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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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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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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7.01.05 18:00
조회
441
추천
7
글자
11쪽

164화-돌아가지 못한 이들(9)

DUMMY


주문한 식사를 마치고, 새로운 도시이니 만큼 구경을 하고 오겠다는 여성진들을 모두 보내고 나니 어쩐지 한적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나 밖에 다닐 때에는 누군가가 곁에 있었는데. 그런 아쉬운 생각을 하며 아인즈가 픽, 웃었다.


‘익숙해 진 거지.’


12년동안 연구실에만 박혀 있다가, 그 뒤로도 골방지기 생활은 변하지 않았고, 스피카가 돌아온 스피카가 돌아온 뒤에야 겨우 밖으로 다니는 것을 즐기게 되었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외출은 무척이나 만족스럽고, 즐거운 시간들이었으니까. 비록, 정신적으로는 제법 피곤하기는 했지만.

다른 지역에까지 와서 이렇게 한가로이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얼마만인지······ 싶었다.


“뭐하시오?”


그렇게 얼마나 창밖의 모습을 감상하며 시간이 흘렀을까.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 걸걸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대머리의, 근육으로 가득한 덩치가 보였다.


“어······”


어딘가의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외모에 멍한 감탄을 하고 있자 그가 아인즈의 손에 잔을 쥐어 주었다.

무심코 한모금을 마시니 이 여관에 배여 있는 바로 그 주향이었다. 톡톡 쏘는 그 느낌에 정신이 돌아오자 그제야 아인즈의 시선이 눈 앞의 남자를 직시했다.

쉬이 잊을 수 없는 누군가와 닮은 대머리, 옷을 찢고 나올 듯한 근육, 진한 검은 색 앞치마.


“주인장인가······”


무심코 흘린 한마디에 사내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허리춤에 매여 있는 앞치마를 보고는 씨익, 웃음을 그렸다.


“하하! 이거,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로군.”


그러면서 은근슬쩍 앞치마를 접어 넣는 모습을 보아하니 익숙하기는 했지만 정작 자각하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금세 흥미가 떨어진 탓에 다시 시선을 밖으로 향하자 아인즈를 잠시 지켜보던 사내가 물어왔다.


“누구시오? 이런 촌동네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 것 같소만.”


“촌동네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번창했군.”


무심하게 답하는 말에 사내가 아인즈와 마찬가지로 턱을 괴었다. 다만, 그의 눈은 아인즈의 심심한 눈과는 달리 무언가로 번뜩이고 있었다.


“글쎄······댁이 왔을 곳을 생각해 보자면 상당히 촌동네가 맞소만은.”


“무슨 근거로?”


“그 옷에 달려 있는 장식. 그건 수도에서도 알아주는 디자이너의 수제 한정제작품이오. 거기에 그는 그것을 수도에서만 판매했지. 그리고 그 옷을 이루고 있는 천. 그건 분명 수도에만 공급되는 것이고.”


“내가 수도에 직접 가서 사 왔다면.”


“그럼 그 옷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향을 부인해 보시오. 그건 분명 수도 곳곳에서 키우는 ‘엘첼테’의 향이고, 나는 그것에 매우 민감하오.”


“개코가 따로 없군.”


한숨을 내쉬며 귀찮다는 듯 잔에 담긴 술을 단번에 들이킨 아인즈가 무심한 눈으로 사내를 응시했다.

저 높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시선. 사내가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씨익, 웃음을 그렸다.


“그렇게 눈썰미 좋고, 개 같은 후각을 지닌 주인장의 이름은 무언가?”


“어감이 썩 나쁘지만······뭐, 좋소. 나는 카터라고 하는 여관 주인이지만 댁은 어떻소?”


“글쎄······그나저나 카터, 카터라······”


말꼬리를 흐리며 기억 속을 뒤지던 아인즈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고 있는 인명록에 있는 인물이었다.


“카터 스카프. 48세. 남성. 루멘 힐슨 출신의 용병. 현재 은퇴하고 고향에서 여관을 운영하고 있음. 맞나?”


아인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이 흔들리며 잔이 엎어졌다. 이미 술은 다 마신 참이어서 그다지 아쉬운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소리는 썩 귀에 거슬렸다.

