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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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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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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학원제(5)

DUMMY


여러모로 말도 많았고, 극히 피로한 이도 생겼던 촬영이 무사히 끝나고, 마침내 학원 축제의 막이 올랐다.

아드리아 아카데미에서 일년에 단 한번. 사흘간만 열리는 축제였지만 대륙 각지에서 손님이 몰려 들었다.

대부분이 귀족 내지는 유력 인사로 이루어진 인파에 축제가 몸살을 앓을 법도 했지만 의외로 축제는 평탄하게 진행되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인즈 교수. 정말이지, 교수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의 물결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그린 쿠르단이 차를 마시고 있는 아인즈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별말씀을. 저들이 대부분 저로 인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지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그래도 그 큰 금액을 그리 선선히 내어 주시는 분은 교수뿐일 겁니다.”


이번에 아인즈가 축제에 보태 쓰라고 내어준 금액은 물경 200만 골드. 실상 아인즈에게 있어서는 별 것 아닌 돈이지만 아카데미에서 축제 기간에 쓰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쿠르단은 예년보다 훨씬 더 풍성해지고, 화려해진 학원제에 웃음을 지었고, 아인즈는 자신을 번잡하게 할 모든 요소를 미연에 차단해 미소를 그렸다.

아무래도 좁은 곳에서 북적이는 것 보다는 넓고, 규모가 있는 곳에 퍼져 있는 것이 훨씬 더 넉넉한 환경을 제시할 터였다.

게다가 아인즈는 이번 학원제가 복닥이게 되면 제법 곤란해 지기도 했고.


“그래서, 교수는 이제 무얼 하실 예정이신지?”


그 물음에 아인즈가 미소로 답했다.


“아무래도 딸이 둘이나 되다 보니. 게다가 하나는 영 말괄량이라서요.”


“그렇습니까.”


후덕한 웃음을 그린 쿠르단이 찻잔을 들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훨씬 좋지요?”


“아무렴요.”


아공간에서 고급스럽게 장식된 책을 꺼내놓은 아인즈가 표지를 한번 쓰다듬었다.


“이제와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아이들이 없는 세상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군요.”


“그런가요.”


허허, 하는 나이가 느껴지는 웃음을 토해내는 그에게 아인즈가 마주 웃으며 책을 건넸다.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미안함이 깃들어 있는 그의 미소에 쿠르단이 고개를 내저었다.


“허허, 아닙니다. 아니에요. 학생들이 그러는 것이야 가끔 있는 일이기도 하고, 지드라고 했던가요? 그 학생의 재주가 보통이 아니더군요. 설마하니 손녀를 통해서 저를 압박할 줄이야······”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그 녀석이 잘못하면 희대의 모략가가 될 것 같아서요.”


“그렇습니까······허허, 하지만 모략가도 때를 잘 만나면 전략가가 되는 것이지요.”


“그도 그렇군요.”


쿠르단이 받은 책에 새겨진 선명한 마법 인장에서 은은한 빛이 계속해서 새어 나왔다. 아인즈와 스피카의 인장이 함께 새겨진 쿠르단에게 약속되어 있던 선물이다.


“뭐, 이걸로 손녀 아이도 조금은 조용해 지겠군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000. 책의 표지에 고급스러운 필체로 새겨져 있는 그 숫자에 쿠르단이 내심 고개를 내저었다.

그 나이대의 여자아이의 마음은 종잡을 수 없다고는 하지만 설마하니 이런 것을 원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지고의 마도에 대한 가르침이 한 문장, 한 단어라도 있다면 천금이 아깝겠냐 만은 이건 단지 사진첩일 뿐이지 않은가.


‘이게 세대차이라는 것인가. 허허.’


일견 씁쓸함이 감도는 그의 모습에 아인즈 역시 쓴 미소를 지었다. 분명하게 손해를 입은 이 없이 적정선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낸 지드의 행동은 칭찬해 줘야겠지만 새삼 괘씸한 마음이 샘솟았다.


‘아무래도 과제를 내 줘야 하려나······’


다분히 감정이 담긴 과제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것이 학색들의 미래에는 좀더 좋을 터였다.

