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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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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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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04 09:43
조회
1,059
추천
15
글자
13쪽

33화-Solitudo, Anima(2)

DUMMY

“오라버니가 아카데미에 안 계시니까 너무 심심해요오······ 거기에 무도회때 있었던 일 때문에 분위기도 뒤숭숭하고 하여튼 착 가라앉아서 온몸에 근육이 다 굳은 것 같아요오.”


“그런가요?”


“네에, 거기에······”


재잘재잘 이어지는 그녀의 투정에 그는 작게 여전한 미소를 지으며 차분히 시간을 내어 주었다. 투정을 부리고 그 어리광을 받아주는 하나하나에서 그는 잔잔한 기쁨을 느꼈다.

지극히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의 모습. 저 높이의 리에 도달했건만 그의 감정은 여전히 그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에 감사했다.

자신에게 아직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음에.

자신에게 아직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

자신에게 아직 이런 행복을 주는 이가 있음에.


“마스터.”


“아빠”


이윽고 솔리투도를 안고 게럴트가 들어오자 아인즈는 솔리투도를 받아 들었다. 인간과는 미묘하게 다른 온기와 느낌. 그녀만이 가진 독특한 느낌에 적지 않게 안심했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구나.’


“그래, 잘 잤니?”


“응. 근데, 졸려, 함.”


뚝뚝 끊기는 짧은 단어의 조합을 끝으로 그녀는 이내 그의 품에 몸을 묻었다. 아인즈는 그녀를 보며 부정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저기, 오라버니. 그 아이는?”


이리안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잠시 고개를 들자 약간의 의문이 어린 얼굴이 보였다.


“아아, 솔리투도 말인가요?”


“아, 이름이 솔리투도······ 예쁜 이름이네요.”


그녀의 말에 그는 작게 쓴웃음을 지었다.


“예쁜 이름이라······ 그런가요.”


그의 씁쓸해 보이는 얼굴에 이리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세요?”


“아니, 아닙니다. 그보다 솔리투도와 저의 관계라면······ 양부와 양녀, 정도네요.”


“헤에.”


이리안은 작게 감탄을 터뜨렸다. 귀족들이 양자를 들이는 것은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것의 대부분은 영지전에 패해 몰락한 친척의 후계를 보호하는 류의 것이지 이렇게 순수하게 양자를 들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가요.”


확실히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곧 관심을 접었다. 그것은 그의 가정사. 그녀가 이렇다, 저렇다 논하는 것은 제법 실례가 되는 일이니까.


“그런데 아카데미에는 언제쯤 나오실 건가요?”


“글쎄요.”


지금 자신이 가면 틀림없이 귀찮게 하려는 이들이 개떼처럼 몰려드리라.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쉬는 그의 모습에 이리안은 빙그레 미소를 그렸다. 그가 왜 저러는지 그녀 역시 충분히 잘 알고 있다. 왕실에서도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으니까.

지금 루멘은 국왕파와 귀족파의 팽팽한 대립상태. 국왕파는 비록 전체적인 전력에서 밀리지만 지하스의 존재로 인해 약간의 우세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형세에 대륙 16성 급의 무력이 등장했다. 거기에 그는 마도사. 전략 운용면에서 검사보다 아득하게 우위를 점하는 존재다.

그렇다 보니 지금도 그의 저택 주변은 각 세력의 첩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아인즈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그의 몸과 정신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성가신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으니까.


“에휴, 가기는 가야 하는데······ 글쎄요.”


그는 한숨 같은 말을 내뱉으며 이리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서린 옅은 장난기를 보며 그는 결국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리안. 이리안까지 그러면 제가 곤란해요.”


“에이, 그러시지 마시고요.”


“하아.”


그녀의 장난스러운 반응에 늘어나는 것은 한숨뿐이었다. 애초에 그녀 역시 왕가의 일원. 거기에 자신과 친밀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을 테니 자신을 포섭하라는 압력이 있었을 터이다.


“그러시지 마시고 한번만 방문하시면 안 될까요? 네? 네?”


“네, 네. 가죠, 가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요?”


“네. 정말 내키지 않지만 뭐, 어쩔 수 있나요.”


