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가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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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mmanbo39
작품등록일 :
2024.09.13 12:11
최근연재일 :
2024.09.20 20: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3
추천수 :
0
글자수 :
22,670

작성
24.09.18 20:00
조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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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아침

DUMMY

*


몇 시간이 흘렀을까. 아침이 찾아오면서 눈부심에 유정이 잠에서 깨며 화들짝 놀랐다.


“헉.. 대리님, 저 깨우시지!”


“씻고 옷 갈아입고 나와요. 여기서 기다릴게요. 출근해야 돼요, 우리.”


바로 씻고 출근준비 해야 될 시간이네. 나 때문에 대리님 집도 못 간 건가.


“저희 집에서 같이 씻고 가요! 아니 같이 씻는 게 아니라 한명 씻고, 한명 씻고. 아니, 차에서 기다리면 답답하니깐 저희 집에 잠깐 계시다.. 차에 계속 계실 순 없으니까.. 말이 이상하네.”


유정은 제 집에 들어와서 같이 출근 준비하고 가자는 순수한 의도로 말을 꺼냈다가,


제 입에서 나온 말에 이상함을 느꼈는지 혼자 화들짝 놀래며 두 손을 휘저었다.


무경은 당황한 유정의 표정이 재밌었다.


자꾸 당황시키고 싶은 얼굴이랄까.


그런 유정의 반응에 무경은 픽하고 웃음을 내뱉었다.


둘은 유정의 집으로 들어갔고, 유정의 말 대로 한 명씩 씻고 나와 출근준비를 했다.


정신차려보니 우리 집에 있는 이 남자.. 이 상황.. 이거 꿈이니.


유정은 제 집에 무경과 둘이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여 심장이 두근거렸다.


“대리님! 시리얼 드릴게요! 같이 먹고 가요. 해장에는 역시 시리얼.”


부끄럽고 어색한 상황을 깨고 싶어 유정이 더욱 오버스럽게 목소리를 키웠다.


“...”


“근데 저희 집 보시다시피 식탁이 없어요. 혼자 사는 집이라 소파에서 TV보면서 밥 먹을 때가 많아서.. ”


지금 시리얼이 넘어가려나. 나랑 둘이 있는데 저걸 먹겠다고.. 참.


무경은 저를 집에 불러 시리얼을 먹이려는 유정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 웃음을 참았다.


유정은 시리얼과 우유를 들고 거실에 있는 소파 앞 테이블 위에 두었다.


둘은 나란히 유정의 소파에 앉았다.


너무 가까워 닿을 것 같아.


소파가 크지 않은 탓에 무경은 불편한 듯 몸을 계속 들었다 놨다 꼼지락거렸다.


“소파가 좀 작죠? 이 쪽으로 더 와요! 붙어앉아서 편하게..!”


유정이 두 손으로 무경의 팔을 잡아 당겼다.


유정의 손이 무경의 팔을 당기는 순간 무경의 팔에 유정의 몸이 닿았다.


물컹한 것이 느껴지는 순간, 무경이 유정을 향해 몸을 돌렸다.


유정의 표정을 보니 더욱 못 참겠다.


“먼저 시작한 거예요..”


무경은 반대 손으로 유정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목을 잡았다.


무경이 유정을 비스듬히 소파에 눕혔다.


유정이 동그란 토끼 눈을 하고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무경을 쳐다보았다.


무경은 놀란 유정의 눈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아무소리 안 나는 조용한 집에서, 둘은 눈 마주친 채로 서로의 숨소리만 듣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과 몸이 너무 가까워 따듯한 숨결과 뜨거운 체온이 서로에게 느껴졌다.


하. 진짜..


무경이 유정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다 그 시선을 유정의 입술로 옮겼다.


그러고는 제 입술을 유정의 입술에 갖다 댔다.


유정의 입술은 촉촉하고, 부드럽고, 달콤하여 멈출 수가 없었다.


