깅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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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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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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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머큐어의 숲 6

DUMMY

10. 머큐어의 숲 6


아침이 맞는지 나무 사이를 통해 미약한 빛이 들어와 고글을 쓸 정도로 어둡지는 않았다. 깅코는 이마에 고글을 고정시켰고, 둘은 나란히 나무 뿌리를 넘어가며 주변을 걸었다.


“둔차르.”

“왜 또.”

“이 숲에 외지인이 들어올 수 없다고 했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매일 순찰을 도는 건가요?”

“당연한 질문을. 숲의 주민들이 숲을 관리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리고 완전히 못 들어오는 것도 아니니.”


둔차르가 깅코를 쳐다봤다.


“그러면 순찰 때는 보통 뭘 하는 거죠?”

“오전과 저녁 순찰조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오전조는 자연사한 마망의 사체나, 야생 재료를 발견하면 수집해서 가지고 오는 역할이다. 마망들은 늦은 오후까지는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않으니, 비교적 안전한 오전에 찾는 거지. 마망의 수정체로는 야간 투시경을 만들 수 있고, 몸통 가죽으로는 질긴 갑옷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바구니와 칼을 챙긴 거군요.”

“야간 순찰조는 마망의 개체 수 확인을 한다. 마망들은 무리 활동을 하지는 않으나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은 아니다. 항상 일정한 거리 내에 있지.마망들이 저녁에 숲 밑으로 내려오면 눈에 보이는 수를 세어 기록한다.”

“개체 수 확인을 해서 어디에 쓰는 건가요?”

“마망들은 위협적이지. 사냥을 할 때는 무리를 짓지만 기본적으로는 영역을 가진 괴수거든. 개체수가 너무 많아져 다른 마망에게 영역을 침범 당하면 낮에도 지상으로 내려온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수를 넘기기 전에 조절하는 거다.

지금 파악 된 걸로는 마흔 두 마리 정도가 이 숲에 있다. 보통 수가 오십이 넘어가면 다섯씩 줄여가는 편이다.”


둔차르는 담담히 나무 기둥 앞에 섰다. 나무 기둥 앞에는 칼로 그어진 희미한 표식이 있었다. 그는 챙겨온 스크리머색스를 꺼내 표식 위에 덧대어 그었다.


“그리고 희미해진 표식을 보수하는 것도 오전조의 역할이지.”


둘은 꽤 멀리까지 나왔다. 둔차르는 이곳 저곳에 남겨진 표식들을 보수했고, 이른 점심으로 말리가 싸준 샌드위치를 먹었다. 어두운 숲에서 깅코는 나무 뿌리에 자란 버섯들을 발견했다.


“각목버섯이다. 붉은 색은 약재로 쓰이고 갈색은 식용이지. 검정색은 독을 가지고 있으니 만지지 마라. 포자가 손에 묻어도 발진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이곳에 버섯이 자라 있다는 건···.”


둔차르는 채취한 버섯을 바구니에 넣고 주변 나무들도 확인했다.


“높은 확률로 다른 버섯들이 자라 있다는 거지.”


둔차르는 보이는 족족 버섯들을 떼어내 바구니에 던져 넣었다. 깅코 역시 옆에서 거들었다. 딱딱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말랑하고 쉽게 나무 표면에서 떼어졌다. 나무가 워낙 거대해서, 다섯 그루를 도니 바구니가 버섯으로 가득 찼다.


‘꾸드드드···.’ 아주 멀리서 마망의 울음소리가 들려와 흠칫했다.


“자, 이제 돌아가자. 곧 오후가 되니까 지금 되돌아가면 얼추 교대 시간에 맞을 거다.”


되돌아가는 길은 나올 때 보다 빨랐다. 나무 표식들을 보면서 그들은 다시 머큐어 성으로 돌아왔다. 성으로 돌아오자 첫날 보지 못했던 성 내부의 마을을 볼 수 있었다. 대장간과 맞붙어 있는 무기점, 창을 열어두고 녹색 직물을 짜는 옷 가게, 식재료 상점 등이 있었다. 둔차르는 식재료 상점으로 들어갔다.


“둔차르 아닌가! 순찰 끝나고 왔나 보지? 그리고 소문의 외지인이군!” 가게 주인이 반갑게 둔차르와 깅코를 맞았다.


둔차르는 버섯이 가득 찬 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손에 잡힐 정도의 양을 자판대 위에 올렸다. 워낙 버섯을 많이 따온 터라 크게 티가 나지 않았다.


“이것 좀 사주쇼.”

“다 파는 게 아닌가 봐?”

“나머지는 성에 줘야 해서.”


가게 주인은 자그마한 동전 다섯개를 꺼내더니 둔차르에게 내밀었다.


“여기 5뮤낙이네.”

“1뮤낙만 더 얹어 주시지.”

“예끼! 그럼 버섯을 더 주던가.”

“안돼. 더 빼면 의심 산다고.”


둔차르는 가게 주인이 내민 동전을 물약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가게를 나왔다.


“둔차르, 방금 뭐한 거예요?”

