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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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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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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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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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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59화-돌아가지 못한 이들(4)

DUMMY

"하아, 하아."


장정들로 이루어진 일단의 무리가 성문에 도착한 것은 바람이 많이 몰아치던, 자정즈음의 늦은 밤이었다.


"촌장님, 여기가 가장 가까운 마을입니다."


"얼마전에 상단이 들어온 것이 맞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아마도 아직 머무르고 있을 겁니다."


젊은 남자의 말에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나이로 본다면 그가 가장 힘겨워 해야 할 터이지만 정작 가장 정정한 것은 바로 그였다.

노인이 품에 들어 있는 가죽 주머니의 무게를 되새기며 일행을 이끌었다. 이제야 겨우 도착한 것일 뿐, 아직 돌아갈 길이 남아 있었다.


"들어가세나. 그리고 몇은 지금 당장 상단이 있는 곳으로 가 식량을 구매하도록 하고."


"네, 촌장님."


"예. 이봐, 알폰스! 홀즈! 나랑 같이 가자!"


촌장의 가장 곁에 있던 남자의 말에 호명된 남자들이 따라가고, 촌장은 남은 이들을 이끌고 문에서 가장 가까운 여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앞으로도 짧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할터. 거기에 그 길은 올때보다도 몇배는 힘들 터이니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게 누구 없는가."


은은한 무게가 실린 부름에 몇몇이 남아 술잔을 기울이던 용병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다지 밝지 않은 빛에 드러난 그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초최했다.

뿌옇게 먼지를 가득 뒤집어 쓴 옷들과 지쳐 보이는 모습들. 분명 먼 길을 쉬지 않고 왔으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거기에 옷차림을 보아 어디를 가도 볼수 있는 평민의 복장.

경험이 많은 용병 몇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식량을 사러 오셨소?"


이 근방은 땅이 척박한 관계로 금년과 같이 비가 적거나 겨울이 일찍 다가오면 종종 식량이 부족해지고는 했다.

다만 약초와 몇몇 희귀 식물과 광물이 제법 나는 편이었기에 근방의 상단이 다니는 마을에 방문해 식량을 사가는 일이 왕왕 있었다.

그것을 그 용병은 잘 알고 있었고 촌장이라 불리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런데 귀하는 누구길래 우리네 사정을 알고 있는 거요?"


경계심이 느껴지는 청년의 말에 용병이 손을 들어 보이며 희미하게 웃었다.


"워워, 그리 경계하지 말지. 이 근방을 자주 오간 경험이 제법 되는 이들은 대부분 잘 아는 이야기니까. 애초에 이쪽의 땅덩어리가 좀 지랄 맞아야지."


그러면서 어깨를 으쓱이는 용병의 모습에 청년의 기세가 가라앉고, 촌장이 여관 주인을 불러 방의 셈을 치렀다.


"여기, 하룻밤을 묵어갈 것이오. 4인실 2개와 2인실 하나가 필요하오."


"아침은 어찌할 겁니까?"


그 물음에 장정들을 돌아보던 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정들은 하나같이 빨리 돌아가야 한다 말하고 있었다.


"후우,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건량으로 최대한 맞춰 주시게나. 일주일은 족히 가야 할 터이니."


"알겠습니다. 그리 준비해 드리죠."


"고맙네. 자아, 다들 들어가 보게. 내일 일찍 길을 떠나려면 쉬어 둬야지. 돌아올 이들은 내가 올려보낼 터이니 걱정 말고."


"알겠습니다. 촌장님."


"편히 쉬십시오."


장정들이 모두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던 촌장이 한숨을 내쉬며 근처의 의자를 끄집어 털썩 주저 앉았다.


"후우......"


일단 도착하기는 했지만 내일이면 또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터였다. 게다가 날씨는 점점 나빠지고 있는 상황. 걱정이 앞섰다.


"자아, 무슨 걱정인지는 몰라도 한잔 들이키시오."


그런 촌장의 앞에 나무로 된 투박한 잔이 내밀어졌다. 고개를 돌려 보니 방금 전의 그 중년 용병이 씨익 웃으며 잔을 내밀고 있었다. 촌장이 고개를 그덕여 고마움을 표하자 용병 역시 짙은 미소를 그렸다.

내일을 장담하기 힘든 용병이라는 직업 상 다른 이를 사귀는 데에 서툰 이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내일에 대한 불안을 가슴 깊이 안고는 있지만 그것을 숨기려 되레 밝게 행하고는 했으니까.


"고맙네."


