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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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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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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추천
12
글자
12쪽

51화-외전 그들의 이야기(2)

DUMMY

“무엇을 그리 보고 계시나요?”


답지 않은 존대에 뒤를 돌아보니 부드러운 목소리의 미인이 푸근한 인상으로 미소 지으며 김이 올라오는 컵을 들고 어깨를 으쓱여 보인다.

서른이나 되었을까. 이십대 같기도 하고, 삼십대 같기도 하고, 사십대 같기도 하고, 오십대 같기도 한 그녀의 외모를 보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어서 오십시오. 피리스.”


“자, 여기.”


“잘 마시겠습니다.”


그녀가 건네는 컵을 받아 한모금 삼키니 특유의 단맛과 따뜻함이 몸을 녹여 준다.


“하아.”


“후훗, 어때요?”


“여전히 좋군요. 몇번이나 마셔보는 거지만 정말이지 이건 놀랍습니다.”


“그래요?”


또, 또 저런 얼굴.


“피리스, 그런 얼굴 하지 마십시오. 사람 여럿 망칩니다.”


“헤에?”


“하아.”


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혹의 미소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정말이지, 제가 같은 여자가 아니었다면 몇번이고 이성을 잃어버리고 말았을 겁니다.”


“어머나, 그럼 미레인은 벌써 몇번이나 죽었었겠네요?”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다. 저 사람 좋아 보이는 그녀의 진짜 정체는 이곳의 주인. 강대한 마력을 사역하는 환왕(幻王) 구미호이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여자인 것을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후훗.”


빙긋 웃은 그녀는 시선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나 역시 보고 있던 별이 가득한 하늘.

어두운 바탕에, 지구와는 전혀 다른 별들과 달의 구성을 보며 그녀는 늘 감탄하고는 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감탄만을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흐응~ 뭔가 보이기는 하는 건가요? 저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어서요.”


“네. 그건 제게 ‘주어진’ 것이니까요. 아마도 그쪽 분야의 격을 이룬 이들 외에는 보지 못할 겁니다.”


“흐응.”


얼마 전부터 하늘의 기운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주 어릴 적.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부터 알게 된 미래를 엿보는 능력에는 하늘의 흐름을 읽는 효능이 있었다.

그때부터 보아온 하늘은 그 방대함 만큼이나 언제나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너무나 많은 부분이 흔들려 지금으로서는 불안이 가슴 한켠을 침습해 오고 있다.


“너무나 많은 것이 흔들렸어요. 무엇인지 모를 ‘틈’이 본래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을 흔들고 그로 인해 올라섰어야 했을 이가 떨어졌고, 나서서는 안될 이가 나설 것이고, 있어서는 안될 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래?”


“이미 위험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쩌면······”


‘세계가 종언을 고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는다. 예언이란 하나의 언령과도 같아서 밖으로 나오는 순간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니까.


‘특히 이런 중차대한 흐름에는 사소한 것이 심각한 영향을 끼칠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뭐가 문제인 건데?”


어느새 본래의 반말투로 돌아온 그녀의 질문에 다시금 하늘에 담긴 미래를 엿본다. 그 안에 담긴 흐름을 볼 수는 있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나의 몫.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너무나 뚜렷해 마치 내게 신탁이 내려진 것만 같다.


“별하늘의 분노가 하늘에 저토록 가득해 태양의 힘을 침습하여 균형을 흔들고, 천사(天使)의 진노가 이토록 격렬하니 세상에 화가 미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인과 역시 그들이 자초한 것이니 어찌할까요.

흔들린 균형으로 인해 오래 전에 승천했을 천사가 아직도 땅에 그 권세를 두고, 마침내 그 진노를 불러 일으켰으니 이를 어찌할까요.”


“천사라······”


피리스의 입에서 가느다란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천사, 천사라는 그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천사라······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까요.”