미미하게 인상을 찡그리고 그를 노려보자 카터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당신, 누구지? 누가 보냈나! 무슨 이유로!”


그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머리를 울리는 것 같았다.


“시끄럽군. 괜한 소란 말고 그냥 앉는 것이 어떤가?”


“닥쳐라!”


창, 하는 소리와 함께 어디에서 꺼낸 것인지 그가 무기을 꺼내 들고 있었다. 중간이 급격하게 꺽여진 형태의 곡도. 아니, 날이 양쪽에 다 있으니 검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흉흉한 기세를 피워내며 아인즈에게 검을 들이대었지만 아인즈의 시선은 다시 창 밖을 향할 뿐,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거기까지 하는 게 좋아. 안 그러면 나를 너무나 존경하는 아이들이 그대를 그냥 두지 않을 테니까.”


“그게 무슨 헛소리······!”


‘언제······?’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금속의 서늘함에 카터의 목울대가 울렁였다. 언제 다가온 것인지, 무슨 방법을 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른 침을 삼키며 식은 땀을 흘리는 그를 흘긋 바라본 아인즈가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나직하게 말했다.


“니난. 그 정도면 됐어.”


“······”


스르릉.

아무런 답도 없었지만 천천히 멀어져 가는 금속의 살기에 거친 숨을 내쉬며 카터는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방금 전의 마찰음······경고다.’


어지간한 실력이라면 그토록 맑게,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납검을 할 수 없다. 게다가 니난이라는 이름으로 보아 분명 여성.


‘대체······누구냐······이 정도의 실력자인 여성을 단지 말로만 부리는 자가······’


등줄기를 훑어 내리는 소름을 간신히 억누르며 카터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단지, 언제든지 도주할 수 있도록 온몸을 긴장시키는 것을 잊지 않고.


“쓸데 없는 데에 심력을 낭비하는군. 괜한 경계는 하지 않아도 좋아. 애초에 내가 그대를 해하고자 마음 먹고 있었다면 굳이 이 먼 곳까지 올 필요도 없었으니까.”


“······으음.”


분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최후를 보장하기 위해 굳이 그 정도 되는 이가 올 필요는 없었을 터다. 단지 방금 전의 니난이라는 이. 혹은 그와 비슷한 실력자를 보내면 되었을 테니까.


“뭘 원하는 거지?”


“글쎄······”


아인즈가 지루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것은 많고, 또 없기도 하나······지금은 그저 이야기를 듣고 싶을 뿐이야.”


“이야기?”


그래. 하며 아인즈의 손가락이 허공을 그렸다.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마력이 색을 띄고, 글자를 이루어 갔다.


“여기 이곳. 과거 아실람이라고 불렸다지?”


“······잊힌 이름일 뿐이다.”


“글쎄, 그건 또 모르겠군.”


피식 웃은 아인즈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어딘지 모르게 조소가 담긴 몸짓이었지만 카터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신음을 흘리는 것 뿐이었다.


“그대들 아실람의 후손들이 그 이름을 잊혔다······라고 하는 것 만큼 우스운 일도 없겠지. 뭐,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카터를 돌아본 아인즈가 빙긋이 웃어 보였다.


“저기, 저 스켈레톤들. 밤이 되면 어디에 가는지 알고 있겠지?”


“······.당연히.”


“좋아. 그것만 알려 주면 족해. 다른 것은 크게 필요한 것이 없으니.”


그 말에 카터가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그것이면 족한 것인가?”


마치 농락하지 말라고 항변하는 듯한 그 말에 아인즈가 웃음을 흘렸다.


“이봐, 이봐.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카터와 마주한 아인즈의 시선이 섬뜩하게 빛나자 카터의 몸이 뒤로 물러섰다.

턱.

뒤쪽의 가림벽에 부딪힌 탓에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그를 재미있다는 듯, 내려다 보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아인즈의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네가 아실람의 현재 지도자이건, 무력을 기르고 있건, 반란을 준비하건 그건 아무런 상관도 없어.”


“······!”


“내게 필요한 것은 그저 내가 바라는 것. 그리고 내가 흥미를 가질 만한 것. 그뿐이야. 그러니······”


아인즈의 손가락이 카터의 이마를 툭, 건드리며 서늘하게 덮쳐가던 모든 마력이 한 순간에 사라져갔다.


