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가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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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mmanbo39
작품등록일 :
2024.09.1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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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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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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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만남

DUMMY

***


무경은 혜주와 헤어지고 1년 동안 홍보팀 일에만 집중하며 보냈다.


말 그대로 업무에만 집중하고 자연스럽게 혜주와의 과거를 묻는 직원들과는 멀어졌다.


그러던 중 신입으로 유정이 들어왔다.


처음 유정의 의욕 넘치는 모습에서 종종 혜주가 보였다.


굳이 혜주를 떠올리는 유정과 대화할 일은 만들지 않으려 했다.


무경의 눈에 그녀는 의욕이 넘치다 못해 과해보였다.


무경의 눈에 유정은, 과한 의욕에 비해 몸과 머리가 의욕을 따라주지 않는 뭔가 모를 허술함이 보이는 여자였다.


신입 유정의 모니터에는 유명인들의 명언과 자신의 다짐을 쓴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있었다.


- 성공은 날마다 반복되는 작은 노력의 합이다.


- 무엇이든 전문가는 한때 초보자였다.


-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고 싶으면 남보다 더 많은 고난을 견뎌라.


고3이 일기장에나 적어놓을 말들을.. 유치하게. 모니터 다 가리겠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유치한 명언들이 적혀있는 포스트잇은 하나씩 늘어나 있었다.


무경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가장 일찍 출근했다.


유정이 모니터에 새로 붙인 포스트잇은 뭐가 있는지 보는 것이 무경의 하루 일과 시작이었다.


그 중에서도


- 실수가 나의 허물이 될 수도 있지만, 나를 완성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라는 명언을 보며, 저도 모르게 피식 웃는 무경이었다.


그래서 너가 매일 실수하면서도 해맑구나.


무경은 아침 일찍 출근해 앉아있으면서도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들어오는 직원들을 확인하게 됐다.


어느 순간부터 유정의 출근을 기다리는 무경이었다.


“저도 명함이 나왔어요. 한 장씩 드릴게요!”


유정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냈다.


“함무경 대리님!”


“...”


나눠주는 명함 안에 카페 커피쿠폰이 섞여있었는지 무경의 손에 쥐어진 건 커피쿠폰이었다.


유정은 당연히 제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무경은 피식하며 커피 쿠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한 달 동안, 유정은 신입이라면 누구나 거쳐 가는 실수들을 하면서 실수는 금세 잊고 씩씩하게 뒤처리를 했다.


무경은 유정을 보며 저도 모르게 자꾸 혜주를 떠올렸고, 둘을 비교했다.


혜주는 본인의 실수를 자책하고 그 시간 속에서 갈고닦으며 성장해나갔다면,


유정은 새로운 명언 포스트잇을 붙이는 여중생 같은 행동과 함께


실수는 잊어버린 채 본인이 커리어우먼 드라마 속 여주인공인냥 착각 속에 지냈다.


*


무경을 뺀 나머지 팀원들이 회식을 한 다음날.


여느 때와 같이 가장 일찍 출근한 무경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탕비실 책상에 숙취해소제를 잔뜩 올려두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무경은 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싶었다.


그날 점심, 팀원들이 모두 출장을 나가 유정과 둘이 순댓국을 먹게 되었다.


무경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순댓국 집으로 향했다.


순댓국을 앞에 두고 무경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순대를 빼내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유정의 시선이 느껴져 무경이 고갤 들었다.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유정은 빨개진 얼굴로 화들짝 놀라며 어제 회식 이야기로 화두를 돌렸다.


“어제는 선약 있으셨나봐요. 함대리님하고 술 한잔 먹기 너무 힘드네요.”


“선약 없었어요.”


회식 때 술 많이 먹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었지만 왠지 오지랖 넓은 꼰대같아서 삼켰다.


전날 회식에 참석하지 않은 무경은 혼자 집으로 퇴근했었다.


무경은 침대에 누워 유정이 참석한 그 날의 회식자리를 궁금해 했다.


내가 미쳤나. 왜 자꾸 한유정이 떠오르지. 거슬리고 신경쓰여..


*


오후.


“오늘 코리아뉴스 기자들이랑 저녁 있는 거 맞지?”


“넵! 코리아뉴스 김희태 기자님이랑 태평양스시 6시 30분으로 잡아놨습니다!”


“유정씨는 기자들 처음보는 거 아니야?”


“맞아요. 저 오늘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 달차 신입 유정은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의욕에 뭐든 열심히였다.


“저도 참석하겠습니다.”


웬일인지 무경이 참석하겠다고 선뜻 나섰다.


*


태평양스시 룸.


한경기획의 홍보팀은 종종 저녁시간 기자들과의 술자리가 있었다.


