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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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최근연재일 :
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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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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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구역 2

DUMMY

살아있는 채로 늑대에게 뜯겨 먹는 것보단 병에 걸리는 게 나아보였다. 최소한 치료제에 대한 희망이라도 있지, 잘린 팔다리는 새로 돋아나지 않으니까.



“아우우우∼”



숲 속에서 번뜩이는 빛이 보였다. 두 개, 네 개 ··· 사냥을 준비 중인 육식동물의 시퍼런 눈빛이.



“카난, 길안내 해줘. 그린그랑으로 가자!”



“으아악! 늑대 눈이 보여!”



길은 여러 개지만, 답은 하나였다.


내가 외쳤고 산드라는 시동을 걸었으며, 올랜도는 비명을 지르고 카난은 방향을 지시했다. 현지인만 알 법한 작은 길이 수풀 사이에 가려져 있었다.



“계속 온다! 수풀이 흔들려! 와, 사기다. 어째 늑대가 곰만 하냐! 혹시 곰 아니야?”



“곰? 늑대가 아니야?”



올랜도가 비명 같은 소리를 계속 냈다.



“좀 조용히 해!”



뒷자석에 앉은 게 죄라면 죄였고, 대충 구겨져 탔던 난 뒤를 보기 좋은 자세여서 실시간 중계를 했다. 그나마 오프로드 용 짚이어서 지붕이 있는 게 위안이 되었다.

힘든 건 올랜도가 옆에서 소리 지르는 것이었고 멀이다.


텅. 끼이익. 빠직.



“아우∼”



늑대 한 마리가 펄쩍 뛰어 뒷범퍼를 짚었다가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옆으로 튼 차에 발톱으로 긁는 소리는 내며 늑대가 옆으로 떨어졌다.



“늑대가 날았어! 우린 큰일 났어! 으아악.”



올랜도가 크게 소리쳤다.



“아니야, 뛴 거야.”



난 올랜도의 입을 막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소리쳤다. 끼긱거리는 소리가 한 번 더 들려 나도 목소리가 떨렸다.



“아르르르.”



“우우우.”



신나게 차를 뒤따르던 발자국 소리가 잦아들면서 늑대들끼리 대화하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중저음이라 공기를 울리는 무시무시한 소리는 잠시 뒤 불곰만한 대장 놈의 하울링 소리를 끝으로 들리지 않게 되었다. 바로 앞에 불빛을 밝힌 소도시가 나타났다.


차가 덜컹거리며 도시입구로 들어섰다.



“다행이다. 불빛을 보고 물러났다 봐.”



“여기 늑대들은 도시 불빛이 보아면 더 이상 안 들어 와.”



“이제, 늑대가 없는 거 맞지?”



차안의 대화엔 상관없이 길거리엔 마스트를 쓴 사람들이 종종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외곽지역이라 그런지 조심하는 분위기였지만 우리 차를 흘낏 보고 지나가는 게 다였다.

약간 안심이 되면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그린그랑은 이름에 걸맞게 나무가 가득한 도시였다.

‘챠보 산맥의 고향들’이라는 특집기사에 소개됐던 3개의 소도시 중 하나로 도시 구석구석을 흐르는 실개울이 많아 초록 풀과 예쁜 꽃도 많은 곳이었다.


또 이곳은 챠보산맥의 웅쉐고개와 가장 가까운 도시라 몇 대를 이어 내려오는 전문 민박집도 많았다. 한 쪽으로는 웅장한 산맥이, 다른 쪽으로는 평야가 보이는 예쁜 경치 덕에 가끔 잡지나 광고에도 나오는 곳이었다.



“여기서 우회전 하면 그린그랑 가장 바깥지역인 그린브룩이야. 내 고향마을이기도 해.”



에너지가 거의 떨어져 멈출 듯한 차가 그린브룩이라 적힌 마을의 이정표를 지나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엔 위풍당당한 자세로 가지가 넓게 펴진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측백나무? 향나무?

몇 백 살은 먹어 보이는 나무 아래에는 돌기둥에 기와지붕을 이고 두레박을 매단 우물까지 있었다.



“마을 수호목이야?”



“그런 셈이지. 처음 이 마을을 세운 사람이 심었다고 전해져.”



해가 떨어졌다. 마지막 햇살이 비웃음을 지으며 사라졌다.

마을 너머로 보이는 산 그림자에서부터 빠른 속도로 밤이 몰려왔다.


희미한 전조등을 켠 차는 마을 입구를 지나 계속해서 들어갔다. 곧 초록의 나무와 풀이 가득한 길가에 카스테라를 연상시키는 집이 늘어선 도로가 나타났다.


졸졸졸.

어디선가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도 들렸다. 집집마다 있는 정원과 근방을 흐르는 개울.


가로등이 군데군데 켜져 있지만 왠지 모르게 나른해 보였다. 시간이 몇 년은 정지한 듯해 보이는 모습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그리운 고향냄새야.”



“너, 바니아에 도착할 때도 그 말했었어.”



“···그리운 집 냄새.”



“그린브룩 전체가 너희 집이냐?”



“상점이나 전기충전소가 어딜까? 그런데 생각보다 더 조용하다.”



시가지와 달리 마을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아무리 저녁식사시간이라지만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니. 생각보다 질병에 대한 공포가 큰 모양이었다.


아니, 사람이 있기는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내 눈에 드문드문 사람이 보였다.

