깅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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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
작품등록일 :
2024.09.16 19:35
최근연재일 :
2024.09.2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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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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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머큐어의 숲

DUMMY

5. 머큐어의 숲


레릭을 잡자 깅코의 머릿속에 메세지가 떠올랐다.



세르만드의 차원석 [감정 완료/미활성]


[세르만드가 장례 의식을 위해 만든 차원석. 차원을 넘나 들 수 있다. 해당 레릭은 훼손되었기 때문에 제물은 매회 사용시 무작위로 변경된다. 생물이 제물 조건 경우 특별한 사용법이 적용 된다.]


(세르만드의 불꽃 0/5)

(융의 결정 0/1)

(바르후의 피가 담긴 성배 0/1)



메세지는 마치 머릿속에서 떠오른 이미지 같기도 하고 글자 같기도 했지만 정확히 읽을 수 있었다. 깅코는 자신의 머릿속에 입력 된 메세지를 읊었다.


“세르만드의··· 불꽃? 융의 결정은 뭐야···그 다음은 뭐고······.”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이었지만 그 뒤에 붙어있는 설명으로 미루어 봤을 때 가능성은 단 하나 밖에 없었다. 레릭에게 바쳐야 하는 제물. 아마 저 세 가지 제물을 바치면 이 레릭은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을 열 것이다.


그나저나 회색 로브는 어디 있지? 깅코는 흠칫하며 사방을 둘러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공중도 확인도 했지만 주변이 어두워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회색로브가 없다 판단 되자, 그는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자신이 살아있는지, 빼앗긴 레릭이 자신의 품에 있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던 것이 틀림없다. 지금 중요한 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는 숲에 있었다. 거대한 나무들이 깅코를 둘러싸고 있었다. 숲의 나무들은 거대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우람했다.

나무가 얼마나 큰지 한 그루를 도는데 서른 걸음을 넘게 걸어야 했고 땅에 떨어진 잎사귀 하나가 깅코의 양 팔을 벌린 것과 비슷한 크기였다. 그리고 각 나무들 거리가 가까워 겹친 가지들 때문에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얼핏 빛이 한 줄기씩 드문드문 드는 것이 전부였다.


아버지와 여러 번 집을 옮겨 다니면서 다양한 숲을 지나 봤지만 이런 곳은 본 적 없었다. 마치 자신이 난장이가 된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여긴 대체 어디야?’


우선 숲을 나가 봐야 알 것 같았다. 마을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인근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진 않을 것이다.

깅코는 숲을 나가 사람들을 발견하면 길을 물어 왕국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왕국에 도착하면 회색 로브가 한 짓을 경비대에게 신고하려 했다.

한 마을을 없앤 인물을 왕국이 가만 둘리가 없었다. 절대로 그냥 둬서는 안 된다. 그러면 그가 겪은 재앙이 반복 될 뿐이다.

스스로 악명으로 유명하다 말하기도 했고, 왕국 역시 레릭의 행방을 수소문 하고 있다 하니, 증거로 그가 가지고 있는 레릭을 내어 준다면 무시 당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왕국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만나야만 했다. 정말 아버지가 살인자가 맞는지, 어머니는 어디에 있는지, 지금까지 깅코가 질문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답을 들어야 했다.

.

.

.

얼마나 걸었을까. 숲을 걷는 건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땅 위에 튀어 나온 나무 뿌리들을 넘으며 가다 보니 온 몸에 땀이 줄줄 흘렀다. 땀이 굳은 피와 섞여 옷이 끈적하게 달라 붙었다. 끈적임은 그나마 참을 만 했지만, 걸을 때마다 비릿한 쇠 냄새가 계속해서 올라 오는 게 너무나도 역했다. 살면서 처음 맡아보는 종류의 악취라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결국 중간에 몇 번 구역질을 하고 나서야 속이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후우··· 후우···.


목구멍이 위산 때문에 시큼했다. 방향이라도 알 수 있다면 숲을 빠져 나가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길로 보이는 건 없었다. 그렇다고 저 높은 나무를 타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짓이다. 그러니 그저 앞이라고 여겨지는 방향으로 걸을 뿐이었다.


