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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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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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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0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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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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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5화-기다리는 이들의 마을(6)

DUMMY

끼익. 작은 소리와 함께 나무로 된 문이 열리며 검은 그림자가 들어 왔다. 그 소리에 예민한 감각이 잠을 깨운 것일까. 침대에서 솔리투도가 몸을 일으켰다.


“......아빠?”


잠에 취한 것인지 몽롱한 그 목소리에 걸음을 내딛던 그림자가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작은 여자아이의 모습.

누구의 취향인 것인지 하늘색의 잠옷과 품에 안고 있는 여기저기를 기운, 키메라의 외양을 가진 곰인형.

저것이 정녕 마계의 모든 존재를 두려움에 떨게 하던 그 고고한 마왕이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웃음이 비식, 새어 나왔다.


“큭.”


낮은, 귀를 기울이면 간신히 들을 수 있을 법한 작은 소리였지만 밤의 공기는 그 작은 소리를 선명하게, 또렷하게 주변으로 날라다 주었다.

장난 많은 요정의 날개짓 바람처럼 솔리투도의 귓가에 내려앉은 그 웃음소리에 솔리투도의 안색이 단번에 굳어져 버렸다.


“너, 왜, 여기?”


그 목소리는 절대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았던 목소리였으니까. 그런 그녀의 표정이 자못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거리던 그가 웃음기 가득하게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야. 여왕님. 아니, 마왕 폐하.”


“닥쳐, 왜, 여기, 있는, 거지?”


방안을 가득 채운 어둠의 사이로 하늘의 고고한 여왕, 만월의 빛이 방안으로 드리워졌다. 그 아래로 드러나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솔리투도가 씹어뱉듯이 말했다.


“라니안 디프로이즈.”


그녀로서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치욕과 악몽의 순간을 장식한 증오스러운 남자의 얼굴이 바로 앞에서 비죽이고 있었다.


* * *


귀족의 부당한 폭력에 의해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는 생각했다. 이 세상에 만연한, 지나치게 오랜 시간동안 그러했기에 자연스럽기까지 한 부당한 폭력은 없어짐이 마땅하다고.

모든 인간은 적어도 인간이라면 공평한, 평등한 기회를 부여 받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그래서 그는 복수를 꿈꾸지 않았다. 아니, 복수의 규모를 키웠다. 이 세상에서 귀족이라는 계층을 지우고, 오직 단 하나. 인간이라는 계층만을 두자고.

그래서 그는 힘을 길렀다. 그가 원한 것은 오직 순수한 힘. 그렇기에 그는 세상이 배척하는, 모두가 경원시 하는 흑마법을 익혔다.

대륙의 12개 기둥중 하나인 칼리고의 소속이 아닌, 그 밖의, 전설과 설화에나 나오는 진짜 흑마법사가 되었다.

마족과 계약을 하고, 그로써 마력을 키우고 힘을 얻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그런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지혜를 짜냈다.


-모든 흑마법사는 마력과 마기를 다루지. 하지만 두 분류로 나뉘게 돼. 한쪽은 순수한 노력으로, 마력으로 마기를 만들어 쌓아올리는 이들. 한쪽은 마족이라는 마기로 이루어진 종족과 계약을 맺어 그 마기를 나누어 받는 쪽.

분명 성장은 계약을 한 쪽이 빠르지. 그 힘 역시 계약한 대상에 따라 재능과 관계 없이 강해지고. 하지만 그들의 한계는 뚜렷해.

스스로의 노력을 쌓아 올린다면 그 길이 설령 힘들고 곤할 지라도 그 한계를 규정할 수 없어. 인간은 그런 존재이니까. 그들이 바로 흑마법사.

그러나 계약을 한 이들은 한계가 뚜렷해. 계약한 대상에 따라 그 힘의 한계가 정해져 있어. 게다가 마족의 의지가 서서히 스스로의 의지를 좀먹어 들어가게 되지.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끝없는 살육과 파국일 뿐이야. 그들이 바로 흑마술사.

힘에는 정녕 대가가 존재한다는 말을 직접 몸소 보여주는 극명한 예가 바로 그 길이다.