돌을 깐 보도를 따라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는 허리가 꼬부라진 노인, 낮은 울타리가 있는 작은 정원의 의자에 뒷모습만 보이며 앉아 있는 백발노인들, 식료품 가게 문이 힘없이 열리며 종이봉투를 들고 나오는 생기 없는 어린이 두 명.


그런데다 한여름인데도 풀벌레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축축한 공기는 무겁게 가라 앉아 있었고, 거리와 정원의 나무가 축 늘어져 있었다.

단순히 손질이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가지 채로 기운 없이 늘어져 있었다.


비가 안 왔는가? 그래도 개울이 이렇게나 많은데, 물이 부족할 리가?

반대편 도로에도 힘없이 걷는 사람이 보였다. 다른 노인들이, 백발노인들이.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마을전체에 생기가 없었다. 사람도, 담벼락의 길고양이도. 모든 것이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게 도무지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린브룩이 실버타운이니?”



“무슨 말이야? 그냥 보통마을··· 어? 차 좀 세워줘!”



반 농담 반 진담으로 물어 본 나에게 대꾸를 하던 카난이 급히 산드라에게 말했다.


왜 그러지?

우리가 눈짓을 주고받는데 카난이 차에서 바로 내리더니 지팡이를 짚고 우리 옆을 지나가는 한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위그랑 아주머니?”



레이스 장식이 붙은 외출복을 입은 할머니가 멈춰섰다.

머리가 허연 노인이 입기에는 감각도 사이즈도 전혀 맞지 않는 옷이었다. 아주머니라는 말을 들은 할머니는 떨리는 고개를 들어 카난을 봤다.



“카난이니?”



“어떻게 된 거예요? 몇 달 만에 이렇게 느···변하시다니요? 무슨 일 있었나요?”



당혹감을 그대로 드러낸 기묘한 표정과 멈칫 했던 말투.

소문이 맞았다! 늙었냐는 말이 나오려고 했던 게 분명했다.



“카난이 맞구나. 오랜만이네. 일은 뭐. 글쎄, 요즘 자꾸 힘이 빠지더구나. 뼈마디도 쑤시고 팔다리도 저리고. 좀 나이 들어 보이지? 집에는 가봤니?”



“아니요. ···가 봐야지요.”



“그래? 그럼 가보렴.”

예의바르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 카난이 다시 뒤쪽의 우리에게로 왔다. 여전히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민박집 아줌만데 저렇게 나이가 많지 않았어. 와 그사이에 완전 할머니가 됐냐? 저 옷이 아니었음 못 알아봤을 거야. 잠시 우리 집에 들러도 될까? 근처야.”



“···그러자.”



몇 분 동안 거리를 지나는 내내 카난은 차를 세우고, 이쪽저쪽을 뛰어다녔다.

그때마다 몇몇 노인들과 인사하고 이야기를 하며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일부 노인은 카난을 보고 먼저 아는 척 하기도 했었고, 우리도 덩달아 인사했다.


카난의 얼굴이 점점 더 복잡해졌다.



“이상해. 스미스 부부는 저렇게 나이 들지 않았었는데.”



“루맨스 씨의 얼굴에 저 정도의 주름살은 없었는데···.”



“멜리사 여사는 살집이 더 있었는데···.”



“욘은 나보다 겨우 2살 많은데 20살은 들어 보이냐?”



카난의 말을 종합해보면 중장년층이 사라지고 갑작스레 많은 노인들이 생겨났다.


거기다 우리 또래의 젊은이는 중년이 되었다. 뛰어 놀아야 할 어린이들은 길가에서 활기 없이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시들어버린 눈을 가진 유모차 속의 아기는 불쌍하게도 쪼그라져 있었다. 어제 상당량의 비가 왔다는데도 눈길 닿는 곳의 나무와 꽃은 모두 시들시들했다.


마을에서 생명력이 빠져나간 듯 했다.

무언가 잘못됐다.

여기도 전염병이 들어왔다! 우리도 감염됐으면 어쩌지?

불안한 생각이 우리 마음속에서부터 번졌다.


투르르. 턱.

때마침 차도 멈춰버렸다. 어쩔 수 없었다. 근처에 있다는 카난의 집에 갈 수 밖에.


침묵으로 포장된 공포가 우리를 감쌀 때 쯤 말라버린 잔디와 정원수 사이에 노란 벽돌로 만든 카난의 저택이 나타났다.

윤기 잃은 나무와 시들은 꽃 사이에 관리 안 된 유리 온실이 한 켠에 있었다.



“엄마, 나 왔어.”



현관문을 열어 집에 들어서자 말자 큰소리로 외치는 카난의 목소리에 우린 얼어붙고 말았다.

‘엄마 = 유아어’의 공식이 성립하는 칸다르디야에서 이제 다 큰 청년이 저런 말을 하다니!


특히 산드라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역시 막내라 다르긴 다른가 보다.”



“그래? 나도 막내지만 어머님이라는 말을 쓰는데. 산드라, 얼굴에 주름 생겨.”



올랜도와 내가 나지막이 이야기하며 산드라에게 신호를 줬다.


작가의말

오랜만에 해운대에 갔습니다. 여름 해운대는 몹쓸(?) 장소더군요. 덥고 사람 많고...

해운대는 해수욕장 닫으면 가는 걸로. 뭐 겨울에 가도 바람에 모래 날림 괴롭습니다....

그래도 호텔야외 바베큐는 참 맛있어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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