보통 겨울 방학때에는 다음 학년으로의 승급을 위해 과제를 내 주지 않는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인즈 역시 내 주지 않을 필요는 없었다.

과제를 내 주지 않는다 한들 각자 집으로 돌아가 제각기 다음 해를 위해 교육을 받거나 스스로 학습을 하는 편이었고, 그렇다면 쓸데 없이 정력을 낭비할 바에야 효과가 증명된 아인즈의 과제를 처리하는 쪽이 훨씬 나았다.

적어도 아인즈가 내어 주는 과제는 실력 향상을 위한 모든 조건이 함께 있었으니까.


‘그럼 어떤 과제를 내 주는 것이 좋으려나.’


아무래도 방학이 두달이나 되는 만큼 충분한 과제를 내 주는 쪽이 좋을 터였다.

적당한 과제를 선정하며 고개를 끄덕인 아인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시간이 되었으니 가보아야 할 터다.

그렇지 않으면 세명이나 되는 레이디들이 단단히 삐지는 수가 있었으니까.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어서 가보도록 하세요.”


“그럼.”


인사를 하고 나서는 아인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쿠르단이 미소를 그리며 책을 쓰다듬었다.


“······굳이 이런 선물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말입니다······”


조금 두꺼운 듯 싶었던 책의 아래쪽에는 아인즈의 친필로 쓰여진 ‘마법학 개론’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 * *


“아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에아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 주며 내려가면서 아인즈가 설핏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얼마나 많은 곳을 돌아다닌 것인지 온몸에 전리품마냥 기념품들을 두르고 손에는 무슨 고기인지도 모를 꼬치 세개와 솜사탕 하나가 들려 있었으니까.


“뭘 그렇게 주렁주렁 달고 있어.”


“헤헷, 아빠가 뭘 모르네. 이런 축제에 왔으면 이 정도는 기본이지! 이게 다 전리품이라고. 거기에 이렇게, 파릇파릇한 때묻지 않은 순수한 감성이 느껴지지 않아?”


“파릇파릇이 다 얼어 죽었구나.”


에아가 뻐기듯 내세워 보인 물건은 머리 뒤쪽으로 넘겨 놓았던 좀비 가면이었다. 그것도 평범한 좀비가 아니라 적어도 네가지를 이어 붙인 키메라 좀비.

분명 색다르고 참신한 감성이기는 했지만 글쎄, 파릇파릇하지는 않았다.

아인즈의 반응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에아가 가면을 살펴보더니 이내 핫, 하는 표정을 짓고는 가면을 뒤로 젖혔다.


“헤헤, 이건 실수. 이것 봐 이거.”


다시 에아가 내린 가면은 하얀 바탕에 연한 녹색의 그라데이션을 넣고, 만개한 화원을 표현한 가면이었다.


“그래. 예쁘구나. 다들 골치 좀 썩였겠네.”


화원을 장식한 꽃의 이름은 아마란스(Amaranth). 신화에 등장하는 태고의 존재이자 영원불멸의 꽃이다.


“흐음, 이 그림은 얼마 남아있지도 않은 실물화인데 용케도 구했구나. 제법 수고가 많았겠는걸?”


“에?”


“뭐, 나도 몇송이 가지고는 있다 만은 그래도 실물화를 어떻게 구했을까? 아카데미 도서관에는 없었을 텐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에아가 얼어 있자 아인즈가 피식 웃고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예쁘다 우리 딸.”


그 말에 방금 전까지 얼어있던 것은 거짓이라기도 했던 양 에아의 표정이 흐물흐물 풀어졌다.


“응? 에, 헤헤.”


그런 에아의 모습에 빙그레 미소를 그린 아인즈가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스피카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나서야 에아가 정신을 차렸다.


“핫!”


당황한 듯 주변을 빠르게 훑었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스피카와 솔리투도가 있는 방향을 향해 걸어가는 아인즈의 모습뿐이었다.


“아빠!”


* * *


“자아, 에아도 그만 화 풀고. 응?”


“싫어! 또, 또 바보취급하고 놀릴 거면서!”


“안 그런다니까.”


잔뜩 삐져 있는 에아를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아인즈의 모습에 스피카가 곁에서 나직한 웃음을 흘렸다.

