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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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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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1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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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원재의 이야기(1)

DUMMY

내 이름은 서원재. E-스포츠의 황제라고 불리던 우주전쟁의 최강자가 나다. 전성기 대부분의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밥먹듯이 했고, 개인리그에서는 90%가 넘는 승률로 우승을 해보기도 했다. 최초의 100승을 거뒀고, 이후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도 인간 종족 다승 2위, 역대 다승 2위까지 거뒀다. 이후 조영호라는 걸출한 능력자가 나왔지만, 나는 내가 걸어온 지난날에 만족했었다.


양대리그를 동시에 우승도 해 보았고, 세계대회에서 2연속 우승도 유일하게 해 보았다.

최장기간 한국 우주전쟁 랭킹 1위 자리에 머물렀었던 컨트롤과 전략의 황제가 바로 나. 서원재다.

프로게이머들이 군대 갔다 오면 실력이 저하된다는 것을 생각해서 대통령님 독대시에 이야기를 꺼내어 공군팀을 만든 것 또한 내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내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혜택을 보았지만 다른 게이머들 또한 많은 혜택을 보아 리그 흥행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주전쟁 리그가 조작으로 망해갈 때 얼마나 좌절했던가. 후배라고, 후임이라고, 동생이라고 여겼던 녀석들이 승부조작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진짜 녀석들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다른 팀이지만, 한때 선수협회 대표로까지 생각했던 녀석이 승부조작의 주범중 하나인 것을 알았을 때, 정말 허탈했다.


그 이후 잠시 우주전쟁 판을 떠나기로 생각했다. 몸과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30이 다 되어가는 나이가 되자 우주전쟁 판에서 예전과 같은 피지컬을 갖출 수 없는 나는 손이 느려지고, 제대로 게임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는 일단 잠정 은퇴를 했다.


그리고 잠시 그 당시 만난 연인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다. 북아메리카, 유럽, 지중해를 거쳐 이집트까지 도달했다. 반년의 일정을 잡은 긴 여행이었다. 거기서 어떤 유적지를 관광하던 중 어이없게도 반군의 습격이 들이닥쳤고, 군대라고는 기본 군사훈련 이외에는 총을 전혀 잡지 않고 마우스만 잡던 나에게는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그들은 팬저파우스트까지 갖춘 제대로 된 반군이었는데, 유적지에 이집트 정부의 고위 관료가 와 있던 것이 오히려 나와 내 연인에게는 독이 되었다. 밖에서 바주카포라도 쏘았는지 유적지가 허물어졌고, 그 뒤론 난 기억이 없다.


그때가 내 나이 30. 2009년.


그 뒤로 정신을 차려 일어나니 이집트가 아니라 한국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처음에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했지만, 곧 나는 세가지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일단 첫번째로, 10년전인 1999년으로 돌아왔고, 그게 나 자신과 내 주변의 시간을 전부 돌렸다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1999년과 거의 같은 세계, 이것이 꿈인지 사실인지 알수는 없지만 그 시대, 그 상황에 내가 놓여져 있었다. 그때의 나로 돌아가서.


두번째로, 내게 초능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바로 벽이 있더라도, 상자안에 있더라도 어떤 것이라도 10m 이내라면 볼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특정 장소에 cctv를 달은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마음먹고 ‘보겠다’ 라고 생각하면 벽이 있어도, 어떤 경우에도, 어떤 각도에서도 볼 수 있었다. 내 마음대로 <제 3의 눈>이라 이름붙인 능력. 이 능력을 내가 가지게 되었다.


세번째로, 손이 망가졌다. 정확히는 팔목이. 손목이 부러지거나 한 것은 아니다. 손목이 일상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빠른 컨트롤이 주력이던 내 컨트롤을 전혀 쓸 수가 없었다. 마치 몸 전체가 1999년에 왔는데 손목만 2009년의 손목이 온 느낌이었다. 오랜 게임을 한 듯한 손목. 그렇다고 게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이 드랍을 하고 빨리 다시 태워 도망간다거나, 레이더 검색 후 의무병의 섬광탄으로 기계종족의 투명안을 무력화 시킨다거나 하는 컨트롤은 되지 않았다.


이 세가지가 내가 회귀한 뒤 깨달은 자신의 변화였다.


이런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지 루트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난 것에 대해 굳이 원인을 따져본다면 아마도 이집트 유적지에서의 무언가가 내게 작용해 있을지도 몰랐다.


회귀를 바라는 어딘가의 누군가도 있겠지만, 나는 회귀따위 바라지 않았다. 단지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만 싶었을 뿐. 지금 내게는 회귀한 것이 독이다. 연인인 그녀도 내곁에 없다. 연인을 지금 만나러 가도 그녀는 내가 누구인지 모를 것이다. 나는 아직 우주전쟁 프로게이머로 데뷔하지도 않았다. 프로리그 또한 열리지도 않았고, 리그가 열릴 때까지는 아직 3년이나 남았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성공한 황제, 서원재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 현재는 그저 그런 평범한 대한민국의 남자일 뿐이다.


