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성우가 연기력으로 다 씹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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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깡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11 12:00
최근연재일 :
2024.09.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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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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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브라보!

DUMMY

호명에 따라 단상 위로 올라오는 남자를 보며.

박하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릿 속 의문을 해소하려 노력했다.



‘성우현, 성우현. 어디서 들어봤더라?’ 아, 맞다. 넙튜브 채널 [성우 현의 소리]!’



‘성우 현의 소리.’

성우 지망생들 사이에서도 해당 영상, 더 나아가 해당 채널은 매우 핫했다.

지망생들 사이에서도 프로가 더빙한 거다, 아니다.

온갖 소리가 다 나올 정도였으니.


‘<최고의 아이> 팬더빙. 그건 내가 본 더빙 연기 중 제일 또라이 같았어.’


하지만 이후 올라온 영상들을 보고선.

그냥 실력있는 지망생들이 모여 새로이 더빙팀을 만든 것이라 추측했다.

박하연도 그에 동의했다.


‘아무리 변성이 좋다고 해도 이렇게 감쪽같을 순 없을 거야.’


남자가 그렇게 여자 목소리를 감쪽 같이 잘낸다?

성우를 지망하고 있는 박하연으로서,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채널이 개인이 아닌 팀이라는 추측이, 박하연을 더 괴롭게 만들었다.


‘세상에는 아직도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하아. 성우는 그런 사람들이 하는 거겠지.’


즉, 그런 사람들과 경쟁해야하는 것이 바로 성우 공채일 테니 말이다.

더더욱 의욕이 꺾이기 시작하는 박하연이었다.


뭐.

그래도 지금 대회에선 논외일 것이다.


‘설마 그 사람들이 이 대회에 나오진 않았겠지.’


채널 ‘성우 현의 소리’와 저 성우현이라는 남자가 관계가 있을 확률이 높아봐야 얼마나 높겠나.

단지 우연일 것이다.


“아, 안녕하십니까! 성우현입니다.”


성우현이라는 남자는 단상에 올라오자 말까지 더듬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누가 봐도 매우 긴장했다는 게 보일 정도.


‘귀엽네. 나이도 꽤 어려보이는데.’


거의 2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고.

아무래도 이런 대회에 나와본 것이 처음인 모양이다.


‘얼굴 보니 배우해도 될 것 같은데.’


성우현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아니면 저 귀엽고 풋풋한 태도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잘생겼기 때문인지.

여태 심드렁하던 박하연의 눈동자에 흥미가 가득해졌다.

과연 저 성우현은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긴장해서 못해도, 생각보다 잘해도. 어느 쪽이든 재미있을 거 같은데.’


그런 와중.


“성우현 씨. 준비한 작품은 무엇입니까?”


심사위원인 남국민이 물었다.


“그, 그게.”


그러자 성우현이라는 사람은 제법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숙이고, 손을 꼼지락 거리는 것이 영락없는 초짜이자 자신감 없는 연기자의 전형.


‘저 모습만 봐도 아무리 봐도 그 넙튜브 채널이랑은 관련 없을 거 같아.’


저 소심한 남자가, 그 넙튜브 영상 속 미친 연기력을 뽐내리라곤 상상도 가지 않았다.

목소리도 제법 평범한 편이고, 인상적인 음색은 아니었다.

그저 잔잔히 듣기 좋은 목소리 정도?


‘그래도 발성이랑 발음은 잡혀있는 거 같네. 저렇게 덜덜 떨고 있는데도 기본기가 느껴져.’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

그래서인지 박하연은 성우현이 선택한 외화가 무엇일지 더 궁금해졌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을 듣는 순간.


“<파놉티콘>입니다.”

“······.!”


대회장에 웅성거림이 일었다.

그리고 그 동요는 당연히 박하연 역시 느끼고 있었다.


‘잠깐만. 저건 귀엽다고 봐줄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영화 <파놉티콘>.

