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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491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04 09:46
조회
1,082
추천
14
글자
12쪽

38화-마지막 휴가(2)

DUMMY

“우와~! 바다다!”


“바다! 바다!”


“우하하하하하!”


“으아아아아아!”


제각기 환호성을 지르며 벌떼처럼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을 보며 아인즈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귀족이나 평민이나 구분 없이 저 나이에는 저런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린다.


“받아라!”


“으랴! 으랴!”


“야! 다모여!”


평소 아카데미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생기가 넘치는 모습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잘 한 것 같네요.”


“그렇죠?”


“네.”


그의 곁에는 어느새 이리안이 다가와 있었다. 원래부터 몸을 움직이는 쪽에는 별 취미가 없는 그녀였기에 몇몇 여학생들과 함께 백사장 위에 자리를 잡을 따름이었다.


“확실히······ 보기는 좋네요.”


십대. 가장 활발하고 놀기 좋은 나이. 그런데 늘 강의실에서 수식을 공부하고 실습만 하기가 얼마나 지겨웠을까. 가끔은 이런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리안은 안 갈 건가요?”


그의 물음에 이리안은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저보고 저기서 같이 놀라고요? 궁에 가서 무슨 험한 꼴을 당하라고요.”


“아, 그런가요.”


확실히 맞는 말이다. 그녀를 누이로서 대하고 있어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녀는 이 나라의 왕녀. 확실히 저런 건 무리다.


“받아라! 워터볼!”


“야! 반칙이야! 마법을 쓰는게 어딨어!”


“너도 쓰던가!”


“이익!”


“우하하하! 내가 너희를 모두 얼려주마! 아이스 필······!”


“미친! 저 자식 잡아!”


“으아아아! 다 죽일 셈이냐!”


“꿹, 꼵, 꼻르븛흛긁긁!”


정말이지 난장판이 따로 없다.


“하하, 확실히 조금 무리겠네요.”


“그렇다니까요.”


시큰둥하게 말을 하는 그녀였지만 표정은 밝기 그지 없었다. 늘 궁, 아카데미 사이를 왕복하던 그녀에게 바다는 전혀 색다른 경험이었으니까. 그녀의 밝은 얼굴을 보는 아인즈 역시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쿠당탕!

갑작스레 들려오는 소란에 아인즈와 이리안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 넘어져 있었다..


“바이······ 올렛?”


그의 부름에 얼굴을 들지 못하던 인영이 움찔 떨었다.


“바이올렛.”


“에, 헤헤······”


이내 이어진 그의 차가운 부름에 난처한 얼굴의 바이올렛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곧 다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의 시선에 서늘한 책망이 담겨있었으니까.

얼굴을 들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기감을 확장시키자 과연 익숙한 기운들이 느껴졌다.


“하아, 게럴트. 다 데리고 나와.”


“허허허허.”


평소와 달리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게럴트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의 곁에는 시리아와 솔리투도, 아니마와 이나니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도 나들이 차림으로.

너무나도 분명한 목적성을 띄는 모습에 질책을 하려 입을 열던 아인즈는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만하세요.”


옷깃을 잡은 이리안이 고개를 젓고 있었으니까. 결국 그들을 노려보던 그는 한숨을 내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아······ 시리아. 그래도 너까지.”


“저는 단지 모두의 안녕을 위해 가장 합당한 판단을 내렸을 뿐입니다.”


그녀 특유의 덤덤한 목소리에 결국 고개를 내저었다. 바이올렛이야 원체 아이같고, 게럴트는 대세를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결정된 것을 보조해 주는 성향이었지만 가장 객관적인 시리아가 저리 말할 정도이니.


“그래, 그래. 모두가 안녕할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겠지.”


결국 피식, 하고 웃고 말았다. 어쩌겠는가. 이미 이렇게 다 와버렸고 다시 가라고 할 수도 없으니. 거기에 그들은 자신의 사람. 너그러워질 수밖에 없다.


“알았다. 알았어. 적당히 놀아.”


“와아!”


“앗싸!”


대놓고 좋아하는 것은 이나니스와 바이올렛뿐 이었지만 다른 이들의 얼굴에도 그려진 희미한 미소에 결국 다시 웃고 말았다.


* * *


결국 학생들과 합류한 저택의 식구들은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해변에 합류했다.


“우와아아! 미녀!”


“아름다운 레이디께서는 이름이 어찌······?”


