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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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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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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0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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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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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40화-마지막 휴가(4)

DUMMY

“자, 그럼 누가 가장 먼저 할 건가요?”


그의 말에 눈치를 보던 학생들 중 스물 가량이 앞으로 나섰다. 윤기가 흐르는 백금발의 소년. 마법학과 수석이자 대륙 7대 마가 중 하나인 휴렙티오(Hyureptio)가의 대공자 기디안 휴렙티오(Gidian Hyureptio).

평소에도 그를 눈여겨 본 바가 있는지라 아인즈의 눈에 웃음이 어렸다.


“저희가 잡은 주제는 시장의 백성들입니다.”


그가 말을 마치고 자리를 잡자 이내 일곱명 가량의 학생들이 동시에 술식을 자아올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가장 범용성이 높은 라벨 학파의 술식.


‘아무래도 이벤트성 술식중 하나인 환상무도(幻像舞蹈)의 변형인 것 같네.’


클래스 4

자율 행동 환상 술식

환상무도

변형형

민초의 생기


술식이 발현됨과 동시에 주변의 풍광이 바뀌기 시작했다. 주위가 어두워지고 주변, 발 아래를 아기자기한 소인들이 가득 채웠다. 그들은 하나하나 살아있는 것 같이 움직이며 발랄한 생기를 내뿜었다.


“와아아아.”


“과연 기디안.”


“역시······ 휴렙티오의 대공자 인가.”


“꺄아, 너무 예쁘다.”


모두가 감탄을 내뱉는 가운데 아인즈만이 딱딱하게 안색을 굳혔다. 이윽고 마법이 끝나고 기디안이 자신만만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건조한 그의 음성이었다.


“다음.”


그의 불편한 감정이 느껴진 탓일까. 다음으로 나오는 학생들의 표정 역시 잔뜩 굳어 있었다.


“저희는 바다를 주제로 잡아 마법을 준비했습니다.”


이윽고 발현된 마법. 하지만 여전히 그의 안색은 바뀌지 않았다.


“다음.”


“저는······”


“다음.”


“다음.”


“다음.”


그렇게 대부분의 학생들이 발표를 끝내고 남은 것은 이리안과 일리아나를 비롯한 한조뿐. 지금까지의 발표는 분명 환상적이고 감탄이 절로 나오게 했다. 하지만 정작 그에게서 나온 말은 그저 다음, 단 한마디 뿐.

이리안의 조원 모두가 울듯한 얼굴을 한 가운데 이리안만이 밝은 얼굴로 앞에 나섰다.


“저희는 이곳의 바다를 주제로 마법을 준비했습니다.”


그와 함께 놓여지는 바다물이 가득한 유리병 하나. 모두가 무엇인가, 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는 가운데 그녀의 손에서 마나가 마력으로 바뀌며 하나의 술식을 자아나가기 시작했다.

간단하기 그지 없는 단순한 술식. 하지만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색다른 술식이기도 했다.


이리안 자작

아름다운 이곳의 바다


“피어나라.”


그녀의 말이 끝남과 함께 병안에 담긴 물이 말 그대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병 밖으로 나와 꽃이 피어나듯 흐드러지게 퍼지고 그 안에 작은 빛들이 돌아다니며 물을 더욱 아름답게 빛냈다.


“우와.”


“예쁘다.”


감탄의 목소리.


“너무나 단순하군.”


“저런 것을 과제라고.”


“역시 어쩔 수 없었던 거겠지.”


한심하다는 듯 말하는 목소리

하지만 아인즈의 안색은 더없이 밝았다. 입가에 미미하게 떠오르는 미소. 보통은 모르겠지만 오랬동안 그를 봐온 이리안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미소라는 것을.


‘그럼, 갑니다!’


순간 빛이 더욱 강렬해지며 한곳에 모여 큰 덩어리를 이루었다. 그리고 완성된 하나의 조형.


“와아······”


물이 얼어붙으며 이루어진 붉은 색의 얼음. 그리고 그 안에서 찬연히 빛나는 구슬. 그것은 마치.


“태양 같아······”


짝짝짝.

