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가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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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mmanbo39
작품등록일 :
2024.09.13 12:11
최근연재일 :
2024.09.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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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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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70

작성
24.09.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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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김기자

DUMMY

*


넷은 식당 앞으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2차는 어디로 가실거죠?”


첫 택시가 도착하자, 무경은 팀장을 택시에 태우고 보낸 뒤, 김기자를 보고 2차 장소를 물었다.


“글쎄 저희 둘은..”


무경의 물음에 유정과 둘이 가려고 했던 김기자는 말끝을 흐렸다.


김기자는 무경과 유정을 번갈아보며 바라보았다.


무경과 여러 번 저녁 자리를 했던 김기자는 오늘의 무경이 평소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에게 무심하면서도 업무 외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업무 협조관계로 엮인 본인에게는 나름 우호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무경이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담배를 피자고 불러 나온 그의 표정도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다.


저렇게 눈치 없던 놈이 아닌데.


“건너편에 제가 아는 곳으로 가시죠.”


무경은 저가 아는 곳으로 유정과 김기자를 2차 이자카야로 안내했다.


이자카야에 도착한 무경은 김기자가 자리에 앉자 재빨리 그 옆에 앉았다.


유정을 둘 맞은편에 혼자 앉게 하려는 의도였다.


김기자와 유정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경을 쳐다봤다.


나도 이 자식 옆에 앉기 싫어.


김기자는 화장실을 갔다온다더니 돌아와서는 자연스럽게 유정의 옆자리에 앉았다.


무경이 움찔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앉았다.


무경이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답답하다는 듯이 제 넥타이를 잡아 느슨하게 당겼다.


“유정씨는 쉬는 날 보통 뭐해요?”


“저는 책보고, 가끔 영화보고.. 아니면 푹 자요!”


분명 세 명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대화는 김기자와 유정 둘만의 대화였다.


김기자와 유정은 술도 먹지 않고 대화도 끼지 않는 무경이 왜 앉아있는지 의아할 뿐 딱히 챙겨줄 생각은 없었다.


사케 한 병이 금세 비워졌고, 유정은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저희 사케 똑같은 거로 한 병 더주세요!”


김기자와 유정은 무경 앞에서 더욱 취해갔고, 일 얘기는 하지 않았다.


김기자의 실없는 농담과 유정의 사회성을 장착한 웃음만이 반복됐다.


무경은 둘을 주시하며 속이 타들어갔다.


“유정씨, 초년생치고 사회생활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일도 잘 할 것 같아. 다 잘할 것 같아..”


김기자가 유정을 칭찬하더니 유정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더 다가가 붙어 앉았다.


김기자의 행동으로 더욱 붙어앉게 된 탓에 둘의 한쪽 다리가 맞닿았다.


둘을 주시하던 무경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바로 유정의 표정을 살폈다.


유정의 당황한 표정이 얼굴에 다 드러났다.


술 취해 볼만 발그레하던 유정의 얼굴 전체가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김기자는 빨개진 유정의 얼굴을 한번 보고는 유정의 블라우스 단추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김기자는 흥미롭다는 듯 야비한 표정을 지었다.


저 새끼가 진짜..


술을 먹지 않은 무경의 얼굴도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김기자는 멈출 줄 모르고 반대 손을 유정의 치마 아래 허벅지에 가져다 댔다.


“개새끼네..”


참다못한 무경이 작게 욕을 읊조리며 바로 자리에서 김기자의 멱살을 잡으려 테이블을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유정이 작은 두 손으로 김기자의 어깨를 팍 밀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기자님. 지금 뭐하는 거예요? 어디에 손을 대는 거예요?”


술에 취해 흐리멍텅한 눈의 유정이 아닌, 동그랗게 부릅 뜬 눈동자로 김기자의 눈을 똑바로 보며 소리쳤다.


단호한 유정의 표정과 상반되게 주먹을 쥔 유정의 양손과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기자님 기레기에요?”


‘기레기’라는 단어를 굳이 ‘기자님’이라는 존칭과 존댓말을 쓰며 물어보는 유정의 질문에 무경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뭐? 지금 뭐라고 했어? 유정씨. 내가 잘못본건가.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처음보는 유정의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던 무경은 김기자의 뻔뻔한 대답에 김기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더욱 굳어진 표정으로 김기자에게 다가가 유정의 옆자리에서 그를 끌어냈다.