장난스레 물어오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비춰지는 난처함에 그는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그는 타인에게 신경을 쓰지 않지만 그만큼 자신의 울타리 안의 사람들에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무른 사람이었으니까.


“헤헷, 고마워요.”


혀를 내밀며 살짝 웃는 그녀의 모습에 얼마나 난처함을 겪었을지 미루어 짐작이 갔다. 아마도 자신의 평온을 깨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실패로 끝이 났더라도.


“고마워요.”


진심이 담긴 한마디에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숨긴다고 숨겼지만 역시 그에게는 통하지 않은 것이다. 잠시 그의 눈치를 보던 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저기...... 화 안 나셨어요?”


“화라······ 뭐, 조금 날 것도 같지만 그러면 이리안이 더 곤란해 질 것 같으니 내지 않으려구요. 왜요? 냈으면 좋겠어요?”


“아뇨, 헤헤. 다행이에요.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만약에 막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나 하고, 헤헤.”


“그런가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이리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더 있지 않구요?”


그의 말에 이리안은 짓궂게 미소지었다.


“더 있다가는 애가 저를 잡아먹을 것 같아서요.”


그녀의 말에 품을 내려다 보자 과연 어느새 잠에서 깬 솔리투도가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감정 표현에 서툴러 더 자세하게 표현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 시선의 의미는 분명 ‘어서 가버려’가 틀림없었다.

아인즈가 어색하게 웃자 이리안은 곧 손을 흔들며 저택을 나섰다.


“그럼 나중에 궁에서 뵈요. 배웅은 필요 없어요.”


“잘 가요. 이리안.”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그녀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 주던 그는 소매를 당기는 느낌에 고개를 숙이자 솔리투도가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소매를 잡고 있었다.


“왜?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


“배, 고파, 밥.”


“아.”


맞다. 하며 그는 자신의 머리를 툭 쳤다. 이미 먹지 않아도 크게 불편함이 없는지라 그런 쪽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은 분명 실수다.


“미안하구나.”


이내 사과를 하며 그녀를 안아 올린 그는 곧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게럴트, 시리아에게 식사준비를 하라고 해줘. 그리고 아니마도 데려오고.”


“예.”


“자, 우리도 가자.”


“응.”


* * *


“게럴트.”


“예. 마스터.”


“아니마한테 뭘 가르치면 좋을까?”


그의 시선은 서재에서 시리아에게 글을 배우는 아니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너도 알다시피 아니마는 빛의 아이이고, 그렇다는 건 내가 가르쳐 줘야 되는게 정말 중요하다는 거거든.”


세계의 사랑을 받는 이들이 가는 길은 그들 각자의 고유한 길이지만 그 길의 최초 이정표는 그들을 가르치는 이의 몫이다. 그에 따라 그들은 영웅이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그는 손으로 턱을 괴고는 생각에 빠져 들었다.


‘흐음······ 세계의 사랑을 받는 바람에 내가 운명을 훔쳐봐도 크게 영향있는 그런걸 볼 수 있을 거 같지는 않고······ 결국은 운명의 인도를 이끌어야 한다는 건데······’


톡톡.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방에 퍼져 나간다.


“흐음······”


얼굴을 묘하게 찡그린 아인즈의 시선에 시리아와 아니마의 모습이 담긴다. 냉철하고 차분한 인상의 시리아의 지도에 따라 학습을 하는 아니마의 모습은 제법 잘 어울리는 교사와 학생의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의미가 없다.


“어쩔까······”


문득, 시선의 끝에 책장이 보인다. 어둠의 숲에서만 나는 트라이스 나무로 만들어진 고동색의 고급스러운 책장. 순간 잊고있던 한가지가 그의 뇌리를 스쳤다.


“아, 맞다.”


“마스터, 무언가 생각나신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아, 내가 왜 그걸 잊고 있었을까?”


아인즈는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식 웃는 그의 얼굴은 약간 멋쩍은 듯한 미소를 했다.


“아니마. 이리 와 보거라.”


“네!”


그의 부름에 아니마가 쪼르르 달려와 앞에 서자 그가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래, 어디까지 배웠니?”


