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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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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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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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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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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1화-마법사, 그리고 마술사(1)

DUMMY

“별이 참 좋은 밤입니다.”


그의 입에서 입김이 새어 나왔다. 주변에 가득한 것은 온통 눈뿐. 루멘의 북부는 영구동토라 불리는 만큼의 풍경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눈과 얼음, 나무들로 이루어진 설경에 그는 폐부를 식혀주는 차가운 대기를 음미했다. 확실히 사람이 없는 버려진 곳이라 그 맑음이 너무나도 상쾌했다.


“그렇지요. 이런 밤은 이곳, 동토에서나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이 가는, 유약한 인상의 남자. 하지만 그의 눈은 이유 모를 서늘함을 뿌리고 있었다.


“그런가요······ 어디에서 뵌 적이 있는 것 같았는데, 그때 연회장에 계셨군요.”


그와는 저번, 참사가 있었던 무도회에서 얼굴을 마주친 적이 있었다. 단지 이런 일로 다시금 만나리라 생각지 못했을 뿐.


‘아마도 하스피르라는 이름이었지.’


“그래, 무슨 일이신가요? 이런 곳에 이유 없이 오셨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만은?”


“아마도 귀하와 같은 이유가 아닐런지요.”


“그런가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러리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패턴은 별을 쫓는 이들의 그것이었으니까.


“그래, 궁금하신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끄덕.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그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글쎄요······ 제가 누구라······ 그것참 의도가 불분명한 질문이라 생각지 않으십니까?”


“정정하죠. 당신에게 마법을 가르쳐준 이가 누구입니까?”


“독학했습니다만?”


일견 무성의하게 보이는 태도에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당신의 마법! 그것은 틀림없이 본 학파의 것입니다! 그것을 어디에서 배웠냐는 겁니다!”


“아아, 그렇군요.”


그제야 문제를 깨달았다. 확실히 포이멘의 성향은 널리 보급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목동의 성향이 그대로 남아있는 만큼 일부의 인정받은 이들만이 그 전수자가 될 수 있었으니까.

그 인정의 절차가 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갑작스러운 포이멘 학파의 마법을 사용하는 이의 등장은 그들로서도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어서 대답하십시오!”


어느새 마력마저 유동하며 소리를 지르는 그를 보며 아인즈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나를 무시하는 겁니까!”


그것을 비웃음으로 받아들였는지 한층 더 흥분하는 그를 보며 이제는 때가 되고야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되도록이면 더 오래 평온한 삶을 즐기고 싶었건만. 그것은 무리인 듯싶다.


“저요. 제 이름은 아인즈 에르(Ange-El). 포이멘의 제 76대 탑주입니다.”


마침내 잃어버린 포이멘의 탑이 목동의 품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17. 마법사, 그리고 마술사


“저요. 제 이름은 아인즈 에르(Ange-El). 포이멘의 제 76대 탑주입니다.”


“말도 안돼!”


하스피르는 비명 같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제법 높은 경지를 이루고 있는 그의 이성이 흔들릴 만큼 그것은 충격적인 일이었으니까.


“탑주라니! 당신은 지금 본 학파를 모욕하는 것입니까! 본 학파가 탑도 없이 그저 학파라는 이름만을 유지하는 것이 그토록 우습게 보였습니까!”


“아니요.”


그의 나직한 목소리와 차분한 채도는 오히려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지금 그의 태도는 자신의 학파를 지나치게 모욕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하다고 그는 느꼈다.


“그럼 무엇입니까! 당신은 정녕 본 학파의 분노를 사려는 것입니까!”


“하아.”


이대로 가면 끝이 없을 것 같아 그는 결국 아공간에서 하나의 책을 꺼내 들었다.


“그, 그것은!”


“알아보시겠습니까?”


“아, 아아······!”


그것을 본 하스피르는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오래 전 있었다고 전해지는 학파주의 증거 ‘천관의 서’였으니까.

입을 여는 그의 음성이 떨려 나왔다.


“다,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받았습니다.”


“누구, 누구에게요!”


“저에게 마법을 익히도록 길을 열어준 사람이.”


“그것이, 그것이 누구입니까?”


“하이델른. 포이멘의 제 8대 탑주.”


“아, 아아아.”


잘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가 다시금 물어왔다.


“어디, 어디에서 그분을 만나셨습니까.”


“라미르. 칠일의 마을에서였습니다.”


“아아, 포이멘의 마법사가 탑주를 뵙습니다.”


그가 감격하며 머리를 조아리자 아인즈는 쓰게 웃었다. 그에게는 감동적일지는 몰라도 자신에게는 평온이 깨어진 것으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별수 없지. 운명의 인도가 그러하다면, 세계의 의지가 그러하다면 따라야 하는 것이 마땅할 테니까..’


“갑시다. 학파의 본산으로.”


이제 당분간은 평온이 자신에게 찾아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감하며 그의 탄식이 한숨처럼 허공에 흩어졌다.


* * *


탑을 기본으로 온갖 특이한 건물들이 밀집한 도시의 정경. 불규칙해 보이는 이곳은 마법왕국 마기아의 제1 도시인 유마니스다.

