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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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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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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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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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Remigirl의 정체(2)

DUMMY

승아는 원재와 대화를 나눈 뒤 자신의 자리로 가서 연습하려 했다. 그런 승아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방금 팀 내 연습에서 2군인 용갑에게까지 진 학도였다. 최근 계속해서 실전 경기에서도, 연습경기에서도 지고 있는 학도였다.


학도는 우주전쟁 리그인 지금은 제갈길과 함께 정말 XK의 승률을 까먹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처음 리그 시작시에는 별로 다른 이들과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는데, 게임자체가 뭔가 계속 밀렸다.


학도는 게임을 지고난 후 잠시 컴퓨터 앞에서 한숨을 쉬더니 복도로 나갔다. 반면 제갈길과 함께 2군이던 문용갑은 1군인 학도를 이겨 기분이 좋은 듯 외쳤다.


“오! 내가 학도를 이겼어!”

“오.. 용갑이. 이제 1군 올라오는거 아냐?”

“아직 모르죠. 하하.”


용갑은 방금 있었던 경기의 리플레이를 보며 동운과 호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학도는 거기에 끼지 못하고 복도로 나가있는 상태. 복도로 따라나가 본 승아는 복도 끝의 휴게실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학도가 거기에 있으리라.


승아는 자판기에서 고려콜라 2개를 뽑으면서 미래의 학도를 생각했다.


학도는 승아가 회귀하기 전에도 계속해서 우주전쟁 리그에서 패배를 기록했었다. XK 마르스의 괴물종족 중에서 잘하는 편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갈길과의 상대적인 비교. 길이와 함께 성에 실력이 쓰레기라는 뜻을 붙인 ‘김레기’, ‘제레기’ 소리를 들어가면서 게임을 했었다. 3종족이 골고루 나와야 해서 계속 출전을 했지만 승률이 거의 15%밖에 되지 않는 처참한 성적이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패배를 하면서도 꾸준한 게이머 생활을 이어가다가 우주전쟁2가 나오면서 극적인 반전을 이뤄 유명해진 게이머였다.


우주전쟁1에서의 못하던 성적과는 달리, 우주전쟁2에서는 각종 개인리그 결승에 5번이나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며 잘하는 게이머로 알려진 학도였다. 자신의 취미인 미연시 게임을 살려 1인칭 미연시 식의 “미소년 김학도 사귀기”라는 방송을 여성 PD와의 합작으로 만들어 내어 남성팬들의 욕을 먹기도 했지만, 미래에 자신만큼 유명해지는 학도였다. 그것도 실력으로.


승아는 음료수 캔을 들고 학도가 앉아있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학도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승아를 보고 고개를 들어 살짝 웃었다.


“아카리쨩.. 아니 승아쨩..”

“오빠. 이거 마셔요.”

“어? 난 콜라는 안 마시는데... 아. 아냐. 잘마실게.”


잠시 승아의 눈째림을 당한 학도는 고려콜라를 따서 마시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승아쨩. 난 왜 이렇게 게임을 못하지? 나도 너처럼 손이 빨랐으면 좋았을 텐데..”

“오빠. 지금 성적 안나와서 그래요?”

“응. 난 1승만이라도 했으면 좋겠어, 요즘은. 클랜때는 나도 어느 정도는 했는데.... 뭐가 문제인질 모르겠네.. 하아..”


승아가 보기에 사실 학도는 모든게 문제였다. 일단 교전시 싸움을 잘 하지 못하고, 공격에 힘을 몰아서 한점 돌파를 하지 못하는 것과 유닛을 흘려서 흘린 유닛을 각개격파 당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 손이 빠르다면 상대보다 한발 먼저 움직여서 그런 단점을 커버할 수 있었겠지만, 학도는 그렇지도 못했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전쟁2탄이 나오면서 학도가 계속 결승에 올라갈 정도로 강자가 될 수 있었던 학도의 장점도 있었다.


공격이나 수비나 뭐든 특별하지는 않지만 밸런스가 잘 맞는다는 점, 그리고 유행하는 빌드의 트렌드를 잘 따라간다는 것과, 유닛 생산의 텀이 적다는 점이었다.


우주전쟁 1에서는 유닛 생산의 텀 자체가 기본 시스템적으로 길어서 그런 학도의 장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닛이 빠르게 생산되고 조합이 중요한 우주전쟁2에서는 밸런스가 잘맞고 유닛생산이 꾸준히 물 흐르듯이 되는, 그리고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학도의 장점이 발휘되어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는 것이었다.


“나.. 게이머 그만두고 다른 일이나 할까? 하아..”

“오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벌써 포기하려고 해요? 지금 나이가 몇이죠?”

“응? 19.”

“아직 어린나이에 무슨 포기에요! 자 힘내고! 손 줘봐요.”

‘어..어린나이? 15살한테 들을 이야기는 아닌데..’


학도와 마주앉은 승아는 학도의 양손을 잡아 깍지를 낀 후에 손에 힘주어 꼭 잡은 뒤 외쳤다. 학도는 갑자기 승아가 손을 잡아오자 당황해 하면서도 승아를 따라가고 있었다.


