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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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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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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31화-왕국 제1검. 천좌의 마법사.(4)

DUMMY

“이리······”


그는 이리안을 부르려고 했으나 곧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그녀에게 필요한 안전 장치는 모두 마련되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되는지 절실히 깨달았으니까. 자신은 마법사. 한번 깨달은 것에는 완전한 준비를 하는 그런 존재다.

게다가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으니까. 수년만에 찾아왔을 그녀의 행복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시리아.”


나직한 부름에 마치 물에 젖어들 듯, 곁에서 하나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말 그대로 물에 젖어드는 것과 같아서 누구도 그녀가 갑자기 나타났다는 데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그녀는 원래 그곳에 있었다고 ‘인식’되었으니까.


“마스터.”


시리아가 예를 표했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이리안의 뒤를 쫓고 있다. 통통, 튀어다니는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거의 사라질 즈음 그의 입이 열렸다.


“시리아. 이리안을 지키거라. 그녀가 위험하지 않도록. 필요하다면 너의 한계 구속을 풀어도 좋다.”


그의 말에 그녀는 잠시 흠칫했지만 이내 목례를 취했다.


“예스, 마이 마스터.”


나타날 때처럼 조용히 흩어지는 그녀를 뒤로하고 그는 나직이 중얼거린다.


“오늘은······ 일진이 사납겠군.”


탄식 같은 한마디를 뒤로하고 그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공간을 열었다.


남좌 7성

공간굴절형 이동 술식

블링크(Blink)

아인즈식 변형

축지(縮地)


목적지는 한곳. 파장이 퍼져 나온 수도 외곽이다.


* * *


예로부터 도시의 외곽은 중심지에서 쫓겨난 하층민들의 거주지가 자연스레 형성된다. 그것은 규모가 있는 도시일수록 심해서 흔히 있는 대도시 외곽은 수많은 빈민들이 막대한 인구밀도를 자랑하며 도시의 규모만큼이나 거대한 빈민촌을 형성한다.

그것은 아드리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제2외성을 벗어나 형성된 가장 외곽의 빈민촌. 어둡고 축축한, 기분 나쁜 공기가 떠돌던 그곳이었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전혀 달랐다.

더욱 진하고 가라앉은, 죽음. 그리고 좀더 본질적인 어둠에 가까운 그 어떤 기운. 그것이 공기중에 떠돌고 있었다.


“침묵. 아니, 고독인가.”


기운에 담겨있는 아주 미세한 근본사념. 이 힘의 주인이 가진, 그 이름을 지탱하고 있을 바로 그 의미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애초에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닌데······”


작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던 그가 한쪽에 있던 집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탄성같은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하.”

.

그의 시야에 비친 것은 눈물이 말라붙은 채 쓰러져 죽어있는 사람의 모습. 그 다음 집도, 또 그 다음 집도. 모두가 죽어 있다.

시신들이 죽어 있는 모습은 모두 제각각 이지만 그에서 느껴지는 것은 단 하나. 지독한 고독. 홀로 남았다는 외로움. 그로 인한 공포.

주변에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외로움과 고독에 몸부림치다 죽어 있었다.


“고독······ 그로 인한 죽음. 하기야, 이걸 견딜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있겠나.”


누군가가 뿌린 기운에 의해 사람들이 죽었다. 그것은 대량학살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일. 하지만 정작 그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흐음······”


그가 참사의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디까지나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탐구자의 시선일 뿐. 그 어떤 감정도 그의 시선에 담겨있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자신과 주변인 외에는 그렇게 신경 쓰는 종류의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얼마나 걸었을까. 그의 감각에 새로운 기척이 감지되었다. 좀더 진하고 무거운. 아마도 이 일의 원흉이라 생각되는 그런 존재의 기척.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자아, 그럼 어디. 얼굴이나 한번 보실까?”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마주치는, 자신과도 비견될 높은 격을 가지고 있을 존재. 그 존재만으로 기운을 이리 뿜어대는 그 존재에게 그가 가지는 기대는 컸다.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못했다.


