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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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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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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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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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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48화-Finding(수색)(3)

DUMMY

Parallel의 세계에는 11개의 국가 규모의 세력이 존재한다. 그 중 국가가 8곳, 국가연합이 1곳, 비국가가 1곳, 중립 도시가 1곳.

각각의 개성이 두렷한 세력들은 그 개성만으로 흩어진 세력이 다시금 규합될 수 있을 정도이며, 그 중에서도 해양국가 파르티즈는 유독 강한 개성을 자랑한다.

국가의 기원이 선원들로 이루어진 선단이니만큼 그 성행은 거칠고, 어찌 보면 해적에도 가까울 정도다. 그 탓에 국외에서 사람들이 유입되는 국제항에서는 종종 외지인과 충돌하는 이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콰창!

지금처럼.


“앙? 뭐야! 이봐 아가씨, 그렇게 나오면 재미 없을 텐데? 응?”


건들거림이 넘쳐나는 말투, 온몸을 꽉 채운 근육, 군데군데 보이는 문신과 흉터들. 그리고 대머리. 너무 전형적인 용병의 모습에 루나는 헛웃음을 토했다.


“기가 막히는군.”


“아앙?”


솔직히 그녀에게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길을 앞에 둔 실력자라 할지라도 몸이 성할 수 없다. 하지만 눈앞의 이 하찮은 남자는 과연 그녀가 무력을 행사할 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이제야 겨우 길을 눈에 담으려 하는 하찮은 격을 가지고 그저 근육만 채운 살덩어리. 과연 그런 이에게 그녀의 긍지 높은 검이 휘둘러질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 거기에 지금의 그녀는 주인을 모시는 몸. 그저 기분의 향함에 따라 행위를 결정할 만큼 그녀의 격이 낮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하찮은 사내는 상대의 무력을 구분할 만큼의 눈도 없었고, 스스로의 욕망을 자제할 만큼의 의지도 없었다.


“이봐, 내가 순순하게 말로 하니까 만만해 보여? 엉? 아, 내가 얼굴이 반반해서 적당히 하려고 했는데 안되겠네.”


하크는 파르티즈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는 S급 용병이다. 그의 경지는 대략 소드마스터 초입 정도. 비록 길에 들어설 수 있을 만큼의 인연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그는 충분히 강한 실력자였다.

본래 그는 호탕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호쾌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는 악명도 높았는데 원인은 술에 있었다.

프로셀라. 흔히 폭풍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이 술은 마스터조차 취하게 하는 가이츠의 특산품이다.

본래 남부의 기사제국 태생의 하크가 파르티즈에 뿌리를 내리게 만든 이 술은 그가 행패를 부리는 양아치의 모습을 하게 되는 제1원인이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의뢰를 완료하고 늘 들르던 ‘항해사의 파이프’에서 기쁜 마음으로 프로셀라에 취하고 있을 무렵 그의 눈이 커졌다.

여관 안에 들어선 남녀 한 쌍. 전형적인 여행자의 차림을 한 그들을 평소의 그라면 친분을 다지거나 혹은 모른 척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만취 상태.

애석하게도 지금의 그에게는 상대의 격을 헤아릴 만큼의 이성이 남아있지 않았다. 거기에 실낱같은 이성으로 욕망을 억누르기에는 루나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에헤, 아가씨. 그러지 말고 나랑 가자니까? 내가 끝내주는 데를 알고 있는데? 여기 이런 비실이 보다는 내가 났지 않겠어?”


루나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것을 보지 못한 하크는 자신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남자를 바라 보았다.

자리에 앉은 뒤 계속 눈을 감은 채로 있는 검은 머리를 가진 차분한 인상의 남자. 그를 본 순간 하크의 기분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어이, 뭐야. 설마 이런 비실이랑 다니면서 날 거부했다는 거야? 뭐야, 이거. 기분 나쁜데! 앙?”


콰창!

