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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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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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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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장

DUMMY

서장


40세기는 세계 곳곳에서 각 국가 혹은 세력의 흥망을 결정짓는 큰 해전이 벌어졌던 이른바 결전의 세기이다. 세계 5대 해전 중 3개의 해전이 바로 40세기에 일어났다. 키프로스섬 진출 이후 호시탐탐 유럽정복을 꿈꾸던 오스만 제국과 이슬람세력의 폭거에 대항하기 위해 일어난 신성동맹의 격돌이 3904년(서기 1571년) 레판토에서 벌어졌고 잉글랜드는 그 당시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3921년(서기 1588년) 칼레에서 무너트렸다. 위와 같은 해전은 유럽사의 향방을 결정짓는 크나큰 사건 중 하나였다. 한편 3925년 (서기 1592년) 동양의 한반도 남쪽 한산도의 섬 부근 견내량에서도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조선의 이순신과 일본의 협판안치(協坂安治,와키사카 야스히루)가 이끄는 대 함대가 일전을 앞두고 있었다.

그 이후 지속 된 조일전쟁의 향방을 결정짓게 된 일대 사건이었다. 전쟁 전 조선의 상황은 당쟁과 군정의 문란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전국시대를 종식시키고 일본을 통일한 풍신수길(豊臣秀吉,도요토미 히데요시)은 명국을 정복하겠다는 미명하에 군사를 일으켰고 파죽지세로 조선을 침공해 들어가고 있었다. 불과 20일 만에 한성(현재의 중경(中京))을 점령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조선의 운명은 불투명했고 그런 조선을 살려낼 이는 전라좌수사 이순신뿐이었다. 사실 이순신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병선은 낡았고 병력은 충분치 못했다. 그에 비해 일본은 새로운 병선에 1만의 병력을 지니고 있었다. 병선의 우월함이 있다고 해도 조선의 승산은 희박해 보였다. 그러나 육전에서 사용되던 학익진을 해전에 이용한 이순신은 일본의 대함대를 궤멸시켰다. 이로써 일본이 계획했던 수륙병진작전을 물거품 되었고 남해안의 제해권은 조선의 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그 이후로도 7년간 지속된 조일전쟁에서 조선이 승리를 차지하는 큰 요인이 되었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해전에서 일본이 승리를 거두었다면 오늘날의 대한제국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일전쟁 연구, 차지수, 한성대출판부, 4143년(서기 1810년)>>중에서 발췌


