깅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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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
작품등록일 :
2024.09.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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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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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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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날지 못하는 요정 2

DUMMY

12. 날지 못하는 요정 2


깅코는 도망치는 둔차르를 쫓아갔다. 하지만 날랜 둔차르를 쫓아가기란 쉽지 않았다.


“둔차르 거기 서요!! 마망은 무서워하지 않잖아요. 귀신은 왜 무서워하는 거예요?”

“귀신은 형체가 없지 않나! 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은 무서워···. 저주에 걸릴지도 몰라.”

“저도 제가 잘못들은 거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이상한 소리 들린다는 신고 없었나요?”

“전혀!! 그랬다면 벌써 조사해봤겠지.”


쫓기던 둔차르는 이스바 랑나의 명령이라고 하고 나서야 멈춰 섰다.


이스바 랑나는 깅코의 방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지팡이는 아주 옅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다만 야광석의 빛과는 조금 달랐다. 온기가 느껴지는 빛이었다.


“깅코, 자네 방부터 확인 해보도록 하지.”

“이스바 랑나님, 저는 딱히 가지 않아도···.”

“왜 그러지? 뭔가 다른 할 일이 있나?”

“그, 말리를 도와 오전 순찰 중 따온 야채들을 손질 해야 해서···”

“오래 안 걸릴 거네. 잠시 확인만 하는 거니 같이 따라오지.”

“으흑···네···.”


셋은 깅코의 방에 들어가, 방 한 가운데 섰다.


“깅코, 이 방에서 소리가 들리는 게 맞나?”

“네. 맞아요. 며칠 전부터 들려왔어요.”

“지금은 뭔가 들리는 가?”

“잠시만요. 죄송하지만 모두 조용히 해주시겠어요? 가만히 있을 때 들리더라구요.”


둘은 깅코의 부탁대로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나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거봐! 별일 아닐 거라니까.” 둔차르는 괜히 무서워 했다는 듯 어깨를 폈다.

“이상하다···. 분명 여자 목소리가 들렸어요. 자신을 구해달라고.”

“일층에서 자고 있는 랑사들 잠꼬대 들은 거 아냐?”

“그럴 수도 있겠는데요···”

“아랫층에 말리와 에나의 방이 있다. 한 번 그곳으로 가보자.”


깅코가 묵는 방 바로 아래층은 이인실로 말리와 에나라는 랑사 둘이 사용하는 방이었다. 셋은 2층 다른 방들을 확인 한 뒤, 소리가 들리지 않자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말리와 에나는 잘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에나는 붉은 머리를 땋은,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하게 생긴 로랑족으로 성내 청소를 담당하는 랑사들 중 한 명이었다.


“이상한 소리요? 말리가 가끔 잠꼬대를 하긴 하는데···. 그 소리가 벽을 통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어머, 에나! 나 잠꼬대 해? 처음 알았는 걸??? 나 뭐라고 해?”

“그···음식 남기면 칼로 썰어 버린다고.”

“···호호호, 에이~ 잘못 들었겠지! 내가 그런 상스러운 말을 할리가 있어?”

“······.”

“에나는 잠꼬대 하는 걸 본 적 없어요. 제가 에나보다 빨리 잠들기 때문에 들어 본 적이 없거든요!”

말리와 에나 역시 깅코가 들었다는 의문의 목소리도 금시초문인 것 같았다.


“그래, 분명 착각일 거다. 몇 백 년 동안 로랑족 그 누구도 밤에 이상한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 둔차르가 팔짱을 꼈다.

“깅코, 자네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나?”

“이스바 랑나님, 마지막으로 동굴 입구를 확인해봐도 될까요? 마음에 걸려서요.”


말리와 에나 역시 목소리의 정체가 궁금했는지 대열에 합류했다. 그들은 서쪽 날개 출구로 나와 성문 밖까지 걸어갔다. 성 뒷문에서 불과 이십 여 미터 떨어진 곳에 광산의 입구가 있었다.

광산 입구 주변에는 광물 부자재 더미와 연장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깅코와 이스바 랑나를 제외하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다.


“여기가 광산이군요. 그런데 왜 다들 코를 막는 거죠?”

“이 광산에서 성 내부에 쓰이는 야광석과 다른 광물들을 채광하고 있단다. 로랑족들은 대부분 금속냄새를 좋아하지 않아. 피부와 금속이 닿았을 때 나는 냄새를 좋아하지 않지.”