지성을 지닌 이들이 빛을, 선을, 정의를 추앙하기 시작하며 그들은 언제고 그늘진 곳에 숨어 지냈다. 그러니 너 역시 길을 잘 선택해야 할 거야.


그 말, 그가 흑마법을 배우기 위해 가르침을 청했던 책의 첫장이 그리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크라켄은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마족을 이해하기 위해 마계를 철저히 조사하고, 준비했다. 마왕의 존재를 이해하고, 그 심리를, 영혼에 새겨진 이름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그날. 그는 마왕의 소환에 성공했다. 마계를 통일한, 그 어떤 마왕도 이룬 적 없었던 진정한 마계의 왕.

홀로 태어났고, 태어나 자라며 역시 혼자였다. 가족이 없었고, 친구가 없었으며, 동료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언제나 갈구했다. 자신을 보듬어 줄 이를. 언제고 간절히 갈망하며 찾아 헤맸다.

수천년의 시간을 살고, 신조차도 우스이 여길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며 한 계(界)의 오롯한 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약했고, 어렸다. 그렇기에 그 빈틈을 파고든 모략으로 가득한 마법사의 꼬임에 그대로 이끌리었다.

사탕의 꼬드김에 넘어가는 아이처럼, 단순한 말에 낯선 이의 손길에 이끌리는 아이처럼.


-그대의 부모를, 가족을 찾아 주겠소.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주겠소. 그러니 나와 계약을 해 주시오. 내가 원하는 조건으로!


그 말, 가족을 만들어서라도 주겠다는 그 말에 홀리듯 이 땅 위에 선 어린 마왕은 조건을 채 듣지도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가족을 만들어 주겠다는 그 거짓인지, 진실인지도 모를 그 한마디에. 결과적으로 그는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지키지 않았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영원히 자신을 곁에서 바라봐 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진짜 가족의 존재였으나 그가 준 것은 그저 얼마 지나지 않아 죽고야만 인간일 뿐이었다.

그들은 자신에게 가족의 사랑을 보여 주었으나 그조차 자신들의 이득을 위한 연기였을 뿐. 거짓을 속삭이는 그들이었음에도 마왕은 그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그들의 온기에 취했다.

그것이 거짓일지라도, 모든 것이 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라도 그 안에서 일부나마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왕의 존재에 부여된 이름은 너무나 컸고, 그 거짓된 가족의 존재조차도 그녀는 허락받지 못했다.

솔리투도. Solitudo, 고독.

그 숙명의 이름은 그녀에게 그 어떤 안식처도 허락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은 결국, 혼자일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조차 얼니 마음에 부인하며 갇혀 있던 새장을 벗어나 스스로 가족을 찾아 헤매이었다.

자신을 속여 모든 힘을 빼앗은 마법사는 중요치 않았다. 그녀는 그저, 가족이 필요했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새장에서 풀려난 새는 그저 처분해야 하는 대상일 뿐. 그렇기에 마법사는 가족을 찾아 헤매는 소녀를 쫓아 추격자를 보냈다.

한명, 두명, 열명, 백명, 천명. 질리지도 않으며 수 없이 많은 생명을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죽음에 밀어 넣었다.

비록 모든 힘을 빼앗겼다 한들 그녀는 마계의 왕. 일국이 아닌, 일계, 하나의 세계의 왕이 가지는 존재감은 그 자체로 그 세계를 대변한다.

마계의 힘은 바로 마기. 마기를 갈구하고,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 어둠에 취한 종자들이라 하나 과한 마기는 독과 다를 것이 없다.

산소가 없으면 죽으나 많아도 죽는다. 마기도 다를 것이 없어 그녀에게 달려들었던 이들은 모두가 죽어 갔다.

자신을 찾아 달려오고, 자신에게 닿으려 살의를 내뿜던 이들이었으나 그녀에게는 오직 그들의 죽음만이 중요했다.


-어째서?


어째서 자신의 곁에는 그 누구도 있을 수 없는 것일까?

어째서 자신의 곁에는 그 누구의 존재도 허락되지 않는 것일까?

어째서 자신은 곁에서 일말의 온기조차 느낄 수 없는 것일까?

가족을 바라던 간절한 소망은 원망이 되었다.

세상에 대한 원망은 증오가 되었다.

스스로에 대한 증오는 슬픔이 되었다.

