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천재 기사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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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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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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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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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의 결과

DUMMY

아레스의 눈이 번뜩였다.


"뭐? 내기?"


그의 목소리엔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형이 이기면, 나는 스콰이어 훈련 싹 다 포기하고 그냥 책이나 보고 공부하러 갈게. 더 이상 너희랑 힘겨루기도 안 하고, 이 훈련장에 얼굴 비출 일도 없어. 그러니까 형도 나 신경 안 써도 되지 않겠어?"


그 순간, 아레스의 눈이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스콰이어 훈련장에서는 강함만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아레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나를 달갑게 여기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내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리고 그런 약한 놈한테 머리를 숙여야하는 자신이 싫은거다.


'그럼 내가 더 강자라는 걸 각인시켜주면 되지.'


"근데,"


나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이기면 형도, 그리고 이 내기에 참가할 다른 형, 누나들도 내가 하는 훈련을 그대로 따라해줘야 해. 어때, 아레스 형? 공정하지 않아?"


아레스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잠시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아는 것이다. 내가 제안한 내기는 꽤나 매력적이라는 것을. 내가 승리하면 그들은 나를 따라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만약 자신들이 이긴다면 스콰이어 훈련장에서 나를 완전히 밀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판단이 선듯 했다.


그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좋아. 그 내기 받아들이지."


아레스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스콰이어들도 그 말을 듣고 슬슬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흥미와 기대가 섞여 있었다. 한 명이 나서자, 그들도 기회를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무렴, 겉으로 보기엔 내가 공짜로 다 주는 호구처럼 보일텐데 누가 빠질까.'


나는 속으로 웃으며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럼 내기 내용은 내가 정해도 되지?"


"그래. 어차피 마지막이 될 내기인데 그 정도 핸디캡은 줘야겠지."


나는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이,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내가 제안할 내기는 간단해. 언덕 오르기 내기야. 훈련장 뒤에 있는 그 언덕 알지? 기한은 지쳐서 도저히 못 오를때까지로 가자."


주변에서 듣고 있던 다른 스콰이어들이 웅성거렸다. 그 언덕은 훈련장 뒤쪽에 위치한 가파른 경사로, 흔히 ‘악마의 언덕’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그곳을 오르내리는 훈련은 스콰이어들 사이에서 가장 고된 훈련 중 하나로 손꼽혔다. 바위가 많고, 가파른 경사 때문에 끝까지 오르는 것 자체가 힘들다.


아레스는 내 말에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콧방귀를 끼며 대답했다.


“악마의 언덕? 그 정도면 충분하지.”


주변의 스콰이어들도 흥미를 감추지 못하고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야, 재밌겠는데?"


"근데 언덕 올랐다 내려오면 내일 훈련할 수 있겠냐? 난 지난번에 거의 죽을 뻔했는데."


"뭐, 어차피 직계라서 잘난 척 하는 거겠지. 이번 기회에 찍어눌러보자."


나는 그들의 말이 들릴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묵묵히 몸을 풀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이 싸움의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들만 아직 모를 뿐이다.


"좋아, 그럼 준비됐으면 시작하자고!"


아레스가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그는 이미 승리를 확신한 얼굴이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됐으면 신호와 함께 시작해."


스콰이어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그들은 여전히 나를 얕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들보다 몇 수 앞서 있었다. 전생에 더 험한 산과 언덕도 수없이 넘었는데, 이 정도 언덕쯤이야 가뿐하게 느껴졌다.


'난 전생에서 더한 곳도 올랐다, 이녀석들아.'


곧 신호가 울렸다.


"시작!"


아레스는 출발하자마자 전력을 다해 내달렸다. 그 뒤를 다른 스콰이어들이 바짝 쫓았다. 그들은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악마의 언덕은 그들에게 있어 자신을 증명할 기회였고, 내가 내기에서 제안한 장소가 더더욱 그들에게 자극이 되었으리라.


하지만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여유롭게 첫 발을 내디뎠다. 가볍게 몸의 균형을 잡으며 천천히 속도를 조절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지만, 나는 내 페이스대로 움직였다.