어디를 가나 있을 법한 딸바보 아빠와 그 애정을 독차지하면서 자란 말괄량이 딸의 모습. 하지만 에아의 정신 연령이 예전보다 오히려 낮아진 것도 같아 조금 걱정도 되었다.


“에아. 그쯤 하는 게 어떠니?”


“그치만······”


아빠가 딸에게 무조건적으로 잘해주면 엄마가 무서운 것은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인 듯 스피카의 말에 우물쭈물하는 에아를 스피카가 안아 들었다.


“그만 하렴. 아빠도 에아가 싫어서 그러는게 아니잖아? 그만큼 아빠가 에아를 아끼니까 예뻐서 그러는 거야.”


“그치만······”


이대로 물러서기에는 약간 뭐랄까······자존심이랄까 그런 것이 찝찝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약간이나마 사나워진 스피카의 목소리에 금새 사그라들었다.


“그래서, 계속 그렇게 삐진 채로 있으려고?”


“아, 아니! 아니요!


팩팩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저은 에아가 잠시 꾸무럭거리고는 이내 아인즈에게 다가가 허리를 꼬옥 끌어 안았다.


“······”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민망해 하고 있는 것을 아는 탓에 그저 빙그레 웃은 아인즈가 말괄량이 딸을 안아 들었다.


“에아,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도리도리. 고개를 저음에 따라 가볍게 볼에 부딪히는 머리칼에 피식 웃은 아인즈가 아래쪽에서 자신을 올려다 보는 솔리투도를 보고는 난처하게 웃었다.

에아를 달래 주려 안아 든 것인데 솔리투도를 함께 안았다가는 보나마나 더 심하게 삐질 터였다. 게다가 그것을 알았는지 자신을 더 세게 끌어 안는 에아의 팔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곤란한 얼굴을 한 그의 모습에 스피카가 미소를 그렸다.


‘정말이지······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철저하게 선을 그으면서 딸들에게는 이렇게 경계가 없어진다니까.’


어쩔 수 없는 딸바보라며 고개를 젖던 그녀가 문득 옷에서 느껴지는 힘에 아래를 내려다 보자 어느새 다가왔는지 솔리투도가 옷자락을 잡고 약하게 당기고 있었다.


“으응······우리 실리가 무슨 일일까?”


“······”


무릎을 굽혀 눈을 맞추자 솔리투도가 아무런 말도 없이 에아를 안은 아인즈를 보았다가 다시 스피카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담긴 뜻을 어찌 모를까. 빙그레 미소를 그린 스피카가 솔리투도의 손을 잡았다.


“실리도 안아 줄까? 엄마가 안아 줘도 돼?”


“······네.”


끄덕. 작게 끄덕여진 고개에 스피카가 솔리투도의 작은 동체를 곧장 안아 들었다. 비록 외관은 여리나 그녀의 신체는 단순히 스펙만으로는 소드마스터조차도 능가하는 수준.

솔리투도 정도의 작은 동체를 들어올린다 한들 무리가 있을 수준이 아니었다. 이내 솔리투도를 안아 들고 일어서자 그녀의 시야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아인즈가 들어 왔다.


“왜요?”


“아니, 그냥.”


잠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던 아인즈가 다시 스피카를 바라 보았다.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애 엄마가 다 됐다 싶어서.”


그 말에 스피카가 피식 웃었다.


“뭐에요, 그게. 결국 다 당신 때문인 거. 알아요?”


“그런가?”


“당신만 아니었으면 내가 애들 볼 일이 어디 있겠어요. 거기에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마담소리까지 듣고.”


“그런······가?”


어색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삼키며 스피카가 품에 안긴 솔리투도의 검은빛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이제와 아인즈에게 그런 말을 한다 한들 그것이 진심일 리가 없었다. 그에게 이 아이들이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이듯, 자신에게도 더 없이 소중한 존재가 되었으니까.


“그리고, 당신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예쁜 딸들을 둘이나 가지게 되지도 못했겠죠.”


맑게 웃으며 잔잔한 미소를 그리는 그녀의 표정이 더없이 밝고, 환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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