“그대는 그저 그대의 해야 할 일을 하면 돼. 나는 그저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 뿐이니. 아무런 신경도, 관심도 가지지 말고.”


“허억, 허억.”


2층으로 올라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카터의 두 눈이 떨려왔다. 수없이 사선에 뛰어들어 살아남아 왔지만 맹세코, 이런 공포는 처음이었다.


* * *


“마스터.”


“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니난이 애매한 표정을 그리며 서 있었다.


“왜?”


“저어······”


말꼬리를 흐리는 그녀의 모습에 아인즈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알겠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 그래. 너도 나가봐도 좋아.”


“정말요?”


단숨에 밝아졌다가 핫, 하며 손으로 입을 막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린 아인즈가 손을 저었다.

어서 가보라는 제스처에 니난이 꾸벅 허리를 숙이자 아인즈가 돌아서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그리고 여기서 있었던 일들은 비밀로 해줘. 괜히 스피카나 에아가 알면 쓸데 없는 일에 휘말릴 테니까. 알겠지?”


“네!”


“그래. 가 봐.”


쿵쾅거리는 우렁찬 발소리를 내며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눈으로 쫓던 아인즈가 마력을 움직여 허공에 문을 그렸다.


“가볼까.”


그리고 내딛는 한걸음.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건물의 안에 있던 아인즈의 몸이 숲의 한 복판에 있었다.

종종 약초꾼들이나 나무꾼들이 다니는 것인지 제법 정돈된 길의 모습에 아인즈가 잠시 주변을 둘러 봤다.

그저, 어디를 가건, 어느 산을 올라가더라도 볼 수 있는 평범한 숲의 모습이 아인즈를 반기고 있었다.

하지만 아인즈가 보는 것, 찾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좀더 근본적인 것.


“흐음······”


나타난 자리에서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아인즈가 빙그레 미소를 그렸다.


“아, 저긴가.”


그리고 다시 한걸음. 짧은 거리를 도약한 아인즈의 모습이 20m가량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

주변과는 확연히 다른,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슬픈 느낌이 나는 장소. 분명 똑 같은 나무가 자라고, 똑 같은 풀이 자라고 있을 진데 전혀 달랐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본질적인 것에서부터 나오는 느낌. 위험하면서도 안락함을 느끼게 하는 그 차갑고, 음습한 기운에 아인즈의 차분한 시선이 바닥을 훑었다.


“10명······역시, 라고 해야 하나······”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저 평범한 바닥일 뿐인데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지 얼굴에 쓴웃음이 그려졌다.

10명. 과거, 한 소녀를 연원의 굴레에서 헤매게 만들고, 그들 역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불쌍한 이들.

무슨 이유인지, 자신들의 의지인지, 혹은 타의인지 영원을 헤매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 그들의 장지에서 아인즈의 슬픈 시선이 바닥을 더듬었다.


“여기에서······그대들도 고생이 많으십니다······그냥 돌아가면 좋을 것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헤매는 것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다는 것을 어찌 모르는 것인지.”


혀를 차며 바닥을 더듬던 아인즈의 몸이 다시 그곳에서 사라져갔다.


“조금 있다, 뵙도록 하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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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46 한민구
    작성일
    17.01.05 20:08
    No. 1

    23%어감이 썩 나쁘다
    어감이 썩 좋지 않다
    뭐가 더 자연스럽나요?
    뭔가 그 차이가 미묘해서 바꾸라고는 못하는데 이게 감정의 표현에는 좀 중요할 것 같아서...

    ※썩
    1. 보통의 정도보다 훨씬 뛰어나게
    2. 지체없이 빨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핀하트
    작성일
    17.01.05 22:48
    No. 2

    스피카가 돌아온 스피카가 돌아온→스피카가 돌아온
    같은 어구(?)가 두번 반복됬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핀하트
    작성일
    17.01.05 22:51
    No. 3

    반복되었어요니까 반복됐어요라고 해야하나? 되랑 돼가 살짝 헷갈리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핀하트
    작성일
    17.01.05 22:55
    No. 4

    그냥 썩 나쁘다가 나을 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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