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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505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04 09:46
조회
1,004
추천
12
글자
12쪽

39화-마지막 휴가(3)

DUMMY

부모님을 잃고 어린 나이에부터 자신이 책임져야 했던 어린 누이. 그 누이를 지켜보며 느꼈던 기쁨, 즐거움. 그리고 그녀를 잃고야 말았을 때에 느꼈던 지독한 슬픔, 애통함. 시간이 지나 수 많은 인연을 가지며 치유되어간 그 이야기.

목동의 이야기랄까. 그의 이야기는 그 옛날 수많은 목동들의 이야기가 그러했듯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재주가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모두가 귀를 기울이고 모두가 이야기에 담긴 감정을 느꼈다.

이윽고 이야기가 끝나고 한여름밤의 꿈이 그러했듯 모두가 그 기억에 남겨진 감정을 느끼며 현실로 돌아왔다.


“아!”


“흑, 흐윽.”


“훌쩍.”


눈물을 흘리거나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그들을 보며 아인즈는 볼을 긁적였다.


“이것 참. 이러려고 한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이런 분위기에서 그렇게 감정 짙은 이야기를 하시면 응당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죠.”


“아아, 그렇지.”


확실히 그건 자신의 실수가 맞았다. 감정이 격해져 어느새 목동의 권능이 섞이고 말았으니까. 그는 분위기도 환기시킬 겸 손뼉을 마주쳤다.


“자자, 여기까지. 여러분 밤이 늦었습니다. 모두 자러 가셔야죠? 내일 가뿐하게 놀려면 일찍 자야 합니다.”


“네에.”


어쩐지 기운이 빠진 듯한 그 목소리들에 쓴웃음이 지어졌지만 별로 상관은 없었다. 이제는 딱히 그 기억들에 상처를 받는 일은 없을 같으니까.


“후우.”


별은 밝고, 밤은 깊어간다.


* * *


날이 밝아 오르고 전날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제각기 일어나 정원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되는 대기동조(大氣同調).

수많은 학파들 만큼이나 마법에 대한 이론과 수련법은 하늘의 별 만큼이나 다양하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되는 것이 있다면 그 근본에 마나가 존재한다는 것.

마나를 마력으로 가공해 마법이라는 건축물을 조립해 쌓아 올린다. 그것은 둥글 수도, 각질 수도, 길 수도, 짧을 수도, 작을 수도, 클 수도 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세상의 모든 이능이 그러하듯 그 현상의 근본에 마나가 존재한다는 것.

그렇기에 그들은 늘 이 시간에 대기와 동조한다. 마나와 동조해 마력을 쌓아 올리고 스스로의 마법을 가다듬는다.

비록 학생의 신분에 마법사라는 이름을 사용하기에는 부끄러운 실력들이지만 그들 모두는 마도(魔道)를 걸어가는 자. 세상의 진실한 근본에 다가서는 자.

마법이 즐겁고, 세계의 ‘리’에 다가가는 것이 즐겁다. 그렇기에 그들은 매일같이 한번의 빠뜨림도 없이 마법을, 스스로를 가다듬는다. 그것이 자신들. 마법사의 이름이 가진 무게이니까.

제법 긴 시간이 지나고 해가 완연한 빛을 자랑할 무렵, 동조를 마친 이들이 하나둘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아인즈는 얼굴 가득 미소를 그렸다.


“그래, 모두 즐거우셨습니까?”


“네!”


“엄청 즐거웠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웃는 그들을 보며 아인즈는 왠지 모를 흐뭇함에 미소가 그려졌다. 자신의 마도는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던 능력이 마도와 만나 그 꽃을 화려하게 피운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아니다. 글을 알고 나서, 마법이라는 것의 존재를 알고 나서, 마침내 그것에 몸담을 준비가 되고 나서 수많은 시간을 단련하고 노력해 얻어낸 것일 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서 동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저들은 세계의 진리에 도전하는 이들. 결국 같은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니까.


“저도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2일차의 아침이 밝았을 뿐이군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으니 제가 조금 즐길거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


“교수님 최곱니다!”


순진한 짝이 없는 이들을 보며 아인즈의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들은 그가 평소에 어떤 행적을 걸어왔는지 전혀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자, 이곳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이런 새하얀 백사장과 이곳, 붉은 심장의 바다로 더욱 유명한 루비누스 오세아누스(Rubinus Oceanus)의 영롱한 붉은 빛의 바다는 대륙에 오직 루멘 북부에서만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그 외에도 아르테인(Artein) 후작령은 루멘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입니다.”


“헤에.”


눈을 빛내며 자신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 학생들을 보며 그의 입에서 과제가-그들에게는 재난이-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 그것들을 마나로서, 마력으로서 표현하십시오. 기간은 4일 드리겠습니다.”


“에?”


“헤?”


“으앙?”


학생들이 갑작스러운 과제의 등장에 의문형의 단어들을 내뱉고 있자 아인즈는 쐐기를 박고야 말았다.


“자자, 시간이 없습니다. 여러분. 이번 과제에 1위를 한 사람, 혹은 개인에게는 푸짐한 상품이 있을 것이고 꼴찌에게는······ 후훗, 뭐,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잠시, 찰나와도 같은 폭풍전의 고요가 끝나고 학생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대소동이라 할만한 그런 것이었다.


“비켜! 내 앞을 막지마라!”


“으아아아! 누구야! 환호했던 놈이!”


“여기까지 와서 과제라니!”


“아이고 어머니.”


어쩔 수가 없었다. 즐거운 하루를 보냈고, 또 아무런 일 없이 즐거운 휴식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은 다시 과제의 늪이다.


