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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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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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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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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3쪽

49화-Finding(수색)(4)

DUMMY

‘아, 정말이지 곤란한데······’


흔히 살해당한 군주의 복수를 하는 기사의 이야기가 전설로서 전해진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수호의 검들.

실제 그들의 책무에는 주인의 복수가 포함되어 있다. 그 탓일까. 그 침묵의 자리는 오직 가장 뛰어난 이에게 주어지는 영광의 자리이며 동시에 불명예의 자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명예로 인해 그들은 더욱 강해졌다. 명예는 기사의 모든 것. 그들은 명예를 포기함으로서 그 스스로의 격을 한층 드높였다.

오로지 주인을 위해서라는 그 한마디의 각오를 위해 스스로의 영광을 거부한 각오를 가진 이들.

과연 그 무력을 자신은 감당할 수 있을까?


‘무리겠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저런 괴물을 상대하라니. 절대 무리였다. 하지만 또한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내가 언제부터 그런 걸 생각했다고.’


그의 전신에 힘이 들어가며 그의 오러가 의지를 타고 세포 하나하나에 힘을 불어 넣었다.

차악.

왼쪽 발이 미끄러져 나가며 포장된 길의 석재를 강하게 짓눌렀다.


‘나는 물러서는 법이 없지.’


왼발이 바닥을 파고 들며 석재가 부서지고 그 힘은 다시금 다리를 타고 올라와 몸을 밀어내는 극적인 힘이 된다.

우우웅.

의지를 담은 오러가 마침내 검에 다다르고, 그 조직 하나하나에 오러를 머금은 검은 의지에 따라 울부짖었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스스로의 결정을 믿고 의지를 뿌려라. 모든 것은 나의 검이 결정지을 것이다.’


그가 익힌 검의 첫 구절. 그의 인생의 지표가 된 그 구절을 되뇌이며 몸이 허공을 가르고 앞으로 나아간다.

쿠웅.

다시금 내딛어진 일보. 처음의 일보가 힘의 축적과 분출이었다면 이번의 일보는 증폭이었다.

딛은 발을 기둥으로 삼아 몸이 회전하며 그 속도를 더했다. 그리고 뻗어지는 검. 그 끝에는 그가 사역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이 대적을 향했다.


‘모든 것은 검의 의지와 나의 운명을 따라. 나는 그저 나의 삶이 이어져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를 소망할 따름이다.’


쿠아앙!

순간 음속을 돌파한 그의 검이 루나의 앞에 도착했다. 그의 일생을 통틀어 가장 완벽하게 펼쳐진 검에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아마 이 검은 그녀로서도 쉽게 당하지 못할 것이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길에 들어서 단에 오르려 준비를 하는 그 격이 불과 이 정도의 힘에 곤란을 겪을까?


“무슨?!”


혼신의 힘을 다해 펼쳐낸 일생 최고의 검. 하지만 그녀에게 닿기에는 부족한 듯 했다. 그녀의 입가에 걸린 서늘한 미소만큼이나 차가운 검격이 그의 검을 두드렸다.


‘흐음?’


하크를 바라보던 그녀의 한쪽 눈썹이 움찔하며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지금 그녀의 시간은 수십배로 느려진 상태. 그녀의 눈에 하크의 움직임은 산산이 분해되어 동작 하나하나가 그 의미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 안에 담긴 의지와 그의 마음가짐. 첫 만남은 썩 좋지 못했지만 지금 보이는 그의 본질은 제법 마음에 드는 검사의 것이다.


‘그럼 조금 봐주도록 할까.’


물론 그를 완전히 용서해 주겠다는 것은 아니다. 아인즈를 모욕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대죄이지만 그 의지와 눈빛에 찬사를 보내며 한가닥 호의를 베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자격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겠지.’


서늘한 미소를 그리며 그녀의 손이 허공을 감아 올렸다. 그것은 그녀가 탄생함과 동시에 영혼에 각인된 하나의 검식.

주인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얻은 그녀만의 완전한 검의 휘두름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적의를 향해 휘둘러졌다.


