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The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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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이에너
작품등록일 :
2016.04.01 23:48
최근연재일 :
2016.04.19 22:4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314
추천수 :
542
글자수 :
101,705

작성
16.04.1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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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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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9쪽

[ Chapter2-2 별 밤 아래에서 (1) ]

재밌게 봐주세요 !!




DUMMY

푸른 색이 너무 선명한 꽃들은, 개인이 소유한 정원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특별한 관리가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 꽃잎은 땅을 수놓듯이 아름다운 자태로 펴져 있었다. 낮은 땅에서도 곱게 살아갈 수 있다는 듯이. 다종의 꽃이 보석이 발하는 빛처럼 번쩍거렸다.


그러나 그 위를 짓밟듯이 딛고 선 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처럼 정적이고 평온하면 좋으련만.


"흥, 꼬마야...네 누나는 어디 있느냐? 벌써 지옥에라도 갔다고 할 참은 아니겠지? 루베잘이 네놈에게 있기를 빈다. 뭐 있다고 해도, 살아돌아갈 순 없지만. 지금쯤 네 누이가 널 찾고 있겠군."


모든 일은 갑작스럽게, 안 좋은 일일수록 '나 왔다'라고 미리 벨을 울려주지 않는다. 파란 꽃잎들 위로 선홍색 핏빛이 더해졌다. 기운차게 뻗은 검은 눅눅한 허공만을 갈랐고, 남자는 급히 뒤로 두 발자국을 물러섰다. 생선이 펄떡이는 것처럼 탄력 넘치는 발걸음이었다.


스무 명, 그 이상. 그리고 뒤의 갑옷입은 남자. 그 자였다. 아르다와 하멜이 숨어서 지켜봤던...


“죽어랏!”


아르다는 재빠르게 피했지만, 모든 걸 막을 순 없었다. 뒤의 남자는 빨리 끝내라는 표정이었다.


찌익!


제대로 부딪히면 승산이 없다. 그러나 알면서도 피할 수 없었다. 아르다는 검을 최대한 남자들에게 뻗으면서 뒷걸음질 쳤다.


촥! 


빠르고 옅은 소리와 함께 생긴 상처였다. 종아리, 그리고 옆구리까지 성한 데라곤 없었다. 두어 번 검이 몸을 베어가자, 그의 몸은 자동적으로 오그라들었다. 상처입을 것을 두려워한 본능 때문에.


"얏!"


달려든 남자의 검을 반사적으로 쳐내고 곧잘 검을 고쳐쥔 아르다는, 가볍던 몸이 무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독이었다. 갑자기 쇳덩이를 달고 있는 것처럼, 또는 숨이 가빠지고 몸이 달아올랐다.


“잘 죽지도 않는군. 대단해. 정말 괴물들이구만.”

수염 난 기사 한 명을 상대하는데도 그는 벅찼다. 그런데도 네 명이 달라붙었다. 아르다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뒤는 깎아지른 절벽이었다.


휭휭!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볼까!"


무식하게 생긴 곤봉위에, 또한 머리통만큼 큰 철퇴였다. 검을 쥔 두명과 힘으로 아르다보다 우수한 남자가 합세하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래도 여태껏 30분 정도를 잘 도망다닌 편이긴 했다.


쉬익!


쾅!


퍽!


"윽!"


살이 찢기는 소리, 둔중하게 내리치는 소리. 운이 좋게 잘 보이지도 않는 빠르기의 검을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막아내고, 다시 메이스를 막아냈다. 독에 의해 움직임이 한층 느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그뿐이었다. 아르다는 숨을 훅훅 거리며 짧게 내뱉었다.


“...국경 넘어까지 벌써 와 있었다니.”


“후후, 생각보다 담대한 꼬마로구나. 기다리다 지칠 참이었다. 이틀이나 기다리느라!”


절벽위의 꽃이라.


...바보스럽게도.


뻑!