"크크, 됐소. 노인장처럼 꿀꿀한 표정을 하고 있을 때에는 그저 술 한잔 걸치는 것이 최고요. 안 그렇소?"


그의 말에 주변에 있던 용병들이 옳소! 하며 호응했다. 얼마 전에 제법 큰 의뢰를 해결한 것인지 그들의 안주는 제법 풍성해 보였다. 그만큼 지금 그들의 마음 역시 넉넉할 터.

촌장이 잔에 든 술을 한모금 들이켰다. 겨울의 덕일까, 맥주는 썩 시원해 제법 맛이 괜찮았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인가, 맥주를 마시는 것도.'


얼마만에 마셔보는 맥주인지 기억조차 희미했다. 아니, 술을 마신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오랜만에 있는 일이었다. 50이 넘어서는 거의 입에 대지 않았으니 적어도 10년은 된 것 같았다.


"후우......"


잔을 내려놓고 다시 한숨을 내쉬는 촌장의 모습에 용병이 물었다.


"노인장, 무슨 걱정이 그리 크시오? 뭐, 돈이라도 부족하오?"


그의 물음에 촌장이 고개를 저었다. 돈은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많으면 많았지. 그런 촌장의 모습에 용병이 다시 물었다.


"그럼 뭐가 문제요? 그냥 식량을 사서 돌아가면 되는 것 아니요? 아, 혹시 그걸 다 들고갈 것이 문제요?"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닐세. 그저, 내가 걱정이 되어서 그런 것이지."


"음?"


후우, 하고 다시 한숨을 내쉰 촌장이 잔에 담긴 맥주를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거품이 잘게 올라오는 가운데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에는 짙은 걱정이 어려 있었다.


"노인장?"


"마을에 남아 있을 아이들 때문에 그러는 것일세."


"아이들?"


잠시 의아해 하던 용병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촌장이 방금 주문한 방의 인원 수는 10명. 거기에 일주일 거리라면 보통 산일 터.

장정 10명이라면 작은 규모의 마을이라면 거의 모든 어른이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 일 터였다. 그렇다면 지금 마을에는 아이들만이 남아 있을 터. 촌장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했다.


"으음, 그렇다면 그렇겠지만......걱정 마쇼 노인장. 설마 그동안 무슨 일 있겠소? 아무리 세상이 지랄 맞아도 아이들에게마저 지랄 맞으라는 법은 없소."


"그렇다면 다행이네만은......늙은이의 노파심이랄까......아무래도 여러가지로 감이 나쁘구먼."


씁쓸하게 웃는 촌장의 모습에 용병이 입맛을 다셨다. 본인의 감이 나쁘다는 데 뭐라고 해줄 법한 조언은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거기에 지금 자신이 뭐라 위로하는 것도 그림이 이상할 터이고.

그렇게 그가 입맛을 다시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문득, 그의 시야에 자그마한 인영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오오, 이게 누구야. 우리 귀염둥이 꼬마 아가씨 아닌가. 그래, 왜 안 자고 지금껏 깨어 있었던 걸까?"


한껏 과장되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술을 기울이던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을 향했다. 그리고 그 끝에 존재하는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의 모습에 다들 진하게 미소를 그렸다.


"오오, 메리! 왜, 서비스라도 해 주려고?"


"메리, 어서 가서 아빠 좀 고드겨 보려므나. 우리는 안주가 필요해."


"자아, 가라 메리! 너만 믿으마!"


이제 막 7, 8세나 되었을까? 앙증맞은 외모를 하고 있는 귀여운 소녀는 그럼 말들에 콧잔등을 찡그렸다.


"시끄러워요. 아저씨들. 어떻게 어른들이 심심하면 공짜를 달라고 하는 거에요? 그러다가 금방 한스 아저씨처럼 될 거에요."


"오오, 그건 안 되지. 아무리 한스의 정력이 좋다고는 해도 대머리는 싫어."


"시끄러, 토끼 주제에. 이 빛나고 영롱한 내 머리가 어디가 나쁘냐!"


벌써 취한 것인지 서로 걸쭉한 농담을 내뱉는 이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는 아이의 모습에 촌장은 미소를 그렸다. 아무래도 여관에서 자라서일까? 아이가 나이 답지 않게 당돌했다.

피식 웃으며 다시 잔에 담긴 맥주를 마시려 할때 발치에 다가오는 작은 발이 보였다. 시선을 들자 아니나 다를까, 방금의 소녀가 다가와 호기심이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할아버지, 취한 거에요? 왜 그렇게 실실 웃는 거에요?"


"허허......"


