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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16.05.31 21:37
최근연재일 :
2016.06.0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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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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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음모의 단초 3

DUMMY

한림학사원에 이토록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그 시각,

그곳에서 한 마장 정도 떨어져 있는 연환서숙에 뜻밖에 유운이 휘적휘적 다가왔다. 오늘도 역시 기변연환으로 모습을 바꾼 차림이었다.


“ 주군께서 어인 일입니까? ”


구가 유운을 발견하고는 반가움이 앞서 한걸음에 대문 밖으로 달려 나왔다.


“ 나는 오면 안 되는 곳인가? 서숙을 넘기는 일이 잘 되어가는 지 보러 온 게야. ”


빙긋 웃으며 농을 던지자 잠시 긴장했던 구의 표정이 밝아졌다.


“ 예, 주군. 거의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

“ 아무렴, 네가 하는 일인데 어련하겠느냐. 그래, 서문어른도 이곳에 와 계시는가? ”

“ 예, 대인께서는 며칠 전 서숙에 당도하셨습니다. ”

“ 으음, 며칠 전이라···. 어른의 태도가 전과는 달리 절박해 보이는 점은 없더냐? ”

“ 예, 조금 신중해졌다는 느낌 외에는 별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

“ 으음···, 그렇더냐? ”

“ 예, 주군. ”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며 들어서자 서숙의 앞뜰에서 서성이던 서문인걸의 부녀가 중년문사차림의 유운을 알아보고는 앞으로 다가 인사를 건넸다.


“ 대인께서도 여기 계셨습니다그려. ”

“ 예, 화령의 일을 도우려고 들렸소이다. ”

“ 허긴 서숙을 맡아 돌보려면 바쁘긴 할게요. 서문낭자, 불편한 점은 없으신지? ”

“ 구공자께서 워낙 자상한지라···.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


서로 인사를 나눈 후 내실로 걸음을 옮기던 구가 갑작스러운 유운의 방문에 무슨 중요한 지시라도 할 일이 생겼는가하여 물었다.


“ 주군, 제게 하명하실 일이라도? ”

“ 어찌 그리 급한가? 우선 따뜻한 차나 한잔 주게. ”

“ 이런, 죄송합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


서로 허물없이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구는 이 어수룩해 보이는 문사에게 지극의 존경심을 보인다. 아무리 생각을 굴려보아도 이유를 짐작 못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이 연환서숙을 자신들에게 맡긴 중년문사의 호의가 우선은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들을 앞서 실내로 들어선 유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일전에 대인의 서문가에 드나들던 지인들이 큰 곤욕을 치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는 괜찮으신지? ”


슬쩍 한마디를 던지는 유운의 말에 서문인걸의 안색이 묘하게 변했다.


‘ 헛! 그토록 신속히 수습했건만 이 멍청한 인물이 그 일을 들먹이는가? ’


그도 그럴 것이 그 사건을 신속히 수습하고 그곳의 지인들뿐 아니라 주변의 인물들에게도 함구를 당부한 일이다. 그리고 즉시 소림을 거쳐 이곳에 와서 딸인 화령에게도 자세한 내막을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아둔해 보이는 이 문사가 서문가의 일을 입에 올리자 묻는 의미를 가늠하지 못해 당황한 것이다. 그러나 서문인걸은 그 마음을 속으로 숨기며 태연히 대답했다.


“ 허허, 별일이 아니었습니다. 조그만 분란이 발생했으나 요행히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

“ 그래요? 그렇다면 마음이 놓입니다만··· ”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유운이 갑자기 구를 돌아보았다.


“ 이보게, 서숙을 화령낭자에게 맡겨보니 어떻더냐? ”

“ 화령낭자의 명석한 두뇌와 능력은 생각보다 뛰어납니다. 헌데 주군, 어찌 물으시는지? ”


구가 말뜻을 몰라 어물쩍 대답을 하자 유운이 싱긋 웃었다.