수호의 은월 (Custodire Argenti Luna)

제 7검식

파쇄(破碎)


그녀의 손에는 검이 없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손에 감긴 것은 그녀가 근래에 깨우친 검의 운용법.

비록 불완전한 운용이지만 지금은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경악으로 물든 하크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고 이내 그녀의 검이 그의 검을 ‘파쇄’했다.

콰차창!

털썩.


“말도······ 안돼.”


빛가루처럼 떨어져 바닥을 수놓는 검편 가운데에서 무릎을 꿇은 하크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저런 것.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

한순간에 부딪혀 오러마저 부숴버리는 검격이라니. 더군다나 그녀는 수호의 검이다.


“하, 하하하하하.”


멍한 웃음을 흘리던 하크는 이내 몸안에 스며든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놓고 말았다.


* * *


“과연. 그녀는 강하군요.”


“그래.”


“확실히 마스터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도 그렇고, 그녀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


“하나같이 규격 밖에 있는 이들이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글쎄.”


“후후후.”


서류를 읽으며 건성으로 답을 하는 아인즈를 보며 루이드는 자그마하게 웃었다. 지금 그가 손에 들고 있는 서류는 그 자신이 조사해 그에게 건넨 것이라 그 내용은 익히 알고 있다.

저 서류의 내용을 모두 머리에 넣고, 계획이 확정된다면 아마도......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닌가.’


자신은 그의 사역을 받는 몸. 그저 그의 명령을 따라 행하면 그뿐이다. 그것이 그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의무였고, 삶의 이유였으니까.

물론 그에 대한 불만 따위 있을 리 없다. 그는 훌륭한 주인이었으며 그는 자신을 수하나 종복과 같은 이로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 오히려 문제가 있다면 그 스스로였다.


‘뭐, 별 수 없나.’


애초에 그것은 스스로가 만들어내 자신에게 씌운 짐 덩어리. 결국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럼 이만.”


불쑥 찾아든 가벼운 자기 혐오에 쓴웃음을 지으며 여관으로 돌아오는 루나를 피해 그림자에 몸을 담을 때. 아인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스로를 너무 학대하지는 말아라. 그것은 너로 인해 태어난 것은 맞지만 또한 그것이 오롯이 너의 문제는 아니니까. 너는 너다. 그것을 잊지 말아라.”


“······”


“너무 스스로를 배척하지 말고, 자학하지도 말고, 자기혐오에 빠질 필요도 없다. 루이드도 너이고, 로이드도 너이니까.”


“······ 예, 마스터.”


여전히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그를 보며 힘겹게 대답을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는 무심히 주변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 모습에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인즈의 심경이 어떠한지는 익히 알고 있었다. 사랑하는 딸이 납치된 아버지의 마음이 오죽할까. 하지만 그의 관심은 언제나 울타리 안의 이들에게 닿아 있었다.


-그것이 나의 주인이다.


-시끄러. 누가 뭐랬나.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퉁명스럽게 대답해주고는 그림자에 몸을 담궜다. 이제 그의 능력을 증명할 시간이다.


“마스터.”


곁에서 들려오는 맑은 목소리에 눈동자만을 옮겨 흘긋 비춰보니 어느새 루나가 곁에 와 있었다. 방금 전까지 전투를 치렀음에도 한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그의 시선이 이내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절반 이상 넘겨져 있는 서류를 본 루나는 이내 비어있는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본래라면 그의 뒤에 서서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했겠지만 그가 부담스러워 할 것이 분명했다.

비록 그의 뒤편에서 완전한 방어는 할 수 없었지만 방어를 소홀히 할 수는 없었기에 루나는 눈을 감고 천천히 감각을 끌어올렸다.