미래대학교는 개교한지 얼마 되지 않는 신설학교였다. 대한민국의 10대 그룹 중 수위에 속하는 미래그룹이 새로운 인재육성을 표방하며 설립한 대학교였다. 새로 설립한 학교답지 않게 탄탄한 교수진과 유능한 인재들이 몰려들어 이듬해 4회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있었다. 애초에 설립목적이 사회 환원의 의미도 있었지만 실정과 실무에 맞는 인재 육성에 그 중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수 미래그룹 채용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혹여 미래그룹으로 가지 못하더라도 여러 곳에서 손을 내밀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학생들과 같은 취업걱정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현 미래 대학교의 학생회장은 다소 나이가 많은 29살의 하서진이라는 남자였는데 많은 나이만큼이나 특이한 이력으로 언론에 심심치 않게 회자되곤 했다. 그는 20살부터 이미 운동권에 뛰어 들어 각종 시위나 집회에 참여한 이력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는 운동권 성향이 더욱 강해져 어린나이에도 각종 시위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특히 2005년 벌인 과격 시위가 큰 문제가 되었는데 문제가 불거지자 그는 돌연 군 입대를 택했다. 시간이 흘러 그가 전역하는 2007년 운동권이나 보수단체가 그를 주시했다. 때마침 FTA문제로 사회전제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이러한 시류에 그가 잠자코 있지 않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가 택한 길은 학업이었다. 그때까지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개교한지 얼마 되지 않는 미래대학교에 입학해서 학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한 모습에 운동권은 실망의 눈초리를 보였고 또한 그에게 집중되었던 보수단체의 우려도 사그라졌다. 그리고 3학년으로 올라가던 즈음에 총학생회장으로 출마했다. 그는 75.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이 되면서 미래대학교 3대 총학생회장에 취임했다.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하서진의 행보는 다소 파격적이었다. 미래대학교는 개교한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이미 학생회가 구성되어 타 대학의 학생회와 비슷한 구조를 띄고 있었다. 총학생회 밑으로 각 단과대학교 학생회가 있었고. 그 밑으로 다시 학과 혹은 학부별 학생회가 존재하는 형태였다. 또한 여학생회. 각종 위원회 등이 존재하는 다소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구조였다. 이런 구조 속에서 각종 비리의 중심이 되었는데, 회장에 당선된 하서진은 단호하게 구조 개편을 실시했다. 먼저 여학생회와 각종 위원회를 없애고 또한 단과별 학생회를 폐지했다. 그리고 일종의 중선거구제를 도입하여 각 단과대학별로 학생위원을 뽑는 형태로 개편하였다. 1명의 학생회장 2명의 부학생회장 그리고 40여명의 위원으로 학생회를 구성했다. 선거관리 위원회를 제외한 각종 모임은 학생회에 속하는 보조적인 기구로 구성했다. 그 덕분에 학생회의 권력은 하서진에게 집중되었다. 현대사 덕분에 독재에 거부감이 있던 일부학생들은 우려를 표했지만 그것은 우려에 그치고 말았다. 학생회장자리를 놓고 선거전을 벌였지만 압도적인 차이로 낙선했던 차득표자 김현석을 또 다른 부회장으로 추대하며 감사업무를 맡겼기 때문이었다. 그의 개혁은 다소 생소했고 그 덕분에 잡음도 많고 분란도 일어났다. 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하서진은 강행시켰고 수개월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며 신뢰받는 학생회가 변모되었다.

하서진은 사람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다. 특히 그를 부각시킨 것은 연설이었는데, 그는 강할 때는 강하게 약할 때는 약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사람들의 심리를 조절하는 힘이 있었다. 그의 연설을 한번이라도 들었던 사람들은 하서진을 카리스마 넘치는 활달하고 강건한 남자로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남자였다. 날씨 좋은 날이면 미래대학교의 학생들은 교내 곳곳에서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는 그를 종종 목격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과 또 다르게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분위기를 주도하며 사람들을 자신의 의견으로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 반대의견을 표출하던 사람도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쉽게 특징이 정리되지 않는 남자였다.


창밖에 드는 햇살에 하서진은 눈을 떴다. 몸을 일으켜 시계를 보자 7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문득 서진은 한기를 느꼈다. 가을도 가고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한기였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는 잠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오늘이 회장으로서 주관하는 마지막 회의로군.’

지난주까지 다음 기 학생회장의 입후보가 끝난 상황이었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앞으로 소소한 행사와 다음 기 학생회가 구성되면 수행할 업무의 인수인계가 남아 있긴 했지만 오늘 있을 회의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이번기의 학생회는 마무리 된다고 보아야 옳았다.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아쉬움 따위는 없었다. 고치지 못한 부조리가 아직도 남아있긴 했지만 처음 취임당시에 가졌던 대부분의 목표는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이제는 이 나라다.’

하서진은 졸업 후 그는 정치권으로 뛰어들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그가 정치권에 뛰어 들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4년 동안 했던 운동권활동과 군에서 보냈던 2년의 시간, 그리고 지난 1년의 학생회장으로써의 활동은 그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했고 정치인의 꿈을 갖게 했다.

간단히 준비를 마친 하서진은 자취방을 나서 학교로 향했다. 지난 1년을 회고하며 학교로 향하던 그는 8시 30분을 알리는 시계를 보자마자 곧장 뛰기 시작했다. 아침에 있는 학생회의가 늦어질 듯 한 모양새였기 때문이었다. 발걸음을 재촉한 그는 학생회관에 도착했고 곧장 2층에 자리 잡은 총학생회실로 향했다. 이미 여러 운영위원들이 모여 있었던 듯 문밖으로 뒤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모이는 시선에 그는 멋쩍은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다소 늦었군요.”