“글쎄······ 이미 이 땅 위에는 극 성향의 천족과 마족의 개입은 금지되어 있을 터인데······”


그녀의 말대로 이 세상에 스스로 교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요수와 환수, 정령 같은 중간 성향의 존재들뿐이었다. 하지만 천사라.


“아마도 누군가를 지칭하는 것이겠지요.”


“아아, 이 경우에는 확실히 그렇겠지.”


천족과 마족들이 내려오지 못한다면 남은 것은 이 땅 위의 존재들. 하지만 그 중 누가 천사라 칭해질 수 있을까.


“천사. 하늘의 뜻을 전하는 사자이며 때로는 그 뜻을 행하는 집행자.”


“그래. 흔히 생각하는 그런 착하고 선해 빠진 존재는 결코 아니지. 오히려 인간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대 재앙에 가까운 존재야. 오직 하늘의 뜻만을 받드는 이.”


“그렇기에 너무나 위험합니다.”


천사라 칭함을 받는다면 그에 합당한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고, 또한 그에 합당한 행위를 할 것이다. 그것이 선이든, 악이든. 정이든, 사이든.

분명, 막대한 피가 흐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혹시 그걸 막아볼 생각이야?”


피리스의 진지한 얼굴에 걱정이 어린 것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아닌 척 하지만 그녀 역시 자신과 정이 든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되어도 나갈 수 밖에 없다.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 빤한데 그것을 외면할 수는 없으니까.


“네. 하늘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어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저의 행동을 막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


미묘하게 흐려지는 그녀의 안색을 보며 그녀를 안아갔다.


‘아아, 따뜻하다.’


그녀의 체온은 인간보다 3도가량 높다. 그 탓일까. 몸에 닿은 그녀의 몸이 너무나 따뜻하고, 또 포근했다.


“미레인······”


“걱정 마십시오. 저는 제가 할 일을 하고, 또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올 겁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는 미래를 보는 힘이 있으니까요.”


“응. 그래도 위험한 일에는 되도록 끼어들지 마.”


“네. 피리스.”


* * *


제법 시간이 된 이야기다. 아니, 그것도 아닌가? 불과 1년 정도 전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12년 전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이 Parallel이라는 이름의 게임이 베타테스트 없이 방자하게 오픈 했을 때. 다크 게이머였던 나는 당연히 시작했고 그 마력에 빠져들었다.

하루하루가 힘을 얻기 위한 노력이었고, 돈을 벌기 위한 투쟁의 연속. 그 와중에 엄청난 기회를 맞이 했다.

한 악질 의뢰주의 의뢰로 죽기 직전까지 갔었다. 이미 동료들은 모두 죽고 나 역시 빈사 상태에 처했을 때. 죽지 않으려면 별 수 있나. 밑천까지 다 보여야지. 꽁꽁 숨겨 두었던 능력을 개방했다.

그 순간 내게 기회가 찾아 왔다.


“흥미롭군.”


그 한마디와 함께 나타난 원흉. 그는 내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 왔다.


“나의 연구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군. 너의 그 힘은 대단히 흥미로워.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합당한 보상은 하도록 하지.”


그 뒤 그의 연구에 협조하는 대가로 주어진 막대한 힘을 기반으로 나는 막대한 부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악인에 가까운 아니, 악인인 그는 어째서 내게 그런 호의를 베푼 것일까.


라니안 디프로이즈(Ranian-Difroyz)는 말없이 연구에 한참인 크라켄을 바라보았다. 알수 없는 기구들을 이리저리 조작하며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실험실 폐인 과학자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그는 세상을 뒤엎으려 하는, 말하자면 대 악당. 그는 어째서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었을까?

한참을 바라보던 그가 마침내 결정을 내렸는지 입을 열었다.


“크라켄.”


그의 부름에 건조한 목소리가 답해왔다.


“무슨 일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하는 그의 태도가 익숙하다는 듯 라니안은 천장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어째서 나에게 그런 호의를 베푼거지? 당신의 능력이라면 굳이 그런 수고를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음?”