살을 가볍게 찢어발기고도 메이스를 든 사내는 멈추지 않고 그의 움직임을 봉쇄해나갔다. 허벅지에 한번 부딪히자, 근육이 함몰되는 느낌이 났다. 신음이 절로 나오고, 몸은 그대로 갈대처럼 휘청거렸다.


“윽...”


“어린놈이 지독하군. 조인놈들은 역시 지독해. 이곳까지 와서 아직도 수고스럽게 만들다니.”


“발타, 빨리 끝내라.”


뒤에서 그 남자가 기다림에 지친 눈으로 말했다. 다른 인원들 모두를 제압한다고 해도, 저 남자는 잘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런 걸 신경쓸 참이 없었다.


“꼬맹아, 빨리 내놓아라. 그러면 최소한 고통은 없게 죽여주겠다.”


“...죽인다고 하면 쉽게 죽을 줄 알았지?”


스윽.


아르다는 품 속에 손을 넣고 검 하나를 꺼내었다. 갑작스런 전개였는지, 아니면 소년의 눈이 독기를 품고 있어서인지...어찌 됐든 기사들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루베잘인가! 저게 소문으로만 듣던...”


“진짜 붉군. 아름답게 붉다. 보기만 했는데 타오르는 것 같아.”


아르다는 검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빛이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르다는 그 시뻘건 단검을, ‘이들이 고대해 마지않던’ 그 검을 들고 최대한의 속도로 몸을 숙여 달려들었다. 남자의 허리정도에 오는 낮은 자세였다.


“엇!”


저만큼 부상을 입고도 움직임이 갑작스럽다고 생각했는지, 남자는 메이스를 잡아들었다.


“멍청한 것! 그런 공격으로...”


그러나 오판이었다. 남자의 메이스가 휘둘러지기도 전, 아르다는 이미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휘두르기엔 긴 메이스를 어떻게 해볼 새도 없이, 아르다는 그대로 목젖 한가운데를 찔렀다. 힘차게. 목 뒤까지 꿰뚫어버릴 기세로.


푸악!


“으각...”


그 날 여관의 침대에서 턱을 벴던 사내가 생각났다. 그러나 이번엔 훨씬 강렬한 일격이었다. 다른 두 사내가 어쩔 새도 없이, 아르다는 벽에 꽂혀있기라도 한 듯 재빠르게 검을 뽑아냈다. 피가 얼굴이며 로브에까지 무지막지하게 튀었다. 분수, 분수라 하기에도 우스울 정도의 즉사에 가까운 양이었다. 그러나 아르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콱!


단단한 살색 수박통에 그 칼을 쑤셔박았다. 그 검의 손잡이까지. 두 손으로 잡고, 뿌리까지 들어가도록.


“......”


뇌수는 나오지 않았다. 너무 세게 박았나. 남자의 두 눈이 말려올라가 백안만이 보였다. 부들부들 떨고 있던 남자가 이내 썩은 나무처럼 쓰러졌다. 아르다는 루베잘을 뽑았다. 뒤이어 남자는 이상하게도, 불에 완전히 타버린 듯이 녹아버렸다...몸 전체가. 그런 표현밖에 할 수 없었다. 물컥물컥한 형체로 변한다 싶더니 이내 형체도 없어져버렸다. 물론 그 아래에 있던 꽃들도. 남자가 죽은 자리는 비어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루...루베잘의 힘인가...”


“죽여! 죽여버려!”


“으으...”


그건 살아있는, 진행되고 있는 공포였다. 이쪽은 셋인데다, 달려들지 않은 인원들을 포함하면그 숫자는 스무명도 넘었다. 그러나 여지껏은 실컷 가지고 놀다가 부상을 입히며 언제 죽일지만을 결정해야 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모여있는 전원이 다 같은 생각이었다.


‘단 한 대만 찔리거나 베이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

쉬익!


“윽!”


“너무 빨라...”


