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가을은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새글

zammanbo39
작품등록일 :
2024.09.13 12:11
최근연재일 :
2024.09.20 20: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7
추천수 :
0
글자수 :
22,670

작성
24.09.15 20:00
조회
9
추천
0
글자
6쪽

전여친

DUMMY

*


숙취 때문에 밤새 뒤척인 유정이 출근시간이 다 되어 사무실에 허겁지겁 도착했다.


하나도 기억이 안 나네. 실수 안했겠지.


“유정씨, 속 괜찮아? 어제 춤 정말 잘 추더라. 앞으로 노래방 갈 때 유정씨는 필수요원이야.”


내가 노래방을 갔구나. 거기서 춤까지 췄나보네? 오늘 저녁에 또 마실텐데.


유정은 어제의 제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 탓에 머쓱한 듯 자리에 앉았다.


코리아뉴스 기자들이랑 저녁자리가 있다고 했다.


“나 진섭씨하고 행사장 가봐야돼서 나갈 거예요. 점심은 먹고 올게요.”


“팀장님, 저희도 오늘 브랜드마케팅팀이랑 출장 나가야돼서 다녀올게요.”


점심시간, 직원들이 모두 출장 업무로 유정과 무경만이 남았다.


해장하고 싶었던 유정은 무경에게 순댓국을 제안했고, 둘은 순댓국집으로 향했다.


*


식당 안.


우리 회사 직원들은 매일 술 먹나. 순댓국집에 왜 이렇게 직원들이 많아.


유정과 무경은 순댓국집 구석에 자리 잡았다.


서로 마주보며 밥 먹는 것은 처음이었다. 더구나 몇 번 대화 한 적 없는 둘이 식사라니.


무경은 순대를 다 골라내며 순댓국을 먹었다.


못 먹으면 못 먹는다고 얘길 하지. 사람 불편하게.


유정은 무뚝뚝하고 말 수 없는 무경이 불편하여 그 동안 저도 모르게 둘만 남는 상황을 피해왔다.


처음으로 가까이서 마주보는 무경은 속쌍커풀의 눈에 긴 속눈썹, 콧대도 높고 턱선도 고왔다.


그깟 젓가락질 할 때마다 보이는 전완근 핏줄들은 왜이렇게 활발한지.


유정은 힐끔힐끔 무경을 쳐다봤다.


유정은 이 잘생긴 남자와 단 둘이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기분이 이상했다.


아직 술이 덜 깼나. 잘생겼다. 정말..


유정은 순대를 골라내는 무경은 한참동안 유정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순간, 무경과 눈이 마주쳤다.


유정은 서둘러 시선을 피하며 어제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는 선약 있으셨나봐요. 함대리님하고 술 한잔 먹기 너무 힘드네요.”


“선약 없었어요.”


유정은 어떻게든 어색한 공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무경은 짧은 답변들이었다.


*


남자 화장실. 무경이 세면대에서 손을 닦고 있었다.


“어떻게 유정씨 같은 예쁜 직원이 우리 팀으로 왔을까.. 마냥 애기인 줄 알았는데 어제 보니 몸매도 좋던데요.”


“그러니까 말이야. 어제 보니깐 춤도 잘 추고 분위기도 잘 맞추고. 조만간 회식 한 번 더 해야겠어.”


무경이 세면대에서 손을 닦으면서 이팀장과 김경석대리가 하는 이야길 엿들었다.


무경은 손에 남은 물기를 그 쪽으로 탁탁 털고 화장실을 나왔다.


하.


***


무경은 함회장의 비서였던 임혜주와 2년 동안 비밀연애를 하였다.


무경과 민협, 그리고 무경의 전 여자친구인 혜주 셋 모두 입사동기였다.


입사동기이면서 동갑인 셋은 다른 동기들에 비해 더욱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은 특히 눈에 띄게 잘생긴 무경과 예쁜 혜주를 자주 엮었다.


얼마 있지 않아, 혜주는 함회장 비서실로 스카웃됐다.


예쁘고 특출난 외모로 비서실로 스카웃됐지만 뭐든 열심히 해내고 마는 혜주는 함회장의 총애를 받았다.


혜주와 민협을 포함한 직원 모두 무경이 함회장의 아들인 것을 몰랐다.


함회장은 혜주를 더욱 성장시키고 싶은 욕심에 싱가포르 지사로 국외연수를 보냈다.


본인과 한경기획의 성장에 누구보다 열심히였던 혜주는 싱가포르에서 바쁜 연수 생활을 보냈다.


싱가포르로 떠난 후 더욱 바빠진 혜주는 무경의 연락에 점점 무뎌갔다.


어쩌면 혜주는 조용한 이별중이었는지 모른다.


무경이 혜주를 만나러 싱가포르에 온 날.


무경에게 혜주는 미안하다는 표정과 함께 헤어지자는 말을 했다.


“미안해, 무경아. 정말 미안해. 우리 여기까지 인 것 같아..”


“...”


아무 말 못하고 혜주의 두 눈만 바라보고 있는 무경을 향해 혜주는 계속 혼자 이별을 얘기했다.


“나 너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 많이 배우고 다시 돌아가서 한경기획에서 제대로 일 해보고 싶어.”


무경은 오랜만에 혜주를 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에 내렸다.


혜주의 답장이 느려지고 연락이 안 될 때가 점점 많아졌지만 그녀의 바쁜 생활을 이해하려 했다.


이별통보는 무경이 전혀 생각지 못한 결말이었다.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하는 혜주의 표정이 무경은 낯설었다.


혜주는 이별을 통보하는 순간에도 바쁘게 울려대는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 혜주의 모습을 보고 무경은 이별의 이유를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무경은 전활 받고 먼저 떠난 혜주의 빈자리를 보며 한참동안 앉아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이별을 말하는 그녀의 삶 속에 무경 자신이 낄 곳은 없어보였다.


혜주의 표정에 미안함은 있되 슬픔이나 아픔은 없어 보였다.


싱가포르에서 돌아온 뒤, 무경은 일주일 동안 아버지인 함회장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혜주를 비서실로 데려간 것도, 싱가포르로 보낸 것도 아버지인 것 같아 원망스러웠다.


둘의 연애 사실을 모르는 함회장은 그런 무경의 심정은 이해 못했다.


함회장은 무경에게 한경기획의 경영지원을 총괄 이사 자리를 계속 권했다.


하나밖에 없는 외동 아들에게 경영을 물려줘야 했지만 회사경영에 관심이 없던 무경은 함회장의 제안을 계속 거절했다.


함회장은 무경이 연락을 받지 않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 해 가을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결혼 NEW 6시간 전 2 0 8쪽
6 고백 24.09.19 2 0 7쪽
5 아침 24.09.18 5 0 7쪽
4 김기자 24.09.17 8 0 8쪽
3 첫만남 24.09.16 10 0 9쪽
» 전여친 24.09.15 10 0 6쪽
1 가을 24.09.14 11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