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건곤정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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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16.05.31 21:37
최근연재일 :
2016.06.01 19:32
연재수 :
1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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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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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3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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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第 1 章 숙명을 만나다 1

DUMMY

황하의 남쪽,

대평야가 넓게 펼쳐져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가 되어있는 하남의 개봉은 번잡하기 그지없었다. 그곳, 그처럼 분주한 저자거리를 지나, 수목이 즐비하게 늘어선 관도의 한쪽 넓은 공터에 화려하게 세워진 주루 화영루(華榮樓)가 손님을 맞이하기에 분주했다.

화영루의 출입문 왼쪽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내려다보는 소년이 있었다. 온몸에는 때가 덕지덕지 끼고 머리는 길어 산발을 한 영락없는 걸인의 행색이었으나 소년의 눈망울만은 초롱초롱 맑아 영롱한 빛을 발했다. 그 소년의 무릎 앞 땅바닥에는 서책 한권이 단정히 놓여있었다.


“푸훗, 푸후후훗.”


화영루를 드나드는 손님들은 이 같은 소년을 내려다보며 입가에 웃음을 흘렸다. 머리는 손질을 못해 봉두난발인 주제에 앞에 놓인 책자를 애지중지하며 열심히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우스워 피식 실소를 금치 못한 것이다. 소년은 글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책장만 넘기고 또 넘기며 한 장 한 장을 뚫어지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상하구나. 저 아이··· 어쩐지 낯이 많이 익다.’


그 와중에, 마흔 살 초반으로 보이는 사대부 차림의 선비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는 소년을 한동안 지켜보더니 한마디를 툭 던졌다.


“허허, 소학 중의 명륜(明倫)편이로구나. 이놈아, 그 책자를 모두 소리 내어 읽는다면 이 동전을 모두 네게 주마!”


소년의 눈앞에 동전 댓 닢이 떨어져 쨍그랑 소리를 내며 뒹굴었다. 책응 덮고 고개를 든 소년의 눈앞에 중후한 선비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서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온화한 모습이나 그의 눈초리는 음영이 깊게 드리워져, 어린 소년의 머리로는 그 속내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미묘한 표정이었다. 그런 선비를 한참 올려다보던 소년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전···, 글을 읽을 줄 모릅니다.”

“어허, 글을 모르며 책을 본다? 그래, 내가 글을 가르쳐 주랴?”

“아니,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선비가 손을 내밀어 책을 집으려 하자 소년은 얼른 손으로 책을 움켜쥐고는 행여 빼앗길 세라 재빨리 품속에 감추었다.


“글을 모른다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도 가르침을 받기는 싫다? 허면 어찌 글자를 아는 척 시선한번 돌리지 않고 내려다보고 있었느냐?”

“예, 어르신. 글은 모르나 다만 글자의 모양을 눈 속에 익히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동전을 도로 가져가십시오.”


그 선비는 이상하다는 듯 소년에게 다시 물었다.


“그 참, 모를 일이로고. 읽지도 못하는 책을 어찌하여 그리도 열심히 보며 뒤적이느냐?”


소년은 선비의 말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눌하게 대꾸를 했다.


“답답한 어른이십니다. 글은 모르나 백번 천 번을 되풀이 해 눈 속에 익히다 보면 언젠가는 뜻을 깨닫게 되겠지요. 선비께선 그 이치도 모르십니까? 이 동전은 제 것이 아닌 듯하니 어서 간수를 하십시오.”


어린 소년의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허허, 그놈! 아니다. 네놈이 글을 익히려는 태도가 기특해서 주는 것이니 그 돈으로 요기나 하거라.”

“아닙니다. 이유 없는 동정은 받을 수가 없습니다.”


소년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땅바닥이 흩어져 있는 동전을 모아 선비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러냐? 제법 강단이 있는 놈이구나. 그래 열심히 눈으로 익혀 보아라. 다음에 또 보자.”


선비는 재미있는 아이를 발견 했다는 듯 빙글 웃음을 지으며 소년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더니 주루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의 눈 속에는 무언가 생각하는 빛이 가득 담겨있었다.


어느새 해는 저물어 사방에 어두움이 깔렸다. 소년은 저 멀리 어귀를 바라보더니 먼지를 툴툴 털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중얼거렸다.


“오늘도 나타나지 않는구나!”


누군가를 기다렸던가? 얼굴에 아쉬움을 가득 했다. 그리곤 힘없이 발길을 돌리는 그의 손에는 푸른빛이 도는 옥패(玉佩)가 쥐어져 있었다.


달포 전,

그날도 소년은 제대로 먹은 것이 없어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화영루를 찾았다. 하지만 밥을 얻기는커녕 문전박대도 그런 박대는 없었다.

그런 와중에,

행여 드나드는 손님께 방해될세라 밀리고 걷어차여 힘없이 땅바닥에 꼬꾸라진 소년의 앞에 무언가 살며시 놓여졌다.