그의 발에 걷어 채인 쓰레기 통이 허공을 날아 카운터에 틀어박히며 요란한 소리를 토해냈다. 그런 그의 행패에도 주변에서는 그저 한숨을 쉴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단지, ‘오늘도 그냥 넘어가지를 않는다.’는 표정으로 사태를 관망할 따름이었다. 애초에 그는 제법 괜찮은 사람이었고 그로 인해 생긴 피해는 반드시 보상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들 자신에게 피해가 없다면 그저 좋은 구경거리가 생긴 것일 따름이었다.


“이봐, 이봐 형씨, 어때? 이쪽 여자를 넘겨주면 내가 편의를 봐줄 용의도 있는데?”


“······”


“어이, 이것 봐.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엉? 감히 나 하크를? “


툭툭. 아인즈의 머리를 주먹으로 건드리는 만행에 루나의 전신에 힘이 들어갈 때, 마침내 아인즈의 눈이 떠졌다.

깊고, 어두운 심연을 보는 듯한 그 눈에 하크가 잠시 움찔 했지만 위험을 감지하기에 그는 이미 너무나 취한 상태였다.


“이봐, 이봐, 어디서 그딴 눈깔을 쳐 뜨고 지랄이야? 엉? 확, 먹물을 다 뽑아 버릴까.”


여전히 자신의 머리를 건드리며 헛소리를 지껄이는 하크를 잠시 일별한 아인즈는 루나를 바라보았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듯 잔뜩 굳어진 얼굴, 앙다문 입술과 힘이 들어간 눈. 거기에 떨리고 있는 전신.

확실히 그녀로서는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의 충성심은 익히 알고 있는 바였으니까. 거기에 아무리 취한 상태라고는 하나 자신에게 이토록 무례한 이를 사람 좋게 그냥 넘어갈 만큼 그는 너그럽지 못했다.


“루나.”


“예, 마스터.”


“엉? 뭐야, 아가씨. 목소리 예쁘잖아? 하하, 좋아 내가 예뻐해 주지.”


“적당히 치워라. 취했으니 너무 잔혹하게 하지는 말고.”


그의 그 한마디에 루나의 입가에 미소가 자리했다. 마침내 명령이 내려졌으니 더 이상 그에게 불손한 태도를 가진 저 무뢰한을 두고 볼 필요가 없었다.


“명을 받드옵니다.”


“앙? 뭐냐? 응? 뭐, 네가 귀족이라도 되는 거냐? 엉?”


여전히 헛소리를 하면서 하크의 손이 다시금 아인즈의 머리를 향했지만 그의 손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엉? 뭐야?”


그의 손목을 잡은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냉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루나가 서 있었다.

누가 봐도 분노가 감도는 얼굴이었지만 하크의 눈에는 그저 그녀의 미소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에헤? 아가씨, 드디어 나랑 놀아주려고? 아하, 이거 고마운데!”


하크의 말에 루나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래. 아주 천천히, 차분하게 즐기도록 해 보지.”


“그렇지? 하하, 자 가자구!”


“그래, 가지.”


루나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금껏 그녀의 주인에게 행해지는 불손한 태도에 얼마나 분노를 참고 쌓았던가.

자신의 존귀한 주인이 그 권위를 침범당하는 것은 수호의 검인 자신에 대한 전면적 도전이나 마찬가지다.

주인의 의지를 위해 명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자중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명이 내려진 이상 이제는 실행만이 남아있을 뿐.

비록 어깨에 올려져 있는 이 남자의 팔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것도 곧 없어질 터였다.


“이봐.”


여관의 밖으로 나오자마자 들려온 루나의 부름에 하크는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2미터를 훌쩍 넘는 거구의 그는 시야의 가운데 선명하게 잡히는 풍만한 볼륨에 히죽 미소를 지었다.


“좋은가?”


“그럼, 좋지. 좋구 말, 커헉?”


순간 옆에서 가해진 강렬한 충격에 그의 거구가 허공을 날아갔다.


“커헉, 허억, 큭!”


내부를 울리는 충격에 신음을 토하는 것도 잠시 다시금 가해진 충격에 그의 몸이 다시금 허공을 날았다.

하지만 이미 있었던 두번의 충격으로 사고가 복구된 탓에 이내 균형을 잡고 무리 없이 바닥에 착지했다.