네개의 학파가 미개척지에 자리하며 만들어진 이 국가는 대륙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정치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마법사들로 인해 생겨난 도시이니만큼 가장 대우를 받는 것은 마법사. 그리고 권력을 잡는 것 역시 마법사이다.

고위의 마법사일수록 그들의 이성은 견고하며 불필요한 낭비를 극히 혐오하게 된다. 그렇기에 마기아의 행정과 정치 역시 지나치리만큼 합리적인 형태를 취했다.

대부분의 도시는 작은 국가처럼 각 도시에 위치한 학파의 관리하에 들어가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일들과 예산 책정 및 법률은 그 도시의 지배 학파의 관할이다.

거기에 혼란을 피하기 위해 기본적 통합법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고 국가의 예산으로서 일정 부분의 금액을 공동으로 저축해 재난 등에 대비한다.

가뜩이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합리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다 일선에서 물러난 각 학파의 원로들이 국가의 대부분을 조율하니 국가가 운영되는 것은 인간미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하지만 그런 행정체계와는 달리 도시와 사람들은 생기가 넘쳐 흘렀다.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마법사인데다가 그들이 쏟아내는 연구 성과가 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다.

그런 관계로 각 도시는 지배 학파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거기에는 학파의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포이멘의 관할에 있는 유마니스는 목동의 성향에 의해 친환경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로 인해 가장 인기가 높은 도시에 속했다.

단지, 아인즈는 그런 분위기를 만끽할 수 없었다.

유마니스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면적의 저택. 현재 포이멘의 본산인 이곳은 어째서인지 탑이 아닌 저택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인즈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잃어버린 탑을 찾기 전에는 탑을 짓지 않으리라는 각오이리라.

하지만 저택에 들어서면서부터 무언가 느껴지고 있었다. 무언가가 그의 심리를 거스르고 있었다.


“무언가 불편하신 거라도 있으신 건가요?”


“아니, 아닙니다.”


앞에서 인도하던 하스피르에게 대강 답을 주었지만 사실은 상당히 거슬렸다. 이곳의 공기가. 이 안에 가득한 기운이.

으득.

자신도 모르게 이가 갈렸다.


“괜찬으신 거지요?”


“······예.”


“으음···... 그냥 쉬었다가 내일 오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아니, 아닙니다. 그냥 가시지요.”


갈 수가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그의 예감이 소리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얼마나 하스피르의 뒤를 따라갔을까. 아인즈는 마침내 자신의 기분이 어째서 그토록 거슬렸는지 그 원인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습니까? 이곳은 저희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곳입니다.”


화려한 장식, 고급스러운 가구들. 그곳을 가득 채운 마법사들. 그것을 본 아인즈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떨려나왔다.


“이······곳은?”


그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감동 때문이라고 생각한 하스피르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곳은 본 학파의 마법사들이 이론을 익히고 실습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제작된 곳입니다. 미스릴을 이용해 장식을 해 항마력을 부여했고, 각 책장과 가구들은 불편함이 없도록 배치 되었습니다.”


“그······렇, 군요.”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것이 정녕 맞는지, 자신의 눈에 비치는 것이 사실인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이, 것이······”


“예, 이것이 포이멘입니다.”


하스피르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지만 그것을 아인즈에게 닿지 못했다. 너무나 큰 충격이 정신을 온통 헤집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천좌의 마법사.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이성은 충격을 금세 추슬렀다. 하지만 분노가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고요하고 더욱 격렬하게 타올랐다.


“가시죠.”


“예? 아, 예.”


그의 목소리에 담긴 분노가 느껴진 탓일까. 하스피르는 순간 무언가 무서운 것이 자신을 엄습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하, 요즘 기가 허해진 거겠지.’


내심 웃으며 고개를 내저은 하스피르는 걸음을 옮겼다. 지금쯤 장로와 학파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 *


“그래서 뭘 어쩌자는 겁니까.”


언짢은 표정으로 앉은 그의 앞에는 현재의 포이멘을 이끌어가는 주축인 학파주와 장로들이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들 중 가장 젊어 보이는 푸른 머리칼의 중년인이 안경을 추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당신의 주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정녕 탑주라면 그에 합당한 증거를 보이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천관의 서’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까?”


아인즈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분노로 떨려 나왔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 않고 중년인은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습니다. 그것을 획득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당신이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그것이 탑주의 신물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진품이라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


“게다가 그대가 라미르에 방문한 적이 있다는 것 역시 믿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탑주라면 응당 천문대의 관리자에게 인정을 받았을 터. 그의 실력이라면 이곳에서 바로 통신이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대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말하고 있지요.”


가능할 리가 없다. 지금 스피카는 치료를 위해 수정관 안에서 잠을 자는 중이니까.

사실 그들이 자신의 신분을 믿지 않는 것은 상관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말을 그대로 믿은 하스피르가 특이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어린 탐욕과 질시, 욕망은 도저히 두고 몰 수가 없었다.

저 지저분한 감정과 욕망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 너무나도 불쾌했다.

저런 쓰레기들이 지금의 포이멘을 이끌어가는 이들이라는 것에 실망했다.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싸늘하게 그늘이 진 얼굴로 그들을 둘러보자 그들의 추잡한 얼굴이 더욱 선명하게 시야에 틀어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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