유정도 그런 무경을 밀어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유정은 오히려 무경의 움직임이 더욱 격렬해지도록 반응했다.


둘은 눈을 감고 몸과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한참을 움직였다.


*


둘은 겨우 9시에 맞춰 출근했다. 시리얼은 먹지 못했다.


둘이 동시에 사무실로 들어왔지만, 둘의 사이를 의심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출근하고 나니, 유정은 전날 밤 김기자 일이 떠오르며 근심이 가득했다.


사무실 전화기가 울릴 때마다 김기자일까 흠칫 놀랐다.


“유정씨 뭐 기다리는 전화라도 있어? 왜 그렇게 놀라?”


“네? 아니에요! 하핫.”


김기자가 회사에 잘못 얘기라도 하면 어쩌지. 내가 먼저 선수 쳐야 되나. 그 새끼가 성추행했다고 확 얘기해버려? 그런다고 팀장님이 내 편을 들까. 나는 그렇다치고 함대리님까지 난처해지면 어떡하지.


함대리님.. 맞은 편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하고 있는 그를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유정은 무경을 힐끗 쳐다봤다.


아침에 뭐 한 거지..


유정은 아침 제 집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그 순간 모니터에 사내 메신저 창이 떴다.


[함무경님 : 왜 나 쳐다보고 얼굴 빨개지지. 무슨 상상 하길래.]


무경의 메신저였다.


유정의 메신저를 읽은 유정의 붉은 얼굴이 터지기 일보 직전, 한 줄이 더 올라왔다.


[함무경님 : 나 일이 있어서 조퇴해요.]


밤 새느라 몸이 안 좋은가.


유정은 걱정되면서도 저한테 조퇴를 보고하는 듯 한 무경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혹시나 출근해서 무경의 행동이 평소와 똑같으면 어쩌나 했던 걱정을 덜었다.


유정이 몸이 안 좋냐고 답장을 하기도 전에 무경은 로그아웃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


*


무경은 팀장에게 조퇴 결재를 올리고 코리아뉴스 본사로 향했다.


1층 로비에서 김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함무경이에요. 1층이니깐 만나서 이야기하죠. 어제 얘기 다 안 끝났으니깐.”


무경은 어젯밤을 떠올리며 화를 꾹꾹 눌러 담아 말했다.


얼마 후, 김기자가 로비로 내려왔다.


그는 죄 지은 사람처럼 주변을 살피며, 로비 구석 테이블로 무경을 안내했다.


조용한 구석자리에 앉아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김기자는 그제야 무경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자식이 왜 왔지. 어제 제가 한 짓에 대해 사과라도 하려고 온 건가. 너도 어쩔 수 없는 월급쟁이구나. 여자 앞에서 그렇게 센 척 하더니.


“안 그래도 이팀장한테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 함대리가 찾아왔네요. 어제 당신이랑 한유정씨가 나한테..”


아니나다를까 뻔뻔한 얘기를 해대는 김기자의 말에 무경이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무경이 그의 눈을 뚫어질 듯 쳐다보며 인상을 팍 구겼다.


김기자를 한참 쳐다보며 아무 말 없던 무경이 무언가를 참듯이 입술을 꽉 깨문 뒤 입을 열었다.


“고소할까. 아니면 어디 제보할까. 기자 그만 하고 싶으면 조용히 사라져. 지금도 충분히 참고 있는 거니깐.”


무경은 단호한 표정과 서늘한 기운이 도는 목소리로 김기자에게 얘기했다.


김기자는 처음보는 무경의 표정에 당황한 듯 자리를 박차고 가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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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고백 24.09.19 2 0 7쪽
» 아침 24.09.18 4 0 7쪽
4 김기자 24.09.17 7 0 8쪽
3 첫만남 24.09.16 9 0 9쪽
2 전여친 24.09.15 9 0 6쪽
1 가을 24.09.14 1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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