왜지. 다 죽어가던, 한쪽 다리를 질질 끌던 소년의 모습일까. 아르다는 우두커니 서서, 예전과는 다르게 일갈했다.


"네놈들한테 줄 건 없어!"


"이...표독스러운 놈!"



“죽어라!”


루베잘은 확실히 강했다. 아르다는 생각했다. 루베잘의 힘은 확실히, 어둠의 것이다. 절대로 좋은 물건이 될 수는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큭!”


마구잡이로 베었을 때, 한 명이 더 걸려들었다. 아르다는 건틀렛을 쥔 남자가 자신의 코를 때리는게 느껴져서 눈물이 왈칵 솟았지만, 곧장 남자의 왼쪽 눈을 찔렀다. 그게 두 명째의 최후였다. 그 사내도 부르르 떨다가, 그 자리에서 두 무릎을 꿇은 채 녹아내려버렸다. 마치 다른 세계로 떠난 것처럼, 아니...지옥에라도 간 것처럼.


강한 검이 부딪혀 왔을 때, 검술이라곤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아르다가 근력만으로 셋을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거기다 단도였다. 한 명의 얼굴을 코를 축으로 해 세로로 가르고, 다른 한 명의 목을 대고, 그리고 나머지 한 명에게...


푹.


신나게 찢던 단검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옆구리에 검이 박힌 것이 느껴졌다...


아르다는 재빠르게 상대의 검날을, 그대로 손으로 잡았다. 덕분에 상대의 검은 그 자리에서 빠지지 않았지만, 아르다가 루베잘로 내리찍으려 했을 때 상대는 필사적으로 아르다의 팔목을 붙잡아 막았다. 다친 아르다보다 훨씬 필사의 움직임이었다.


“...크윽...”


심각하고 중한, 그러나 아직까지 목숨을 빼앗길 정도라기엔 애매한 상처. 그러나 역시 정신만으로 버티기엔 무리였다. 이를 악 물고 있어도 힘이 점점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


마침내 아르다의 손이 베이는 느낌이 나고, 검이 복부에서 빠져나간 것을 느꼈을 때, 아르다는 이제 끝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자신의 최후따위 어떻게 되더라도 좋지만...


퍼억!


살과 뼈와 내장을 한 번에 터뜨리는 듯한 소리가 나고, 그것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아르다가 눈을 확 떴다.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고개를 들고 죽은 개구리같은 눈을 하고 있는 남자였다. 터져있는, 검이 박혀있는 등, 가슴을 뚫은 검 끝...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그런 광경이 한 번에 겹쳐왔다. 그건 그렇게, 싫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누나의 기술, 처음 보았던 살해의 현장...


...한시간이 한나절이라도 된 듯했다. 아르다는 처음으로 반가운, 그러나 쉰 목소리를 냈다.


"...누나."


그저 푸른색 한 쌍의 눈동자가 아르다를 쳐다보았다. 그리곤 재빠르게 가까이 다가와 남자의 등에서 검을 뽑아냈다. 검이 뽑아지자 생명이 다한 것처럼, 남자는 그대로 꽃밭에 엎드려 쓰러져버렸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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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49 난정(蘭亭)
    작성일
    16.04.18 22:28
    No. 1

    화이링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비사이에너
    작성일
    16.04.18 23:49
    No. 2

    넵 언제나 감사해요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오수제너
    작성일
    16.04.18 23:35
    No. 3

