깅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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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
작품등록일 :
2024.09.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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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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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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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날지 못하는 요정 4

DUMMY

14. 날지 못하는 요정 4


중간 지점에 도착한 둔차르와 깅코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상의했다. 벌써 저녁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 멈춰 하루를 묵을지 아니면 계속 내려갈지 결정해야 했다.

산소가 충분할 때 쉬는 것이 좋지만, 아직 이스바 랑나의 마법이 둘을 보조하고 있어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래서 저녁을 챙겨 먹고, 적당한 다른 지점이 나타날 때까지 들어가 보기로 했다.


각자 배낭에서 저녁 식사를 꺼냈다. 나뭇잎으로 포장 된 건 주먹밥이었다. 총 여섯 개가 들어있는 걸로 봐서 총 이틀치의 식량이었다.

주먹밥을 감싼 나뭇잎을 벗겨내자 고소한 냄새가 올라왔다. 합 입 베어 물자 적절히 짠 맛이 입맛을 돋궜다. 단순한 주먹밥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맛이 나다니. 확실히 말리의 음식은 맛있었다. 이게 바로 요리 경력 40년의 내공인 건가.

둔차르는 빠르게 하나를 먹어 치우고는 두개 째를 집어들었다.


“아껴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데.”

“지금 많이 먹어 둬야 계속 힘내서 걷지 않겠나. 걱정마라 나중에 빼앗아 먹지 않을 테니.”


식사를 빠르게 끝내고 둘은 다시 걸었다. 중간 지점을 지나니 작업 반장 드웨인이 말한 갈림길이 나왔다. 오른쪽 길은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돌 무더기로 막혀 있어 왼쪽 길로 걸었다. 갈림길 안에 들어서자.


<벨휴어...> 전보다 선명해진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도대체 벨휴어가 누구인거야.


“둔차르. 안에서 방금 목소리가 들렸어요.”

“아무래도 헛수고는 하지 않을 것 같군. 계속 가보자고.”


갈림길은 이전보다 어두웠다. 깅코와 둔차르는 서둘러 마망의 야간 고글을 착용했다. 빛이 들지 않아 야광석이 없었다면 고글을 써도 무용지물이 었을 터였다. 그리고 배낭에서 나무뿌리를 꺼냈다. 곧 산소가 부족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인부들이 이곳까지 오지 않는 이유를 알겠군. 지독하게 어둡구만.”

“햇빛이 들지 않아 그런가 봐요. 고글과 야광석이 없었으면 힘들 뻔 했네요.”

“코도 턱턱 막히는 게 머큐어 나무가 이 아래까지 뿌리내리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지금 뿌리를 하나 사용할까요?”

“아니, 아끼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체력적으로 괜찮다고 해도, 이미 저녁인데다, 하루치 산소를 자면서 날려 먹을 수는 없지. 만약 지금보다 밑으로 내려가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다시 중간지점까지 올라와서 다음 날 오전에 출발하는 것이 어떻겠나.”

“좋아요. 앞으로 갈림길들이 더 나온다고 했으니, 그중 하나만 확인하고 돌아올까요?”


두 번째 갈림길은 세 개의 길로 나뉘어져 있었다. 작업 반장의 말로는 두 번째 갈림길 역시 처음과 같이 두개의 길로 나눠져 있어야 했다.


“갈림길이 두개라 하지 않았어요?”

“나도 그렇게 들었다. 착오가 있었나 보군.”

“어쩔 수 없죠···.어느 쪽부터 갈까요?”


둘은 가장 오른쪽 길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막다른 길인 것을 인지한 둘은 체력이 남아 있었기에 길 하나를 더 확인해보기로 했다. 중간 길은 오른쪽 길과는 달리 각양각색의 금속이 벽에서 튀어 나와 있었다. 야광석의 빛에 반사된 광석들은 길을 좀 더 환하게 밝혀주었다. 덕분에 좀 더 멀리 보며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길이 막혀 있는 게 보였다.


“이 길도 아닌가 보다. 저기 길이 막혀 있는 게 보인다.”

“그렇네요. 어, 잠깐만요.”

뭔가 이상했다.

“둔차르, 이 고글 열 감지 기능 있잖아요. 온도가 낮으면 초록색으로 보이지 않아요? 저기 막힌 벽은 녹색이 아니라··· 살짝 주황색인데요?”

“진짜네. 그렇다면, 벽 너머에 열을 내는 것이 있다는 것이거나···.”

“벽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일지도 모른다는 거죠?”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위험 할지 모르니···. 잠시 기다려라.”


