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건곤정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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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16.05.3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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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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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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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그 새로운 세계 6

DUMMY

개봉의 관도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자 인적이 드물어졌다. 슬며시 주변을 들러 본 유극관이란 그 인물은 갑자기 땅을 박차고 신형을 솟구쳐 행운유수(行雲流水)처럼 허공을 날았다. 경공을 펼치는 유극관의 몸놀림은 과연 여사치 않아,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보다도 빠른 속도로 서쪽을 향해 비행했다.


“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흐르는 듯한 저 몸놀림, 엄청난 내공을 지니고 있구나! ”


그러나 감탄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유운 역시 몸을 날려 절정의 신법 무영능공비(無影陵空飛)의 경공을 전개해 유극관을 그림자처럼 뒤쫓았다. 그러기를 어느덧 반나절이 지나 이윽고 도착한 낙양에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렸다.

훌쩍 날아내려 잰 발걸음으로 낙양의 동쪽으로 향하던 유극관이 백마사 한 마장 아래에 자리한 호젓한 여숙(旅宿) 낙읍객잔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잠시 상황을 살피던 유운도 뒤를 따랐다. 그곳에는 저녁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유람을 즐기는 제법 많은 길손들이 자리해 향차와 미주를 즐기고 있었다.

객잔 실내의 한쪽 구석, 붐비는 손객들과는 조금 떨어진 조용한 자리에는 이미 서문인걸과 유극관이 마주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서문인걸의 곁에는 녹색 옷을 단정히 입은 보름달처럼 미려한 처녀가 함께 자리했다.


“ 아···! 서문 어르신이다. 그럼 저 낭자는 화령아가씨? ”


서문인걸의 옆에 꼭 붙어 차를 따르는 녹의소저, 십년의 세월이 흘러 어렴풋한 얼굴이기는 하나 이제 완연히 처녀가 된 화령이 분명했다. 십년 만에 보는 얼굴들이 아닌가? 유운의 가슴이 뛰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들의 앞으로 나서려던 유운이 멈칫했다.


‘ 아니지. 이럴 때가 아니지. 아마 그 호위무사도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게야. ’


지금은 한걸음에 달려가 지난날의 회포를 나눌 상황이 아니지 않는가. 우선 그들에게 들키지 않을 자리를 찾아 조용히 몸을 숨기고 귀를 기울이니 유극관과 서문인걸의 대화가 귓속으로 흘러들었다.


“ 서문대형, 우리가 함께 조정에서 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많이 격조했습니다. ”

“ 유위사(衛士), 조정에 잠깐 몸담고 있던 나를 기억하시는 구려. 그때 유위사는 아마 금군(禁軍)에 계셨지요. ”


조정의 일을 들먹이며 회포를 나눈다. 뜻밖의 대화였다.


‘ 어어 저들···,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사이였던가? ’


두 사람이 친밀하게 인사를 나누는 정황이 유운에게 적잖은 호기심을 불러와 더욱 귀를 기울였다.


“ 대형도 잊지 않고 있구려! 지금은 조정의 밀부인 사영대의 수장을 맡고 있소이다. ”

“ 허허···, 말하지 않아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소이다. 그래, 그 무서운 곳의 수장이신 그대가 어인 일로 나를 찾으셨소? ”

“ 대형, 굳이 묻지 않아도 잘 알고계시는 사실이 아니오? ”


이곳 낙양에는 서문인걸의 인품에 반해 많은 무림명숙들과 강호협사들이 서문가에 모여 조정의 잘못을 성토하고 시정의 불만을 토로하며 친분을 나누고 있었다. 서문인걸 또한 자신을 찾아 모여드는 문사와 협인들 어느 누구도 거절을 않고 그들과 각별한 정을 나누며, 자신과 뜻이 통하는 인물들은 한사람 한 사람 특별히 친분을 맺어 인맥을 넓혔다. 이러한 세인들의 결집을 조정의 밀부 사영대가 놓칠 리가 없었다. 해서 서문인걸의 곁에 모여드는 강호인들을 암암리 파악한 유극관은 서문인걸이 분명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때문에 오늘, 그런 서문인걸을 회유해 조정에 협조하도록 만들거나 여의치 않으면 그 힘이 더욱 커지기 전에 세력을 와해시키기 위해 달려온 것이다.