“뭐가.”

“방금 버섯 빼돌린 거죠?”

“몇개 정도는 괜찮아. 다들 이 정도는 눈 감아 준다고.”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죠.”

“아, 진짜! 나도 연애 좀 하자!”

“에? 갑자기요?”


둔차르는 급발진 하더니 깅코를 성 내 장신구점으로 데리고 갔다. 장신구점 내에는 빛을 내는 광물로 만들어진 반지, 목걸이 등 여러 보석들이 있었다. 둔차르는 그 중 하나를 가리켰다. 백 진주 귀걸이 한 쌍이었다.


“저걸 사야만 해. 그래야 멋지게 성공할 수 있다고.”

“연애하는데 진주 귀걸이가 왜 필요한데요?”

“그야, 저걸 주면서 고백해야 감동 받을 거 아니냐!”


둔차르는 깅코에게 속내를 이야기 했다. 최근 짝사랑하게 된 상대가 있는데 그녀에게 귀걸이를 선물하며 고백하기 위해 계속 돈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었다. 진주 귀걸이는 15튜낙이었고 이는 성인이 대략 세 달 급료를 전부 모아야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아직 5튜낙 밖에 모으지 못한 그는 마음이 급해졌고, 돈을 더 빨리 모으기 위해 이런 길로 빠졌다는 것이다.


깅코는 어째서 그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렇게 돈에 집착했는지 이해하게 됐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마음 때문에 이런 행동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더군다나 이런 방식으로 돈을 모아서 선물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좋아할 것 같지도 않구요. 생각해봐요. 갑자기 누군가 15튜낙이나 되는 걸 선물로 주면서 고백하면 덥석 좋다고 받겠어요? 그리고 만약 그 돈을 모은 방식을 알게 되면 실망하지 않을까요?”

“더 나은 대책이 있다는 거냐?”

“최근에 좋아하게 된 거잖아요. 시간을 좀 더 두고 다가가는 게 어때요? 저라면 그냥 가끔 편지나 꽃을 줄 것 같은데요.”

“일리는 있군.”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예요?” 둔차르는 어물쩍거리더니 답했다.

“말리.”


의외였다. 둔차르가 자신을 그렇게 줘 팬 사람을 좋아하고 있을 줄은. 아니 혹시 일부러 맞은 거 아냐? 맞는 걸 좋아하나···?


“그녀만 보면 괜히 심통 부리게 된다. 말투도 까칠해지고. ···그러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제가 봤을 때 말리와 친해지는 게 먼저일 것 같아요. 그녀가 만든 음식을 칭찬하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그리고 앞으로는 조금 오래 걸려도 정상적으로 돈을 모아요.”


둔차르와 궁전 중앙 로비에서 헤어지고 난 뒤, 깅코는 도서관을 찾아 헤맸다. 정확한 위치를 물어보지 않아 어디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곳 저곳 문을 두드리고 다니자, 랑사 한 명이 동쪽 날개 1층 첫 번째로 보이는 방이 도서관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동쪽 날개 첫 번째 방. 여기다.


여타 다른 방 문들과는 다르게 아치 형태로 이뤄진 문이었다. 노크를 하자 안에서 이스바 랑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

도서관의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다. 도서관이라고 하기에는 서재가 적합할 것 같았다. 직사각형의 긴 방을 두개의 가벽으로 분리 되어 있었고 가벽을 포함한 모든 벽이 책 선반으로 사용되었다.


“마음대로 순찰 근무를 시켜서 놀라지 않았느냐?”

“괜찮아요. 머릿속이 복잡하니 집중할 수 있는 다른 게 필요했어요.”

“그럴 것 같았다. 어제 로레어 랑파가 한 말을 너무 신경쓰지는 말거라. 네게 부담을 주려고 한 의도는 아니었을 테니.”

“······.”


둘은 장테이블 앞에 앉았고 이스바 랑나는 테이블에 자신의 지팡이를 걸쳐 두었다.


“마계 전쟁 당시, 나는 서른이었네. 인간으로 치면 지금 자네 나이보다 어리겠군. 처음에는 다들 전쟁이 빠르게 종결 될 줄 알았지. 세 대륙 모두 막강한 군세를 지니고 있었으니. 어느 쪽이든 상황을 진정시킬 거라 생각한 거야.

그렇게 몇 번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마계 세력은 힘을 키웠고, 전쟁은 36,524일이나 지속되고 말았다.

···전쟁이란 끔직한 거라네. 특히 100년의 전쟁은 모든 걸 앗아가기에 충분하지. 누군가의 터전, 가족, 꿈······삶 자체를 없애 버려. 지금 이 성에 있는 로랑족 중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얼마 없네. 대부분 전쟁 이후 태어난 이들이지.

로레어 랑파는 새로운 세대에게 전쟁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해. 전장의 한가운데 서 있던 로랑족으로서 누구보다 전쟁의 처참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

나 역시 로레어 랑파의 마음을 이해하나, 실수로 이 세계에 오게 된 아이에게 구원의 짐을 지도록 강요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한다. 그러나 네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마기로 몰락한 땅을 지나야 하는 건 사실이란다.