처음엔 아레스가 선두에서 거리를 벌렸고, 나머지 스콰이어들도 그의 뒤를 빠르게 따랐다. 나는 그들을 지켜보며 천천히 호흡을 맞추며 걸음을 옮겼다.


'처음부터 저러면 나중에 어떻게 되려나.'


시간이 조금 지나자, 예상대로 스콰이어들의 속도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악마의 언덕은 그 이름 그대로 가파르고 거친 바위들이 가득한, 쉬운 지형이 아니었다. 처음엔 가볍게 뛰던 그들의 발걸음이 이제는 무거워졌다. 허리도 점점 굽어갔다.


“크으윽... 왜 이렇게 힘들지...”


"역시 여긴 괜히 악마의 언덕이 아닌가봐... 헉헉..."


아레스는 고개를 들어 내 쪽을 살폈다. 그는 내가 아직 뒤처져 있다고 생각하고 안심하는 듯했지만, 내가 조금씩 따라오는 걸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나는 여전히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속도를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고, 나는 그들 뒤로 바짝 붙었다.


“형들 벌써 지쳤어?” 나는 여유롭게 물었다.


아레스는 이를 악물고 나와의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이미 체력은 한계에 달한 상태였다. 숨이 가빠오고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그를 가볍게 추월했다.


“이건 말도 안 돼···” 한 스콰이어가 헉헉거리며 내 뒤를 쳐다봤다. 그들의 눈에는 당혹감과 의구심이 서려 있었다. 내가 어떻게 그들보다 더 빠르게, 더 힘차게 언덕을 오를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언덕을 올랐다. 언덕은 여전히 가파르고 험했지만, 내 몸은 거기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내 발걸음은 점점 더 가벼워졌다. 그들의 고통스러운 얼굴이 느껴졌지만, 나는 그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언덕 정상에 도착했다. 뒤를 돌아보니, 스콰이어들은 아직 언덕 중턱에 지쳐서 헐떡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졌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들은 패배감을 가득 안고 그 길로 뒤돌아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건 이런 일차원 적인 내기의 결과가 아니다.


===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해가 떠오르며 언덕을 비췄을 때도, 나는 여전히 그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다리는 이미 후들거렸고, 발에는 물집이 가득했다. 숨은 헐떡이고, 땀은 온몸을 적셨다. 누구라도 이 상황에서 포기하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언덕을 오르고 또 내렸다. 마치 기계처럼, 나는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스콰이어들은 아래에서 나를 보며 웅성거렸다.


"저 녀석 아직도 하고 있어?"


"야, 저거 미쳤나 봐. 저걸 계속 올라?"


그들은 내 모습을 보고 독종이라고 수군거렸다. 나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듯, 언덕을 오르고 또 오르는 내 모습을 보고 그들은 경악했다.


나는 언덕을 올라가며 헐떡거리는 숨과 함께 조용히 속삭였다.


"이 정도 근성은 보여줘야 스콰이어에서 머무르지 않고 하얀 늑대 기사단이 될 수 있는 거야. 이 애송이 새끼들아."


내 말은 그들에게 닿지 않겠지. 하지만 그들도 알거다. 그들이 어느정도 수준에 오른다면 말이지.


처음에는 웃기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점차 나에게 감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숨겨진 뜻을 이해 못하는 얼간이 새끼들도 있기 마련이다.


“저 녀석, 분명 약아빠진 수를 쓴 게 틀림없어. 저게 말이 돼?”


대부분의 스콰이어들은 침묵하고 있었지만 아직 깨닫지 못한 스콰이어 중 한 명이 분노에 차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오래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지!” 또 다른 스콰이어가 동의하며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던 아레스는 침묵을 지키다 그를 향해 말했다.


"닥쳐. 이 새끼들아. 난 쪽팔려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니까."


"뭐?"


스콰이어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아레스를 쳐다봤다. 아레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녀석 말이 다 맞아."


그 순간, 많은 스콰이어들의 시선이 아레스에게로 향했다.


