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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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최근연재일 :
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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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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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새로운 친구 3

DUMMY


내가 이해한 그대로 묻자 사신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 이해가 빠르군! 우리는 또 다른 인종일 뿐이야. 우리 중 일부는 다른 ‘존재’들의 혈액을 구해 마시기도 하지. 말했다시피 영양흡수를 위해서야.

단지 최초의 흡혈족과 인간이 만났을 때 굶주렸던 그자가 양해도 구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영양을 흡수하기 위해 인간의 몸에서 바로 혈액을 마셨지. 너무 놀란 인간은 심장마비로 즉사해버려서 한동안 흡혈귀와 혼동되기도 했었어. 여하튼 흡혈족의 이는 특이한 구조를 지니고 있거든.”



양해라니, 뭐 최면을 건다거나 하는 건가? 흡혈귀와의 차이가 뭐지? 아, 낮에 다니는 거와 만들어 지는 게 아니라 태어나는 거?



“어··· 음. 흡혈귀의 전설이 있는 곳은 많은데요. 흡혈족은 좀 낯서네요.”



혈액이 기호식품이라니! 색다른 정보이기는 했다.


‘지금 특별식이 땡기거나 하는 건 아니죠?’


난 그 말을 간신히 삼키고 눈앞에 있는 인간의 피가 맛있어 보이질 않길 바라며 최대한 공손하게 물었다. 그가 들고 있는 녹차 캔에 희망을 걸고 말이다.



“낯설겠지. 우리는 그대들이 말하는 ‘존재’에 속해. 내 직업은 사신이고 사신자격증을 딴 지는 꽤 됐어. 신동 났다고 한동안 난리였으니. 난 자네의 목숨을 담당하고 있고 자네친구 리큐르드도 내 담당이야. 리큐르드와 난 이미 친구로 지내고 있으니 자네도 편하게 생각하라 구.”



‘존재’들은 모두 자기 자랑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신동 났다고? 기차를 타고 휴가를 즐기는 젊은 사신이라.


다행인 것은 흡혈에 대한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내 피는 신동 출신 사신에게 그다지 구미가 안 당기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드본산 씨? 어디 출신인 거죠?”



“나? 인간들이 말하는 마계. 다른 말로는 다른 ‘차원’이지.”



어쨌든 놀라운 일이었다. 이자의 존재자체도 그렇고 리큐르드와도 벌써 아는 사이라니 말이었다.



“그럼 이 곳에는 어쩐 일로 왔죠? 단순히 놀러 나온 거 같지는 않은데요.”



“놀러 나온 거 맞아. 난 지금 휴가 중이니까. 휴가 중에는 다른 사신들이 업무를 대신해주는데 보통 아르바이트생들이야. 걔네들도 자격증은 있으니까 불법은 아니지.”



그가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블랜 본 드본산이라는 사신은 이 말을 선두로 여러 이상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신이란 것은 자격증이 필요한 전문직이며 여러 ‘존재’들이 그 걸 직업으로 가지고 있다. 간혹 자격증만 가진 자도 있긴 하다.

각자 매일의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자신이 담당하는 자들이 죽는 시간대 역시 일정하다.


물론 근무시간은 주기에 따라 교대로 바뀐다. 여러 비리에 연루 되 자격을 박탈당하면 사신으로서의 능력도 모두 잃는다.

일부 존재들에게 ‘공간’이 있다면 사신에게는 ‘영역’이 있고 그 두 가지에는 차이가 있다.


‘공간’의 경우 우연이든 강제로든(침입자가 더 강할 경우) 들어갈 수가 있지만 사신들이 가진 ‘영역’은 초대받지 못한 자는 절대로 들어올 수가 없다.

자신의 출신(존재의 종류?)에 따라 영역과 공간을 모두 가진 자도 있다. 사신 중에는 자신이 수명을 담당하는 능력자들과 교류하는 자들이 간혹 있다.


블랜 역시 리큐르드 뿐 아니라 몇몇 샤먼들과 교류를 하고 있었고 내 능력이 완전히 깨어난 것 같기에 내 앞에 나타났다···.


내가 탄 고속열차 바다 호는 목적지인 메나까지 가는데 꼬박 네 시간이 걸린다.

중간 중간 있는 경유지에서 잠시 멈추는 것을 포함한 시간이 그랬다. 시간도 점심때가 다 되었고, 아침을 안 먹은 탓에 두 세 개의 역을 지나자 배에서 신호가 왔다. 민망한 소리가 더 나기 전에 배를 채워야만 했다.



“저기··· 점심때가 다 됐는데, 괜찮다면 같이 식사라도 하지 않을래요?”



“아, 물론 좋은 생각이야. 나도 배고픈 참이었으니까.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말은 놓으라구. 괜히 서먹한 감정 만들 필요는 없잖아.”



“그러···지.”



낯선 장소에서 처음 보는 이와 친구가 된다는 건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특히 어른이 된 이후라면 더욱 더.


식당 칸은 우리가 탄 객차보다 앞 쪽에 있었다. 식당 차량의 문을 열자 맛있는 냄새가 확 풍겨 나왔다.


경치를 즐길 수 있게 차량에는 큰 창문이 있었고,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상아색 커튼이 양 옆에 메여 있었다.