20년 전 할리우드에서 만든 명작 영화로.

살인죄 누명을 쓰고 미국 최악의 교도소라 불리는 파놉티콘에 수감된 주인공 토마스가, 자신의 머리와 정치력을 이용해 파놉티콘을 탈옥하는 모습을 담아낸 영화다.


물론, 단지 그뿐이라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술렁이지 않을 터.

그렇다면 왜 이렇게들 난리인가?

그 이유는 바로, 이 <파놉티콘>이라는 작품이 한국 외화 더빙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작품이기 때문.


‘무려 남국민 성우님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외화 더빙계의 레전드라 불리는 작품인데?’


그리고 지금 이 대회의 심사위원이 바로 남국민 성우, 본인 아닌가?​


게다가 남국민은 <파놉티콘>에서 주인공을 맡은 이후.

해당 주인공 배우인 라이언 저그넛의 전담 성우가 되어 외화 여러 편을 더빙했다.

아직도 적지 않은 팬들은 라이언 저그넛의 목소리=남국민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

그런 확고한 위상을 가진 작품, 그리고 배역을 연기한다니?


‘심사위원이 직접 더빙해 외화 더빙의 한 획을 그었던 작품을, 여기 대회에서 라이브로 연기한다고? 솔직히 말해서 자살행위에 가까운데?’


지망생에 불과한 박하연조차 그리 평가할 정도.

그러나 정작 남국민 본인은.


“<파놉티콘>이라. 좋네요.”


놀라지도 않고, 동요하지도 않으며.

인자한 미소를 띤 채 성우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연기로 보여줄 부분은 어떤 장면인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네, 넵! 주인공 토마스가 탈옥에 성공한 직후 장면입니다.”


심지어 저 성우현이 더빙해보겠다고 나선 장면은.


‘대사 한 줄 없이, 오로지 호흡 연기만 있는 장면이잖아.’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탈옥 직후의 씬.

주인공 토마스가 마침내 탈옥에 성공하여 바깥 공기를 한껏 음미하고.

잡초, 모래, 돌멩이 따위를 어루만지며 웃고, 흐느끼고, 소리지르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 장면엔 대사 하나 없고, 모든 걸 호흡을 통해서만 표현해야 한다.


‘너무도 어려운 장면. 그래서 그걸 완벽히 해낸 남국민 성우님이 극찬을 받았던 장면.’


프로 성우들도 어려워하는 게 바로 대사 없는 호흡 연기인데.

그걸 저 벌벌 떠는 풋내기 지망생이 해보겠다고 나선 건가?


‘진짜 초짜인 모양이네. 성우 학원도 안 다니고, 이제 막 연기 시작한 애.’


그게 바로 박하연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대담함을 넘어, 무식해보이는 일을 할 수는 없으니.


“네. 그럼 준비되시면 시작이라고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성우현을 바라보는 박하연의 시선은 또 바뀌었다.

이제는 저 우둔한 바보가 어떤 연기를 펼칠지, 그리고 어떤 망신을 당할지.

벌써부터 공감성 수치가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후우.”


성우현이라는 남자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체 저렇게 긴장하는 사람이 남국민 성우 앞에서 <파놉티콘> 더빙을 선보일 생각은 어떻게 한 건지 모를 노릇.

그렇게 성우현이 숨을 고르길 몇 분.


“시작하겠습니다.”


성우현이 그리 말하는 순간.


‘음?’


박하연은 흠칫 놀랐다.


‘갑자기 눈빛이랑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졌는데?’


그에 놀라는 것도 잠깐.

커다란 스크린에서 옛날 영화 특유의 저화질 느낌이 풍겨오기 시작했고.

탈출 장면 특유의 천둥, 빗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성우현이 입을 열어 연기를 시작했을 때.


“······!”


대회장은 순식간에 영화 속 파놉티콘, 그 자체가 되었다.​


*​


사실, 엄청 긴장됐다.