“ 그 정도의 능력이라면 네가 더 할 일은 없겠구나. 이제 이곳 일은 두 분께 일임하고 나와 함께 돌아가도록 하자. ”

“ 예, 주군. 화령낭자의 능력이라면 저의 도움이 없어도 충분합니다. ”

“ 당연히 그럴게야. 서문대인 그리고 화령낭자, 이제 이 연환서숙은 완벽히 두 분의 것입니다. 모쪼록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진력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 아니외다. 구공자께서 우리 화령을 도와주고 있으니 이 서숙이 유지되고 있는 겁니다. 아직은 곁에 남아 도와주는 게 좋을 듯합니다. ”


건성 대답하며 대문 밖을 살피는 서문인걸의 표정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초조한 빛이 가득했다.


“ 자, 이곳은 서문대인께 맡기고 구는 나와 돌아가도록 하자. ”


이상하다 여기면서도 작별의 인사를 건네며 유운이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는 바로 그때, 갑자기 서숙 앞이 왁자지껄 시끄러워지며 어디론가 달려가는 한 무리 군중들의 급한 발걸음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 오호, 이제야 시작이로구나! ”


서문인걸은 마치 그 소동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혼잣소리를 중얼거리며 눈앞의 유운도 아랑곳 않고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런 서문인걸을 화령도 아무 말 않고 뒤따랐다.


“ 무언가 이상하다. 구야, 따르라. 살펴보아야겠다. ”


유운이 구에게 말을 던지며 급히 서숙을 나서 서문부녀를 쫓았다.


그곳 거리에는 분노한 군중들이 무리를 지어 한림학사원을 향해 몰려가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마을의 무고한 부녀자를 납치해 능욕을 저지르는 한림학사원의 만행에 치를 떨면서도 항거할 힘이 없어 화를 억누르던 군중들이었다. 헌데 오늘, 또다시 이 고을의 여염집 규수가 저자를 다녀오다 납치되어 한림학사원으로 끌려가 능욕을 당한다는 소식에, 지금껏 참고 참았던 분노가 결국은 터진 것이다. 그들 모두 손에 삽과 곡괭이를 들고 달려가는 광경이 무언가 긴박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그 군중들의 뒤를 서문인걸의 부녀 빠른 걸음으로 따르고, 유운과 구 또한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며 뒤를 쫓았다. 그들이 걸음을 재촉해 막 한림학사원에 도착한 바로 그 순간,


“ 악, 아아악! ”


여인의 찢는 듯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동시에 서문인걸과 화령이 비명이 들려온 방향으로 휘익 몸을 날렸다.


“ 악, 아악! 이 짐승 같은 놈들! ”


한림학사원의 정문을 지나 급히 마당 안으로 들어서는 유운의 귓속으로 또다시 여인의 비명이 애절하게 파고들었다. 숨넘어가는 소리였다.


“ 어디냐! 저곳? ”


고방 앞에 웅성거리는 군중들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필시 그곳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하며 모두가 생각하는 그 순간, 화령이 번개같이 몸을 날려 고방으로 뛰어들었다.


- 쾅! 우지끈!


닫혀있던 고방의 문짝이 부서지며 그곳의 내부가 군중들의 눈 속에 훤히 드러났다. 그곳엔 수명의 여인들이 나신이 되어 원생들에게 희롱을 당하고 있고, 그 곁 탁자위에는 하복부에 겁탈당한 흔적이 벌겋게 남아있는 여인이 혼절하다시피 누워있었다. 그리고 남색 옷을 걸친 조익균이 군중들의 고함소리에 어리둥절하며 주섬주섬 바지를 치켜 올리는 중이었다. 그 어지러운 실내에, 방금까지 난행을 당해 몸도 가누지 못하던 그 여인이 고개를 살며시 들어 문밖을 지키고 서있는 서문인걸과 눈이 마주치자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 와중에,


“ 이놈들! 무얼 하는 짓들이냐? ”


어느새 뛰어든 화령의 앙칼진 고함소리와 동시에 짜악 소리와 함께 뺨을 후려갈기는 소리가 고방을 울렸다.


“ 크윽, 누구냐? ”


번개처럼 날아든 화령에 의해 순식간에 불이 날 정도로 얻어맞아 얼굴에 벌겋게 손도장이 찍힌 조익균이 고함을 질렀다.