그 물음에 아니마는 환하게 웃으며 자랑하듯 손을 내밀어 활짝 피며 말한다.


“공용어랑, 요정어, 마법어까지 다 했어요!”


“호오?”


진심으로 놀라고 말았다. 기껏해야 일주일. 글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던 아니마가 학습한 시간. 하지만 그 성과는 놀랍게도 대륙 공용어는 물론 이종족어인 요정어, 거기에 마법어까지.


“천잰데?”


“헤헤.”


과연 세계의 사랑을 받는 아이. 그 재능이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흐응.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해도 되겠네.”


아인즈의 중얼거림에 아니마가 그를 쳐다본다.


“뭘요?”


“아, 너도 이제 본격적으로 세계의 ‘리’에 도달하는 길을 걸어야 할 테니 그 길을 선택하는 거란다.”


“리?”


“그래, 아직 너한테는 어려운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구나.”


“우웅······”


뭔가 어렵다는 듯 입을 내미는 아니마의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괜찮아. 어려울 건 없단다. 그냥 네 영혼이, 마음이 가장 끌리는 것을 가지고 나오면 되는 거야.”


그의 말과 동시에 주변의 마나가 요동치며 하나의 이적을 구축해 나간다. 그것은 별의 힘을 빌린 하나의 고유 권능.


황도 11좌

울다자비의 책장

물그림자의 서고

팔소 비블리오테카(Falso Bibliotheca)


이윽고 술식이 완성되는 순간 허상으로 이루어진 진실한 서고가 그 입구를 열어 아니마를 데려갔다. 그곳은 아인즈의 서고. 101,574권의 마도서가 잠들어있는 거대한 하나의 무덤.

아인즈는 나지막이 소원했다. 그곳에서 아니마가 운명의 인연을 얻을 수 있기를.


* * *


처음 그곳에 발을 들이며 든 느낌은 ‘어둡다’였다. 수 없이 많이 늘어선 책장과 가지각색의 책들. 하나같이 평범해 보이는 것이 없는 그곳은 빛 하나 들지 않는 흐릿한, 그래. 유령으로 이루어진 그런 느낌이었다.


“와아.”


아니마의 입에서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수도 없이 늘어선 책의 향연. 밝은 것, 어두운 것, 푸른 것, 붉은 것, 포근한 것, 꺼림칙한 것, 아름다운 것, 못생긴 것 등.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손길을 붙잡았다.

하지만 이내 어깨가 쳐지고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분명 책은 수없이 많았고 손을 잡아끄는 책들도 있었다. 하지만 스승이 말한 그런 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영혼이 이끌리는 듯한 그런 책. 분명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자상한 스승의 얼굴을 떠올리며 아니마는 다시 서고를 헤매기 시작했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

아인즈도 놀람을 금치 못한 기억력으로도 온전히 기억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이 서고는 이상했다. 마치 무언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는 것처럼 주위를 물리고 안을 감추고 있었다.


“힘들어······”


얼마나 걸었을까. 어린 나이인지라 금세 아파오는 다리를 감싸 안고 주저앉고 말았다. 마치 자신을 가두는 벽처럼 둘러쳐진 주위의 책장. 금방이라도 울음이 날 것만 같았다.


“스승님······ 힘들어요······”


아니마는 물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울먹이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책, 책, 책. 심지어 반쯤 유령같은 느낌을 풍기는 그 모습에 결국 참았던 울음이 새어 나오고 말았다.


“흐앙, 스승님······! 힘들어요! 무서워요! 누구, 누구 없어요? 으아앙!”


아주 어릴 적. 기억이라는 것을 할 때부터 그는 혼자였다. 물론 가족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생물학적인 가족일 뿐. 실상은 그저 동거인, 그 정도의 의미뿐인 아무런 정도, 의미도 없는 존재들. 게다가 그들은 자신과는 달랐다.

자신의 주변에는 언제나 포근한 어떤 존재가 있었다. 남들에게는 없는 그런 존재가. 어떻게 그것을 알았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저 그렇다고 ‘알았을’ 뿐.

하지만 그런 가족이나마 죽어가고 홀로 남았을 때. 그는 마침내 스스로의 존재를 자각한 후 처음으로 자의에 의해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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