지금 당장 가고 싶겠지만, 충분한 지식과 준비가 없다면 가는 도중 마기에 의해 병들어 죽거나, 괴수들에게 살해되겠지.”


이스바 랑나는 천천히 서재에 꽂힌 책을 한 권 집더니 깅코에게 건넸다. 그녀는 자상한 눈빛으로 깅코를 바라봤다.


“네가 이 숲을 나갈 때까지 필요한 지식을 알려주마. 대륙들의 역사와 지리, 그리고 네가 마주칠 수 있는 괴수들까지. 매 주 두 번씩. 오후 동쪽 날개 이층 집무실에서 나를 찾거라. 내가 없다면 그 날 오후는 혼자서 책을 읽도록 하고.”


그녀가 읽어야 할 책들을 미리 보여주었으나,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이스바 랑나님···죄송하지만 책을 읽을 수 없어요.”

“원래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이냐?”

“아뇨, 제가 원래 세상에서 쓰는 글자들과는 달라서···.”

“그러면 어떻게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건가?”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처음부터 말은 통해서 어제까지는 제가 살던 세상의 다른 지역에서 깨어난 줄 알았거든요.”

“흠···처음 보는 사례구나. 차원석의 영향인 건가.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언어부터 가르쳐야겠구나. 매주 세 번씩 오거라.

오늘 오후는 비요크 언어를 배워 보자꾸나. 로랑족과는 이미 말이 통하니. 대륙으로 나갔을 때 더 도움이 되겠지.”


그렇게 오후는 비요크 대륙 언어 수업으로 채워졌다. 언어를 새로 배우려니 머리가 빠개질 것 같았다. 이스바 랑나는 같은 자리에서 깅코에게 비요크 문자를 외우도록 했고, 몇 시간이나 앉아 있자 좀이 쑤셔왔다. 하지만 깅코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걸 도와주려는 그녀에게 힘들다고 하소연 할 수는 없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첫날 마흔 여섯 개의 문자 중 열 두개 외운 정도라면 며칠 걸리지 않겠어. 오늘 배운 것들은 다음 시간까지 복습하도록 하거라.”

“네···.”

“이층 집무실은 두 번째 방이다. 이틀 뒤 오후에 다시 만나도록 하자.”

“네······.”


이스바 랑나는 가벽으로 된 책꽂이 제일 아래에서 얇은 책을 꺼냈다. 페이지마다 삽화가 있는 동화책이었다. 그리고 동화책 오늘 배웠던 비요크 문자가 정리된 사본을 받았다.


“비요크 대륙의 전설 전집 중 첫 권이란다. 총 열 세권이 있지. 보통 아기들에게 읽어 주는 용도로 쓰이지만, 이걸로 오늘 배운 문자들을 복습하면 괜찮을 거네. 삽화가 있으니 모르는 글자들은 유추하면서 보도록 하도록.”



깅코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식당으로 갔다. 점심에 먹은 샌드위치 양이 적었는지 수업 중간에 배에서 작게 꼬르륵 소리가 나는 걸 모른 척해야 했다. 깅코는 식당 앞에서 둔차르를 만났다. 그는 깅코를 보자 얼굴이 환해졌다.


“앞에서 뭐해요? 안 들어가고.”

“크흠···. 꼬마, 널 기다리고 있었다. 네가 길을 잃었나 싶은 참이었지.”

“꼬마가 아니라 깅코예요. 혹시···말리때문에 못 들어가고 있는 거예요?”

“그런 거 아니다! 오늘따라 혼자 들어가기 어색해서 그렇다.”

“어색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들어가요 그럼.”

“앞장 서라.”

“?”


‘뭐야. 왜 저래?’


둔차르는 이상하게 호들갑스러웠다. 깅코는 식당 문을 열었고 둔차르는 깅코 뒤에 숨어 들어왔다. 말리는 식기대에서 접시를 꺼내고 있었다.


“오-깅코? 오늘 오전에 둔차르와 순찰 나갔다면서. 버섯을 많이 따와 준 덕분에 오늘은 버섯 향신료 볶음을 만들었단다.”

“기대돼요! 벌써 너무 배가 고픈 걸요.”

“흠···흠!”


둔차르가 헛기침을 하며 슬그머니 나왔다. 그는 품안에서 뒤적거리더니 뭔가를 꺼냈다. 바로 이끼 덩어리였다. 그는 짐짓 쑥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이끼 덩어리를 쥔 손을 말리에게 내밀었다.


“오다 주웠네.”


······아, 안돼! 그거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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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머큐어의 숲 6 24.09.19 27 1 13쪽
9 9. 머큐어의 숲 5 24.09.19 15 0 11쪽
8 8. 머큐어의 숲 4 24.09.19 18 0 12쪽
7 7. 머큐어의 숲 3 24.09.19 17 0 12쪽
6 6. 머큐어의 숲 2 24.09.19 25 1 11쪽
5 5. 머큐어의 숲 24.09.19 3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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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회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 24.09.19 4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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