“ 이놈! 학문의 전당이라는 한림학사원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 ”


놀란 눈으로 앞을 바라보니 묘령의 낭자다. 이 판국에도 무슨 횡재냐 싶어 입가에 씨익 웃음을 머금은 조익균이 한발 다가섰다.


“ 후후후···, 그 고운 손으로 이 공자의 뺨을 때렸느냐? 제법 맵구나! ”


좋은 먹잇감이 하나 더 걸려들었구나 생각해 회심의 미소를 짓던 조익균의 볼에 철썩 소리와 함께 또 한번 불꽃이 튀었다.


“ 윽, 크윽. 이년이!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


아리따운 처녀가 스스로 찾아들었으니 그조차도 좋은 희롱감이라 여겨 얼얼한 뺨을 한번은 참았다. 그런데 한번 더 얼굴이 망가질 정도로 뺨을 얻어맞는 낭패를 당하자 치솟는 분기를 참지 못한 조익균이 얼른 옆에 놓인 검을 빼들고 고함을 질렀다. 헌데 상대는 그 정도의 위협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 흥, 네놈이 누군지 내 알바 아니다. 그보다 짐승만도 못한 네놈의 아랫도리를 다시는 쓰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마! ”


손을 들어 조익균의 하체를 노리고 지풍을 날리려는 그 순간 서문인걸이 화급히 화령을 불러 세웠다.


“ 화령아, 손을 거두어라. 이보게, 공자는 조대인의 아들이 아니신가? ”


누군가가 제법 점잖게 자신의 이름을 들먹인다. 군중들 틈에 자신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고무된 조익균이 거들먹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 오호, 어른께서 나를 알고 계시군요. 이년, 이제는 내가 누군지 똑똑히 알았겠지? 네년도 저 년처럼 귀여워 해주마. ”


고개를 빳빳이 들고 화령을 돌아보는 조익균의 태도가 한심한 듯 서문인걸의 입에서 노성이 터졌다.


“ 이 실성한 놈. 그러지 않아도 한림학사원의 폐해 때문에 온 백성이 치를 떨고 있건만! 어서 돌아가지 못할까? 가서 네놈의 아비에게 전하라. 이렇게 백성을 핍박한다면 아무리 순박하고 어진 백성들이라 할지라도 오늘처럼 엄청난 항거를 받게 될 것이라고! ”


군중들이 모여 어찌할 바를 모르며 웅성거리는 상황을 서문인걸은 엄청난 항거라 말하며 한손을 들어 훌쩍 앞으로 내밀었다.


- 우웅, 우우우웅!


손에서 뻗어난 강력한 잠력(潛力)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자신의 신분을 아는 사람이 나타났기에 한껏 권위를 뽐내려던 조익균이 어리둥절 하는 사이 그 잠력은 조익균을 허공으로 들어 올려 한 바퀴 빙글 돌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내려 꽂아버렸다.


“ 컥, 으으윽! 네놈도 나를? 두고 보자. 내, 그냥두지 않을 게야! ”


낑낑거리며 겨우 일어나 거친 말을 내뱉으면서도 조익균은 서문인걸의 그 엄청난 장력에 놀라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더니 뒤돌아보지도 않고 꽁무니를 뺐다. 그렇게 조익균이 고방에서 사라지자 엉거주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원생들도 몰려든 군중들 때문에 위압감을 느낀 탓인지 하나둘 자리를 피했다. 그런 와중에 서문인걸이 출수(出手)를 하던 발경의 자세를 유심히 지켜보던 유운의 눈에 기광이 번쩍 스쳐 지났다.


‘ 으음, 방금 보인 무공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나 초절한 것이었다. 또한 찰나에 나타난 공력은 일전에 보았던 내공보다 더욱 높은 공력이다. 과연 이 사람의 정체는? ’


유운이 잠시 서문인걸의 진면목이 무언가 생각에 젖어든 순간 서문인걸이 화령을 불렀다.