동시에,

넘어져 뒹구는 소년을 키득거리며 지켜보던 군중들이 우르르 뒤로 물러난 자리에 분홍빛이 맴도는 화려한 옷의 소녀가 소년을 내려다보고, 그 소녀의 곁에는 근엄한 얼굴을 한 무사 몇 명이 호위를 하고 있었다.


‘헉! 선녀다!’


열 살쯤은 되어 보이는가? 호위무사의 경호까지 받는다면 지체 높은 소녀가 분명하다. 초승달을 그려놓은 듯한 아미(蛾眉)에 살며시 웃음 짓는 미소까지 신비해 보이는 그 소녀의 모습은 진정 학처럼 고아했다.


“얘, 배고프면 그것으로 먹고 싶은 것 사먹어”


옷 춤에 달고 다니는 노리게, 제법 값이 나갈 것 같은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옥패였다. 눈 아래 놓인 옥패를 내려다보던 소년의 눈빛이 올차게 변했다.


‘할아버님께서 어떠한 경우에도 무상(無償)의 동정은 없다 하셨다.’


소년의 표정은 무심했다. 그리고 옥 노리개를 집어, 때 국물이 줄줄 흐르는 손을 소녀 앞에 쑤욱 내밀었다.


“난 거지가 아니야. 이딴 거 내게는 필요 없으니 도로 가져가!”


그렇게 옥패를 돌려주려 손을 내미는 것과 동시에,


“이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버릇없이 입을 놀리느냐!”


소녀를 경호하던 호위무사중 하나가 번개같이 앞으로 나서며 억센 손바닥으로 소년을 뒤로 밀쳤다. 그를 막아선 무인의 행위는 분명 소녀를 보호하려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옥패를 돌려주려 한 일이 핍박을 받아야 할 일이던가? 아무런 잘못 없이 애먼 일을 당했다 생각한 소년이 치미는 화를 누르며 무언가 한마디를 하려던 그때, 소녀의 옥 같은 음성이 귓전을 울렸다.


“그만. 그냥 두세요.”


어린 목소리가 단호하면서도 자애로웠다.


“마마, 어찌 이런 거지아이까지도 마음에 두려 하십니까? 저따위 인간들은 가까이 하면 마마의 위엄이 손상됩니다!”


소녀의 마음과는 달리 호위무인의 말은 거칠었다.


‘이, 이런. 저 호위 무사들은 나를 상종 못할 사람인 것처럼 말한다. 내 비록 꼴이 이렇다고는 하나 그건 아니지!’


고개를 들어 당당히 한마디 하려는 순간, 그들은 소년에게 그런 여유조차 주지 않고 벌써 등을 돌려 갈 길을 재촉했다.


‘감히 나를 무시하다니! 다음에 다시 저들을 만나면 아무리 힘없는 백성이라도 함부로 핍박해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일러주어야겠다. 그리고 이 옥패(玉佩)도 당연히 돌려주어야만 한다.’


소년은 동냥하듯 던져준 그 옥패를 돌려주기 위해, 그날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화영루 앞을 지키며 소녀를 기다렸던 것이다.


잠시 그때의 기억을 더듬던 소년이 내일 또다시 기다리라 다짐하며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저쪽 굽이도는 해거름의 길모퉁이에서 풍악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며, 사방에 등불을 밝힌 화려한 마차의 행렬이 나타났다. 그와 때맞추어 지나던 군중들은 부산스럽게 관도의 양쪽으로 물러서며 모두 땅바닥에 꿇어앉아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소년의 귀에 낮 익은 목소리가 조용히 들렸다.


“ 놈아, 따라오너라. 황제의 용안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다.”


조금 전의 그 선비였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소년의 팔을 끌어당긴 선비는 부복해있는 군중들 틈사이로 끼어들었다.


“황제의 용안이라니요. 그럼 저 마차에 황제가 타고 계시단 말입니까?”

“그렇다. 황제의 어가(御駕)다. 마침 황제가 어가에 오르지 않고 말위에 앉아 행진을 하니 용안을 친견할 더 없는 기회다.”


사방에 온통 불을 밝힌 그 화려한 마차는 황제가 이곳의 명승지 주선진 아래의 한림학사원(翰林學士院)을 찾아 학사들을 독려한 후 돌아오는 환궁행렬이었다.


얼떨결에 이끌려 나온 소년의 눈앞으로 어가의 행렬이 줄이어 지나갔다. 그 맨 앞에 황금빛 용포를 걸치고, 어마(御馬)위에 앉아 웃음 가득한 표정을 짓는 황제의 뒤를 고관대작들이 종종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그들의 표정은 힘들고 지쳐 겨우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푸훗! 저 황제라는 사람, 따르는 신하들은 저리도 힘겨워 하건만 혼자만 즐거운 표정이구나!”


아침부터 저녁 해가 질 때까지 황제의 주변을 따랐기에 몸은 지치고 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키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저들의 표정이 한심스러워 웃음을 참고 바라보던 바로 그때, 소년의 눈앞을 지나는 마차의 조그만 창이 스르르 열리며 어린 소녀가 바깥의 광경이 궁금하다는 듯 머리를 내밀었다.