뭐라고 해야할까, 분명 악의는 없는 것 같았지만 말버릇이 제법 험한 아이였다. 다짜고짜 이런 말이라니. 그러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노인이 소녀에게 물었다.


"그래, 메리라고 했지? 혹시 산에 사는 알폰스를 아느냐?"


"어, 할아버지 알폰스 아저씨 알아요? 그 쓸데 없이 순둥이인 아저씨?"


"허허, 쓸데 없이 순둥이라......뭐, 틀린 말은 아니구나."


아이의 말대로 알폰스에게는 그런 구석이 있었다. 겁이 많은 것은 아닌데, 어딘지 모르게 아이들에게 약한 모습을 종종 보여주고는 했다. 그 탓에 아이들에게 회초리 한번을 들지 못했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노인의 모습에 아이가 의자를 하나 꺼내 그 위에 무릎으로 앉았다. 약간 시선을 낮춰 눈을 맞추자 순수함과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의 눈이 맑게 빛나는 것이 보여졌다.


"예쁜 눈이로구나."


"어? 정말요? 와아, 할아버지 눈 좋으시네요. 아빠도 그렇게 말했는데. 주변에 있는 할아버지들은 다들 눈이 나빠서요."


그 말에 촌장이 웃었다. 원래 자신의 나이쯤 되면 눈이 나빠지는 것이 일반 적인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은 조금 달랐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란다."


"할아버지는 안 그렇잖아요?"


"그거야 이 할아버지가 조금 특별해서 그런 거란다."


"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의 모습과, 약하지만 기분을 좋게 해 주는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한 술 덕에 기분이 동하는 것이 느겨졌다.


"자아, 보렴."


주변에 존재하던 마력이 움직이고, 노인의 손에서 불이 피어 올랐다. 마법에 막 입문할 때에 배우는 간단한 마력의 운용. 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무척이나 신기하게 보여졌다.


"와아!"


천진한 감탄사에 촌장의 주름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아이답지 않은 거친 입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아이는 아이였다.


"예쁘지?"


"네! 우와, 우와! 엄청 예뻐요! 와아아."


시시각각 변하는 다채로운 불꽃의 색상에 메리가 넋을 잃고 촌장의 손 위에서 빛나는 불꽃을 바라 보았다. 붉은새, 파란색, 녹색, 노란색. 무척 간단한 일이었지만 아이에게는 평생에 한번뿐일지도 모르는 구경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용병이 멍하게 물어왔다.


"노인장......마법사셨소?"


"뭐, 그렇네. 실력은 변변치 않지만."


"호오, 그래도 이런 촌구석에서 마법사를 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거요. 거기에 촌장이라......노인장, 혹시 죄라도 지었소?"


"죄, 죄라."


순간, 촌장의 미소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차가운 기세가 바닥에 깔렸다.


"그래, 어울리지 않는 호기심은 목숨줄을 앞당긴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가?"


서늘하고, 사악함마저 감도는 미소.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잘못 된건가?'


어쩐지 잘못하면 오늘 안으로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에 마른 입술을 핥으려던 찰나, 그의 눈에 특이한 것이 들어왔다.


'음?'


그리고 이내 헛웃음을 뱉었다.


"푸, 흐흐흐......"


"그리 웃으면 그 건방진 목숨줄을 내가 더 앞당기리라는 생각은......하지 않는 겐가?"


피슥!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용병의 귓가로 서늘한 기운이 스쳐가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자 과연, 이랄까. 벽에 자그마하게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웃음을 지우지 않고 촌장에게 입을 열었다.


"노인장, 그만 하시는 게 어떠시오? 이거, 이러다 지리것소."


그리고, 주변에 깔린 서늘한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허허, 알아챘는가?"


"그럼, 모르겠소?"


"흐음, 제법 훌륭한 연기였다 생각했는데......"


"그리 눈이 웃고 있거늘 알수 없을리가 있소? 쯧, 그래도 그 기운은 조금 심했소. 으흐, 그런 기운은 조금 흉기요. 이 연약한 몸을 보시오. 어디에서 오러가 느껴지오? 쯧, 험악한 노인장 같으니라고."


"흘, 그것 참. 미안하게 되었구먼. 그래."


"아시면 되었소. 쯧. 그나저나, 노인장, 정체가 뭐요?"


"정체, 정체라......"


어딘지 모르게 씁쓸하게 웃던 촌장이 쓸쓸한 목소리로 한숨같은 목소리를 흘렸다.


"글쎄......그런 것은 잊은지가 오래라."


그 미소가 정말, 쓸쓸하게 비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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