자리는 반 정도 남아 있었고 우리는 해가 들지 않는 쪽의 자리에 가 앉았다. 그늘진 부분이라 커튼을 걷은 채 밖을 내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테이블에 비치된 메뉴판을 집어들 때 기차의 속력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힐끗 눈을 돌리자 창 밖에 녹색으로 뒤덮인 야트막한 언덕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언덕지대는 꽤 넓어 보였고, 경사가 많아 당분간 느리게 운행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다시 관심사인 메뉴판으로 돌아가 오늘의 식단(아마 몇 달은 똑 같을 것으로 짐작되는)을 펼치자 5가지의 메인메뉴가 나타났다.

양식 농어 찜과 바다가재요리, 송아지 안심 구이, 양의 넓적다리 구이와 통오리 요리가 가니쉬와 함께 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생선이나 갑각류 따위의 해산물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열차안의 음식은 싱싱할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송아지 구이를, 날개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블랜은 통오리 요리를 선택했다. 주문을 받고 나서 승무원이 적포도주와 빵을 가져왔다.



“난 양이 많은 게 좋아. 열차음식도 오랜만에 먹어 보는군.”



승무원이 마개를 딴 포도주를 각자의 잔에 따라주는 동안 블랜이 말을 하며 식전 빵을 뜯었다. 나 역시 빵을 뜯어 크림치즈를 발라 입에 넣으며 승무원이 주는 포도주를 기다렸다.


암청색 병에서 흘러나온 황금색 음료수가 투명한 와인잔속으로 찰랑거리며 들어갔다. 포도주병에 맥주가 들어있었나?

적포도주를 시켰는데?


눈을 깜박이고 다시 바라보니 술은 원래의 붉은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헛것을 본 탓에 맛이 의심스러워 한 모금 마셔보자 그냥 평범한 맛이 났다.


와인을 확인하는 동안 벌써 요리가 나왔다. 반 조리 상태의 음식을 익히거나 혹은 완성된 요리를 데워서 내오는 모양이었다.

하긴 일반 레스토랑이 아니니 테이블 회전이 빠르려면 서빙시간뿐 아니라 조리시간 또한 빨라야 되겠지.


사진안의 고기는 맛있게 보였는데 송아지 요리는 불길할 정도로 향신료 냄새가 강했다. 칼을 대자 예상보다 질긴 것이 더 불안해졌다.



“이게 미디엄이라고? 송아지가 아니라 늙은 암소고기 같아.”



예상대로 한 입 먹어보자 껌 같은 질감에 누린내도 섞여 났다.



“이런, 잡내도 나네. 거세 안한 황소인가 봐. 늙어서 도축한 소.”



배가 고파서 먹는다. 내가 불평을 하면서 고기를 전투적으로 썰자 블랜이 픽하고 웃었다.

직업 탓에 음침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의외로 블랜은 목소리가 매력적인 편이었다. 거기다 저런 표정으로 피식거리다니, 여자 여럿 홀리겠어.

누님은 출가했고, 여동생이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내 오리는 상태가 좋아 보이는데?”



블랜이 웃음을 멈추고 노릇하게 잘 익은 자신의 통오리 요리를 반으로 갈랐다. 살이 붙은 뼈 근처에서 분홍색 살과 덜 익은 피가 나왔다.



“이런! 제대로 안 익었잖아!”



“뜨거운 피는 좋아하지 않나 보지?”



그는 아까 따뜻한 새의 피를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었다. 신선하고 상큼해서 첫맛은 향기롭고, 중간 맛은 달며 끝 맛은 여운이 남는데다 따뜻해서 목 넘김이 좋다고 말이다.



“열이 닿았던 피는 맛이 없어! 비려지거든. 거기다 이 색은 냉동 고기였던 게 분명해.”



블랜이 툴툴거리며 고기를 발라냈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더니 옛 말이 틀린 것이 없었다.

500년도 넘게 산 자가 음식을 가리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가격이 비싼 편도 아니고 고급 서비스를 하는 레스토랑도 아니기에 우리는 그냥 먹기로 했다. 사실 난 배가 많이 고파서 그런 사소한 점은 넘어갈 수 있었다.


열차는 계속해서 조금씩 덜컹거렸다. 급커브가 있으면 옆으로 흔들릴 수 있으니 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현재 기차는 낮은 언덕이 많은 지대를 가끔은 커브도 돌며 달리고 있었다. 진동을 무시하고 단호박 수프를 뜨는데 수프 색이 녹슨 구리 색으로 보였다.



“상했잖아?!”



분명 아까는 노르스름하게 잘 끓여진 색이었는데! 블랜의 수프를 보니 똑같은 단호박 수프임에도 그 것은 황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블랜을 보며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열차가 크게 흔들리더니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엘리베이터가 막 움직일 때 나는 바로 그 느낌이었다.


끼끼기기긱. 우두두둑. 덜컹.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속도로 바닥이 기울어졌다. 해가 비치던 쪽, 그러니까 우리가 있던 반대쪽이 순식간에 아래로 기울었다.



작가의말

 열차에선 전 음료밖에 사 먹은 적 밖엔 없군요. 아, 도시락은 역에서 사서 기차안에서 까 먹은 적이 있습니다. 

 여건만 된다면 며칠 간 하는 열차 여행을 해 보고 싶어요. 


 네, 사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부활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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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라센 - 성년 파티 4 16.07.06 220 1 9쪽
6 사라센 - 성년 파티 3 16.07.05 168 1 10쪽
5 사라센 - 성년 파티 2 16.07.03 174 1 10쪽
4 사라센 - 성년 파티 1 16.07.01 190 0 9쪽
3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 3 16.06.29 215 0 9쪽
2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 2 16.06.28 323 2 9쪽
1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1 16.06.27 57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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