다시 사람들 앞에서 실시간으로 연기를 하는 것이.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 느껴지는 사람들의 시선.

내 앞에 계신 남국민 성우님.

거대한 스크린까지.

입을 떼기 전까지도 그냥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실패한 배우였다지만.

‘발연기로 작품 말아먹을 뻔한 신인 배우’ 소리를 들으며 악명이 높았다.

즉, 부정적 인지도가 높았다는 소리.


5년이 지난 지금.

이 아트홀에 있는 수많은 사람 중, 누군가 날 기억하진 않을까?

그런 두려움에 심장이 쿵쾅거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제법 긴장한 채로 단상 아래를 쭉 둘러보았는데.


“······.”


그 누구도 ‘배우 성준‘을 기억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게 관심도 없었다.

왜냐하면 심사위원, 그리고 참가자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관심은 내가 아니라 ‘화면’에 집중되어 있었으니.


그래.

더빙은 화면과 소리가 얼마나 잘 붙어 어우러지는지를 보는 것.

연기하는 사람을 구경해야할 이유는 없다.

그러니 더더욱, 카메라가 존재해야할 필요성이 없다.


사람들에게 내 연기를 보여줄 수 있지만.

사람들이 나를 보진 않는다.


“······!”


그 사실을 깨닫자.

온몸에 짧은 전율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하아.”


배우 성준이 아닌, 방구석 백수 성우현도 아닌.

<파놉티콘>이라는 작품의 토마스가 되어 작품에 온전히 녹아들기 시작했다.


*


파놉티콘에 억울하게 수감된 남자.

토마스는 젖먹던 힘을 향해 하수구를 기어간다.

그러다 갑자기 치밀어오르는 구역감.


-하아. 흐윽, 읍. 우윽······.


토마스는 이 파놉티콘에 수감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회에서 엘리트 계층이었다.

그런 자신이 이런 냄새나고 역겨운 하수구의 오물을 뒤집어쓰며 기어가야 한다니!

그 굴욕감이 벌레처럼 온몸을 기어다니는 기분.


그러나.


-흐으, 흐으···.어?


멀리서 들려오는 빗소리와 천둥소리.

그리고 끝이 보이는 터널.

이에 토마스의 눈에 안광이 깃들기 시작한다.


이 지옥같은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

자신을 엿먹이고, 누명을 씌워 감옥에 보낸 놈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

빼앗겼던 자유를 다시 되찾을 수 있다.

그에 대한 기대감이 토마스의 얼굴에 깃들기 시작했다.


-흐윽, 으으으. 흡, 후우, 하아.


벌써 탈출에 성공한 것처럼 얼굴에 혈색이 돈다.


-흡, 끄읍, 흡.


그러나 이어 그는 입을 다물고 숨을 죽인다.

이미 몇 번이고 탈옥에 실패했던 토마스다.

끝의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숨을 죽이고 조용히 빠져나가야만 했다.


-읍, 흑, 윽, 흐읍.


그렇게 입을 다물고 처절하게 기어가는 토마스.

온갖 오물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바깥의 빗물 하수구로 흘러들어와 그를 조금이나마 씻겨주고 있다.


-후욱, 후욱, 후욱, 후욱, 후욱!


끝이 다가온다는 걸 직감할 수록.

토마스의 숨은 점점 더 거칠어진다.

그가 내뱉고 있는 숨은 흥분을 넘어 광기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하수구의 끝이 보이는 순간.


-흐읍!


토마스는 단숨에 몸을 내던졌다.

철푸덕, 소리와 함께 들리는 것은.

그저 멀게만 느껴졌던 빗소리, 그리고 천둥소리.


-하아, 허억, 흐윽, 하아, 하아······.우웩, 우웨에엑!


몇 시간 동안이나 하수구를 기어왔던 토마스다.