“ 소제가 서문대형을 은밀히 찾은 이유는 대형을 꼭 한번 만나고 싶다 전하라는 어른의 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 그 어른이란 조정의 실권을 몽땅 틀어쥔 조대인을 말하겠구려. 그 사람이 무슨 연유로 날 만나려하오? ”

“ 어른께서 대형의 인품에 걸 맞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하십니다. ”


은근히 높은 관직을 제시해 상대를 끌어들이려는 유극관의 언질이었다.


“ 싫소이다. 이 사람은 스스로 관직을 버렸소이다. 그리고 향리에서 유유자적하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이오. 그러니 다시는 관직에 얽매여 살지를 못하오. 그대도 이런 날 잘 알지 않소이까. ”

“ 허지만 대형. 세상이 대형을 그냥 놓아두지 않을 게요. 소제의 말을 따르는 게 좋을 거외다. ”

“ 후후후···, 협박까지 하신다? 난 언제나 내 하고픈 대로 사는 사람이오. 그냥 조용히 내버려 두시구려. ”

“ 무슨 그런 말씀을. 소제가 대형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협박을 하겠소이까? 다만 대형의 안위가 염려될 뿐이지요. ”


그러더니 의뭉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곁에 있는 처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네가 화령이구나? 그래, 아주 어릴 때 한번 본 적이 있다. ”


두 사람의 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보던 서문화령은 유극관이 갑작스럽게 말을 건네자 순간 긴장하며 되물었다.


“ 예? 어렸을 때의 저를 보셨다고요? ”

“ 오냐. 네가 간난아이였을 때 네 집을 방문을 한 적이 있었지. 흐흠···, 네 아버지의 말과는 달리 그때 스스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쫓겨나다시피 조정을 떠난 게야. 그러니 이제는 네 아버지도 한번 쯤 높은 자리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아야 하지 않겠니? ”

“ ······? ”

“ 아니면 너나 네 아비에게 크나 큰 후회를 불러올 게야. ”


눈가에 웃음을 띠고는 있으나 은근히 으름장을 놓는 유극관의 눈초리는 매서웠다.


‘ 이놈 봐라? 감히 딸 앞에서 지난날을 들먹이며 위협한다? ’


자신을 눈앞에 두고 화령에게까지 수작을 부리는 유극관을 지켜보던 서문인걸의 입에서 호통이 터졌다.


“ 이놈, 내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보이더냐? 어림없다. 다시는 관직을 미끼로 나를 회유하려 들지 말라! ”

“ 크흐흐··· 아직도 기백은 남아있구먼. 허나 끝내 거절을 한다면 대형의 신변조차 위태로워질지도 모를 일, 소제의 말을 들어 목숨을 보존 하시오! ”


갑자기 유극관의 태도가 돌변하며 그의 입에서 소름끼치도록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뭐··· 뭐라! ”


돌변한 유극관의 태도에 화령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벌떡 일어섰다.


“ 나서지 말라. 아직 네 아비와 할 얘기가 남았다. ”


유극관의 어조에 살기가 번득이며 손이 허공을 갈랐다. 그 손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음유한 진기가 흘러나와, 얼굴을 붉히며 일어서려던 화령을 억누르듯 자리에 앉혔다.


