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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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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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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3쪽

157화-돌아가지 못한 이들(2)

DUMMY


“우와······”


이리안이 멍한 감탄을 터뜨렸다. 비단 이리안뿐만이 아니라 에아도, 솔리투도도, 아니마도, 주변에 있던 호문클루스들 역시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흐흥~”


뭔가 엄청나게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있는 스피카의 모습에 에아가 가만히 속삭였다.


“이거, 무슨 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게요······”


“동의.”


그저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려는 허밍을 하며 뜨개질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이리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피카의 앞에 섰다.

갑자기 드리워진 그림자에 스피카가 고개를 들어 올리자 무언가 결연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리안의 모습이 보였다.

스피카가 고개를 갸웃했다.


“응? 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왜······?”


의아함이 가득한 그녀에게 이리안이 돌직구를 던졌다.


“언니, 남자 생겼어요?”


“에? 에?”


“푸후-!”


“와아, 돌직구.”


“······무식.”


여기저기에서 이리안의 엄청난 직설에 황당함이 어린 감탄을 터뜨렸지만 정작 스피카는 그런 것들을 인지할 수 없었다.


“에? 그러니까, 에?”


뜨개질 하던 것도 떨어뜨리고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한껏 당황해 있는 그녀를 보며 이리안은 얼굴을 한층 더 가까이 들이 밀었다.


“그러니까, 남. 자. 생겼냐구요.”


“어, 어, 어?”


마도사의 이성은 간데 없이 말조차 잇지 못하는 모습에 이리안은 심증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아, 생겼구나? 그렇죠? 그렇네. 그래. 그렇죠.”


“어, 아니, 그러니까······?”


그 말에 겨우 어느정도 당황을 수습하고 설명을 하려 했지만 이리안이 먼저 펼친 손을 들어올리며 선수를 쳤다.


“아니요, 다 이해해요. 그럼요. 어디 세상에 남자가 없어서 우리 오래비 같은 남자랑 사귀고 싶겠어요.”


“어? 어?”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며 뭐라 수습을 하고 싶었지만 이리안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여자 마음은 쥐 똥만큼도 헤아릴 줄 모르는 멍청이에, 자기 일만 하고, 딸 바보에, 선물이라고는 생각도 안 해 보고, 심지어 이런 능력 있는 미인이 곁에 있는데도 무관심하기까지.”


“저, 저기 그러니까······”


“아뇨, 변명할 필요 없어요. 언니는 다 좋은데 그게 탈이에요. 사람이 너무 착해. 굳이 오빠를 변호할 필요 없어요. 그래서, 어떤 사람이에요?”


“어, 어?”


어느새 초롱초롱한 부담스러운 눈빛을 마구 뿌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지만 그것보다 많은 거리를 이리안이 다가왔다.


“너무 못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 오라비가 그렇게 못생긴 것도 아니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뻥 차고 갈아탈 정도면 분명히 제법 쓸만한 남자겠죠?”


너무 적나라하고 부담스러운 표현에 스피카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에아의 상상력은 점점 더 열기를 더해갔다.


“아아, 아마도 언니와 어울리는 은발 아니, 금발? 거기에 오드아이, 눈처럼 하얀 피부, 상아 같은 치아, 만개한 꽃과 같은 미소, 조각도 울고 갈 아름다운 얼굴, 완벽한 몸매, 우월한 능력! 아아, 나는 어디 그런 남자 없나?”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스피카가 손을 들어 이리안의 얼굴에 가져가려 했지만 그 순간 이리안의 눈이 번뜩였다.


“언니!”


“어, 어? 왜 그래······?”


‘무섭잖아······’


그런 말을 삼키는 그녀의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에 이리안의 시선이 고정됐다. 아니, 정확히는 스피카의 손가락에 끼워진 은색의 반지에 고정되었다.

거의 뚫기라도 할 듯 바라보는 그 시선에 스피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아인즈가 수건으로 머리를 문지르며 다가왔다.


“음? 무슨 일이야?”


방금 씻은 것인지 간단한 티와 바지 외에는 아무런 옷도 입지 않고 있는 그의 모습에 이리안이 시선을 잠시 주더니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딘지 모르게 작위적인 문장의 향연.


“이, 이건······순결의 은색, 사랑의 분홍색, 거기에 왼손 약지! 어머머······어떻게 오빠 벌써 게임 끝났어. 우리 불쌍한 오래비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연인을 뺏기고 만 거야. 쯧쯧, 그러길래 있을 때 잘하지.”


“뭐?”