그리고 이게 좀 많이 큰데, 게이머로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모아왔던 재산 전부도 없어졌다. 몽 땅. 이 당시의 나는 그저 통장에 100만원만이 있을 뿐.


그리고 몇 번 우주전쟁 게임을 해보고 아까 알아낸 내 손목의 상태를 알아낸 순간, 미칠 것만 같았다. 빠른 손이 특기였던 내가, 손목은 튼튼한 편이지만 절대 순간적인 손놀림이 나오지 않는 일반적인 손으로 바뀌었다.


육상선수에게서 다리를 앗아가고, 격투기 선수에게 근육을 빼앗아 간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나는 어떤 절대자가 있다면 그 절대자에게 외치고 싶었다.


“하늘이시여. 왜 날 되돌려 보냈습니까. 가고싶은 놈들이 널렸는데 왜 납니까.. 왜....”


아니.. 돌려 보낼거면 손이라도 제대로 원래대로 주던가.. 하아...


***


그 뒤로 내가 한 것은 일단 과거의 전철을 밟는 것이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해온 것이라고는 게임 뿐. 다른 사업을 준비하고는 있었지만 그것은 게임으로 번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일 뿐이고, 돈이 없는 내게는 지금 전혀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제일 잘 아는 것은 게임판. 게임 중에 역시나 우주전쟁이었다.

여기서 다시 황제로 성공하는 것. 그것만이 내가 돈을 벌고, 또한 그녀를 다시 만나는 길일 것이다. 그녀를 다시 만나려면, 우주전쟁에 관심이 있던 그녀를 만나려면 내가 다시 우주전쟁에서 최고가 되는 길 뿐이다. 내가 잘할수 있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밖에 없었다.


그 뒤로는 예전보다 빨리 클랜을 만들었고, 그외에는 최대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있던 그대로 살았다.


All4u 클랜을 다시 만들어서 기존 인원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동생들이 다들 게임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녀석들은 내가 기존에 살았던 삶과 비슷한 루트를 밟는데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선에서 다시 만나야 했다. 그리고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녀석들은 원래 게임말고는 무언가 잘 하지도 못하던 측면이 있었다. 녀석들을 도와야 했다.


특히 학교에서 제대로 생활하지 못하고 자퇴후 게임에 빠져 사는 학도와 종원이, 이녀석들은 게임 아니면 답이 없었지... 길이도 동네 편의점 알바나 하고 있지만 나중엔 크게 되는 녀석... 지금부터 천천히 게이머로서 길을 잡아줘야지 하고 생각하고 다 불러모았다.


녀석들의 우주전쟁 넷 아이디를 다 알고 있기에 모으기는 쉬웠다. 그 뒤로는 클랜의 이름을 걸고 이벤트 대회에서 우승. 피씨방 대회에서도 우승. 피지컬이 떨어졌다고 해도 전략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제일 큰 것은 <제 3의 눈>.


온라인 경기라면 내가 질 수도 있다. 나보다 손이 빠른 선수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같은 피씨방에서, 같은 무대에서 열리는 경기는 절대 지지 않는다.


나는 상대방의 빌드를 말 그대로 ‘보고’ 있으니까.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무슨 빌드를 쓰는지, 드랍을 오는지. 다 알고 게임을 한다.


눈맵. 살아있는 맵핵. 그것이 나다.


***


“서원재 선수! 프로리그 7연승을 이어갑니다!”

“사냥꾼 맵에서 첫 정찰이 제대로 이루어지다니. 정말 대단한 감 아닙니까?”

“상대를 보고 바로 초반 러쉬를 방어할 빌드를 써서 빌드에서부터 잡아먹었어요!”

“XK 마르스가 대형 계약을 제대로 했어요! 서원재 선수 프로리그 시작후 지금까지 한번도 지지 않았습니다!”

“이 선수, 우주전쟁 래더에서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었다고 하죠?”

“네. 그런데 오프라인 이벤트 대회에서 각종 우승을 휩쓴 이후 XK 마르스에서 이 선수가 있는 클랜 전부를 영입하면서 지금 XK마르스가 프로리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큰 경기에 강하다는 걸까요. 무대체질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이 선수, 무대에 나오면 강심장이 되는 것 같아요.”


강심장은 무슨...


나는 여기가 익숙하다.


이곳은 나의 삶. 나의 터전.

그리고 나에게는 보인다. 상대의 움직임이.


못이길 수가 없다. 이런 초인적인 능력이 언제 없어질지 모르기에, 내가 알던 것보다 빨리 클랜을 만들고, 기업들과 접촉했다. 그리고 기업들의 정보통 e-메일 주소로 이 판이 돈이 된다는 정보를 정체를 숨긴 메일로 여러번 보냈다. 투자금액대비 홍보비용, 기간, 자세한 내용 전부.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기업들은 내가 알던 것보다 빨리 리그를 만들었고, 나는 예전과 똑같이 XK 마르스 라는 팀을 내 클랜을 그대로 데리고 만들 수 있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 와중에 한가지 변수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나는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었다.