그를 빠져나온 뒤에는 전력질주한 육상 선수처럼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여태 참았던 하수구의 악취에 대한 반동이 밀려오는지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웩, 우웩······.씁, 하아. 하아. 하. 하아.


그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매우 낮았던 파놉티콘의 천장과는 달리.

먹구름에 비도 오고, 천둥도 치지만.

끝없이 넓은 하늘이 그를 반겨주고 있다.


-하아, 하아, 허억, 흐으.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토마스.

그리곤.


-흐으, 흐흐. 하아, 흐하, 흐하하. 으흐흐흐하하!


그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광기에 가까운 웃음소리.

토마스는 두 발을 쫙 벌리며 자신이 쟁취해낸 자유를 맛보았다.

그리곤 바닥에 누워, 바깥의 흙과 잡초들을 매만진다.


이어 물웅덩이에 제 얼굴과 몸을 씻고.

심지어 흙탕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떠마셨다.

이것이 자유의 맛이라는 것처럼.


-콜록, 콜록, 콜록! 하하, 흐읍. 허억, 흐으. 흐흐, 흐하하하하!


기침을 내뱉으면서도 미친 듯이 웃는 토마스.

이어 그는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자세를 취한다.

그런 토마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탈옥에 성공했다는 환희.

바깥 공기를 마시고, 흙을 매만지며 느껴보는 자유로움.


그와 동시에.


-하하하, 으흑, 흐윽, 하흐흑······.


잃어버린 시간들에 대한 안타까움.

지난 굴욕적 세월을 떠올리며 느끼는 슬픔 등.

정말 복합적인 감정을 토해냈다.


-흐흐하하하하, 흐윽, 하하, 흑, 흐윽······.


울면서 웃는 연기.

<파놉티콘>의 명장면을 뽑으라면 반드시 들어가는.

주연 배우 라이언 저그넛의 인생 연기라 불리는 장면.

특히 마지막, 복합적 감정이 담긴 울면서 웃는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실제로 라이언 저그넛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따냈으니까.’


몇 번을 봐도 소름이 돋는 연기였다.

파놉티콘을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을, 관객들이 그저 숨죽이고 지켜보게 되며.

말 한 마디 없는 장면을 연기력만으로 끌고 가 몰입시키는 그 힘이 정말 대단하다.


‘특히나 감정을 실은 호흡 연기는 그가 왜 당대 최고의 배우라 불렸는지 알려주는······음?’


순간.

성우학과 학과장 임진석은 작은 위화감을 느꼈다.


‘잠깐만.’


퍼뜩 정신을 차린 임진석.

그리고 그는 이곳이 외화더빙 대화장이며.

방금 그 엄청난 호흡 연기를 보여준 사람은, 라이언 저그넛이 아닌.


“······.”


저 눈앞의 청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성우현의 연기가 시작된 순간부터, 임진석은 마이크 앞에 선 성우현이 아닌.

<파놉티콘> 화면이 송출되고 있는 거대한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성우가 아닌 화면에 몰입하게 된다는 건, 그만큼 연기력의 몰입도가 엄청났다는 것.’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참가자가 어떻게 더빙을 하는지도 살펴야하는 것이 당연.

하지만, 임진석은 순간 그런 본분을 잊어버렸다.

아니, 아예 지금 외화 더빙 대회의 심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순간 망각했다.


‘이런 적은 처음이야.’


주최 측 대표 인사이자, 성우학과 학과장으로서.

그 누구보다 성우 지망생들의 더빙을 많이 지켜봐왔다 자부할 수 있는 임진석이다.

그런 그가 방금 성우현의 연기를 들으면서.


‘더빙, 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였어.’


어마어마한 몰입감을 느낀 것이다.


‘마치, 수십 년 전 TV에서 남국민 성우님의 외화 더빙 연기를 봤을 때처럼.’


외화 더빙이 최근 들어 외면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원작과의 괴리감 때문이다.