걷다가 새들이 푸드덕거리며 날갯짓하는 소리에 놀라긴 했으나, 그를 더 긴장하게 만든 건 간혹 가다 나무 위에서 들려오는 해괴한 소리였다.


‘꾸드드드···꾸드드드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였다. 마치 뭔가를 비트는 것 같기도 하고 짐승의 울음 소리 같기도 한. 만약 메아리 쳤다면 다분히 공포감을 조성시킬만한 소리였다. 그러나 저 멀리 높이서 들려오는 소리는 울리지도 않고 가까워지지도 않았다. 그저 이따금 들려오다 숲에 먹혀 사라질 뿐이었다.


나무들 사이로 들어오는 아주 작은 빛줄기가 약해졌다. 안 그래도 잘 보이지 않았는데 더 안 보이게 됐다. 조금만 더 어두워지면 더듬으며 걸어야 할 정도로 새까매질 것 같았다. 그나마 온도도 덩달아 낮아져 고약한 냄새는 덜 나는 것 같았다.


체감상 십 오분 정도 지나자, 숲 속은 칠흑 같은 어둠에 갇혔다. 깅코는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나서야 멈췄다. 이 상태로 더 이상 걷는 건 무리였다.

깅코는 자신을 자빠뜨린 뿌리에 등을 기댔다. 아무래도 오늘 안에 숲을 빠져 나가는 건 그른 모양이다.

보이지 않는 숲에서 밤을 보낼 궁리를 해야 했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모아 바닥에 깔고 몇 장은 몸 위에 덮는 게 전부였다.


덮은 나뭇잎 뒷면의 감촉이 신기했다. 마치 벨벳처럼 부드러웠고, 나뭇잎 자체의 두께가 있어서 그런지 보온성이 좋았다. 덕분에 저녁의 쌀쌀함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깅코는 나뭇잎을 덮고 나무 뿌리 옆에 한껏 웅크린 상태로 기대어 누웠다. 긴장한 상태라 그런지 식사시간이 훌쩍 넘었음에도 배는 고프지 않았다. 그리고 잠도 오지 않았다.


‘내일도 숲을 빠져 나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곳에서 깨어난 뒤로 쉬지 않고 걸었는데도 바깥과 가까워지지 않은 걸 보니 숲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큰 모양이었다.

정말 방법이 없다면 떨어질 걸 각오해서라도 나무를 타서 걸어 갈 방향이라도 확보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가지 못하더라도 마실 물이 필요했다. 오늘은 어떻게든 갈증을 참았지만, 내일 물을 발견하지 못하면 그 다음 날 역시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계속 걸어야 하는데 탈수 증상으로 쓰러질 순 없다. 따라서 내일은 숲 밖으로 나가는 걸 목표로, 최우선으로는 동시에 물을 찾는 것도 같이 해야 했다.


시간이 흐르자 긴장은 느슨해졌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아까 들었던 이상한 울음 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기 때문이다.


‘꾸드드드···.’


나무 저 높은 곳에서 들리던 소리가 조금씩 커지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전보다 들리는 빈도가 늘어났다. 울음 소리가 커짐에 따라 깅코가 있는 곳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꾸드드드···꾸드드드···.’


‘꾸드드..드···꾸드드드···.’


거리를 좁혀오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아까만 해도 저 위에서 들리던 소리가 지금은 낮은 곳에서 울리고 있었다. 나무를 옮겨 다니며 이동하는 생명체가 분명했다.

깅코는 멀지 않은 곳에서 초록색 빛 두개가 빛나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 빛은 울음소리와 함께 움직였는데 아마 소리를 내는 것의 눈알이 아닐까 싶었다. 깅코는 그것이 자신을 발견할까 나뭇잎을 머리끝까지 올려 덮었다.


‘꾸드드드···.’


곧이어 깅코 바로 근처에서 마지막 울음소리가 났다. 깅코는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에 몸이 굳었고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뭔가 자신의 주변을 서성이는 소리가 났다. 불행히 머리를 덮은 나뭇잎이 부드러운 탓에 조금씩 흘러내렸다.


‘아아아,안돼!’


스르르 흘러내리는 나뭇잎때문에 속으로 외치던 찰나. 초록색 눈과 눈을 마주쳤다. 나무에 붙어있던 초록색 눈이 깅코를 보자 큰 소리를 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깅코는 재빨리 일어나 달렸다.