“크으, 뭐냐.”


주변에 자욱하게 알코올을 뿜어대면서도 아직 취기가 가라앉지 않은 듯 고개를 흔들던 그의 시선이 이내 루나에게 고정되었다.

과연 소드마스터랄까. 사고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감각이 돌아오자 등허리가 축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저 앞의 오연한 모습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저 여자. 절대 자신보다 약한 이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터무니 없이 강하다.

시린 달이 떠오르는 강력하고 굳건한 한자루의 검. 이제 막 검 끝에서 검의를 표현하기 시작한 자신과 비할 수 있는 이가 아니다.


“아, 이런. 내 이럴 줄 알았다.”


그 역시 자신의 술버릇은 익히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것도.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은 또 무슨 경우인가.


“하하하······”


어색하게 웃음을 흘려 보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 여자는 절대 그냥 넘어갈 의사가 없어 보였다.


‘어쩔 수 없나.’


하크가 굳은 얼굴로 한숨을 내쉬더니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음?”


순간 바뀐 하크의 분위기에 루나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호오.”


그에 대한 분노는 분노이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했다. 지금 그가 뿜어내는 기세는 결코 왈패 따위의 하찮은 존재가 뿜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입가에 자그마하게 미소가 그려졌다.


“스읍, 하아. 스읍, 하아.”


천천히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공기가 온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섞여 드는 그녀의 영역 지배의 흔적까지.


‘크흐.’


그 안에 담긴 그녀의 의지는 너무나 굳건하고, 또한 강인해서 그로서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겠지.’


이미 검은 그의 손에 있으며 한 번 밖으로 나온 검에 대한 책임은 그 스스로가 져야 했다.

검은 검사의 의지.

검사의 의지는 전장을 헤매이는 불굴의 증거.

일단 검이 뽑혀 나온 이상 그 어떤 대적을 맞이한다 할지라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것이 그의 긍지이며 자존심이며 검의이고, 그의 증거다.


“스읍, 하아. 스읍, 하아.”


그의 눈이 형형한 빛을 뿌리며 루나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 몸의 자그마한, 아주 작은 미세한 진동, 호흡으로 인한 가슴의 기복, 몸에 분배된 힘의 균형.

모든 것은 정보가 되어 그에게 기회를 탐색하게 했다. 그녀의 경지, 그녀의 기세, 그녀의 예상되는 움직임, 그녀의 손이, 발이 향할 수 없이 많은 가능성들.


‘크으, 뭐냐. 완전 사기네.’


그의 눈에 비친 루나는 완벽했다. 그저 서 있을 따름이지만 그 기세는 자신을 현저하게 넘어서 있고, 그녀에게서 보이는 틈 따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완전한 수호.


‘그러고 보니 저 자세는······’


약간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발의 각도, 앞으로 나온 오른발. 미묘하게 뒤쪽을 가리는 그 자세까지.


‘그런가······ 수호의 검이로군.’


그의 등급은 S. 전 대륙을 뒤지더라도 많지 않은 숫자의 오러 능력자다. 그 탓에 수많은 종류의 의뢰를 하고, 경험을 해 봤다. 그리고 그 와중에 저와 같은 이들을 몇번 본 적이 있다.

흔히 백작가 이상의 고위 귀족가의 자제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품위 높은, 수호의 책무를 부여 받은 이들.


‘곤란한데······’


저런 이들은 결코 먼저 공격하는 경우가 없었다. 그들의 검은 오롯이 그들의 주인을 위한 것. 그들의 긍지도, 명예도 오로지 그들의 주인을 위한 것이다.

그 주인의 권위가, 명예가, 안위가 침범당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결코 검을 뽑아들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을 위하여 그들의 검이 세상에 드러난다면?


‘절대 먼저 공격하는 법이 없지.’


그들은 수호의 검. 그 검은 오직 주인을 지키기 위한 것. 그들 스스로가 모욕을 당할 지라도, 오욕을 뒤집어 쓸지라도. 그들은 결코 먼저 검을 뻗는 법이 없다.

오직 지키기 위하여, 징벌을 위하여 반격을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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