헤어나올 길이 보이지 않는 슬픔의 늪에서, 눈물 흘리던 소녀는 그를 만났다.


-가자. 내가 너를 보듬어 줄 터이니.


모두가 죽어가던 슬픔의 밤. 그날 그곳에서 그녀는 진짜 자신의 가족을 만났다. 그 스스로를 핍박하는 세상을 오히려 비웃어주는 그를.

하지만 이제와 이 원망스러운 세상은 다시금 그녀에게서 가족을 빼앗아 가려 하고 있었다.


“자아, 순순히 따라 가는 게 어때? 여왕님이 반항하면 나도 골치 아파서. 그냥 적당히 좋게좋게 가자고. 응?”


“......”


“왜, 긴장돼? 왜 이렇게 얼어 있어.”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는 작은 소녀의 모습에 어딘가 삐둘어진, 검은 색의 그, 라니안이 연신 이죽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 다가와 무례한 손짓으로 솔리투도의 머리카락을 희롱할 때. 굳게 닫혀있던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죽여. 슈바이젠.”


“큿?!”


삭. 정말 작고 작은 공기를 가르는 소리. 갑작스럽다. 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예기의 출현에 라니안의 몸이 급하게 회전했다.

하지만 워낙 불시의 습격이었던 탓일까. 가늘게 베인 그의 뺨에서 거무스름한, 마치 중독된 이의 그것과 같은 핏방울이 줄기가 되어 흘러 내렸다.

뺨에 난 상처의 감각에 잠시 그 소원히 지내던 감촉을 더듬던 라니안이 이내 사납게 웃었다.


“후, 후후후......”


그날, 새로운 육신을 얻고서 완전히 잊었다 생각했던 통증이 그의 이성을 조각조각 잘라내어 사고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피......피가 나......아파......”


그날, 무참히 쓰러졌던 그날을 떠올리게 했다. 최고라 생각했던, 실제로도 최고였던 자신을 더러운 수로 쓰러지게 한 그 남자가.


“그래, 맞아.”


문득 생각 났다는 것처럼 라니안의 시선이 자신의 앞에 앉은 소녀를 향했다. 언제 나타난 것인지 검은 머리의 기사가 그 앞을 지키고 있었으나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한명. 애초의 목표였던 소녀니까.


“너, 그 놈의 딸이었지?”


그래, 피는 섞이지 않았었지만 분명 딸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가족에게 영혼마저 바칠 수 있는 인간이었고.

그를 떠올린 그의 미소가, 몸짓 하나하나가 광기를 머금었다.


“그래, 그래. 너는 그놈의 딸이었어.”


크득거리며 웃는 그 웃음소리가 불길함을 키워 나갔다. 투쟁과 암계로 매일을 보냈던 마계에서조차 느끼지 못했던 불길함에 슈바이젠이 나아가 검을 휘둘렀다.

대 검호라는 호칭이 아까울 정도의, 정말 지나치리만큼 날카롭고, 정교한 검격. 하지만 그의 대처는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그래! 너는 그놈의 딸이었어!”


광기라는 감정에서 오직 정수만을 추출한다면 저럴까. 이 세상의 모든 광기를 모아 놓은 듯한 그의 외침이 광포한 기세로 모든 것을 배척했다.

그를 향하던 검격도, 그를 둘러싼 이 세계의 마나도, 세계의 근본조차도.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부정한 그가 사납게 웃는 것이 보였다. 잔혹한 맹수의 그것과 같은 웃음에 솔리투도가 작게 내뱉었다.


“부정(不淨), 부정(不正).”


그 모습에서 그녀는 한가지, 기억의 틈바구니에 간신히 걸쳐져 있던 하나의 힘이 떨올렸다. 그녀의 자매를 납치할 때에 쓰였던 그것.

그것을 하나의 존재로 뭉쳐내면 어떨까라는 질문에 그녀는 지금 당장 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그녀의 앞에 그런 존재가 있었으니까.


“크하하하하하하하! 그래 맞아! 네가 그놈의 딸이었어!”


이윽고, 거대한 광기가 그녀를 향해 덮쳐 들었다.


작가의말

이번에야 말로 사인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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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157화-돌아가지 못한 이들(2) +2 16.12.27 373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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