“눈치가 없나. 그만 꺼지라잖아.”


김기자가 벙찐 표정을 지으며 무경을 쳐다봤다.


무경은 김기자에게서 시선을 떼 고개를 돌린 뒤 유정의 표정을 살폈다.


무경의 행동에 놀란 눈을 한 유정의 주먹 쥔 작은 두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에는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두려움 등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집에 가요. 태워다 줄게요.”


“네..? 네..”


유정은 당황한 표정으로 허겁지겁 자리에서 나왔고 얼떨결에 무경의 셔츠 왼쪽 소매를 잡았다.


무경의 모든 세포가 유정이 잡고 있는 왼쪽 팔뚝으로 이동해 불을 지르는 것 같았다.


무경을 따라 가게 밖으로 나왔다.


무경은 본인의 차가 주차되어있는 곳으로 걸어갔고, 여전히 유정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경의 옷소매를 잡고 따라갔다.


무경이 차 조수석 앞문을 열며 유정을 쳐다보자, 유정은 그때야 정신을 차리고 옷 소매를 놓고 차 앞좌석에 올라탔다.


“감사합니다, 대리님.”


무경이 운전석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고 유정을 쳐다봤다.


유정은 자꾸 올라가는 치마가 불편한지 손으로 잡아 내리는 것을 반복했다.


올라간 치마로 보이는 유정의 다리에 김기자의 행동이 자꾸 떠올라 화가 났다.


무경은 뒷좌석에 있는 제 자켓을 유정에게 건넸다.


“덮고 있어요.”


유정이 자켓을 덮고는 고개를 돌려 무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유정은 앞으로 김기자가 어떻게 행동할지 떠올리며 불안했다.


나는 한달짜리 신입이고.. 김기자는 몇 년 동안 한경기획과 같이 일했던 사람인데.


이런 일이 알려지면 회사가 내 편을 들어줄까..


회사에서 이 일을 알면 어떻게 될지, 팀원들은 무슨 말을 할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유정이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 싸매고 괴로워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대리님. 저 망한 거 맞죠?”


“무슨 짓 안했어요. 잘했어요. 앞으로도 참지 마요. 주소 알려줘요.”


무경은 유정을 더 달래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고, 하고 싶은 따뜻한 말도 많았지만


짧게 주소를 묻고는 운전을 시작했다.


무경의 차는 유정이 자취중인 집으로 향했다.


유정은 무경의 차 안에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무경의 ‘잘했어요’라는 말을 계속 되뇌었다.


처음 건네는 무경의 따뜻한 말에 유정은 기분이 이상했다.


유정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 유정은 힐끔 힐끔 무경을 쳐다봤고,


신호에 차가 멈출 때마다 무경도 고갤 돌려 유정을 빤히 쳐다봤다.


김기자 없이 둘만 있는 공간에서 유정의 긴장이 더욱 풀리면서 뒤늦은 취기가 올랐다.


무경은 운전하는 와중에도 계속 유정의 표정을 살폈다.


괜찮은거야? 속으로 계속 물었지만 유정이 알아들을 리 없었다.


음악도 없는 차 안은 둘의 숨소리로만 가득했다.


따뜻한 차 안에서 스르르 유정의 눈이 감겼다.


그런 유정을 바라보며 무경은 이자카야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김기자에게 소리쳤던 유정의 모습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무경은 제 옆에서 잠든 그녀가 안쓰러우면서, 귀엽기도 하면서 왠지 모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솟으며 그 의지로 온 몸이 뜨거워졌다.


나 왜이러냐, 진짜.


온 몸이 뜨거워진 무경은 밤새 유정의 옆에 있고 싶었다.


“도착했는데...”


무경은 유정이 듣지 못할 만큼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렸다.


집에 보내기 싫다.


유정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밤새 그녀의 옆에 있어도 무경은 피곤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잠든 유정의 고개가 숙여지면서 하얀 얼굴을 머리칼이 자꾸 가렸다.


무경은 큰 손으로 머리칼을 유정의 귀 뒤로 쓸어 넘겨주었다.


손가락이 유정의 귀에 닿자 무경의 뜨거워진 몸은 멈출 줄 모르고 더 달아올랐다.


무경은 유정이 깨지 않게 차에서 내려 찬바람을 쐬고, 다시 차에 타서 유정을 보며 뜨거워지고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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