2미터, 5미터, 10미터, 20미터. 그리고 마침내 187미터. 그녀가 스스로의 힘으로 온전하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그 최대 범위에 이르자 그 안의 감각 밀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사실 이 작업은 지나치게 고단한 부류의 일이었다. 애초에 검사는 머리를 쓰는데 익숙지 못했고, 이 넓은 공간의 모든 것들을 감지해 분류하고 머릿속에 그린다는 것은 뇌에 지나칠 정도의 부하가 가해지는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감각권을 유지하며 제공권마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1미터, 2미터, 3미터, 10미터. 신급의 힘이 개입하지 않는 이상 무슨 일이 있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범위에 이르자 감각이 비명이 지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생명들은 물론이고 공기의 흐름, 기온, 먼지들의 움직임, 마나의 움직임까지. 분자단위 이상의 모든 사항을 파악하는 것은 상상이상으로 끔찍한 고통을 수반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치의 변화도 없이, 안색조차 변하지 않고 일련의 일들을 수행했다. 아무리 수호의 검이라 할지라도 이런 식의 혹사는 하는 일이 없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이런 고행으로 몰고 갔다. 어째서일까? 아마도 에아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서부터 생겨난 죄책감과 자기비하로 인한 것일 거라 생각되었다.


“루나.”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감각권을 움직이던 그녀를 깨운 것은 아인즈의 부름이었다.


“하아. 흐읍, 하아. 하아, 하아.”


작게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들어올린 시선에는 줄곧 비춰왔던 무감정한 그의 시선이 자신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마스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마스터?”


그의 말에 루나가 작게 의문을 표하자 아인즈의 손이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무언가 잘못한 것을 꾸짖으려는 것일까, 생각하며 고개를 숙인 루나는 뺨에서 느껴지는 그의 손길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마······스터?”


어째서인지 에아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선 이래 한번도 변하지 않았던 그의 얼굴이 쓰게 일그러져 있었다.


“마스터!”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일까. 루나가 다급히 일어서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곁에 선 루나는 이내 한쪽 무릎을 꿇고 그의 몸을 살폈다.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어째서 그러시는······?!”


루나의 말은 그녀를 끌어 안는 그의 팔 탓에 이어지지 못했다.


“마스······터?”


“미안하다.”


“네?”


“미안하다. 정말, 정말 미안하다.”


사실 근래에 그에게는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살펴보고 싶지 않았다.

에아를 찾는다는 핑계에, 에아를 잃어버렸다는 핑계에 스스로를 도망치게 했다. 또다시 슬픔에 집어삼켜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도망케 했다.

하지만 그것이 주변에 이토록 고통을 주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방금 전 무리하게 주변을 자신의 감각 통제하에 넣어 고통을 감내하던 그녀의 모습이 화인처럼 박혀 들었다.

그녀의 이룩한 격으로서 감각하에 넣을 수 있는 범위의 모든 것을 통제하에 넣는다면 그 고통은 뇌가 타는 듯한 끔찍한 통증이 동반될 것임을 그는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행하고 있었다. 안색조차 변하지 못한 채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자신이 얼마나 형편 없이 굴고 있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미안하다. 내가, 내가 너무도 못난 탓에 너희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구나.”


“마스터······”


그제야 루나의 눈이 감겨 들었다. 그의 마음이, 그 슬픔과 자책이 가슴에 아프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마음 속에 담아왔던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닙니다. 제가 못난 탓에 마스터께 누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소식을 전한 뒤 이 여정에 함께한 뒤에 그녀는 줄곧 자신을 상처 내고 있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자신이 책무를 다하지 못함으로 인한 것이었으니까.


“정말, 정말 미안하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구나. 그 탓에 너희가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어.”


이미 그는 많은 이들의 운명을 그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말도 안 되는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던 것에 한숨이 새어 나왔다.

스스로가 강하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저 무력이 강하고 이룩한 격이 높을 뿐. 두번이나 크게 다친 그의 영혼은 너무나도 연약하고, 나약했다.

그럴 수 없게 된 것도 잊어버린 채 한심하게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이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었다.


“마스터......”


그의 사과가, 그의 진심이 그녀의 가슴에 스며들며 무언가 단단하게 묻혀있던 것이 깨어짐이 느껴졌다.

스스로에 대한 불신, 경멸, 자책, 혐오.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 뭉치고 뭉쳐 단으로 향하는 길을 억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마침내 깨어진 장애는 한층 성숙한 그녀의 영혼은 그녀를 더욱 높은 곳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다하지 못한 책무를 완수해야 할 터이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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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마지막 휴가(2) 16.06.04 1,083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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