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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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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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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0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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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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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46화-Finding(수색)(1)

DUMMY

“하, 하하······하하하······”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금세 진정이 되었다.

울음이 날 것만 같았다.

금방 가라앉았다.

가슴이 조여오는 것 같았다.

착각이었다는 듯 사라졌다.

너무나 괴로웠다. 너무나 괴롭다.

이 감정과 이성의 괴리가.

분명 슬퍼야 하는데, 슬프지 않다.

분명 아파야 하는데, 아프지 않다.

분명 눈물이 나야 하는데, 아무렇지도 않다.


“뭐야, 이거. 순 괴물이잖아.”


“마스터······”


잔뜩 메마른 그의 목소리가 그의 충실한 가솔들의 가슴을 헤집어 놓았다.

그를 바라볼 때면 항상 자랑스럽고, 항상 존경스러웠다. 이런 이가 우리의 주인이라는 것이. 하지만 지금은 그저 동정이 앞섰다.

그가 너무나 불쌍했다.

그가 너무나 가련했다.

그가 너무나, 너무나 아파 보이고, 괴로워 보인다.


“마스터······”


하지만 그것으로 그를 위로하지는 못했다. 그는 너무나 높고 높아서 자신들의 마음이 닿지 않을 것이니까.

그저 자신들의 감정이 그렇다고 해서 그가 어떻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또한 개입해서도 안된다.

그는 그들의 주인. 그들은 그저 그의 종일 뿐. 그들은 그렇기에 그에게 개입할 권리가 없다.


“마, 스터······”


바이올렛이 그에게 손을 뻗었지만 그에게 닿지는 못했다. 손목을 잡은 손을 따라가 보니 고개를 젓는 시리아의 얼굴이 보였다.

왜? 라고 묻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을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시선을 보고 그녀 자신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


‘마스터······’


그가 자신들을 자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것이 평범한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도.

자신들은 분명 그의 필요에 의해 탄생했지만 그는 분명 애정으로서, 가족을 대하는 마음으로서 대해줬다.

하지만 그렇기에 불안했다.

그가 자신들을 돌아봐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그가 자신들을 가족으로 대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그가 자신들에게 온기를 베풀어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그의 온기를 받지 않고도 견딜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아니, 자신이 없다.

자신들이 위로를 한다 해서 그가 화를 낼 지도 알 수 없고, 그의 온기 없이 그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아인즈의 아이들이 가슴을 조리며 그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그는 단지 스스로 자해하며 폐허의 풍경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오직 잔해만이 남아있는 그런 풍경에서 무엇인가를 느낀 것일까. 그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었다.


“······마스터?”


게럴트가 그를 불렀지만 아인즈는 손을 들어올렸을 뿐. 그의 시선은 여전히 공터를 응시했다.


‘뭐지? 뭐냐. 이 느낌은.’


조금 전. 공터가 처음 시야에 들어왔을 때부터 영혼에 주입하는 듯한 불쾌감이 느껴져 왔다. 마치, 주사를 맞을 때 약이 혈관에 주입되는 것과 같은 느낌. 무언가, 무언가가 부르고 아니, 요구하고 있었다.


‘뭐냐. 아니, 누구냐 너는.’


리에 도달해 굳건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만큼의 강력한 정신 방벽이 유지되고 있는 터였다. 그런데 그 방벽을 뚫고 정신도 아닌 격을 이룬 영혼 그 자체에 이물을 주입한다?


‘정체가 무엇이냐.’


그의 신경이 곤두서고, 그의 정신이 송곳과 같이 날카로워져 존재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이 마비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상에 하나, 둘 다시금 존재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인간의 오감이 아닌 그 위의 무언가가 세상을 직시하고 마침내 존재를 찾아내었다.


“음?”


작고 작은, 미약하기 그지 없는 하나의 작은 씨앗. 일반인 수준의 잔류사념보다도 약해 그 존재가 유지 되고 있는 것조차 의문스러울 정도의 그것이 어째서 자신의 영감을 그토록 자극한 것일 까?