***


“원재형. 요즘 우주전쟁 넷 래더에서 뜨고 있는 애 아세요?”

“제노사이드의 이정민도 왕창 깨졌대요.”

“헬 클랜의 지성철도 세판해서 두판 졌다는데요?”

“그래? 아이디가 뭔데?”


아이디만 안다면 누군지 그 래더의 강자의 정체를 알 수 있다.

이 판에 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정체를 숨겨도, 알수 있다. 그게 누구라도.

네 녀석의 아이디는 뭐냐.

너의 정체는 뭐냐.


“Remigirl요.”

“뭐? Remigirl? 확실해?”

“아, 네.. 형.. 왜 그래요. 갑자기. 어깨 아파요.”

“아.. 미안...”


Remigirl이라고?!

말도 안돼....!!!


나는 너무도 놀란 나머지 동운의 어깨를 꽉 잡고는 놀람을 표시했다.


내가 물론 모든 게이머의 데뷔 전 아이디를 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주전쟁 판에 있는 사람이라면, Remigirl을 모를 수가 없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은...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유명하다. 우주전쟁 팬들이라면 다 알고 있다.

여성 게이머 중의 최고수.


윤. 승. 아.


하지만 남성 게이머들에게 못미치는 피지컬. 아쉬운 전략. 예쁜 외모로 여제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그것은 반쯤은 비웃음이 섞인 우주전쟁 팬 사이에서의 별명.


자신의 황제라는 별명이 최강자라는 의미에서의 ‘황제’라면 그녀의 ‘여제’는 여자끼리 안에서의 최강자라는 속뜻이 있다.


절대 이정민이나 지성철이 질 실력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 이 시기라면.. 윤승아의 나이는...


애다.

고작해야 중학생 정도. 초등학생인가? 13? 14? 그정도일 터인데..


그리고 이 컨트롤은 뭔가!. 내 눈으로 경험하기 전 까지는 알 수가 없다. 윤승아를 사칭하는 누군가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같은 아이디를 쓰는 것인지.


나는 호기롭게 Remigirl과 대전 신청을 했고, 그리고 깨졌고, 또 깨졌다.

그리고 정체를 확신했다.


그녀가 아니다.

뭔가 플레이에서 비슷한 느낌이 나기는 하지만 그녀는 아니다.


윤승아가 아니다. 컨트롤이 유닛 하나하나를 흘리지 않고 손이 4개라도 되는 듯 플레이를 하고 있다. 빌드도 정확하고, 깔끔하다.

윤승아는 이런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Remigirl은 하고 있다.


넌 누구냐?

윤승아의 아이디를 쓰는 넌 누구냐?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가 온다고 합니다. 김태희는 안오는지 궁금합니...

죄송합니다. 비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ㅁ;

격려해주시고 정보를 알려주시고 항상 고맙게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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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전> 원재의 이야기(1) +15 16.06.14 2,916 56 12쪽
68 개인리그(4) +4 16.06.13 2,814 59 9쪽
67 개인리그(3) +4 16.06.12 2,812 48 15쪽
66 개인리그(2) +5 16.06.11 2,850 56 13쪽
65 개인리그(1) +7 16.06.09 2,863 52 9쪽
64 주말(5) +14 16.06.08 2,864 49 11쪽
63 주말(4) +4 16.06.07 2,958 54 15쪽
62 주말(3) +6 16.06.06 3,083 50 14쪽
61 주말(2) +4 16.06.05 3,082 54 11쪽
60 주말 +6 16.06.04 3,156 61 13쪽
59 승리를 위하여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7) +4 16.06.02 3,066 56 15쪽
58 승리를 위하여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6) +3 16.06.01 3,052 56 19쪽
57 승리를 위하여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5) +7 16.05.31 3,015 52 11쪽
56 승리를 위하여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4) +5 16.05.30 3,023 59 14쪽
55 승리를 위하여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3) +5 16.05.29 2,978 58 12쪽
54 승리를 위하여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2) +3 16.05.28 3,223 52 15쪽
53 승리를 위하여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1) +6 16.05.26 3,398 58 11쪽
52 vs GT 스타즈 (4) +3 16.05.25 3,179 59 12쪽
51 vs GT 스타즈 (3) +8 16.05.24 3,290 66 11쪽
50 vs GT 스타즈 (2) +6 16.05.24 3,494 67 16쪽
49 vs GT 스타즈 (1) +7 16.05.22 3,232 61 10쪽
48 Morning Garden(4) +7 16.05.22 3,199 67 12쪽
47 Morning Garden(3) +7 16.05.21 3,298 73 15쪽
46 Morning Garden(2) +4 16.05.19 3,224 61 10쪽
45 Morning Garden(1) +4 16.05.18 3,418 6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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