“ 어머머··· ”


화령이 그 진기에 맞서며 안간힘을 다해 일어서려 해도 도무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뭔가 잘못 되어가는구나 생각하며 슬며시 검에 손을 가져갔다. 몸을 숨기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유운도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그 순간,


“ 화령아! 경거망동 하지 말고 자리에 앉거라. 푸흐흐흐··· 유극관! 딸아이를 겁박해 내 마음을 돌려보겠다? 이제야 그대의 검은 속셈이 드러나는구먼. 허나 내게는 어떤 감언이나 협박도 소용없으니 공연히 애쓰지 마시게. ”


서문인걸은 오히려 유극관을 비웃으며 느릿한 어조로 쏘아붙였다.


“ 뭐라? 서문 이놈, 아직도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겠느냐? ”


유극관 역시 입가에 조소를 머금으며 두 손을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아니 그저 손을 올려놓는 게 아니라 손바닥을 펴 탁자를 지그시 눌렀다. 그 순간 탁자위에 놓여있던 술잔 속의 술이 부글부글 끓더니 곧이어 술이 모락모락 증기로 변하여 실내에 퍼지기 시작했다. 서문인걸의 부녀 앞에서 자신의 높은 내공을 과시해 기를 꺾으려는 시도였다.


“ 허허허··· 굳이 애를 쓰지 말라고 했건만! ”


그러나 서문인걸역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입가에는 묘한 웃음을 흘리며 눈동자에 안광을 모아 술잔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한손을 들어 머리위로 슬쩍 휘둘렀다.


- 번쩍, 휘이익!


손에서 뻗은 한줄기 푸른 진기가 허공으로 날아, 유극관의 공력에 의해 증기로 변한 술을 순식간에 액체로 되돌려 술잔에 찰랑거리게 만들었다. 또한 잔속에 떨어져 내린 액체는 눈동자에서 발한 안광에 의해 금세 얼음처럼 얼어버렸다. 그 짧은 순간 서문인걸은 소림의 비전내공인 대승무상신공을 시전한 것이다.

잠깐 사이,

술잔을 가운데 두고 내공을 겨루던 유극관은 의외로 고강한 서문인걸의 공력에 당황해 짐짓 헛웃음을 터뜨리며 예의를 차렸다.


“ 허허허··· 과연 서문대형이구려. 오늘은 정성을 다해 대형을 뵈러 온 날이라 이쯤에서 물러나리다. 그러나 다음에 만날 때는 협조를 하든지 목숨을 내놓든지 양단의 결정을 해야 하오. 그 때는 대형의 목숨뿐 아니라 소림의 운명도 좌우될 것이오! ”

“ 뭣, 소림? ”

“ 푸후후훗. 이 사람이 나라의 기밀을 담당하는 사영대의 수장이란 사실을 잊으셨소? 대형이 소림의 속가제자란 사실도 소제는 익히 알고 있소이다. 그럼! ”


그렇게 대담한척 웃음을 보이고는 있으나 서문인걸에게서 뿜어 나오는 예기가 보통은 아니었다. 더 이상 이 자리에 머물었다가는 어쩌면 자신이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느낀 유극관은 말을 끝내자 순식간에 열린 창문을 향해 신형을 날려 허공 저쪽으로 까마득히 사라졌다.


“ 호호호··· 아버님! 저 사람이 아버님의 공력을 견디지 못하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쳤습니다. 별것도 아닌 주제에··· 호호호호. ”


두 사람의 내공 겨룸을 긴장 속에 지켜보던 화령의 눈에는 유극관이 서문인걸의 공력을 견디지 못하고 도주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 쯧쯧. 철없는 것이! ”


대단한 아버지라 자랑스럽게 여기며 생글생글 웃음을 띠는 화령의 말에 혀를 끌끌 차는 서문인걸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 놈의 진기에 의해 나의 내력이 흔들렸다. 과연 대단한 내공을 지녔구나. 저놈 혼자의 무공이 저러할 진데 휘하의 사영대가 한꺼번에 닥친다면? ”


잠시 생각에 젖었던 서문인걸이 자신의 의중은 내색 않고 입을 열었다.