“저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데···.”

“아무래도 로랑족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인 것 같구나. 다들 금속 냄새에 민감해서, 노역형을 사는 이들이 채굴을 담당하고 있지. 이 성과 주변을 밝히기 위해서는 야광석이 꼭 필요하니까.

물론 야광석은 냄새가 나지 않으니 괜찮은 편이란다. 손에 닿았을 때 냄새가 유독 지독한 금속들이 있을 뿐이지···.”

“광산 안에 아직까지 채굴자들이 일하고 있는 건가요? 몇년간 이곳에서 일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럴리가. 아무리 죄인이라도, 가둬놓고 일만 시키지 않는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광산에서 일하다 집에 돌아가 쉰 단다. 노역형은 그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 뿐이다. 그리고 로랑족에게 몇년은 그리 긴 세월은 아니지.”

“인간의 입장에서는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지네요. 한 달도 긴데···.”

“단생종의 입장에서는 그렇겠구나. 고작 몇 십년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이겠지. 그렇기에 인간족들은 더욱 더 시간의 가치를 잘 활용하는 편이지. 그들의 기술은 속도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니까 말야. 백년 전쟁때 본 인간들의 기술들이 생각나는 구나.”


이스바 랑나가 말하는 사이.


<ㄱ..해줘..부탁이야.>


“방금 무슨 소리 안 들렸어요?”


깅코가 동굴 방향으로 손가락질 했다. 허나 깅코 외에는 아무도 소리를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들은 입구 쪽으로 좀 더 가까이 갔다.

이스바 랑나의 지팡이가 어두운 입구를 밝혔다. 지팡이의 빛이 밝히는 거리까지는 빈 공간이었다. 깅코는 미간을 찌푸렸다. 집중하던 그 때 공허한 광산 안에서 울림이 느껴졌다.


<벨휴어···날 이곳에서 꺼내 줘.>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깅코의 귀에 정확히 들렸다.


“지금! 누군가 날 꺼내달라는 말! 확실히 들렸죠??”

“깅코, 나에겐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도 그래.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어.” 말리와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저한테만 들리는 것 같아요···. 분명 이 광산 속에서 울렸어요. 저를 벨휴어라고 불렀어요. 전설 속의 요정이면 어떡하죠?”

“선조가 지금까지 살아 있을리 없다. 몇 천년이나 흘렀을 거다. 그 만큼 살수 있는 건 용족 밖에 없어. 둔차르, 광산 내부에 잔류된 랑사가 있나? 혹시 사고로 발이 묶여 나오지 못하는 랑사가 있진 아니냐 말일세.”


둔차르는 서둘러 광산 입구 옆에 있는 나무판자을 확인했다.


“아닙니다. 근무표에는 전부 퇴근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광산에 사고 일어난 적은 마계 전쟁 중 한 번 밖에 없지 않습니까.”

“···로레어 랑파에게 먼저 보고 해야겠다. 그가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려줄 것이야. 지금은 모두 들어가거라. 내일 오후에 소집할 터이니, 근무를 마치고 궁전 중앙 홀에서 대기하도록 해라.”



다음 날, 궁전 중앙홀에는 이스바 랑나를 제외한 어젯밤 모인 네명이 모여 있었다. 소집한다는 게 깅코 뿐인지, 전부인지 몰라 점심 식사 후 다같이 움직였다. 그들은 일렬로 서서 중앙홀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게 됐다.


“지금 기다린 지 좀 되지 않았나요?”

“아직 오후다.”

“오후인 건 알죠. 그래도 여기 서서 적어도 삼십 분은 기다린 것 같은데.”

“삼십분이 무엇이냐?”

“시간을 세는 단위인데. 으...됐어요. 그냥 누군가 문을 두드려 보는 게 어때요?”

“그래. 그러는 편이 좋겠군. 누가 할 거지?”

“둔차르?”

“네가 해라. 말 꺼낸 사람이 하는 거지.” 깅코와 둔차르는 서로를 번갈아 봤다.

“에휴, 사내들이 소심해가지곤. 그냥 문만 두들기면 되는 거잖아.” 말리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중앙홀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넷은 로레어 랑파의 온실로 들어갔다. 말리와 에나는 온실 속 꽃들을 보며 아름답다며 서로 호들갑을 떨었다.


차를 마셨던 장소에 로레어 랑파와 이스바가 있었다. 로레어 랑파는 깅코를 보고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우하하하! 역시 그대가 오고나서 새로운 바람이 부는 구나!”