“회장님이 늦은 것은 처음 봅니다.”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이건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군요.”

여기저기서 농담이 터져 나왔다. 완벽주의자로 불릴 정도로 철두철미함을 자랑하던 그였던 만큼 그만큼 그의 지각은 다소 생소한 일이었다. 학생위원들 사이에서 간단한 농담이 오가는 것도 잠시 곧 회의가 시작되었다. 주된 회의의 안건은 다음 기 총학생회 선거문제였다.

그 이외에 다음 학기 등록금교섭문제나 학생들이 넣은 민원 등의 사안들을 간단하게 논했다.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대충 정리되어가는 모양새를 취하자 하서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무리를 지었다.

“저 때문에 다소 파란만장하기도 했던 이번 3기 학생회가 이렇게 끝나가는 군요. 이제 다음기의 구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공명정대한 선거가 아닐까 합니다. 지난주까지 입후보한 후보자가 여기 계시는 김현석 부회장님과 저쪽에 계시는 차지민 학생위원님이시군요.”

좌중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모여들었다. 김현석은 작년에 하서진과 선거전을 벌여 낙선한 인물이었다. 하서진과는 다소 대립적인 성향을 띄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열성만큼은 인정할 만 했다. 그와 반대로 차지민은 하서진과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고 지난 학생회장선거에 열성적으로 그를 후원한 후배였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공정 정대한 선거 부탁드립니다. 현 학생회장으로서 어느 쪽도 편들 생각이 없으며 결과는 학우들의 선택에 의해 판가름 날 것입니다. 어느 분이 되든 잘해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사실상 마지막 회의가 될 것 같으니 이 자리를 빌어서 그동안 고생해 오신 모든 학생위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회장님도 고생하셨습니다.”

아직 업무의 인수인계가 남아 있긴 했지만 사실상 퇴임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기에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회의를 정리했다. 여기저기서 소소한 인사들이 오가고 회의는 정리되었다. 학생회실 옆에 따로 마련된 회장실에서 간단한 정리를 하고 있던 하서진의 귓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서진은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김현석이 들어왔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이번 임기를 진행하는 동안 다소 반항적인 언사를 늘어놓기도 하고 구조개편에 다소 제동을 걸기도 했지만 결코 다른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하서진에 비해 다소 어린 김현석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코 하서진에게 밀리지 않고 하서진이 벌이던 개혁에서 필요할 때는 제동을 또 한편으론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며 하서진과 함께 이번 기 학생회를 끌어왔다. 김현석의 말에 하서진은 빙긋 웃어보였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학교와 학우들을 위한 마음이 있기에 그러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특히 이번 개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점들을 보완하는데 많은 신경을 써주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선거가 잘 진행될 수 있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하서진과 간단하게 인사와 악수를 주고받은 김현석이 나가자마자 곧바로 차지민이 들어왔다. 김현석과 간단한 묵례정도로 주고받은 차지민은 그를 힐끔 쳐다보더니 곧 하서진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형 고생하셨어요.”

“그래 너도 고생했다.”

하서진의 오른팔이라 불릴 만큼 하서진을 잘 따랐던 차지민이었다. 하서진이 벌인 개혁에서 누구보다도 앞장섰고 그 덕분에 학생들 사이에서도 꽤 인망이 높았다.

“김현석 부회장은 유능한 사람이다. 방심은 금물이야.”

차지민 역시도 오늘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사퇴하고 다음 기 학생회장에 출마한 상황이었다. 꽤 유능한 이었지만 아무래도 김현석에 비해서는 다소 밀리는 듯 한 모양새를 취했기에 쉽지 않으리라 생각되었다.

“잘 알고 있어요. 형. 최선을 다해봐야죠.”

하서진의 조언에 차지민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하서진 역시 피식 웃으며 하던 정리를 재개했다.

“그래 그럼 내일부터 시작되는 선거유세기간에 최선을 다해보렴.”

“예.”

정리를 간단하게 마친 하서진은 차지민에게 커피를 권했다. 그러나 차지민은 손을 내둘렀다.