    작가님!! 업뎃 능력을 획득하셨습니다!! ^^ㅎㅎ 탁월하시네요. 이렇게 빨리!!!!!!!!!!!!!! ㄷㄷ
    사실 ..제 글이 드라마 같다고 느끼는 건 작가님이 글을 보며 그림 그릴 수 있다는 걸 꺼예요.
    제 소설이 대화체가 많은 것도 이유고요. 제 소설 거의 일일극 같거든요. 소설은 설명과 묘사가 많고 대화문이 적어야 하는데..제 소설이 그렇지 않아서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어요.
    전 사실 소설 잘 못 써요^^ 그래서 그냥 제식으로 하기로 했어요^^ㅎㅎ
    일단 글을 쓸 때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글을 써요. 그래서 제가 손동작도 펼쳐 보면서 이게 맞나. 안 맞나. 하면서요. ..관심 주셔서 감사해요. 뒤 돌아 보지 마!는 업뎃 빨리 올리고 끝날 거예요. 첫 완결작인데...북팔에서 독자님들 호불호가^^ㅎㅎ 북팔측에서도 평이 안 좋았어서..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서 출간은 하지 않을건데...제가 많이 애정하는 작품이라 묻히기 아까워서 글 올리는 사이트에 올리는 작품이어요^^ 좋게 봐주신 걸로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작하셔요!!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비사이에너
    작성일
    16.04.19 14:57
    No. 4

    저는 아주 바람직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약간 물 흐르듯이?? 사실 저는 제 글 보면서도 길게 늘어진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거든요. 제가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는 잘 안보지만) 할때도 그런식으로 그림에 남는다면 좋은 거 아닐까요? 전 좋은 뜻에서 한 말입니다. ㅋㅋㅋ
    (일하다가..글이 뒤죽박죽이어도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오수제너
    작성일
    16.04.19 22:32
    No. 5

    옙! 칭찬인 줄 알고 들을께요! 감사해요!!^^ 댓글 없다가 작가님들이 남겨주시니 기분 좋으네요^^ㅎㅎ 무댓글이면.......음 기운 빠지긴 하죠!! 서로 윈윈하면서...그렇게 오래도록 남는 작가 되어요!! 아자! 아자! 홧팅!! 그리고 다 알아 들으니 걱정 마셔요!! 그럼, 좋은 밤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비사이에너
    작성일
    16.04.19 23:57
    No. 6

    이제 들어왔네요. 오수제너님도 좋은 밤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글은 잘 보고갑니다. 연재속도가 엄청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홍다부
    작성일
    16.04.23 23:20
    No. 7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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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Chapter2-2 별 밤 아래에서 (3) ] +3 16.04.19 163 5 7쪽
19 [ Chapter2-2 별 밤 아래에서 (2) ] +4 16.04.19 180 9 8쪽
» [ Chapter2-2 별 밤 아래에서 (1) ] +7 16.04.18 183 22 9쪽
17 [ Chapter2-1 세릴 (3) ] +3 16.04.18 170 21 13쪽
16 [ Chapter2-1 세릴 (2) ] +7 16.04.17 139 26 13쪽
15 [ Chapter2-1 세릴 (1) ] +7 16.04.16 180 28 11쪽
14 [ Chapter1-5 항거 (4) ] +3 16.04.15 198 26 13쪽
13 [ Chapter1-5 항거 (3) ] +6 16.04.14 207 31 12쪽
12 [ Chapter1-5 항거 (2) ] +2 16.04.14 207 32 16쪽
11 [ Chapter1-5 항거 (1) ] +4 16.04.13 219 30 7쪽
10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3) ] +2 16.04.12 219 31 9쪽
9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2) ] +4 16.04.11 200 30 10쪽
8 [ Chapter1-4 어둠의 심연 속으로 (1) ] +6 16.04.10 282 29 13쪽
7 [ Chapter1-3 마을 (3) ] +5 16.04.09 225 29 12쪽
6 [ Chapter1-3 마을 (2) ] +2 16.04.08 325 33 10쪽
5 [ Chapter1-3 마을 (1) ] +3 16.04.07 208 31 9쪽
4 [ Chapter1-2 침입 (2) ] +4 16.04.06 224 32 14쪽
3 [ Chapter1-2 침입 (1) ] +5 16.04.02 224 29 14쪽
2 [ Chapter1-1 숲의 경계와 아치문 (2) ] +6 16.04.02 226 33 18쪽
1 [ Chapter1-1 숲의 경계와 아치문 (1)] +14 16.04.01 336 3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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