“자! 외쳐요. 화이팅! 나는 할 수 있다!”

“나.. 나는 할 수 있다!”

“그래요. 오빠. 혹시 알아요. 오빠가 나중에 막 우주전쟁리그 결승전에서 활약하고 그럴지.”

“그런 일이 있으면 좋겠다.. 하아...... 승아 네가 보기엔 내 문제점이 뭐 같아?”

“음.. 일단 손도 느리고, 공격 갈 때도 유닛 흘리고, 정찰도 안되고, 판단도 안되고, 전투도 잘 못하고... 뭐 그런 정도요.”


그럼 되는게 뭐란 말인가. 학도는 승아의 말을 듣고 화이팅이 올라오기는 커녕 더 좌절했다.


“..... 잔인하다. 너.”

“진짠걸 어떻게 해요. 오빠. 손은 그렇다 쳐도 유닛컨트롤이나 판단이나 정찰은 내가 좀 봐줄게요. 오빠.”

“정말? 그럼 나야 좋지. 고마워.”

“대신 정말 시키는 대로 해야해요. 내가 그럼 동운오빠 정도 승률까진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진짜? 승아쨩! 고마워.”


학도는 자신이 총체적인 난국이란 것을 직설적으로 지적해주었던 승아가 자신의 연습을 좀 보아준다고 하자 조금 희망이 생겼다. 승아는 나이는 어리지만 팀내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던가.

학도는 그렇게 승아의 도움을 받아 연습을 하는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다.


***


XK 마르스는 첫경기 승리 후에 학도 외에는 감정의 기복없이 편안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했지만, 다른 팀들은 승아의 인터뷰를 보고 당황하고 있었다. 특히 제일 당황한 것은 GT 스타즈의 최이사. XK의 태이사와 라이벌인 최이사는 지금 팀의 최준 감독을 불러 화를 내고 있었다.


“최감독. 이거 어떻게 된거야!! Remigirl이 왜 XK에 가 있어? 영입 접촉중이라며?!”

“삼촌.. 그게..”


최준 감독은 사실 최이사의 조카였는데, 둘은 회사사람들이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둘만 모르지 팀 내에 파다한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


“어따 대고 삼촌이야! 회사에선 넌 그냥 팀장이고 감독이야!”

“네. 이사님.”

“후우.. 그래. 최감독. 지난번에 우승할 땐 좋았어. 근데 그것도 니가 애들 파벌만 조장하지 않았어도 초기부터 계속 1위를 할 수 있었던거고, 지금도 니가 하는게 뭐냐? Remigirl, 데려올거라며? 이거 대학생 아니면 백수라며? 이 자식아! 여중생이야!”

“저기 삼촌.. 아니 이사님. 윤승아가 Remigirl이 아닌데 XK에서 언론플레이 하는 걸수도 있습니다. 아이디가 girl이니까 여자게이머인걸 살려서 자기인척 하라고...”


최이사는 화가나서 그만 손에 든 서류파일을 최준 감독에게 던지고 말았다.


“이자식아! 본인이 직접 이야기 했는데 잘도 언론플레이겠다! 걔가 어디 거짓말 하는 얼굴이던?! 그런걸로 거짓말해서 XK가 걸리면 후폭풍 감당해야 되는데 거짓이겠냐? 생각 좀 해! 그리고 태이사 그놈한테 자랑하는 전화가 왔어. 어제경기 봤냐고! 너! 오늘 경기 이길수 있어? 하튼 무조건 XK보단 앞서가야 해!”

“네. 오늘 경기 진이슬 로즈 전인데 충분히 이길수 있습니다.”

“너! 니가 좋아하는 애들만 내보내지 말고, XK처럼 팀전이고 개인전이고 정창환이랑 이종현이 다 내보내! 알겠어?”

“네.”


XK에 서원재가 있다면 GT에는 정창환과 이종현이 있었다.

둘 다 GT 스타즈의 지난 시즌 우승을 견인한 선수들로 정창환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공격력이 특기인 괴물종족 유저였고, 이종현은 기계종족의 빌드를 기계같이 정확히 운영하면서 많은 물량이 특기인 실력이 좋은 유저였다.


GT스타즈의 최준 감독은 초창기 이들이 팀내 실력 1,2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말에 불복종하였다는 이유로 계속 출전시키지 않았는데, 이게 팀이 계속 지는 이유를 알아보던 최이사에게 걸려 혼쭐이 난 뒤로 둘이 다시 출전하면서 팀을 1위까지 올리게 되었던 것이 지난 시즌에 있었던 일이었다.


“준아. 이게 지난 시즌에 니가 애들 막은거 삼촌입장에선 다 이해한다. 근데 내가 태이사 그놈 잘나가는 것도 못 보겠지만 회장님끼리도 라이벌인데 이번에도 1위하거나 XK만은 이겨야돼. 너 전에 그거 애들 안 내보낸 것도 내가 겨우 막는다고 막았는데 또 그런 일 있으면 힘들다. 잘하자, 준아.”

