건 작품도 아니고, 순수히 내가 연기한 장면만 업로드한 것 아닌가?

그걸 무려 5만 명이 넘게 본 것이다.


“이게 왜······?”


그래서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구독자 하나 없는 채널이, 이게 가능한가?


“알고리즘 제대로 탄 것 같다. 가 나온지는 1년이 넘었지만, 그래도 아직도 인기 많은 작품이니까. 하지만 진짜 대단한 거지. 팬층이 두터운 작품이고, 원작 골수팬들도 많아서 팬더빙 같은 건 좋은 평을 못 듣는데 말이야!”


덕수의 목소리가 멀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내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고 있는 탓이리라.


내게 있어 ‘대중들에게 연기를 보여준다’는 행위는 반드시 카메라를 통해야만 했다.

당연하다. 더블제이 엔터에서 그렇게 가르쳤으니.

연극이라면 모를까, 내가 지망하던 것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이었으니까.


그러니 설마 내 연기를 보고 대중들이 감탄하는 일이 생길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던 것이다.


그럼 설마.

다시 한 번 연기로 먹고 살 길이 열리는 걸까?


“······이거 수익 창출은 안 되냐?”

“되겠냐? 당연히 저작권 때문에 불가능하지.”


하긴.

여지껏 5년 간 내가 해온 건 기존 작품들에 내 음성 연기를 덧입히는 작업들.

넙튜브에 올려봤자 돈벌이는 불가능하다.


“근데 넌 이걸 보고 무슨 돈 생각부터 하냐? 돈미새냐?”

“그래야 이모를 호강시켜주든, 빚을 갚든 할 거 아니야.”


그걸 듣고선 덕수도 입을 다물었다.

이모가 날 위해 평생 고생한 만큼, 내 연기를 통해 그에 보답할 길이 열린다면 좋겠다.


“흐음. 네 연기력을 보고 캐스팅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럴 확률은 희박해. 진짜 애니메이션 더빙해서 먹고 살고 싶으면, 공채 성우가 되는 수밖에 없지.”

“성우?”


덕수의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어떻게 성우를 해.”

“왜? 성우가 만만해? 배우를 하던 내가 성우를 할 수는 없지! 이런 마인드?”

“아니, 그 반대야. 결코 만만한 직업이 아니니까.”


성우에 대해 내가 모르는 게 아니다.

지난 5년 간, 방구석에서 한 연기들은 모두 더빙 작업이라고 볼 수 있으니.


성우는 무려 연기자 직군 중 유일하게 공채 제도가 존재하는 직업이다.

각 방송사에선 시기가 되면 전속 성우 모집 공고를 내는데.

그 중 선택받은 극히의 일부만이 대한민국에서 정식으로 ‘성우’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배우보다 훨씬 어려운 직업이 바로 성우야.”


괜히 배우들 데려다가 더빙을 시키는 작품들이 망하는 게 아니다.

배우에게 연기를 시켰는데 결과가 안 좋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만큼 ‘음성 연기’는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뜻이다.


“즉, 성우는 배우로서도 실패한 내가 함부로 건들 분야가 아니라는 거지.”

“그런가? 하지만 이번에 올린 영상은 애니메이션이고, 네가 한 건 더빙이잖아.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극찬을 하고 있고.”


덕수의 말이 마냥 의미없는 소리는 아니었다.

실제로 댓글에.


[현직 성우세요?

ㄹㅇ 톱클래스 성우가 심심풀이로 녹음해서 찍어올린 거 아님?

근데 나 n년차 성우덕후인데 이런 목소리는 처음 들어봄···

빨리 데뷔해주세요 ㅠㅠ]


그런 이야기들이 많았으니.

나 혼자 방구석에서 녹음한 수많은 음성 파일 중 하나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니.


“야, 덕수야.”

“왜?”

“영상 몇 개만 더 만들어줄 수 있냐?”


비록 수익은 낼 수 없어도.

좀 더 가능성을 보고 싶었다.

다른 장르, 다른 연기를 업로드해도 지금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까?


“그럼 뽀찌 좀 떼주냐?”

“수익창출 안 된다며.”

“그럼 나보고 무료 노동을 하라고?”

“나 몰래 연기파일 뿌렸으면 그 대가를 치뤄야지.”

“개새끼야. 신경 안 쓴다며!”

“5만 명 넘게 봤는데, 이제 신경 안 쓰이게 생겼냐?”


어쩌면, 카메라 앞에 서지 않고도.

대중들에게 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



*


저녁 늦게 도착하니.

고소한 냄새가 집안에 진동하고 있었다.


“오, 우리 우현이 왔어? 얼른 앉아. 아직 저녁 안 먹었지?”


식사 당번은 내 몫이라 이모가 밥을 차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가뜩이나 일 때문에 피곤한데, 당연히 내가 해야지.

그래도 가끔은 기분을 낸다며 이모가 직접 나설 때가 있는데, 그게 오늘인 모양이다.


“근데 이모? 웬일로 소고기 반찬이에요?”


아무래도 살림살이가 팍팍하다보니.

소고기는 정말 특별한 날, 즉 생일에나 먹을 수 있는 특식의 개념이었다.