둔차르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광석 하나를 집어 막힌 벽을 향해 던졌다. 하지만 벽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는 칼집에서 스크리머색스를 꺼내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칼을 다시 벽을 향해 던졌고 벽 중앙에 박혔다.


꿈틀.

막힌 벽이 꿈틀거렸다. 온도 역시 올랐는지 진한 주황색이 되었다.


“엇! 둔차르 봤어요?”

“이거···. 좋지 않은 걸!!”


그들이 있는 갈림길에 진동이 일어났다. 그리고는 벽이 점점 그들에게 가까워졌다.


“머큐어 웜이야. 쉬고 있던 녀석을 건드린 모양이다···!”


갈림길을 가로막고 있던 것은 머큐어 웜이었다. 다시 말해 지렁이라는 뜻! 하지만 일반 지렁이와는 달랐다. 곧 칼이 꽂혀 있던 표피가 뒤로 넘어가며 송곳들이 튀어나오며 녀석의 입이 드러났다. 둔차르가 공격한 부분이 머리 부분인 모양이었다. 꿈틀거리던 머큐어 웜이 속력을 냈다.


“도망쳐! 이 길에서 나가야해!!”

“칼은 던지지 말 걸 그랬어요!!!”

“갈림길을 나가자 마자 첫번째 길로 들어가! 이 녀석, 눈이 없어서 어디로 향할지 몰라. 아마 직진할 가능성이 크다! 전속력으로 달려라!”


퍼버버벅.


머큐어 웜은 위협적인 입을 열고 꿀렁거리며 깅코쪽으로 다가왔다. 거대한 지렁이의 속도는 몸집만큼이나 빨랐다. 한 번 몸을 수축이고 펼 때마다 몇 십 미터를 좁혀왔다.

천장이 흔들리며 흙이 우수수 떨어졌다. 다행히 체력이 닳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그들은 전속력으로 갈림길을 빠져나왔고 바로 우회전해서 첫 번째 굴로 들어갔다.


머큐어 웜은 고통의 자극으로 움직였을 뿐, 눈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을 감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쳤다. 하지만 직진할 거라 생각했던 웜은 몸뚱이를 치켜들고 그들이 온 유일한 길 위를 뚫기 시작했다.


“망했다!!! 저 녀석, 길을 그대로 가지 않고 새로운 길을 뚫고 있잖아! 멈추지 않으면 흙 무더기에 길이 막혀 버릴 거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어요?!”


둔차르는 아이스 블라스트를 꺼내 머큐어 웜의 머리통에 조준했다. 탕! 메아리와 함께 탄환이 발사됐고 길을 뚫는 녀석에게 명중했다. 일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고 머큐어 웜 역시 몸이 얼어붙자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허나 유의미한 행동이 되지 못했다. 아이스 블라스트는 적을 일시적으로 주춤이게 할 뿐 타격을 주는 무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약 3초가량 멈춰 있던 머큐어 웜이 다시 굴을 파며 올라갔다. 이미 그들이 내려온 입구는 반쯤 흙더미에 막혀 버렸고, 이제 곧 막힐 터였다.


“깅코! 녀석을 다시 한 번 쏠 거다. 너랑 나는 곧장 달려 입구가 완전히 막히기 전에 들어간다. 이해했겠지?”

“마망에 쫓길 때와 비슷하네요! 알겠어요!”


아이스 블라스트가 머큐어 웜에게 다시 한 번 적중했고, 둘은 곧장 입구로 뛰어갔다. 둔차르가 먼저 빠른 속도로 입구로 들어갔고, 깅코가 점프해 들어가려던 찰나, 머큐어 웜이 얼어붙지 않은 꼬리 부분을 휘둘렀다.


“윽!!” 깅코는 꼬리에 맞아 튕겨 나갔다.

“꼬마!”

둔차르가 깅코를 불렀지만 허나 천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늦었어요! 가서 구조대를 불러와줘요!!”

“알겠다! 그 자리에서 기다..”


둔차르의 말은 끝맺어지지 못하고 흙무더기에 삼켜졌다. 머큐어 웜은 아랑곳 않고 굴을 파서 올라갔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사방을 메웠고 깅코는 코와 입가를 가리고 첫번째 갈림길 내부로 도망쳤다.

어느정도 진동이 잦아들자, 그는 입구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나왔다. 머큐어 웜은 사라진 뒤였다. 기존에 있던 입구는 혼자서는 파내기 불가능할 정도로 막혀 있었고, 그 위로 새로운 굴이 생겼다.


‘이제 어떻게 하지?’