“꺄아! 귀여워! 어떻게 해!”


하나같이 빼어난 외모에 공손하거나 밝은 태도. 거기에 비교적 개방적인 마법학과의 특성상 한제 어울리는 데 문제는 없었다.

바다에 들어가서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이들, 마법을 이용한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 그늘을 만들어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들어가는 이들.

모두가 제각각. 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틀림 없다.


“흐음, 좋네요. 이런 여유라는 게.”


“그렇죠?”


“네.”


그의 대답에 이리안은 환하게 웃으며 음료를 내밀었다. 근처에서 게럴트가 사온 미지근한 음료였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 중 마법을 쓸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마법에 입문한 아니마 뿐. 음료는 얼음이 얼어 시원함을 자랑했다.


“흐응.”


차가운 음료가 목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을 음미하며 지금의 평안을 즐겼다. 소란스럽지만 거슬리지 않는, 오히려 기분 좋은 그 활기찬 모습에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좋군요. 정말.”


최근에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탑을 떠나 아카데미에 객원 교수로서 들어가고 이리안을 누이로 받아들이고, 지하스와 일전을 겨루고, 아니마와 솔리투도를 거두고, 이나니스와 인연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


사실 지금도 이곳이 게임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이곳은 너무나 생기가 넘치고, 아름답고 역동적이었으니까.

이곳의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겪으면 겪을수록 그들이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NPC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이 세계를 보면 볼수록 느끼면 느낄수록 이 세계가 가짜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큭.”


결국 웃음이 나왔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나 웃겼으니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리.”


결국 이곳은 한밤의 꿈과 같은 세상. 나는 이곳을 찾은 방문자.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내가 꿈을 꾸는 것인지 나비가 꿈을 꾸는 것인지.”


이제는 누가 누구인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후인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나는 여기 있고, 이곳은 나를 품고 있으니.”


이곳이 나의 세상. 나는 이곳의 주민.

그것이 비록 한정적인 시간일 지라도.

언젠가는 깨어나고 말 꿈이라고 할지라도.

그 끝에는 결국 이별이 있을 뿐일지라도.


“나는 결국 이곳을 살아가고, 인연을 맺고, 별의 인도를 받을 따름이지.”


감았던 눈이 떠졌다. 전의 상아홀에서 깨달았던 것보다 한층 더 분명해졌음이 느껴졌다. 자신의 존재가. 존재의 의미가. 의미의 가치가.

분명 자신은 이곳으로 도망쳐온 망명객이지만 이곳에 있는 동안은 이곳의 주민.


“와아!”


“차가워······”


“이, 이나니스!”


“흐응~ 흥.”


저들 모두가 자신의 곁에서 그 존재를 의탁하고 자신은 그들을 책임진다.


“인연의 끈은 질기고 또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세계가 가짜든 아니든 그런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설사 이 세계가 거짓으로 가득 차있고 신기루와 같은 허상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가진 인연은 정녕 진실한 것이니까.


“후후.”


시야에 붉어지는 하늘이 보였다.


“읏차, 가 볼까요.”


저 앞에 해변에서 여전히 소란스럽게 떠드는 이들을 보며 그의 입가의 미소가 짙어져 갔다.


“자, 여러분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어서 짐 정리를 하시고 별장 정원에 모여 주세요.”


이곳은 자신의 세계. 적어도 자신이 존재하는 시간만큼은 이곳은 더없이 진실하고 더없이 아름답다.


* * *


“부어라! 마셔라! 오늘 한번 죽어보자!”


“와아아아아아!”


어디서 배워 온 건지 모를 과대표의 선창에 남학생들 대부분이 열광하며 왁자지껄하게 저녁의 만찬을 즐겼다.

한쪽에서는 남학생과 과대표들을 중심으로 체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주점 같은 분위기의 파티가 진행 중이고 아인즈는 여학생들에게 둘러 쌓여 있었다.


“교수님, 교수님! 집사님은 좋아하시는 게 뭔가요?”


“교수님! 아니마랑은 어떻게 만난 거에요?”


“교수님! 따님을 저에게 주십시오!”


“뭐래! 얘가!”


남학생들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난장판에 아인즈로서도 드물게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달려드는 여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빛내며 아니마와 솔리투도, 게럴트를 무시무시한 기세로 쳐다보고 있었다.


“마스터, 어떻게 해 보심이 어떠신지요.”