"우리는 강해지는 데 신경 쓰기보다는 더 잘난 놈이 오면 그걸 깎아내리기에만 급급했다."


아레스는 고개를 숙이며 덧붙였다.


"그렇게 우린 서로를 무너뜨리며 싸우는 데만 집중했지. 우리끼리 치고받고 싸우기 바빴지. 하지만 이건 옳지 않아. 이런 환경에서는 더 나은 재능도 묻혀버리고 말아."


아레스의 말이 끝나자, 주변의 스콰이어들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들의 얼굴에는 혼란과 수치심이 어른거렸다.


그 중 한 스콰이어가 조용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


"네 말이 맞다. 아레스. 우린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우린 다들 같은 선상에 있는 경쟁자이자 전우다."


"그리고 저 카를도 마찬가지겠지."


다른 스콰이어들도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빛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 이 새끼들 똥폼잡고 있네. 나 힘들어 뒤지겠다. 더는 못올라가.'


보자보자 하니까 지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났다.


"형, 누나들!"


나는 멀리서 그들에게 외쳤다.


"뭐하냐? 빨리 안 올라오고! 아직도 거기서 뭐하는 거야? 난 지금 훈련 중이거든!"


스콰이어들이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계속해서 언덕을 오르며 그들에게 소리쳤다.


"내기였잖아! 내가 이겼어! 이제 내 훈련에 따라야지! 승복할 시간이라고!"


그 말을 들은 스콰이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그들도 이제는 내 말에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걸 눈치챘다.


그들은 천천히, 한 명씩 발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카를 말이 맞아."


아레스가 묵직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다.


"이제 우리가 승복해야 할 때야. 우리가 약속했으니까."


그의 말에 스콰이어들은 결국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따라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눈에는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언덕 위로 올라오는 스콰이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다들 내기에는 동의한 거니까 편하게 말할게. 앞으로 내가 하는 훈련은 무조건 같이 따라야 해. 물론 기사단장님께서 하시는 훈련은 무조건 따르고, 추가 훈련만 하면 될 거야."


"그래."


스콰이어들이 무거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들의 얼굴에선 더는 반항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묵묵히 들으니까 이제야 좀 좋네. 그리고 힘들다고 빠지기 없기야."


"그래. 네 말에 다 따르마. 내기는 내기니까."


그 순간,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이제야 좀 기사들 같네."


그들의 순응하는 눈빛을 보고, 겉으로는 칭찬했지만, 속으로는 차갑게 생각했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애송이들아.’


앞으로 펼쳐질 고된 훈련을 상상하며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이 녀석들이 내가 겪게 할 지옥을 아직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근데 왜 이렇게 졸리지.


무리했나보다.



나는 그들의 앞에서 점점 무거워지는 몸을 느꼈다. 아까까지는 기세 좋게 나아갔지만, 이제 발끝이 풀리고 있었다.


'아무리 이 새끼들 잠재력 끌어올리려고 쇼한 거긴 해도··· 이건 정말 수지타산이 안 맞는 무식한 짓이었지.'


마지막까지 나 자신에게 이렇게 투덜거리며도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발이 땅에 붙은 듯 무거워졌다. 결국, 내 몸은 버티지 못하고 앞으로 기울어졌다.


'아, 젠장···'


순간, 나는 느꼈다. 땅에 닿기 전에 누군가가 나를 받쳐준 것을.


아레스였다. 그는 한숨을 쉬듯 나를 받치며 내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그동안 내가 그토록 밀어붙였던 자존심을 내려놓은 모습이었다. 아무 말 없이 아레스는 나를 등에 업었다.


"내가 업고 갈 테니까 걱정 마라."


나는 그 말도 희미하게 들리며 천천히 정신을 놓기 시작했다. 몸이 힘없이 아레스의 등에 기대졌다. 묵묵히 그는 언덕 아래로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아레스의 등에 업혀 묵직한 안도감을 느끼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간만에 기분 좋은 꿈을 꿀 것만 같았다.


'그래,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좀 자자···'


그리고 나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물론 백작가는 난리가 났다.


아니 우리 안주인이신 어머님이 난리가 났다고 해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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