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연재수 :
226 회
조회수 :
587,378
추천수 :
10,871
글자수 :
1,513,856

작성
13.03.08 15:01
조회
6,473
추천
212
글자
9쪽

3. 매칭 (11)

DUMMY

비록 두 사람을 상대한 뒤였지만 내 체력은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의 긴장감을 통해 상태를 최고조로 이끌어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내게 최선을 다한 진 두 사람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나는 포션 따위에 의존할 생각이 없었기에 체력안배에 중심을 두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마지막 상대인 라크 볼마르그와 마주섰다. 라크는 여전히 오만한 태도 일색이었다.

“야, 솔직히 난 이기고 지는 건 상관없거든?”

라크가 갑자기 입을 연다. 나는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루한 태도로 창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 적당히 져 줄 테니까 대충 싸우다 내려가라. 난 너 따위와 오래 싸울 생각이 없거든?”오만도 유분수지 저 따위 헛소리를 들으니 속에서 열불이 나는 것 같다. 져 준다고? 내게는 실력을 발휘할 가치를 못 느낀다는 소리다. 에럴드는 라크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어 보라고 했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내 노력과 좌절을 저렇게 무시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화가 났으니까.

두말할 것도 없이 나는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검명비산이라는 강맹한 일격에 라크가 흠칫 놀란다. 그리고는 창이라기보다는 봉에 가까운 연습용 창을 휘둘러 검격을 막아낸다. 검로는 단순했지만 그 안에 숨겨진 힘은 만만치 않아 검이 창대에 부딪치자 어마어마한 소리가 넓은 공동을 가득 채운다.

“너..... 뭐냐?”

라크가 한층 긴장한 기색으로 묻는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 다시 일격을 날렸다. 아까보다 더욱 강한 공격에 라크가 다급히 창을 들어 공격을 막는다. 이번에도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러나 라크는 의외로 쉽게 일격을 막아냈다. 흔들림 하나 없이 창대를 쥐고 있던 그는 좌우 어깨를 가볍게 돌리며 피식 웃었다.

“오호라, 어째서 나랑 붙었나 했더니 괜찮은 재주가 있었잖아? 그래봤자 형님보단 약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네 녀석과 조금 놀아주지.”

그렇군. 어떻게 가느다란 창대로 검명비산을 막았나 했더니 이런 공격에 익숙한 탓이군. 거창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칼덴에게 익숙하다면 검명비산을 막아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검명비산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검명비산에 이어 검영연파를 구사해 라크의 움직임을 철저히 제한하고 그를 통해 생긴 빈틈에 검명비산을 쏘아냈다.

그러나 과연 드래곤 슬레이어의 아들답게 라크는 지금까지의 상대와는 달랐다. 마치 소렌을 연상시키듯 능수능란하게 공격을 받아내며 오히려 검명비산을 피해 공격을 집어넣는다. 살아있는 뱀처럼 낭창낭창한 창대가 파고드는 것을 간신히 피해내며 나는 새어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건만 라크는 충분히 강했고 그것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쪼개기는.”

어느새 진지하게 대결에 임하고 있는 라크는 차갑게 쏘아붙이고는 창을 이리저리로 가볍게 휘두른다. 그러자 뭉툭한 창날이 독사처럼 매섭게 움직여 사방을 점한다. 어지러운 변화였지만 이 정도라면 스톰브링거만 못하다. 검영연파로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는 공격인 것이다. 오히려 나는 더욱 열심히 몸을 움직여 라크의 동선을 제한했고 재차 일격을 가했다. 물론 라크는 이것도 막아내고는 도리어 화를 냈다.

“아, 진짜 짜증나게 하네!”

라크는 그의 수법이 모조리 차단되는 것에 약이 올랐는지 더욱 변화무쌍하게 창을 휘둘렀다. 그렇게 십여차례 손속을 겨루고 나니 슬슬 지친다. 라크가 가볍게 변화를 이끌어내는 반면 나는 근력으로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이는 검영연파의 성취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당연히 먼저 지치는 쪽은 내 쪽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지친 기색을 내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런 고착상태를 유지할 생각도 없다. 승부수를 던질 때다.

온몸의 기력을 짜내서 나는 검영연파에 따른 검격에 위력을 가미했다. 억지로 강한 공격을 연이어 내뻗는 방식. 잡석을 모아 만든 석탑처럼 사상누각과도 같은 공격이었지만 적어도 라크에게는 먹혀 들어갔다.

라크는 인상을 쓰며 공격을 막아내려 했지만 강맹한 공격이 연달아 밀어닥치는 데에는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 몰아붙이다 라크가 패배를 선언하면 끝이다. 나는 다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윽.”