한경기획에서 진행하는 행사나 전시 취재를 요청해야할 때도 있었고, 한경기획과 계약한 거래처 제품들을 기자들에게 홍보해야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항상 기자들은 갑, 한경기획은 을일 수밖에 없었다.


유정이 그 자리에 처음 참석한 날이었다.


한경기획에서는 팀장, 유정, 무경이 참석하였고, 코리아뉴스에서는 김기자가 참석하는 자리였다.


팀장은 룸에 입장하자마자 김기자 옆자리로 유정을 앉히고, 무경과 본인은 그 맞은편에 자리했다.


팀장급이라고 해서 나이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나랑 또래 같네.


유정은 제 또래로 보이면서 갑의 위치인 김기자에게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심지어 제 까마득한 상사인 이팀장도 김기자 앞에서 굽신거린다.


유정은 상황파악 하느라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렸다.


“김기자님.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항상 많은 도움 받고 있습니다.”


“에이 뭘 그렇게까지. 이팀장님 능력이 좋으신거죠. 근데 이쪽은 처음 보는 얼굴이네요?”


김기자가 처음 참석한 유정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팀장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한 달차 신입 한유정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네. 한 달차면 나이도 어리겠네요. 어려보이는데”


“하핫. 감사합니다!”


유정은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고, 김기자는 그런 유정을 보며 씩 웃었다.


한 달차 신입 유정은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애썼고, 유정에 대해 호의적인 김기자의 태도에 팀장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팀장은 김기자의 술잔이 비워질 때마다 유정에게 눈빛을 보냈다.


의욕 가득한 신입 유정은 김기자에게 술을 건넸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 이번 행사 취재...”


“취재요? 벌써 재미없게 업무얘기에요? 급하다, 급해. 유정씨 생각보다 재미없네.”


유정보다 기껏해야 두세살 많아보이는 김기자는 10년 인생선배처럼 굴며, 텃세를 부렸다.


술병이 쌓이기 시작했고, 팀장과 유정, 김기자도 모두 취기가 올랐다.


무경만이 운전을 핑계로 술을 마시지 않고 있었다.


팀장과 김기자는 무경이 술을 마시든 말든 관심 없었다.


그들에게 무경은 재미없고 무뚝뚝하며, 일 얘기 아니면 별다른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유정은 전날처럼 기억이 끊길까봐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더구나 행사 취재 건 관련하여 김기자에게 확실히 취재방향을 각인시켜야겠다는 의무감도 가지고 있었다.


유정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고 사회생활을 잘 해내겠다는 순수한 의욕이 더 앞선 사회초년생이었다.


그런 유정을 무경이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왜 저렇게 마셔. 대책없이.


무경은 생각 없이 기자 옆에 앉아 웃고 있는 유정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기자님, 담배 한 대 피고 오시죠.”


무경이 김기자에게 담배를 권유했고, 김기자와 무경은 식당 밖으로 나갔다.


식당 밖 무경은 아무 말 없이 담배를 피웠다.


김기자는 저에게 취재 건에 대해 이야기 할 것 같았던 무경이 아무 말이 없자,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유정을 들먹였다.


“스물 여섯 살 좋겠다. 홍보팀은 얼굴이랑 몸매 보고 뽑는 거 맞죠?”


술에 취해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유정을 겨냥한 듯한 김기자의 농담에 무경은 아무 대답없이 크게 호흡하며 담배연기만 뿜었다.


담배연기를 뱉는 무경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김기자와 무경이 다시 식당 룸으로 들어왔을 때 유정은 정신을 차리려고 본인의 허벅지를 한 쪽 주먹으로 치고 있었다.


하.. 얘 왜 술 주는 대로 다 받아먹고 있어.


신입 유정에게 별다른 노하우는 없었고, 김기자는 능숙했다.


무경은 일부러 유정 앞에 은근히 물컵을 갖다놓기도 하고 시간을 끌고자 김기자에게 담배를 피자고 하기도 했다.


술병은 계속 쌓여갔고, 술에 취할 대로 취한 팀장은 벽에 기대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유정 씨 아까 저한테 취재 관련 할 얘기 있다고 했죠? 우리 둘은 2차 가서 일 얘기 좀 할까요?”


“네..!”


‘네’는 무슨 ‘네’야. 제발 쓰레기 같은 놈의 더러운 속내 좀 알아차려주라.


김기자와 유정의 대화에 무경의 속이 들끓었다.


오늘 집에 못 가겠네.


무경은 오늘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유정의 옆에 계속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남한테 관심도 없고, 혜주랑 헤어진 후에 회사 직원들과는 가까이 지내지도 않았던 무경이 유정의 일에 처음 오지랖을 부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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