“네. 이사님.”


GT의 최준 감독은 이번시즌은 지난 시즌 말처럼 맘에 들지 않는 선수일지라도 자신의 목을 위해서라도 기용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원래대로라면 독선적인 운영으로 팀에서 바로 잘리게 될 최준 감독의 목숨을 길게 해 준 결심이었다.


***


그리고 아이템카이 제노스팀.

이 팀의 김은호는 인터넷에 나온 승아의 인터뷰를 보며 지금 주장인 쇼, 최관원에게 불만을 터트리고 있었다.


“아, 쇼 형! 제가 그랬잖아요. 얘가 Remigirl이라고!”

“어쩌다가 맞은거 아냐?”

“아니죠! 제 천재적인 머리로 추리한거죠.”


그러자 정민은 습관적으로 안경을 오른손 중지로 밀어올리며 친구인 은호를 타박했다.


“뭐? girl이 뜻이 걸이니까 소녀라서 XK에 들어간 애가 Remigirl이라며? 어쩌다 소뒷걸음에 쥐잡고는...”

“아니라니까? 천재적인 머리로 내가...”

“알았다 알았어. 그만하고. 먹던 밥들이나 먹어. 영진인 어디갔냐?”

“영진형이요? 똥싸러 갔어요.”

“야, 이정민. 쇼 형 식사중이시다. 자꾸 똥똥 거리면서 똥얘기 하면 식사 하시는 관원이 형 뭐가 되냐? 자구 똥 생각만 나지. 그렇지 않아도 색깔이 똥같은 카레라이스 드시는데 자꾸 똥얘기 하고 그러는건 예의가 아니지.”

“이자식들! 자꾸 똥먹는데 밥얘기 할래! 똥먹는데 밥얘기 하는거 아니랬다.”

“..........”

“.........”

“풉.. 형 바뀌었어요.”

“키킥.. 아 똥먹는대...”


자꾸 이어진 더러운 드립에 팀의 주장 쇼, 최관원은 밥을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니들.. 오늘 경기 못이기면... 내가 기필코 똥이고 뭐고 먹여준다...”

“헉.. 형... 저흰 그냥 장난으로.”

“내가 회사에 이야기해서 이기고서 <아이템 거래는 아이템 카이에서 하세요! 뿅뿅!> 소리 이번 시즌부터 안하게 됐는데, 오늘 경기 지면 내가 다시 건의해서 그거 시킨다. 꼭.”

“억.. 형.....”

“형님!”

“니들. Remigirl실력 알지? 걔가 윤승아면 승리 장담하기 힘들다. 우리 오늘경기 라니지랑 하고는 XK랑은 내일이다. 준비 제대로 해놔.”

“으.. Remigirl이라니..”

“으아.. 어떻게 하지..으...”



아이템카이 팀도, 다른팀도, 상황과 대처는 모두 달랐지만 전부 주제는 한가지, 승아에 대한 이야기였다.

프로게이머라면 모두 Remigirl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첫날 개막전에서 보여준 실력은 팀전과 초반러쉬에 대한 방어밖에 없었기에 좀 더 보아야겠지만, 각 팀은 Remigirl이 XK에 있다는 전제하에 시즌 작전을 다시 짜는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승아, Remigirl의 존재가 불러온 우주전쟁 판의 변화였다.


작가의말

저는 이번주도 금요일 쉬고 토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언제나 글을 보아주시고 관심주시는 독자님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one한님/볼륨업! 리듬에 몸을 맡겨봐!...

           오버워치 리퍼 유저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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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migirl의 정체(2) +3 16.05.12 3,796 62 12쪽
39 Remigirl의 정체(1) +5 16.05.11 3,665 59 13쪽
38 프로리그 출전(4) +5 16.05.10 3,652 70 16쪽
37 프로리그 출전(3) +4 16.05.10 3,651 54 11쪽
36 프로리그 출전(2) +8 16.05.09 3,719 69 14쪽
35 프로리그 출전(1) +6 16.05.08 3,839 5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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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프리 시즌(5) +8 16.05.05 3,714 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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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프리 시즌(2) +3 16.05.02 3,861 6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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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vs X-게임넷(3) +5 16.04.30 3,915 64 16쪽
27 vs X-게임넷(2) +4 16.04.28 4,026 60 10쪽
26 vs X-게임넷(1) +7 16.04.27 4,122 68 12쪽
25 히든 카드 +7 16.04.26 3,973 80 11쪽
24 Remigirl vs 흑마술사(3) +8 16.04.25 4,103 68 14쪽
23 Remigirl vs 흑마술사(2) +3 16.04.24 4,032 62 12쪽
22 Remigirl vs 흑마술사(1) +6 16.04.23 4,269 66 11쪽
21 프로게이머(4) +5 16.04.22 4,094 70 9쪽
20 프로게이머(3) +5 16.04.21 4,100 7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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