대부분이 숨을 죽인 가운데 박수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는 미소를 띤 얼굴로 박수를 치는 아인즈가 자리하고 있다.


“훌륭합니다. 오늘의 1위가 결정되었군요.”


“감사합니다.”


“후후.”


옅게 웃는 그의 모습에 이리안 역시 밝은 얼굴을 했다. 최선을 다한 결과가 좋은 것 같아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그럼 1위에게는 포상이 있어야겠지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앞의 공간이 열리며 나뭇잎을 여섯장 토해냈다. 푸른빛을 내면서 빛을 머금고 있는 잎에 모두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저건 한눈에도 범상한 물건이 아니었으니까.

그의 미소가 진해지며 이리안에게 잎을 내밀었다.


“세계수의 잎입니다. 각자 한장씩 나눠가지도록 하세요.”


그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세계수의 잎이라니. 그 옛날 엘프의 친우가 된 이가 몇장 가지고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인세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물건이다.

설마 포상이 저런 것인 줄 몰랐었기에 이리안이 1위라는 발표에도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인정할 수 없다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기디안이 서 있었다. 그는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째서 왕녀님께서 1위인 것입니까. 인정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죠?”


“누가 봐도 저의 조가 행한 과제가 가장 훌륭했으니까요. 그에 반해 왕녀님의 조는 그 술식도 초라하고 빈약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것입니까? 교수님과 사사로운 관계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이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견 합당해 보이는 그의 논리에 모두가 수긍하는 기색을 보이자 아인즈가 한발 앞으로 나왔다. 아무런 이유도, 의지도 없는 한걸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디안은 막대한 존재감이 자신을 뒤덮는 것을 느꼈다.


“제가 한번이라도 사사로운 감정을 공적인 일에 개입시키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 그건······! 무엇이든 처음이 있는 법입니다.!”


“그런가요.”


비릿하게 웃은 아인즈는 눈앞에서 열을 올리고 있는 기디안에게 선언했다.


“당신의 조가 꼴찌입니다. 아카데미에 돌아가기까지 그대들의 마력을 동결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그들 23명의 마력이 굳어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마나와의 연결이 끊어지며 세계와 유리되었다.

마력은 마법사의 근본. 그것이 굳어버린다는 것은, 세계와 유리된다는 것은 마법사 자체가 세계로부터 연결이 끊어진다는 것이다.


“무, 무슨?”


“이게 대체!”


당혹스러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아인즈의 시선은 자신을 노려보는 기디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불만이 있으싶니까?”


“······”


“있으시군요.”


있을 것이다. 아무런 이유도 듣지 못했고, 자신이 낸 과제의 의미를 알지도 못할 테니까.


“궁금하다면 말해 드리지요.”


잠시 숨을 들이쉬며 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이는 것은 온통 불만에 가득한 어리석은 이들. 너무나도 우스웠다.


“사실 그대들은 모두 같은 수준입니다. 모두가 꼴찌이지요. 하지만 굳이 기디안을 비롯한 이들에게 벌을 준 것은 그들이 무례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일까. 모두가 꼴찌라는 것은.


“제가 이번 과제를 내어준 것은 그대들의 태도를 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대들의 마법사로서의 태도.”


“······”


“저는 분명 이곳에서 보고 느낀 것을 마나로서, 마력으로 표현하라 했습니다. 하지만 그대들이 표현에 사용한 것은 그저 마법일 뿐. 그 누구도 제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더군요.”


그의 시선이 이리안을 향했다.


“반면 이리안과 그 조는 훌륭하게 그것을 행했습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느낀 것을 마력으로서, 마나로서 훌륭히 표현해 내었습니다. 하지만 그대들은 어떻습니까?”


“······”


“그대들은 마법사입니다. 마도를 걸으며 세계의 진리를 탐구하는 자! 하지만 그대들은 어떻습니까. 그대들이 탐구하는 것은 마법입니까 아니면 진리입니까.”


“······”


“그대들은 마법사가 아닙니다. 그저 결과만을 보고, 화려한 것만을 따라가는 술사일 뿐.”


고개를 숙인 채 누구도 그와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그의 말이 그들의 폐부를 찔렀으니까.