“예?”

“그대가 들은 소리는 로랑족 선조의 목소리가 분명하네. 여태껏 그 누구도 듣지 못한 목소리를 듣는 것을 보니, 그대는 세르만드가 말한 구원자가 맞도다!”

“아니라니까요···.”

“쑥쓰러워 할 필요 없네. 나의 감은 정확하니까.”

“그 감 믿지 마세요··· 잘못 된 거 같아요.”

“무엄하다, 꼬마! 어디서 랑파에게 말대답을.” 둔차르가 옆에서 깅코에게 핀잔을 줬다. 말리와 에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에 귀가 쫑끗 세워졌다.

“그대가 할 수 있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될 것이라 한 짐의 말을 기억하는가. 지금이 바로 그 첫 걸음이구나.”

“무슨 일을 시키시려고···.”

“광산에 내려가 갇힌 선조의 영혼을 인도해주게.”

“네?? 제가요????”


미친 것이 분명하다. 이 왕이란 작자는 전쟁 이후 맛이 가버린 게 분명해. 선조의 영혼을 인도해 오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로레어 랑파는 아랑곳 않고 계속 이야기 했다.


“몇 천 년, 몇 만년이 지났을지 모른다. 선조가 아직까지 살아 있을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선조의 영혼이 광산을 떠도는 거라 보는 편이 맞겠지.”

“하지만 그걸 제가 어떻게 해요.”

“여기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그대뿐이지 않나. 그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러니까, 그걸 제가 왜 하냐구요··· 만약에 그 선조의 영혼이···그 뭐냐, 귀신 같은 거면 어떡해요. 둔차르의 말로는 귀신에게 저주 받을 수도 있다는데.”

“고귀한 머큐어 숲의 영혼이 저주를 품을리 없다! 정 걱정이 된다면,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모두 챙겨주마. 그리고 둔차르도 따라 보내도록 하지.”

“랑파님?? 안돼요. 안돼!!” 둔차르는 안 된다며 손사래 쳤다. 선조의 영혼이 귀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을 먹은 것이었다.

“둔차르, 로랑족을 욕되게 할 생각인가! 소년을 따라가도록 하게.”

“아, 이건 잘못됐어···.” 둔차르, 아까는 말대답하지 말라면서요···.


“소년이여, 부탁하네. 로랑족의 첫 역사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네. 부디 거절치 말아주게나. 만약 그대가 선조의 영혼을 인도해온다면 머큐어 숲의 보물을 주겠네.”


로레어 랑파의 간절한 부탁에 깅코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보물 때문이 아니라, 그 긴 세월을 광산 아래에 갇혀 있을 날개 다친 요정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동화책의 마지막 페이지 삽화가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숲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터라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이스바 랑나여, 내일 당장은 출발이 어려울 걸세. 광산의 지도와 필요한 물품들이 한 두개가 아니니. 그대가, 이들을 도와 필요한 물품을 챙겨 주도록 하게. 둘이 내려가 있는 동안, 당분간 광산 채광은 멈추도록 하고. 인력들은 순찰조로 넣어두면 되겠군. 다른 랑나들에게는 내가 미리 얘기해두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랑파님.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준비가 끝나는 당일 오전에 출발 하게.”

“고맙네, 소년이여. 머큐어의 축복이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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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날지 못하는 요정 4 NEW 9시간 전 6 0 12쪽
13 13. 날지 못하는 요정 3 NEW 9시간 전 6 0 12쪽
» 12. 날지 못하는 요정 2 24.09.21 6 0 11쪽
11 11. 날지 못하는 요정 24.09.21 4 0 11쪽
10 10. 머큐어의 숲 6 24.09.19 27 1 13쪽
9 9. 머큐어의 숲 5 24.09.19 15 0 11쪽
8 8. 머큐어의 숲 4 24.09.19 18 0 12쪽
7 7. 머큐어의 숲 3 24.09.19 17 0 12쪽
6 6. 머큐어의 숲 2 24.09.19 25 1 11쪽
5 5. 머큐어의 숲 24.09.19 32 1 11쪽
4 4. 회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 2 24.09.19 32 3 11쪽
3 3. 회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 24.09.19 41 3 11쪽
2 2. 살인자의 아들 2 24.09.19 52 4 11쪽
1 1. 살인자의 아들 24.09.19 21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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