요즘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얼마든지 원작을 볼 수 있고, 실제 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렇게 원본을 접한 상태에서 더빙을 보면 당연히 위화감이 들고, 어색할 수밖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야.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실제 배우의 목소리를 지우고 성우의 소리를 덧입힌 거니까.’


하지만.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성우들은 그 위화감을 없애고.

오히려 원본에 없던 새로운 느낌을 주곤 한다.


그리고 방금 성우현의 연기는.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되었지.’


더빙이라는 걸 잊게 만들 만큼.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했다.

현장에서 마이크를 통해 전해지는 성우현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소름이 쫙 끼쳤다.

즉, 일반적인 더빙 연기에 현장감까지 더해지니.


‘마치 연극에서 명배우의 연극을 직관한 것처럼 전율이 흐른다.’


저게 어딜 봐서 지망생 레벨이란 말인가?

더더욱 놀라운 것은.


‘그리고 저 녀석, 남국민 성우님의 연기와는 다소 결이 달라.’


남국민의 출세작이자 인생작이라 할 수 있는 게 바로 <파놉티콘> 속 토마스다.

그런 위상을 가졌고, 또 남국민 본인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니 만큼.

남국민의 연기를 일부분이나마 모방할 수밖에 없을 것.


‘그래, 그렇게 생각했는데.’


하지만.

남국민의 더빙 연기를 따라한 것이 아닌.

성우현 스스로 독자적인 연기를 해냈다.


‘특히 헛구역질 소리를 넣은 거.’


남국민의 경우, 해당 장면을 켁켁대며 기침하는 소리를 냈는데.

우현의 경우 헛구역질을 하는 소리를 지속적으로 집어넣었다.

매우 자연스럽게.


‘토마스가 본래 사회에선 엘리트지. 그런 토마스가 파놉티콘에 갖혀, 탈옥하기 위해 얼마나 바닥에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장치인 셈이야. 그만큼 처절한 느낌을 줬어.’


연기를 분석하면 할수록.

임진석은 그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남국민 성우님 쪽이 대체적으로 감정을 좀 더 짙게 전달한다면, 성우현이라는 저 친구는 좀 더 자연스럽게 감정의 고저를 제대로 표현한 느낌.’


남국민 본인 앞에서 <파놉티콘> 연기라는, 도박수에 가까운 선택.

그래서 사실 임진석도 말은 안 했지만 무척이나 놀랐다.


하지만 저 성우현이라는 청년은 증명해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사로잡았다.


“······..”


준비한 영상이 끝났고, 우현의 연기도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대회장은 마치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저, 여, 여기까지입니다.”


연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평소의 성우현으로 돌아왔다.

아예 다른 사람으로 보일 지경.


그때.


짝, 짝.


누군가의 박수가 대회장을 울렸다.

그건 바로 심사위원이자.

<파놉티콘> 속 원조 토마스의 목소리, 남국민 성우.


짝, 짝, 짝, 짝.


그는 자리에 앉아 우현에게 박수를 보냈다.

여태 참가자들이 연기를 끝마치면 잘했다, 수고했다.

그 정도의 말로 갈음했던 바로 그 남국민이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소리가 신호탄이 된 것처럼.


짝짝짝짝-


다른 사람들도 박수를 보내기 시작하더니.

이내 곧 박수갈채가 대회장을 가득 채웠다.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한 박수.


“브라보, 브라보!”


임진석은 이게 대회라는 것도 잊고.

마치 연극이 끝난 뒤, 커튼콜에서 배우에게 하는 것처럼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작가의말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8 치즈1
    작성일
    24.09.20 20:33
    No. 1

    장국민이에요? 남국민이에요? 이름 좀 정확하게 적어주세요.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그 부분이 좀 거슬리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소수깡
    작성일
    24.09.20 20:50
    No. 2

    죄송합니다. 수정 완료했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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