“뭐냐. 이건.”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무릎을 꿇은 채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한 명의 소녀. 그리고 흑마법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주인 잃은 로브들.

칠흑과도 같은 검은 머리칼과 깊고 깊어 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을 검푸른 눈동자. 인형 같은 아름다운 외모의 소녀였지만 그의 눈이 보는 것은 것은 전혀 다른, 그 안의 진짜다.


‘압도적인 고독. 존재 그 자체의 이름이 고독이라······’


그의 시선이 느껴져서 였을까. 소녀가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소녀의 무감각한 시선에 그가 미간을 찌푸릴 즈음 마침내 소녀의 입이 열렸다.


“당신, 안 죽어?”


“하?”


소녀의 어이없는 한 마디에 그가 어이없어하는 탄성을 터뜨리자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 안 죽어? 안 울어? 안 소리쳐?”


소녀의 질문에 그제야 이해한 그는 미간을 손으로 집고 말았다.


‘아······ 골치 아픈 일에 말려든 것 같네.’


“내가 왜 죽어야 하나? 나는 주변에 있는 정신박약한 정박아들과는 전혀 다르다. 그리고 네가 그렇게 힘을 줄기줄기 뿜어대는 주제에 왜 안 죽느냐고 물으면, 나는 어찌 대답할까?”


“힘?”


“너는 존재만으로 세상에 영향을 끼친다. 그 정도의 격을 지닌 이가 그 힘의 운용조차 할 수 없다고 하는 거냐?”


그의 말에도 소녀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힘? 나, 힘, 강해?”


“설마 너 정도의 격을 지닌 이가 너 같은 아이일 줄은 몰랐지만······ 아니, 그건 외모만인가? 아니군. 본질도 어느 정도는 어려.”


“나, 강해? 강해? 이겨? 져? 근데 당신 안 죽어?”


무언가를 한참이나 생각하던 소녀는 이내 그의 시선을 바로 마주한다. 그녀의 눈에 담긴 것은 순수한 무심함. 그리고 고독.


“당신, 강해?”


소녀의 질문에 그가 답한다.


“아마도.”


그의 답에 소녀가 질문한다.


“당신, 안 죽어?”


소녀의 물음에 그가 답한다.


“죽을 이유가 없지.”


그의 답에 소녀가 다시금 질문을 던지려는 듯, 일을 열었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무언가에 막힌 듯 꺽꺽거리는 소리일 뿐. 무언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스로의 목을 만지던 그녀가 다시 그를 마주 보았다.

찰나의 순간. 소녀의 시선에 비친 것은 그를 이루고 있는 본질의 일부. 찬란한 빛과 어둠을 수 놓는 반짝임.

어째서일까. 그것을 마주한 순간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무언가가 목을 타고 올라왔다.

그것은 간절한 소망.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지금조차도 영혼에 각인 된 무언가의 존재. 단 하나의 질문. 어째서 인지 모를, 스스로를 위협하는 어떠한 절실한 존재.


“당신, 나, 가족? 나······ 혼자, 아니야?”


그 질문의 순간. 그는 그녀의 가장 깊은 곳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별의 권능으로 엿보는 가장 진실한 내면의 깊은 곳.

스스로의 존재가치이지만 그것을 견딜 수 없었던 한 가녀린 존재의 간절하고 절실했던 소망.


“나······ 혼자, 아니야? 함께?”


그렇게 고장 난 인형처럼. 같은 한가지의 질문만을 반복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모습에서 다른 존재를 보았으니까.

그의 사랑하는 딸, 에아. 세계수로 태어나 세상을 유지, 지탱하며 홀로 완전한 존재. 그렇기에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숙명에 괴로워하다 재앙이 되어 그에게 구원 받은 아이.