머큐어 웜이 새롭게 만든 굴은 겉보기에는 광산 입구쪽으로 연결 되어 있을 것 같지만 경사가 높아 올라가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어찌저찌 올라간다 해도 웜을 다시 마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는 건 절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구조를 기다리거나, 갈림길을 탐색하는 수 밖에 없었다.


깅코는 우선 앉아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여기까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이 대략 열 시간이라 계산한다면, 둔차르가 궁전까지 나가서 구조대와 함께 내려와 막힌 길을 뚫는 건 꼬박 하루내지 이틀 정도 걸릴 것 같았다. 그 동안 버틸 물자도 충분하다. 그렇게 갈림길 앞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는 것으로 결정하려고 하던 찰나.


<날 구해줘.>


젠장!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내 목소리 들려요?” 깅코가 외쳤다.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소리인 거야?’


<부탁이야. 날 구해줘.>


깅코의 목소리에 답하듯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렸다. 목소리는 머큐어 웜이 나왔던 중간 길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래..좋게 생각하자. 어차피 저 길로 가기 위해서는 지렁이를 쫓아내야 했으니···. 혼자 가게 된 건 좀 무섭지만···.’


깅코는 자리에서 일어나 야광석을 비추며 중간 갈림 길로 들어갔다. 머큐어 웜이 헤집어 놓았기 때문에 역시 이곳 저곳 흙더미가 쌓여 있었으나 지나 다닐 정도는 되었다. 그는 고글과 야광석에 의지해 쭉 앞으로 나아갔다. 내리막길에서는 갈고리가 달린 로프를 꺼내 광석에 걸어놓고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내리막을 통과하니 이번에는 오르막이었다. 같은 방법으로 쓰려 했지만 갈고리가 헐렁해 결국 양손, 양발로 좌우 벽을 밀치며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길이 얼추 평평해지자, 깅코는 배낭에서 식수를 꺼내 벌컥 들이켰다. 아무래도 마법이 갈증을 막아 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타던 목이 물로 씻겨 내려가자 살 것만 같았다.


‘후우···슬슬 가방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 같은데.’


마법의 효과가 약해지고 있는지 배낭의 무게가 조금씩 느껴졌다. 숨도 제대로 쉬어 지지 않아 그는 나무 뿌리를 꺼내 깨물었다. 숨을 들이 쉬자 콧속으로 공기가 밀려 들어오며 폐를 가득 채웠다. 숨쉬기가 편해지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중간 갈림길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들려오는 목소리로 이어져 있다는 확신이 들었으나 혼자 몇시간이나 걷다 보니 심적으로 지쳐왔다.

지금쯤 둔차르는 광산을 나갔으려나? 얼마나 걸은 거지? 새삼 시간을 알 수 있는 로랑족이 부러웠다.

물고 있는 나무뿌리에 침이 흘러 내렸다. 입이 벌려진 상태라 침이 새어 나오는 걸 어쩔 수 없었다. 계속 닦으며 갈 수 없었던 깅코는 한손으로는 야광석을, 다른 한 손에는 나무뿌리를 코 밑에 대고 걸었다.

드디어 세번 째 갈림길이 나왔다. 갈림길 두 가지였다. 깅코는 목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 길 앞에 섰지만 이번에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저기요-어느 쪽으로 가야해요! 구하러 왔어요! 구해달라고만 하지 말고 어디로 갈지 알려달라고요!”


깅코의 목소리가 굴 속에서 메아리 쳤다. 무슨 변덕인지 이번에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궜다.


“어?”


고개를 숙이자 한쪽 바지 주머니가 빛나는 게 보였다.


“이건, 이스바 랑나님이 주신 오팔..”


무지개 빛 오팔을 꺼내자, 허공에 떠오르더니 막혀 있는 오른쪽 벽 위에 흡수 되듯 들어갔다. 이윽고 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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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머큐어의 숲 6 24.09.19 26 1 13쪽
9 9. 머큐어의 숲 5 24.09.19 15 0 11쪽
8 8. 머큐어의 숲 4 24.09.19 18 0 12쪽
7 7. 머큐어의 숲 3 24.09.19 17 0 12쪽
6 6. 머큐어의 숲 2 24.09.19 25 1 11쪽
5 5. 머큐어의 숲 24.09.19 32 1 11쪽
4 4. 회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 2 24.09.19 32 3 11쪽
3 3. 회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 24.09.19 41 3 11쪽
2 2. 살인자의 아들 2 24.09.19 52 4 11쪽
1 1. 살인자의 아들 24.09.19 21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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