“엇! 저 아이다. 저 계집애, 잘 만났다!”


엎드려 눈만 치뜨고 행렬을 바라보던 소년은 앞뒤 살필 겨를 없이 마차를 향해 뛰어 나갔다.


“어어어··· 얘야. 안 된다!”


허락도 없이 어가의 행렬에 뛰어든, 무모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호위무사들이 그냥둘리 만무했다. 붙잡을 틈도 없이 마차를 향해 달리는 그를 보며 함께 구경하던 선비는 이제 저 아이의 목숨은 남아나지 않겠구나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우르르 달려 나오는 호위들의 틈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순식간에 마차 옆까지 다가간 소년이 열린 창을 올려다보며 손을 불쑥 내밀었다. 그의 손에는 예의 그 옥패가 들려 있었다.


“자. 여기 있다. 너를 만나면 이걸 돌려주려고 오랫동안 기다렸다.”

“어머 너는···. 넌 그때 그 아이가 아니냐? 깜짝 놀랐잖아. 푸후훗··· 그 건 네게 준 거니 돌려줄 필요가 없어!”


달려든 소년을 바라본 소녀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소녀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건네는 그 순간,


“이 무엄한 놈, 비켜랏!”


벼락 치는 소리와 동시에 소년의 몸이 하늘높이 부웅 떠올랐다가 땅바닥으로 내려 꽂혔다. 어느새 달려온 검은 옷의 호위무사들이 소년을 막아서며 손을 들어 휘 갈긴 것이다. 호위무사의 시끄러운 고함소리에 어가의 긴 행렬은 졸지에 멈추어서고, 멀리 앞쪽 어마(御馬)위에 올라앉은 황제도 천천히 용안을 뒤로 돌려 그 소란을 지켜보았다.


“이놈! 감히 황제의 어가에 뛰어 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바닥에 쳐 박혀 뒹구는 소년에게 다가가 다시 발길질을 하던 호위무사가 그의 목덜미를 잡아 무릎을 꿇린 후 소녀를 돌아보았다.


“이놈이 버릇없이 공주마마를 놀라게 했습니다. 미연에 방지를 못한 점 용서하십시오.”


소년의 귀에 공주란 소리가 흘러들자, 무릎 꿇린 자세로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소년의 미간이 꿈틀했다. 이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소년은 공주라 불린 소녀를 한번 훑어본 후 눈을 부릅뜨고 호위무사에게 호통을 쳤다.


“네 이놈, 난 마차의 주인을 뵈려한 것 뿐 잘못한 게 없다. 어찌 연유도 알아보지도 않고 내가 어리다 하여 손찌검부터 하느냐!”


길가에 엎드려 숨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군중들의 마음에 서늘한 한기가 스쳤다.


‘어이쿠. 어가 앞에서 또다시 고함을 지르다니, 이제 저 아이는 영락없이 죽겠구나!’


싹싹 빌어도 살아남을지 모를 이 판국에 오히려 자리를 밀치고 일어나 큰소리를 쳤다. 모두들 놀라고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이 들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그중에서도 더더욱 마음을 졸이는 사람은 바로 그 선비였다.


‘어허, 이 일을 어쩔꼬. 내가 데리고 나오지만 않았어도 이런 불상사는 벌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어린놈이 하도 기특해 황제의 용안 한번 보여주려다 큰 낭패를 맞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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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가연해후(佳緣邂逅) 3 16.06.01 9,339 64 12쪽
15 가연해후(佳緣邂逅) 2 16.06.01 9,381 65 14쪽
14 第 3 章 가연해후(佳緣邂逅) 1 16.06.01 10,041 71 16쪽
13 무공, 그 새로운 세계 8 16.06.01 9,925 64 16쪽
12 무공, 그 새로운 세계 7 16.06.01 10,081 72 15쪽
11 무공, 그 새로운 세계 6 16.06.01 10,352 71 12쪽
10 무공, 그 새로운 세계 5 16.06.01 10,423 68 12쪽
9 무공, 그 새로운 세계 4 16.06.01 10,878 69 16쪽
8 무공, 그 새로운 세계 3 16.06.01 10,839 83 14쪽
7 무공, 그 새로운 세계 2 16.06.01 11,119 72 11쪽
6 第 2 章 무공, 그 새로운 세계 1 16.06.01 12,000 75 16쪽
5 숙명을 만나다 4 +1 16.05.31 11,589 84 13쪽
4 숙명을 만나다 3 16.05.31 11,644 78 11쪽
3 숙명을 만나다 2 +1 16.05.31 12,603 88 12쪽
» 第 1 章 숙명을 만나다 1 16.05.31 14,696 80 12쪽
1 第 1 部 천궁전설(天宮傳說) : (1券) 序章 예언과 전설 16.05.31 26,358 9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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