그것을 깨달은 순간. 그의 손이 뻗어져 소녀를 안아 들었다. 소녀는 여전히 멍하니 시선을 의미 없이 던질 뿐이었지만 그의 온기에, 그의 따스함에 눈물을 흘리며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래, 이것이 너와 나의 인연이고 운명의 이끌림이라면.”


그는 그녀의 근본을 보는 순간 이끌림을 느꼈다. 그것은 별의 노래하는 인연의 끈. 그와 그녀의 질기고 끊어지지 않을 인연.

그렇기에 그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녀는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별은 그에게 인연을 일러 주었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 순간 아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에서 ‘그의 아이’가 되었다.


“가자. 내가 너를 보듬어 줄 터이니.”


* * *


무슨 이유에서 였을까.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운명이라는 신의 농간일지도.

그는 죽어있는 마을에서 발견해낸 소녀를 안고 죽음으로 가득 찬 길을 걸어나갔다. 어째서였을까. 왠지 공간을 열어 걸어나가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의 품에 안긴 여리고 가여운 아이를 보듬을 따름이다. 제멋대로 흐트러진 머리타락을 정리해 주며, 외로움으로 가득한 그 눈이 아름답다,고 문득 생각했다.


“너는 이름이 무엇이냐.”


그의 질문에 소녀는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외로움만이 가득해 보고만 있어도 아득해지는, 사람을 그 감정을 전염시켜 죽음으로 몰고 가는 마안(魔眼). 하지만 그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가련한 아이의 눈동자일 뿐.

사락.

눈가에 걸친 머리카락을 걷어내자 그 눈이 더욱 확연하게 보였다. 깊고 깊은, 전혀 다른 의미의 맑음. 문득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


“글쎄······”


그녀의 질문에 그는 대답을 흐렸다. 어째서 였을까. 글쎄, 딱히 이유는 없다. 굳이 이유를 꼽자면 그냥,정도가 되겠지.


“그냥.”


그의 웃음 섞인 대답에 소녀는 잠시 침묵하고는 곧 입을 열었다.


“내, 이름, 솔리투도(Solitudo).”


“솔리투도......”


눈을 감고 잠시 그 이름을 곱씹는다.

고독이라는 뜻의 언령어. 아주, 아득히 옛날, 상고시대에 잊혀졌던 바로 그 언어. 그리고 그 이름에 담긴 의미와 숙명의 무게에 씁쓸한 웃음만이 나온다.


“음?”


얼굴에 느껴지는 낯선 감촉에 고개를 돌리자 솔리투도가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다.


“웃지마, 안, 어울려, 그런.”


그녀의 낯설고 미숙한 손길에. 불편함이 느껴지는 감정표현에 잔잔하게 미소를 그렸다. 뭐랄까, 깊이, 저 마음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웃음. 그의 그 웃음을 보던 솔리투도가 얼굴을 기묘하게 찡그렸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렷다.


“어? 어?”


“후후······”


그녀의 그 미숙함에 나오는 웃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여전히 이상하게 인상을 찡그린 채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의 얼굴에 미세하게 마나를 움직였다.


“어?”


그의 도움덕분일까. 그녀는 이내 사람들이 ‘미소’라고 부르는 그런 표정을 그릴 수 있었다. 마치 인형이 그렇듯 아름다운. 자신의 변화를 아는 것일까. 스스로의 얼굴을 만져보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는 나직하게 노래를 불렀다.


멀고 먼 옛날에

아름다운 인형이 있었지.

누구나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인형은 행복했을까.

슬펐지.

아팠지.

아무도 사랑할 수 없었으니까.

슬퍼서, 슬퍼서 눈물을 흘렸지.

외롭고, 쓸쓸해.

누구도 나와 이야기를 할 수 없어.

하지만 하고 싶어.

이야기를 하고, 같이 놀고 싶어.

하지만 나는 인형.

사람이 아닌 인형.

목소리를 낼 수 없고 말을 할 수 없는 인형.

그래서 웃었지.

그래서 웃었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웃는거.

너에게 웃는거.

너도 내게 웃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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