“ 화령아, 개봉으로 가자. 연환서숙(捐幻書塾)에 가서 강호의 민심을 들어보아야겠다. ”

“ 예, 연환서숙에 가시려고요? 그럼 아버님, 지금 당장 떠날 준비를 하겠습니다. ”

“ 지금 당장? 이 밤중에 말이냐? 그리도 급하더냐? ”


갑자기 들뜬 표정이다. 그런 화령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서문인걸이 싱긋 웃었다.


“ 예, 아버님. 유극관이란 저 사람이 아버님을 찾은 것만으로도 예삿일이 아닙니다. 한시라도 빨리 만나서 개봉의 분위기를 살펴보아야지요. 소녀가 호위를 하겠습니다. ”

“ 네가 아비를 호위 하겠다? 후후후··· 서숙의 공자를 만나고 싶다는 말이겠지. 허나 남의 집을 한밤중에 방문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

“ 그래도 아버님···. ”

“ 어허 이놈. 어서 집으로 가자.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게야. ”


그곳의 공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가? 서숙의 학동들을 보살핀다는 명분을 삼아 가끔씩 개봉의 연환서숙에 들리곤 했던 화령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 연환서숙? 그곳은 무얼 하는 곳인가? ’


서문인걸과 화령이 낙읍객잔을 나와 서문가로 걸음을 옮기자 자리를 옮기자 그들을 뒤를 바라보던 유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강호에 발걸음을 하자마자 이상한 일이 겹친다. 화영루에서 겪은 일도 의외건만 서문어르신도 예전과는 어딘가 다르다. 좀 더 지켜본 후 만나 뵈어야겠구나. ’


화영루도 살기가 가득했다. 그런데 그토록 인자해 보이던 서문인걸까지 그의 눈 속에 무언지 모를 안광이 번득였다. 십년 세월의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려 했던 유운의 마음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리고 또 하나,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등장한 연환서숙이란 말을 듣는 순간 유운의 마음속에는 걷잡을 수 없는 충동이 일었다.


‘ 내 감정이 왜 이리도 북받치는가? ’


유운의 뇌리에 의문으로 떠오르는 연환서숙(捐幻書塾), 마치 그곳은 오랜 옛날부터 알았던 곳 인양 가슴이 저도 모르게 두근거린 것이다. 도무지 알 수없는 울렁거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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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가연해후(佳緣邂逅) 5 16.06.01 9,049 61 16쪽
17 가연해후(佳緣邂逅) 4 +1 16.06.01 9,169 70 16쪽
16 가연해후(佳緣邂逅) 3 16.06.01 9,339 64 12쪽
15 가연해후(佳緣邂逅) 2 16.06.01 9,381 65 14쪽
14 第 3 章 가연해후(佳緣邂逅) 1 16.06.01 10,041 71 16쪽
13 무공, 그 새로운 세계 8 16.06.01 9,925 64 16쪽
12 무공, 그 새로운 세계 7 16.06.01 10,081 72 15쪽
» 무공, 그 새로운 세계 6 16.06.01 10,353 71 12쪽
10 무공, 그 새로운 세계 5 16.06.01 10,423 68 12쪽
9 무공, 그 새로운 세계 4 16.06.01 10,878 69 16쪽
8 무공, 그 새로운 세계 3 16.06.01 10,839 83 14쪽
7 무공, 그 새로운 세계 2 16.06.01 11,119 72 11쪽
6 第 2 章 무공, 그 새로운 세계 1 16.06.01 12,000 75 16쪽
5 숙명을 만나다 4 +1 16.05.31 11,589 84 13쪽
4 숙명을 만나다 3 16.05.31 11,644 78 11쪽
3 숙명을 만나다 2 +1 16.05.31 12,603 88 12쪽
2 第 1 章 숙명을 만나다 1 16.05.31 14,696 80 12쪽
1 第 1 部 천궁전설(天宮傳說) : (1券) 序章 예언과 전설 16.05.31 26,358 9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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