황당하다는 자신의 감정을 숨김 없이 드러낸 아인즈가 스피카에게 영언을 날렸다.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난처하게 웃으며 자초지종을 늘어 놓으려는 찰나, 이리안이 벌떡 일어나더니 스피카에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


“그 동안 못난 저희 오래비를 보살피느라 정말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부디 가셔서 좋은 사랑하시고, 불쌍하고 못난 저희 오래비가 독거노인이 되지 않게 응원해 주세요. 이미 결혼한 승자의 응원이라면 적어도 독거노이······”


딱!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들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가만히 지켜보던 아인즈의 손이 결국 앞으로 나갔다.


“아파!”


상당한 감정이 실린 알밤에 머리를 문지르며 물기가 비치는 눈으로 아인즈를 노려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같잖다는 시선뿐이었다.


“하, 내가 듣자 듣자 하니까 정말. 어지간하면 내가 끝까지 듣겠는데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이야기는 어디에 사는 누구 이야기냐? 나 없는 사이에 새로 오래비라도 생겼어? 거기에 뭐, 독거노인? 너야말로 관에 들어갈 때까지 독거노인 돼 볼래?”


진심이 다분히 담긴 그 말에 이리안이 식은땀을 흘렸다.


‘왜! 왜 이 타이밍에 들어온 거야! 이 바보 오빠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은 전혀 다른 말을 늘어 놓았다. 능력 있고, 성질도 있는 오빠와 생활하게 되면 포커페이스는 필수요소 중의 하나가 되기 마련이었으니까.


“음, 그러니까······존경하옵는 오라버니. 소녀가 하고자 했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오라 그저, 혹여 오라버니께 수심이라도 가지실까 염려 되어 언니께 혹, 다른 별스러운 일이라도 있을까 저어 되어······”


딱!


“아파!”


“어울리지도 않는 짓은 그만하고. 그래서,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뭔데?”


우으, 거리는 신음을 흘리며 방금 맞은 이마를 열심히 문지르던 이리안이 샐쭉한 얼굴로 입술을 비죽이 내밀었다.

반항기 가득한 그 모습에 아인즈가 엄지와 중지를 동그랗게 말아 보이자 이리안이 후다닥 팔을 내저었다.


“으아앗! 알았어, 말할게, 말하면 되잖아!”


“그래, 해 봐.”


“우으······그러니까, 언니한테 남자가 생긴 것 같아.”


“응?”


무슨 뜬금 없는 말이냐는 듯한 아인즈의 얼굴에 이리안이 불만스럽게 입술을 뻐끔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언니한테 딴 남자가 생긴 것 같다고?”


“어?”


별 어이 없는 소리를 다 들었다는 표정을 한 아인즈가 시선을 돌리자 스피카가 격렬하게 고개를 내젓는 모습이 그에 다시 이리안에게 시선을 향하자 여전히 입술을 비죽이 내밀고 있는 이리안이 스피카의 왼손을 잡아챘다.


“봐, 이거. 어어엄청 좋은 반지인데, 그것도 왼손 약지. 설마하니 우리 오래비가 이런 섬세한 선물을 했을 리는 없고, 그러면 다른 남자가 생긴 거겠지.”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당사자들 면전에서 해도 되는 거냐? 하는 얼굴로 잠시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던 아인즈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딱!


“아, 왜! 왜, 뭐! 뭐가 또 불만인데! 말로 해 말로!”


한시간도 되지 않아 세번이나 딱밤을 맞은 탓에 잔뜩 독이 오른 철없는 동생의 모습에 의자에 주저앉은 아인즈가 왼손을 들어 보였다.


“봐라.”


“뭐! 이게 워! 남자 왼손을 뭐 볼게······있다고······”


잔뜩 퉁퉁거리며 아인즈의 왼손을 보던 이리안의 동그랗게 떠진 눈이 아인즈와 스피카의 손을 바쁘게 오갔다.


“어? 어? 같은 반지? 그걸 오빠가 왜······아, 설마?”


“그래, 내가 선물했다. 됐어?”


“이야, 우와, 와아, 진짜······”


감탄을 잔뜩 내뱉던 이리안이 씨익 웃으며 아인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다분히 건방진 그 모습에 아인즈가 인상을 찡그리자 이리안이 빙글거리며 징그러운 웃음을 그렸다.


“이야, 오빠, 사람 됐구나?”


“뭐?”


“아니, 아니. 설마 둔탱이에 무감각한 오빠가 저런 선물을 했으리라고는······이야, 이래서 사람은 오래 살고 봐야 한다는 건가?”


어딘가의 놀던 분이 하시는 것만 같은 그 말에 아인즈가 이마를 짚었다.


“하아, 어쩌다 어머니는 너 같은 녀석을 나으셔가지고는.”


“어? 오빠, 그거 중대한 모욕이야. 고소해도 된다고.”


“시끄러.”


딱!

결국 네번째의 딱밤이 작렬하고 결국 이리안은 그 울분을 터뜨렸다.