“스, 스승님······”


“아빠. 주의.”


“하하하······”


그의 뒤에서 옷깃을 붙든 채 고개만 내민 아니마와 솔리투도는 물론 게럴트마저 멀찍이 물러서서 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었다.


“자, 여러분. 진정하시고······”


“교수님!”


“교수님!”


수습을 하려 애를 써보기는 했지만 결국 그녀들의 초롱초롱한 부담스러운 눈빛에 질리고 말았다.


“하아, 알겠습니다. 자자, 여러분? 각자 질문 한 개씩을 받겠습니다.자, 다들 모이세요.”


“와아아아아아!”


“나이스! 하리지아!”


“휘익! 좋아!”


열화와 같은 반응과 함께 순식간에 모여드는 그들의 모습에 아인즈는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일련의 일들은 모두 계획된 일이었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그의 손이 이마를 짚었다.


“하아, 참. 공부를 그렇게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 정성으로 공부를 하시면 수석은 따 놓은 당상일 것 같은데요.”


“우우우! 공부는 재미가 없잖아요!”


“맞아요!”


“저는 재미있던 걸요?”


빙글거리는 표정으로 그가 말하자 곳곳에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우우! 재수없다!”


“교수님이 자기 자랑하신다!”


“우우우!”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밤의 마력 덕분이었을까. 평소와는 비교조차 될 수 없을 정도로 풀어진 분위기에 불빛에 비쳐 붉어진 얼굴들. 그들을 보며 아인즈는 미소지었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우선 제일 뒷줄에서부터 시작해 봅시다.”


어느새 게럴트가 가져온 의자에 앉으며 그가 말하자 곧 질문이 시작되었다. 첫 질문은 맨 뒷줄에 앉은 조용한 인상의 남학생이었는데 그가 쓰고 있는 둥근 안경만큼이나 분위기에서 벗어난 질문이었다.


“교수님. 왜 굳이 불을 피우신 겁니까? 그냥 마법으로 해결하면 편하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그게 뭐야.”


“큭큭큭.”


모두의 웃음소리에도 한치의 변화도 없는 그의 안색을 보며 아인즈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그야, 이렇게 모두가 모이면 모닥불은 반드시. 라는 공식이 있기 때문이지요.”


“예?”


“그냥 이게 분위기가 더 좋아서 그런 겁니다.”


그의 대답에 학생들은 다시금 웃음을 터뜨렸다.


“자, 다음 질문? 어서 진행을 해야죠. 안 그러면 내일에나 잘지도 모릅니다.”


“저요! 저요!”


“아니야, 나야!”


그렇게 몇 번이나 질문과 답이 오가고 빈 병들이 늘어갈 무렵. 마침내 앞 줄의 학생에게도 질문의 기회가 왔다.

이리안의 소꿉친구인 일리아나. 이제 곧 할 질문 때문일까? 잔뜩 붉어진 그녀의 얼굴빛이 꼭 불빛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저기, 교수님은 왕녀님과 의남매 사이라고 하셨는데 왜 그러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리아!”


“어!”


“와아. 궁금해요!”


학생들의 흥미 가득한 얼굴과 이리안의 난처한 얼굴을 보며 아인즈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를 잠시 이리안이 미안한 눈으로 바라 보았지만 고개를 저어 보이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글쎄요······ 굳이 말하자면 제가 아는 사람이랑 닮아서, 겠죠.”


“아는 사람이요?”


“네······ 어때, 들어 보시겠습니까?”


“네!”


“들려주세요!”


“그러죠······”


그의 눈빛이 아련해지고 그가 이야기의 운을 떼었다. 그리고 이어져 나온 것은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그의 과거의 이야기. 현실에서 겪은 잊지 못할 감정. 마음의 상처.

물론, 어느 정도 각색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격렬한 감정마저 퇴색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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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마법사, 그리고 마술사(1) 16.06.04 996 11 11쪽
41 40화-마지막 휴가(4) 16.06.04 1,010 14 12쪽
40 39화-마지막 휴가(3) 16.06.04 1,004 12 12쪽
» 38화-마지막 휴가(2) 16.06.04 1,083 14 12쪽
38 37화-마지막 휴가(1) 16.06.04 998 13 11쪽
37 36화-Royal Blood(3) +1 16.06.04 1,038 19 13쪽
36 35화-Royal Blood(2) +1 16.06.04 995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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