“우왁! 우오아아아악! 뭐냐고 대체!!!”


‘꾸드드드···. 꾸드드드···.’


하지만 얼마 못 가 또 다시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발이 접질렸는지 발목 근처에 짜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깅코는 그 상태로 달릴 수 있는 만큼 더 달렸으나 통증이 점점 심해지더니 결국 땅에 쓰러져 버렸다.


“살려주세요! 여기 괴물이..헉!!”


초록색 눈이 쓰러진 그의 앞에 서있었다. 주변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빛나는 눈 말고는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큰 덩치를 가지고 있는 건 알 수 있었다.


‘꾸드드드···’


초록색 눈은 고개를 왔다갔다 하며,


“으..으으···살려 주세요..살려주세요.”


그러나 미지의 생명체에게 인간의 말은 통하지 않았다. 초록색 눈이 입을 벌렸는지 깅코의 머리에 끈적한 타액이 떨어졌다. 먹힌다. 괴물의 저녁 밥이 되는 건가. 갑자기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오한이라 하기에는 온도가 훅 떨어진 느낌이었다. 깅코의 입술이 추위로 점점 떨려오기 시작했고, 초록색 눈 역시 갑작스런 온도 변화에 당황한 듯 했다. 빛나는 두 눈으로 주변을 살피는 듯한 그때.


탕!


‘꾸드드드···! 꾸드드드···!’


어디선가 총성이 들렸고 초록색 눈은 비명과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며 깅코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총성이 울리자 초록색 눈은 재빨리 나무들로 넘어가며 멀어지기 시작했다. 울음 소리가 멀어지자 깅코는 정신을 차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것보다 방금 그 총성은 어디에서? 깅코는 눈가까지 흘러내린 초록색 눈의 침을 닦아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발목의 통증 때문에 제대로 설 수가 없어서 한 손으로 나무를 짚었다.


어둠 속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아까 괴물과 같은 초록색 눈빛을 내며 누군가 다가왔다. 그러나 괴물과는 조금 달랐다. 훨씬 작은 무언가였다.


저벅저벅.


“넌 누구냐?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깅코와 약간의 거리를 둔 곳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르겠어요···. 눈을 떠보니 이 숲이었어요. 여긴 어딘가요?”

“···일단 받아라.”


깅코의 앞에 툭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손을 땅에 더듬자 뭔가 만져졌다. 그리고 만지자 마자 아까 머릿속에 입력된 메세지처럼 뭔가 떠올랐다.



마망 야간 고글 [감정완료/활성]


[마망의 수정체로 만들어진 야간 투시경.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도 볼 수 있다.]



“안 쓰고 뭐해? 여기서 죽고 싶어?”

“아···.”


깅코는 서둘러 총을 쏜 사람이 준 고글을 착용했다. 모든 것이 녹색으로 보이긴 했으나 전혀 보이지 않았던 시야가 확보됐다. 깅코는 고글을 준 사람을 쳐다봤다.

온몸에 나뭇잎을 두르고 있는 난장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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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날지 못하는 요정 5 NEW 4시간 전 5 0 12쪽
14 14. 날지 못하는 요정 4 NEW 9시간 전 6 0 12쪽
13 13. 날지 못하는 요정 3 NEW 9시간 전 6 0 12쪽
12 12. 날지 못하는 요정 2 24.09.21 6 0 11쪽
11 11. 날지 못하는 요정 24.09.21 4 0 11쪽
10 10. 머큐어의 숲 6 24.09.19 27 1 13쪽
9 9. 머큐어의 숲 5 24.09.19 15 0 11쪽
8 8. 머큐어의 숲 4 24.09.19 18 0 12쪽
7 7. 머큐어의 숲 3 24.09.19 18 0 12쪽
6 6. 머큐어의 숲 2 24.09.19 25 1 11쪽
» 5. 머큐어의 숲 24.09.19 33 1 11쪽
4 4. 회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 2 24.09.19 33 3 11쪽
3 3. 회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 24.09.19 41 3 11쪽
2 2. 살인자의 아들 2 24.09.19 53 4 11쪽
1 1. 살인자의 아들 24.09.19 21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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