-······빠······고 싶······


씨앗을 집어 올려 그 영성을 분석하던 그에게 어떤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노이즈가 잔뜩 낀 TV화면과도 같은 그런 영상.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 세계에서 아니, 주변을 지배하는 오계를 모두 포함한다손 치더라도 씨앗을 매개로 이러한 사념의 전달을, 그것도 이렇듯 미약한 영력으로 행할 수 있는 이는 단 한명.


“에아.”


“마스터?”


“단서를 찾으셨습니까?”


“마스터?”


그의 한마디에 수많은 질문이 뒤를 따랐지만 이미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보여라. 내게 너의 존재를 비춰라. 너의 진실한 모습을 구현하여 이곳이 비춰라. 내가 만드는 것은 진실의 거울. 모든 것을 비추는 만물의 환영.”


무의식 중에 깨달았다. 이것은 단 한번의 기회밖에는 줄 수가 없을 거라는 것을. 그렇기에 지금껏 단 한번도 실천한 적이 없는 발현의 고유 과정 ‘영창’을 시작한다.


“비로소 비춰지는 것은 네가 담은 진실한 소망, 기원, 기억. 네가 원하는 근본의 풍경.”


의지를 발현하고, 마나를 마력으로 가공해 배열을 시작한다.

정해진 수식이 마력의 배열을 보조하고, 영창이 이미지를 고정해 의지를 보강한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되는 하나의 술식. 하나의 마법.


황도 14좌

필리아의 거울

약속된 증표, 소망의 기억

메모리아 라크리마에(Memoria Lacrimae)


그 옛날. 순결한 처녀 필리아가 가지고 있었고, 그녀를 배신한 남자를 죽음으로 인도했던 거울의 이적이 이곳에 임했다.


-아으윽.


“에아······”


그의 눈에, 심상에 스친 것은 에아가 잡혀갈 당시의 모습이었다. 그 처참한 모습에 나오는 것은 그저 허탈한 웃음과 탄식뿐.


“내가, 내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하, 하하.”


자책과 자기혐오로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그를 그의 딸은 알고 있었을까? 강렬한 인도의 감각이 그를 뒤흔들었다.


-아빠···... 보고, 싶······어요······


“에아!”


저 멀리 남쪽. 이 세계의 중심지에서 느껴지는 그 영성에 그가 일어섰다. 그의 눈이 서늘한 빛을 뿌렸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이곳에서 아무런 이득도 없는 소모적인 자해를 하며 넋 놓고 있을 시간이 없다. 자신이 지금 행해야 할 가장 우선시 되며 또한 가장 중요한 일은 하나.


“가자. 에아를 찾아야겠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서늘한 말투. 하지만 안도했다. 적어도, 적어도 지금처럼 목적을 가진 그는 더 이상 상처입지 않을 테니까.


“예, 마스터.”


목적지는 남쪽. 세계의 중심에 위치한 곳. 해양 국가 파르티즈다.


* * *


타닥타닥.

조용하게 타오르는 모닥불이 어둠과의 경계를 구분했다. 세상을 뒤덮은 어둠에 비한다면 미약하기 그지 없는 작은 크기의 빛.

하지만 여행자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큰 비중을 지닌 물건이다.


“감사합니다.”


벌써 몇일째일까. 벌써 몇번째. 다른 이들과 같은 인사를 하며 불씨를 밭아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아인즈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마스터.”


“기다리지.”


그 작은 빛의 영역 안에서 아인즈와 게럴트, 루나를 비롯한 여덟명은 하염없이 시간을 흘려 보냈다. 사실 이렇게 무의미하게 보낼 만큼 그의 심경에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시간이 지나감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후우······”


언제나 그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한 이들은 점과 같은 미래를 엿보는 수단에 기대기 마련이다. 설혹 그것이 가짜라는 것을 알더라도.

하지만 과연 그가 치는 점을 가짜라 할 수 있을까? 글쎄.

아인즈는 이미 수 차례 점을 쳤고 그 결과 이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딸의 행방에 다가서게 해 줄 이를.


“마스터, 차라리 저희가 가서 먼저 찾는 것이 낫지 않을런지요.”