“나중에요. 상대진영에서 오해할 수 있으니. 오해할만한 행동은 하지 말아야죠. 그만 가보겠습니다.”

비록 하서진의 임기는 끝나가는 마당이었지만 아직도 높은 지지율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예비역을 중심으로 한 남성들의 지지가 적지 않았다. 그런 만큼 그가 개입한다면 차지민에게는 꽤 유리하게 흘러갈 요지가 많았다. 그러나 하서진은 선거에 개입할 의사가 없었고 차지민 역시 바라지 않았다. 차지민의 말에 하서진은 미소를 지으며 눈빛으로 그를 격려했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저도 이제 좀 바빠서요.”

“그래.”

차지민이 나가자 하서진은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가만히 앉아 지난 시간들을 회고 하는 가운데 문득 17살 때 만났던 어느 스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꽤 파란만장한 인생이로구만 특히 29살이 넘어가면 더욱더 파란만장 할게야.]

그의 말 때문인지 하서진은 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아직도 살아갈 날이 많았지만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자 결코 평범한 삶은 아니었다. 스님의 말을 들었을 때에는 그냥 가볍게 웃으며 흘려들었지만 문득 갑자기 그러한 말이 떠오르는지 하서진은 도통 알 수 없었다. 특히 29살이 넘어가면 더욱더 파란만장 할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앞으로 가는 길이 가시밭길이라는 뜻인가? 뭐 아무래도 좋아. 어차피 세상에 쉬운 것은 없으니까.’

생각을 정리한 하서진은 혼자 피식 웃어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학생회실로 나왔다. 그때까지도 몇몇 학생위원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중 여자가 살갑게 다가왔다. 22살 3학년에 꽤나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유선진이란 후배였다. 일 년 내내 하서진에게 큰 힘이 되었던 이였는데 귀여운 얼굴답지 않게 강단 있는 성격이어서 여학생회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양성평등위원회를 휘어잡고 있었다. 그녀의 깐깐함에 동갑내기는 물론 예비역들까지도 다소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하서진에게는 그저 귀여운 여후배일뿐이었다.

“오빠. 이제 해방이네요.”

“그러게 말이다. 속 시원하다.”

“힘들었죠?”

“힘들긴 그동안 즐거웠다. 너도 참 고생이 많았어.”

“고생은요.”

“내년에도 학생회 활동할 꺼니?”

“아니요. 이제 손뗄려구요. 지쳤어요.”

하서진의 말에 유선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하서진에게 달려들어 그를 이끌었다.

“밥이나 먹으러가요. 아침도 못 먹었어요.”

그녀의 행동에 하서진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간간히 애정공세를 펼쳐왔는데 학생회장이며 공직자라는 핑계를 들어 애써 외면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거리낄 것이 없는 모양이었다. 사실 그녀의 애정공세에 점차 기울어져가기도 했기에 곤란한 기색을 애써 지웠다.

“그럴까? 네가 사는 거지?”

“에이 학생회장이 폼 안 나게 뭐에요. 오빠가 사줘요.”

“야. 나 이제 학생회장 아니거든? 그리고 남자만 밥 사라는 법이 있냐?”

“그래서 지난번에 사드렸잖아요. 지난번에 시킨 일도 있고 오늘은 내가 얻어먹어야겠어요.”

“어휴. 이번 달 지갑사정도 좋지 않은데. 별수 없지. 가자. 뭐 먹고 싶니?”

유선진이 최근 학생회 일로 이런저런 일을 시킨 사실을 들먹이자. 하서진은 별수 없이 양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때였다. 갑작스럽게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몸에 하서진은 당황했지만 흔들리는 것은 하서진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유선진 나아가 철제 서랍 등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라?”

“지진인가봐요.”

“그런가보다.”

한국은 지진이 일상적인 나라는 아니었기 때문에 다소 생소한 경험이었다. 곧 있으면 가라앉게거니 생각하고 가만히 있는데 흔들림은 다소 심해졌다. 급기야. 정돈되어 있던 각종 비품이 곳곳으로 굴러 떨어지고 유리창이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곳곳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진동은 그렇게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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