“놀라지 마. 이번엔 무려 호주산도 아니고 한우를 사왔단 말씀.”

“보너스라도 탔어요?”

“그건 아닌데, 기쁜 날이잖아.”


호호 웃으며 고기를 그릇에 담는 이모.

이후 차려진 것은 제법 푸짐한 저녁상이었다.


“자, 이모가 준비한 저녁밥상 맛있게 먹으렴.”

“반찬은 다 제가 한 건데요. 김치도, 나물도 제가 무친 거고. 밥도 제가 아침에 지었고.”

“어허. 제일 중요한 한우를 이 이모가 사오고, 직접 굽지 않았느냐.”


그리 말하니 할 말은 없네.

그렇게 우리 둘은 오랜만에 한우를 실컷 먹었다.

비싼 게 좋긴 좋더라. 아주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그래서, 무슨 일로 한우까지 사온 거예요?”

“흐흐. 덕수한테 들었어. 네가 연기한 걸 편집해서 올렸더니 조회수가 대박났다며? 이모 지인들 톡방에 네 연기 영상 링크 공유해뒀어.”

“······이모, 제발. 빨리 그 톡 지워버려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수치심이 밀려든다.

아니, 그걸 왜 단톡방에 올리냐고.


“왜? 우리 멋진 조카님 연기 세상 사람들이 다 들어야지. 거봐, 이모가 말했지? 넌 연기를 해야한다니까. 이 이모가 사람 보는 눈이 틀린 적이 없어요.”


하지만 저렇게 좋아하는 이모 얼굴을 보니.

또 뭐라 하기도 그렇고.

결국 난 한숨을 내쉬며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저도 덕수한테 들었어요. 제 연기 파일 넘겨준 게 이모라면서요?”

“그래, 그게 유일하게 걸리는 점이었지. 혹시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먼저 물어봤으면 됐잖아요.”

“네가 언제 그런 녹음 한다고 말이나 해준 적이 있니? 물어봐도 아니라며 잡아뗄 것 같아서.”


하긴.

방구석에서 혼자 녹음을 하면서도, 한 번도 이모에게 들려준 적이 없다.

아니, 아예 녹음하고 있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지.

한 때 실제 배우로 TV 드라마까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이모는 나를 매우 자랑스러워했는데.

방구석에 틀어박혀 녹음하는 모습을 보면 실망할 것 같아서.


“진즉 좀 들려주지 그랬니? 이모 서운하게.”


하지만, 이모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결국 내 자격지심 때문이라는 것.


“미안해요.”

“오케이, 그럼 서로 미안하니까 쌤쌤으로 치는 거다?”


그리 말하며 호탕하게 웃는 이모.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내가 제법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모 덕분이다.

아마 엄마, 아빠보다 이모한테서 더 큰 영향을 받았을 거다.


“근데 넙튜버들은 조회수 잘 나오면 돈 많이 번다며? 그럼 너 그걸로 돈 벌 수 있어?”

“······못 벌어요. 저작권 때문에 수익창출이 안 된대요.”


음.

내가 이모 조카긴 한 모양이다.

이모도 다짜고짜 저렇게 묻는 걸 보면.


“아아악! 돈 벌 수 있을 줄 알고 오늘 한우 사온 건데!”


그 얘기를 듣고 머리를 쥐어뜯는 이모.

이제야 오늘 사치의 이유가 밝혀졌다.


“우현아. 이모가 살아오면서 느낀 거지만, 돈이라는 건 말이지. 이 세상이 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인정이야.”

“네?”


그리곤.

갑작스레 이모의 인생 강의가 시작되었다.


“속물이라고 말해도 상관없어. 이모는 네가 연기를 하면서 돈을 받으면 좋겠다. 그 말은 즉, 네 연기가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거니까.”


그러곤 한우 포장지에 찍힌 가격을 보며 울상을 짓는 이모.


“그러니 연기를 하고, 돈을 받아서 그걸 네가 몸소 느꼈으면 좋겠어. 네 연기가 얼마나 훌륭한지 말이야.”


들었을 때는 그냥 헛웃음이 나왔지만.

곱씹을 수록 묘한 여운이 남는 말이었다.

그날, 늦은 밤.

나는 녹음을 하는 대신 성우에 대해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바로 사전적 정의.


“성우. 목소리로만 연기하는 배우. 영화의 음성 녹음이나 라디오 드라마 따위에 출연한다.”


목소리로만 연기하는 배우.

그 말은 즉.


“카메라 앞에 설 필요가 없는 배우······.”


비록 카메라 공포증을 가진 등신 같은 놈이지만.

그럼에도 대중들에게 내 연기를 보여주고 싶고, 캐릭터에 온전히 빠져들어 표현해내고 싶다.

방구석에서 녹음만 하는 백수의 삶이 아니라.

세상을 구하는 용사, 감정 없는 사이코패스, 절절한 사랑을 하는 로맨티스트.

그들의 삶에 들어가,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내고 싶다.


“목소리를 통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내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


잊고 살았다.

연기를 해낸 뒤, 사람들이 내게 보내는 시선.

그게 바로 연기자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카타르시스라는 것을.