그의 질문이 의외였을까. 크라켄이 실험을 중지하고 뒤를 돌아 보았다. 회색 머리칼과 눈동자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새하얀 눈동자가 인상적인 중년의 남자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그러니까······”


라니안이 그의 눈을 마주보며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당신의 능력은 무시무시할 정도인데 어째서 나한테 강제적인 방법을 쓰지 않았냐는 거지.”


“흐음.”


약간의 감탄이 섞인 소리를 낸 크라켄이 그를 잠시 쳐다보았다.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가?”


“피도 눈물도 없는 대 악당.”


“어째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흐음.”


확실히 그가 오해할 법도 했다. 자신의 방식은 그저 목표를 위해 수단도, 방법도 가리자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에게는 나름대로의 프라이드 역시 존재했다.

아주 오래된 약속에 근거해서.


“하지만 나는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노력했네. 최소한 인간들이나 유사인류들은 최소 필요 이상의 피를 원하지 않았으니까. 그 외에 흐르는 피들은 흑마법사들의 복수의 결과일 따름일세.”


“헤에.”


몰랐다. 그에게 그런 생각이 있는지. 하지만 왜일까?


“당신, 이 세상에 불만이 많은 사람 아니야?”


“많지.”


“그런데 왜?”


“그건 그들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헤?”


그의 뜬금 없는 발언에 라니안이 멍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크라켄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후우······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흔한 이야길세. 부당한 힘에 가족을 잃은 남자와 그의 처절한 아픔의 이야기이지. 하지만 그 끝은 다를 것이야. 내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 끝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복수 따위의 소모가 아니야.”


“흐응.”


절대 흔한 이야기의 종류는 아니다. 저런 류의 생각의 방향은 범인이 할 만한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가 행해 왔던 그 수많은 일들이 어째서 그토록 눈에 띄지 않게 복잡한 형태를 취해 왔는지.

사실 그것이 철저하게 자신들을 숨기고 완벽함을 위함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럼 나한테 호의를 베푼것도?”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공정한 거래의 기본이지.”


“그렇군.”


라니안은 감탄했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가족을 부당하게 잃어야만 했던 남자. 하지만 그의 그릇은 아주 커서 그 눈은 한치의 흐림도 없다.


“대단하네.”


자신이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성을 잃고 종말을 향해 날뛰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다르다. 그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이상을 향해 지금도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라니안이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좋아, 접수 했어. 당신의 그 이상이라는 것. 내가 도와주지. 열심히 부려먹으라고.”


그의 장난스러운 말에 크라켄이 피식, 미소 지었다.


“그것 참 고맙군.”


* * *


그것은 아주 오래 전. 그래, 기억조차 나지 않아야 했을. 하지만 기억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기억.


“해연······”


아주 오래 전. 아니, 그렇게 오래 전도 아닌가. 내가 힘을 가지기 이전의, 이 왕좌의 아래에서 아득바득 기어다닐 때 있었던, 내가 자초한 일이다.

내가 아직 젊음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움직이던 시절. 나는 단지 꿈을 향해 달려가는 꿈 많은 젊은이였다.

약간의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그 사업은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순히 벤처기업정도의 기준에서의 성공. 내가 원하는 곳은 더 높이에 있었다.


“여보, 오늘도 늦게 돌아오실 건가요?”


“응, 미안.”


미안한 얼굴로 대답하는 나를 대하는 그녀의 얼굴은 어땠었나. 아, 그래. 웃는, 밝게 웃으며 나를 위로해 주는 그런 얼굴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나를 이해하고 나를 위해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행동해 주었다.

정말이지 나에게는 축복과도 같은 여인. 하지만 나는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꼭, 가셔야 해요?”


“미안.”


부푼 배를 안고 병상에 누워있는 그녀를 보며 정말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예정일이 닥쳐 왔는데 지금조차도 일로 인해 나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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