“아니, 결국 이건 깨달음에 감상, 거기에 마법 변형과 창조까지 포함한 과제잖아! 이게 뭐야 대체!”


“교수님한테 뭘 기대하겠냐.”


“빨리 가자! 나중에 후회할 자신 없다.”


몰지각하고 인정머리 없는 대악마-학생들에게만-교수를 원망하며 흩어지는 이들을 보며 아인즈는 어깨를 으쓱였다.

결국 그는 교수. 학생들과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입장에서 차이가 난다. 게다가 사실 이번 과제는 하나의 시험이기도 했다.

마법사는 진리를 탐구하며 세계의 근본으로 다가가는 자들. 애초에 마법은 그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에 불과하다.

진정한 마도를 걷는 이라면 세계의 구성을 진실한 눈으로 보고 그것을 표현하는 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아무리 드높은 이치를 깨우쳤다고는 해도 불과 견습 마법사에게 살해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어중간한 단계까지. ‘리’를 깨우친 자는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권능을 가지게 된다.


‘권능?’


문득, 생각이 멈춘다. 단 한단어. 권능.


‘분명 나는 세계의 ‘리’에 도달했다. 설사 그것이 ‘안’것 뿐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권능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권능이 그것을 감당할 격이 되지 않는 나를 집어 삼키려 했을 터.’


하지만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자신을 움직이는 것은 그 스스로이고 자신에 대한 다른 존재의 개입 따위는 없었다.


‘왜? 어째서? 나는 ‘리’에 도달하며 천좌를 깨우쳤다. 한데 어째서?’


고민. 고뇌. 한번 생겨난 의문은 의식을 저 밑바닥의 가작 깊은 곳까지 인도한다.

의식의 가장 밑바닥. 영혼의 근저. 그곳은 가장 아래이면서 또한 가장 드높은 곳과도 같다. 인간이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의식의 아래로 향해 근간을 보고 그것으로 드높은 이치에 도달한다.

그의 의식의 가장 아래는 빛나는 별들의 운행이 소용돌이치는 성해(星海). 그곳에서 그는 무언가를 찾아내었다.


‘이······건?’


자신이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는, 하지만 가장 빛나고 가장 아름다운 무언가. 하지만 그것을 잡을 수는 없었다.


“······버니!”


“음?”


“오라버니!”


“잠, 잠깐!”


다급하게 외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오히려 더욱 빨리 끌어올려진다.


“허억!”


“오라버니!”


갑작스럽게 침혼(沈魂)에서 깨어난 여파에 잠시 숨을 몰아 쉬던 그가 눈을 들자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이리안과 뒤편의 시리아가 보인다. 어째서 저렇게 걱정스레 자신을 보는 것일까. 이미 날이 저물었는데 숙소에 들어가지도 않고.


“음?”


‘날이 저물어?’


주변을 둘러보니 확실히 어두워져 있다. 해가 발하는 찬란한 빛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고 하늘에는 눈썹을 닮은 달만이 별과 함께 빛을 발할 따름이다.


“오라버니, 괜찮아요? 갑자기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셔서······”


“제······가요.”


“네.”


고개를 끄덕인 그녀의 이어진 말은 놀라웠다. 자신이 침혼에 들어간지 이미 20시간 가량이나 지나 있었으니까.


“갑자기 아무런 반응도 없으시고, 동공이 흔들리는 데다가 분위기가 달라져서······”


“으음······”


“꼭, 꼭 갑자기 사라질 것만 같아서 저는, 저는······!”


그녀의 마음이 느껴졌다. 불안했으리라. 걱정되었으리라.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만이 가진 내면의 탐구법, 침혼은 그 어떤 것과도 궤를 달리하는 것이니까.


‘아마도······ 갑자기 단절되고 유리된, 그런 느낌이었겠지.’


애초에 그러기 위해 만든 방법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능을 일부 활용해 간단하게 외부의 힘으로부터 차단하고 스스로의 내부를 깊숙이 바라볼 수 있는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것.

하지만 그것이 그녀를 불안하게 한 듯 하다. 어찌 아니 그럴까. 그녀에게 자신이 어떤 의미인지는 익히 알고 있다. 연인으로 발전하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그것보다 더욱 깊은, 단순한 의남매 이상의 그 무엇.

불안에 떨리는 그녀의 눈동자가 애틋하다.


“괜찮습니다.”


미소를 짓는 그의 얼굴에 여전히 불안함을 떨치지 못한 그녀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려 나왔다. 그에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괜찮습니다.”


확실히.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언젠가는 분명하게 알 수 잇겠지. 아니, 알지 못해도 상관은 없다. 자신의 주변에는 이렇게나 소중한 이들이 있고 지금의 그로서도 그들 정도는 충분히 보살필 수 있으니까.


‘조금, 아쉽기는 하겠지만.’


“읏차.”


“꺄악?!”


쓸데없는 생각이라 고개를 내저으며 이리안을 안아 들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그녀가 비명을 질렀지만 상관은 없다. 그저 지금의 이 행복을 유지하면 그로서 이미 충분하니까. 그가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가실까요? 공주님.”


장난기가 가득한 그 말에 그녀 역시 장난스레 미소 지었다.


“저는 이미 공주인걸요? 알아서 모시세요. 마. 법. 사.”


“예.”


평온한 밤이다.


* * *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나흘이 지나갔다. 과제를 하기 위해 조를 짜고, 영지를 돌아다니고, 가장 합당한 주제가 될 법한 주제를 고르고, 마법의 수식을 다듬었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정원에 모인 학생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긴장감이 가득했다. 지금 앞에서 한가로이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는 ‘적당히’와는 거리가 먼 존재다. 외모가 유약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의 심사는 아카데미의 그 어떤 교수보다도 엄격하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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