“제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도록 하세요.”


그가 숙소로 걸음을 옮기고, 남겨진 것은 멍한 표정을 지은 50여 명의 학생들뿐이었다.


* * *


‘내가, 그랬던가? 내가?’


그들의 머릿속을 헤집는 단 하나의 문제. 마법사와 마술사.

그 이중적인 관계는 고래로부터 내려온 가장 가깝고, 또한 가장 먼 관계다.

세계의 진리를 탐구하며 오로지 그 진의를 찾는 마법사와 마법이라는 힘에 취해 오직 마법만을 위해 마법을 탐구하는 마술사.

대부분의 마법사는 스스로를 마법사라 생각한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애초에 마술사라는 단어는 사장된 단어이니까.

하지만 분명 그런 단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들에게 그 단어를 사용했다. 자신들을 마술사라 부르며.

그것이 잘못인가?

근래의, 아니 제법 오래 전부터. 마법사는 마법. 그 자체를 탐구하고 있었다. 스스로의 입으로 세계의 진리를 탐구한다 말하며 실은 마법이라는 눈에 보이는 부산물, 형상을 쫓은 것이다.


“아아.”


알았다. 진정 알았다.

지금껏 해왔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좋다. 더, 더 큰 것이 있으니까.

무너져 내린 마술의 탑 안에 숨겨진 정말 가치 있는 진정한 마도.

그것에 환희를 느꼈다.

그것에 감동을 느꼈다.

그것에 눈물을 흘렸다.


“지금껏 나는······ 헛살았구나.”


불과 십여년의 삶. 하지만 그 중 십년 이상이 마법과 함께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이제야 진정한 마도를 깨우쳤으니 그것이면 족하다.

십년여의 적공이 깨어졌지만 이것으로 그는 진정한 마법사가 걷는 마도에 발을 들인 것이다.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 * *


“마스터.”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서 심상치 않은 마나의 파장이 느껴졌다. 그것은 다음 단계로 향하는 이의 탄생에 대한 마나의 축복. 그것을 보며 아인즈는 흐릿하게 미소 지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그럼요.”


그가 빙긋이 미소를 그렸다. 그가 걸어가며 이미 많은 이들이 걷고 있는 길은 세계의 진리를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그 숫자는 너무나 적다. 대부분의 이들은 눈앞의 것에만 급급해 진실한 ‘리’에 도달할 길을 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길에 새로운 이가 발을 디뎠다.


“후배가 늘어나는 것은 충분히 기쁜 일이니까요.”


시선을 들어 올리자 검푸르게 빛나는 하늘이 보였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은 상관 없었다.

느껴진다. 어떤 하나의, 수많은 흐름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는 이미 일부나마 예지의 권능을 획득했다. 그렇기에 별이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가요······’


하나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주 큰, 길고 긴 시간의 시작점이 될.


‘휴가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군요.’


슬쩍 뒤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이나니스에게 붙들려 이론을 배우는 아니마와 무심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솔리투도,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럴트와 시리아, 바이올렛이 보였다. 그리고 곁에 서있는 이리안.

그들은 모두 자신이 책임져야 할 그런 이들이다. 그가 받아들인 그의 가족들.


“후후.”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이곳에 온 것은 도망이고 도주였다. 하지만 그 덕에 이렇게 인연을 만들고 상처는 모두 나아갔다.

거기에 이제는 그는 앞에 서서 누군가를 이끄는 그런 위치에 있다.


‘선물을 드리도록 할까요.’


한순간의 변덕. 하지만 그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직 자신이 인간이라는 증거였으니까.


황도 6좌

히갈의 등불

암흑 속의 인도자

램프(Lamp)


마력이 뭉쳐져 하나의 축복이 되어 내린다. 반신의 마법이 바라고 이루어 내는 것은 하나의 이적. 이 곳에 모인 모든 이에게 그가 건네는 선물이다.


‘열심히 노력하십시오. 그리하면 그 등불은 그대들의 앞길을 밝혀 줄 것입니다. 그것이 설령 지옥의 가장 밑바닥일지라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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