“ 화령아, 저 여인들을 돌봐 주어라. ”


기진해 쓰러져 있는 여인들의 상태를 보살피도록 화령에게 엄히 이른 서문인걸이 모여든 군중들을 향해 돌아섰다.


“ 여러분, 많이 놀랐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일로 더 이상 소란은 피우지 마십시오. 보다시피 도망간 저놈은 이 나라 최고의 권력을 가진 사람의 아들이외다. 여기서 더 이상 소란이 일어난다면 저놈은 폭동이 일어났다 아비에게 알릴 것이고, 저놈의 아비는 이곳을 진압하려 군사를 보낼 것입니다.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여러분들에게 돌아옵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자중하고 생업으로 돌아간다면 대신 이 사람이 부패의 온상인 이 한림학사원을 혁파하여, 권력을 등에 업은 인간들이 이곳에 모여 더는 나쁜 짓을 일삼지 못하도록 만들 것을 여러분 앞에 맹세코 약속하겠습니다. ”


군중들은 그의 말만 듣고 있어도 이 끔찍한 한림학사원이 벌써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는 느낌이 들만큼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일장연설이었다.


- 짝! 짝!

- 짝! 짝! 짝! 짝!


군중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헌데 뜻밖에도, 비연원에서 학련에게 치근덕거리던 그 청년 황보정이 군중들 사이에 얼핏 눈에 뜨였다. 지난번 서문가가 치욕을 당하던 그날에도 서문인걸의 지인들 곁에서 입술을 깨물며 지켜보던 그였다. 그 황보정이 지금 이곳 운집한 사람들 틈에 모습을 드러내고는 열렬히 박수를 쳐대는 행태가 마치 군중들은 선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서문인걸의 무공을 가늠하느라 생각에 잠겼던 유운이 귓전을 요란하게 울리는 박수소리에 언뜻 정신을 차리고는 서문인걸의 앞에 나섰다.


“ 하하하··· 서문대인. 과연 영걸의 풍모이십니다. ”

“ 과찬이오. 누구든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그리했을 거외다. ”

“ 아닙니다. 조정과 맞설만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지요. 이젠 안심하고 연환서숙을 맡겨도 되겠습니다. 이곳의 뒤처리는 대인과 화령낭자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으니 저희는 이만 떠나겠습니다. 구야, 가자!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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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第 4 章 음모의 단초 1 +1 16.06.01 9,173 63 16쪽
19 가연해후(佳緣邂逅) 6 16.06.01 9,087 64 14쪽
18 가연해후(佳緣邂逅) 5 16.06.01 9,051 61 16쪽
17 가연해후(佳緣邂逅) 4 +1 16.06.01 9,170 70 16쪽
16 가연해후(佳緣邂逅) 3 16.06.01 9,339 64 12쪽
15 가연해후(佳緣邂逅) 2 16.06.01 9,381 65 14쪽
14 第 3 章 가연해후(佳緣邂逅) 1 16.06.01 10,041 71 16쪽
13 무공, 그 새로운 세계 8 16.06.01 9,925 64 16쪽
12 무공, 그 새로운 세계 7 16.06.01 10,083 72 15쪽
11 무공, 그 새로운 세계 6 16.06.01 10,353 71 12쪽
10 무공, 그 새로운 세계 5 16.06.01 10,423 68 12쪽
9 무공, 그 새로운 세계 4 16.06.01 10,878 69 16쪽
8 무공, 그 새로운 세계 3 16.06.01 10,839 83 14쪽
7 무공, 그 새로운 세계 2 16.06.01 11,119 72 11쪽
6 第 2 章 무공, 그 새로운 세계 1 16.06.01 12,000 75 16쪽
5 숙명을 만나다 4 +1 16.05.31 11,589 84 13쪽
4 숙명을 만나다 3 16.05.31 11,644 78 11쪽
3 숙명을 만나다 2 +1 16.05.31 12,604 88 12쪽
2 第 1 章 숙명을 만나다 1 16.05.31 14,696 80 12쪽
1 第 1 部 천궁전설(天宮傳說) : (1券) 序章 예언과 전설 16.05.31 26,358 9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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