걱정스러운 눈을 한 게럴트의 말에 아인즈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거기에 대해서는 이미 조치를 해 놓은 참이다.


“이미 조사를 시작한 녀석이 있어.”


그의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모든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는 그의 능력이라면 머지않아 답을 찾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있는 것은 단지, 단지 대부분의 이들이 그러하듯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서.


‘에아.’


가만히 불꽃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움직이는 수많은 빛의 향연이 손에 잡힐 듯 일렁인다. 그것이 세상사처럼 느껴져 그는 가끔 그렇게 불을 들여다 보고는 했다.

구름이 꽉 끼어서 별이 보이지 않을 때. 불을 들여다 보면 그 안에서 미미한 즐거움을 누리고는 했다. 그 구름이 하늘에 낀 것이든, 혹은 그의 마음에 낀 것이든.


‘아아.’


한탄, 한숨, 탄식.

언젠가부터 그가 잊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결코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종래에는 이렇게 다시금 그를 괴롭히고 있다.


‘아아아.’


어째서, 어째서일까. 어째서 세상은, 이 세계는 이다지도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못한 것일까. 자신이 바란 것이 그토록 잘못된 것이었던가. 아니, 그것은 아니다.

자신이 원했던 것은 단지 소박한 그와 그의 누이의 행복한 일상이었을 따름이다. 평온하게, 행복을 누리며 한톨의 불행도 없이 그저 그렇게.

하지만 그가 원하던 것을 차례차례로 빼앗기고 이제는 이 지경이다.


‘에아. 내 딸아.’


누이의 죽음에, 슬픔에 쫓겨 이곳으로 도망했다. 간신히 스스로의 역할을 규정하고 작은 행복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작은 행복마저 잔인한 이 세계는 빼앗으려 한다.

그것이 너무나도 원망스럽고, 밉고, 두렵다.


‘나는, 나는.’


이 작은 행복마저 빼앗기고 또다시 슬픔에 삼켜지면 다시금 나오지 못할까.

다시금 이렇게 기회를 잡지 못할까.

끝 없는 어둠에 집어 삼켜져 자신을 걱정해 주는 저들마저 잃고야 말까.

그것이 너무나 두렵다.

자신은 너무나도 약하고 나약해서 이제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두렵다.

그렇게 그가 스스로 침몰해 갈 무렵 낯선 목소리가 그를 일깨웠다.


“실례합니다. 불을 빌릴 수 있을까요?”


불그스름한 빛에 비춰졌지만 제 빛을 발하는 금발과 서글서글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 한눈에도 사교성이 뛰어날 것 같은 남자다.


“좋을대로.”


애초에 부탁을 거절하려는 마음 따위는 없었다. 이곳은 그저 예견된 만남을 위한 장소였으니 모두에게 만남이 허락된 그런 장소니까.

그의 무감정한 말에도 남자는 만면에 화색을 띄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이야, 감사합니다. 이것 참. 이렇게 선선하게 자리에 끼워주시는 분들은 상당히 드물거든요. 아, 감사합니다.”


시리아가 건네는 차를 받아 들고 한모금 마신 그는 행복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먼지가 잔뜩 묻은 로브와 바지. 색이 빠지고 마모가 되어있는 장화. 한눈에도 제법 멀리에서부터 별다른 정비도 없이 걸어온 것이 분명한 그에게 한잔의 차는 분명 행복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아. 정말 좋은데요? 하하. 아, 그러고 보니 제 소개도 하지 않았군요. 제 이름은 저비스 비즈 라오하르테인(Gervis Vees Raohartein). 편하게 저비스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멈칫.

비즈(Vees). 그 위대한 격의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그를 바라보자 그는 여전히 싱글거리는 얼굴로 감탄을 내뱉으며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큭.”


왠지 움찔한 스스로가 우스워질 지경이었다.


“응? 왜 그러시나요?”


창졸간에 흘린 웃음소리를 들었는지 저비스가 특유의 싱글거리는 얼굴로 질문해 왔다. 어쩐지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에 대한 악감정이 없어져 어째서 그가 비즈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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