“아 왜! 왜! 왜 자꾸 때려! 이건 엄연한 가정폭력이야! 고소할거야! 이를 거야! 정의의 심판! 법의 철퇴를 받아라! 존속폭행범!”


“아, 그래. 이거 어디 무서워서 살겠나.”


“이, 이익!”


시큰둥하게 답하는 그 모습에 주먹을 떠는 이리안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아인즈에게 대들기에는 여러모로 불리한 것도, 모자란 것도 많았다.

사실 지금 대들고 있는 것도 그저 어리광의 일부였을 뿐이었으니까. 그런 남매의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보던 스피카가 웃으며 둘 사이에 끼어 들었다.


“푸훗, 둘 다 그만해요. 아인즈, 그래도 동생인데 너무 그러지 말아요. 그리고 이리안? 오라버니께 그렇게까지 무례하시면 안 돼요. 그리고, 아인즈가 얼마나 이리안을 생각하고 있는 지 아시잖아요?”


“우으······”


뭔가 불만스러운 듯 볼을 부풀리고 있는 이리안의 모습에 스피카가 미소를 그렸다. 저렇게 온몸 가득 불만스러워 해도 얼마 안가 헤실거리고는 하는 것이 이리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빨리 풀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아인즈가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아, 맞다.”


그리고 공중에서 재조립되는 투명한 결정. 은은하게 백광을 뿌리는 그 결정은 순결하고, 아름다웠다.

이리안이 홀린 듯 마냥 바라보고 있자 씨익 웃은 아인즈가 결정을 이리 저리 움직였다.

오른쪽, 왼쪽. 위로, 아래로.

결정을 따라 움직이는 이리안의 시선에 스피카가 웃음을 터뜨렸고, 에아와 솔리투도 역시 같이 웃자 이리안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이, 이익! 왜 계속 놀리는 거야!”


정말 진심으로 한대 때리고 싶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은 아인즈가 결정을 이리저리 까닥여 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


“이거 너 주려고 만든 건데······.흐음, 이런 반항적인 누이님이신데 어쩔까?”


“아이고, 오라버니!”


이리안이 넙죽 엎드렸다.


“불초 소녀가 고매하신 오라버니의 혜안을 몰라 뵙고 망령되이 세치 혀를 놀렸으니 이 죄를 어찌 갚으오리이까. 하나, 허락하신다면 하해와도 같은 오라버니의 자비에 기대어 부디, 가련하고 불민한 누이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어디에서도 들어보기 힘든 극존칭과 아부의 극치에 웃음이 터진 아인즈가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큭, 크큭. 흠, 흠. 그래, 그러면 누이께서 어찌 해야 이 몸의 자비가 누이에게 있겠느뇨?”


“소녀는 그저 영민하시고, 고매하신 오라버니의 은혜를 바로옵고, 또 간청할 따름이옵니다.”


“그래?”


“예이!”


꼭 전에 짠 것마냥 이어지는 상황에 모두들 웃고 있자니 상황이 끝을 향해 달려갔다.


“그럼, 앞으로는 순종할 의사가 있음인가?”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좋다. 그럼 내, 이것을 누이에게 허락하도록 하지.”


“망극하옵니다!”


그리고는 이내 손에 들려진 결정에 만면 가득 미소를 그리는 그녀의 모습에 아인즈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앞으로 잘해라.”


“응! 아마도 잘 할거야.”


“어, 그래.”


희희낙락하며 결정을 보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스피카가 넌지시 물어 왔다.


-자주 이랬었나 봐요?”


-그럼.


빙그레 웃은 아인즈가 아무렴, 이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뭐랄까, 원래 남매는 대체로 이렇게 놀아. 뭐, 아니면 말고. 그냥 저 녀석이랑 나는 종종 이러고 놀았어.


-다 알면서 서로에게 속아주고, 그런 건가 봐요?


-뭐, 그렇지. 게다가 저 녀석이랑 나는 나이 차도 적고, 뭐. 거의 일주일에 두세번? 그렇게 지냈어.


-그런가요.


어딘지 모르게 그늘이 약간 느껴지는 그 목소리에 아인즈가 싱긋 미소를 그렸다.


-왜 그렇게 시무룩해. 설마, 넌 이런 추억이 없어서 섭섭한 거야?


그 말이 정곡이었던 듯 스피카가 당황해 했다.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뭐, 아무렴 어때.


언제 다가온 것인지 아인즈가 스피카를 끌어 안았다.


“지금, 이렇게 행복한데. 뭐 어때? 안 그래?”


그 말에 스피카가 빙그레 미소를 그렸다. 무척이나 안심이 되는, 그런 미소였다.


“그렇네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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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7화-돌아가지 못한 이들(2) +2 16.12.27 373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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