감탄, 감동, 환희······그 모든 희노애락.

나는 캐릭터에 이입하고, 대중들은 그런 나를 보며 이입하는 바로 그 순간 느껴지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뭐.

비록 나는 카메라 공포증이라, 소속사 월말 평가 때나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정작 정식 데뷔작에선 욕만 오지게 먹었지만.


“지금은······.”


다시 넙튜브 채널에 들어가봤을 때.

조회수는 1만이 더 올라있었다.

댓글도 수십 개가 더 달렸고.


[다른 연기도 보고싶어요 ㅠㅠㅠㅠㅠ

다른 장면도 더빙해주실거죠??

다음 영상 나올 때까지 숨참음 흡

ㄴ 주님...이렇게 한 명이 또 갑니다

최고의 아이 더빙하면 꼭 이 사람이 주연 해야함 ㄹㅇ]


사람들이 나의 연기를 갈구하고 있다.

그러나 넙튜브에 연기를 업로드하기만 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

그렇다면.


“당장 가장 가까운 성우 공채 시험은······한달 뒤.”


진짜 성우가 되는 수밖에 없다.

다만 시험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배우로도 실패한 내가 과연 성우 공채에 뽑힐 수 있을까?


온갖 고민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이거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이모의 반응, 그리고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뭐라도 하고 싶어 근질거린다는 것을.


“어?”


그때.

내 눈에 들어온 한 가지 게시물은.


[제19회 한국예술진흥대학 주최 외화더빙대회

심사위원 - 성우 남국민]


내 실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선유도에 위치한 ‘플레이 어택’ 녹음실.


“흐음.”


사운드 엔지니어 장호중은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귀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은 상태.

영상이 끝나도 다시 재생시키기를 여러 번.


“도무지 누군지 모르겠는데.”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바로 며칠 전, 일루닉게임즈 측에서 보여주었던 바로 그 영상.

팬더빙 영상이었다.


그때.


“엔지니어님?”


누군가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정신을 차리 고개를 돌렸을 땐.

60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그의 곁에 서 있었다.


“앗. 안녕하십니까, 성우님!”


장호중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고.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하하. 다른 일을 하고 계셨나봅니다. 인기척을 전혀 못 느끼시던데.”

“죄, 죄송합니다. 이어폰을 꽂고 있어서.”

“아뇨, 제가 좀 일찍 도착하기도 해서. 제가 방해를 했나봅니다.”


사운드 엔지니어 장호중이 극진히 대하는 이 남자.

그는 바로 원로 성우이자, 외화 더빙의 전성기를 풍미했던 스타.

지상파 방송국인 SBC의 성우극회 15기 성우 남국민이었다.

원로이자 아직까지도 활발히 활동 중인 그는, 매번 녹음실에도 일찍 도착하는 등.

성실함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존재였다.


“아닙니다! 제가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했는데. 오늘 나레이션 녹음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 때문에 온갖 성우들과 모두 작업하는 사운드 엔지니어들도 남국민을 매우 존경한다.

장호중이 이렇게 깍듯이 대하는 게 그 증거.


“하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뭘 그리 보고 있었어요?”

“그게, 요즘 넙튜브에서 좀 핫한 영상이 있어서요. 혹시 성우님께서도 보셨습니까?”


그리 말하며 남국민에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는 장호중.

곧 제목을 확인한 남국민이 가재눈을 하며 말했다.


“흐음. <최고의 아이>는 우리나라 더빙판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맞습니다. 팬 더빙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정식은 아니고 그냥 넙튜브 업로드 용인 것 같습니다.”

“조회수가 꽤 높군요. 연기를 꽤 잘했나봅니다. 아니면 개그 영상?”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곧 장호중에게서 이어폰을 받아든 남국민.

잠시 후.


“혹시 후배 성우들 중에 이런 목소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장호중이 묻자.


“없습니다.”


남국민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요즘 후배들 중에서도 이런 연기력과 음색, 발성을 갖춘 성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이어 나온 것은, 남국민의 극찬.


“대체 누굽니까? 엔지니어님께선 언더 성우들과도 작업을 많이 하실 텐데.”

“저도 모르겠습니다. 칭찬엔 인색하신 남국민 성우님께서 그리 말씀하실 정도면, 확실히 프로급인 건 확실하다는 건데. 너무 궁금해서 지금 녹음실마다 연락을 돌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군요.”


성우 업계, 그리고 사운드 관련 업계는 은근 좁다.

성우들은 여러 녹음실을 다니며 녹음을 하고, 녹음실들은 서로 성우 관련 연기 자료를 주고 받거나 추천을 받곤 하니까.

즉,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있는 셈.

그런데도 찾을 수 없다는 건.


“저도 궁금해지네요.”


장호중의 대답을 들은 남국민이 턱을 쓰다듬었다.

매우 흥미가 동한 눈빛이었다.


“저도 후배들에게 한 번 물어봐야겠습니다. 혹시 제가 모르는 신인이 들어왔을 수도 있으니까요.”


당사자인 성우현은 알지 못했다.

녹음실, 그리고 프로 성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연기와 목소리가 널리 퍼져가고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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