나는 검을 멈추었다. 상반신이 부서질 듯 욱신거리며 물 먹은 솜처럼 늘어지는 것 같다. 내 몸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내공의 도움 없이 억지로 펼친 검술 탓인지 아니면 지난 두 번의 승부에서 알게 모르게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나는 포션을 마시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는다. 이 정도의 역경을 극복할 때 정말로 성장할 수 있을 테니. 나는 천천히 검을 치켜세우고 라크를 바라보았다.

라크는 내가 갑자기 검을 거둔 것을 봐 준 것이라 여기고 화가 났는지 붉은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혈광이라고 할 만큼 살기등등한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그러기를 잠시, 라크가 돌연 창을 거두면서 등을 돌렸다.

“빌어먹을, 졌다.”

결국 나는 라크에게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뭔가 석연치 않다. 진짜 졌다고 생각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억측이려니? 라크는 내게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았다. 실전까지 치르면서 라스탄트의 하이스쿨에 진학한 이가 고작 변화무쌍한 창술 하나만 믿고 있다고? 턱도 없다. 몬스터의 순발력이나 근력은 나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걸 경험한 이가 고작 이 정도에 물러난다는 건 말도 되지 않았다. 과연 내 생각대로였는지 에럴드가 못 미덥다는 듯 중얼거렸다.

“라크 녀석. 평민하고 싸우는 게 정말로 싫었던 모양이네. 가문의 창술은 하나도 안 썼잖아. 하기야 그건 마나가 필요하니 써 봤자 반칙 때문에 지겠지만.”

역시 그랬군. 라크는 내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물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무시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불쾌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런데 몸은 괜찮아? 갑자기 검을 멈춰서 놀랐잖아. 라크가 그 틈을 노렸으면 큰일날 뻔 했어.”

“결국 이기기는 했지만..... 조금 무리했던 것 같네. 포션 남은 거 있어?”

에럴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내 몫이었던 포션을 건네준다. 그것 중 하나를 마시자 둔한 감각이 회복되며 약간의 통증과 함께 청량감이 상체를 휘감는다. 대단하긴 하군. 푹 쉬고 난 다음처럼 비명을 지르는 근육이 모조리 회복되었다.

“도군.”

소렌이 딱딱한 얼굴로 내 어깨를 두드린다. 슬슬 소렌의 차례인지라 그녀는 수련용 검 세 자루를 차고 있었다. 소렌이 주위를 살피며 이쪽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말한다.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

“음, 쥐가 나서 멈춘 거야 사실은.”

“갑자기 멈춘 것 말고. 설마 매칭 내내 보여준 그런 난잡한 검술이 최선이었다는 거야?”

속이 뜨끔하다. 역시 소렌이 보기에도 억지로 펼쳐낸 그 공격은 무척 허접해 보였나보다. 소렌이 입을 일자로 꾹 다물고 내 눈을 바라본다. 아무리 봐도 신기하기만 한 푸른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소렌이 다시 입을 연다.

“나랑 대련할 때 보인 움직임에 비하면 너무 하찮아. 왜 실력을 감추지? 그때처럼 싸웠다면 저따위 창을 일일이 받아치지 않았어도 되잖아.”

소렌은 천의결의 효용을 말하고 있었다. 확실히 천의결을 운용했다면 라크가 무슨 짓을 하든 나는 그것을 사전에 파악하고 동선을 차단하거나 빈틈을 찌를 수 있겠지.

하지만 천의결은 내게 우연히 주어진 것이다. 온전한 내 힘이라 볼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해서 그것을 봉해 둔 것인데 소렌은 그것을 내게 주어진 재능 같은 것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아냐. 난 최선을 다했어. 정말로.”

“......그렇다면 알았어.”

속모를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소렌은 별다른 말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제길, 언젠가는 밝혀질 일이었잖아.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왠지 내가 약해진 것만 같아서 공연히 화가 치밀었다.

착잡한 마음으로 다른 이들의 매칭을 관전하는 가운데 마침내 오늘의 마지막 매칭이 다가왔다. 소렌과 칼덴의 매칭이 말이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이 글은 원래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수많은 판타지를 읽으며 구상한 글입니다.

그리고 1장부터 3장은 원래 생략하려던 내용이었고요. 하지만 너무 뜬금없이 써나가는 것도 안 좋을 것 같아서 거의 1권 분량의 내용을 먼저 쓰게 되었네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글의 주된 내용은 열등감입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이 승승장구하는 2장이나 3장은 별로 내키지 않게 쓴 것 같네요. 멘탈붕괴가 주된내용인 1장은 꽤 즐겁게 썼고요.

하지만 승승장구는 여기까지. 이제 제목에 걸맞는 내용이 시작될 겁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일연란은 한 권 분량을 다 쓴 다음 들어갈 생각입니다. 성실연재도 못하는 제가 일연란에 갈 자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 작성자
    Lv.67 페퍼맛콜라
    작성일
    13.03.08 15:35
    No. 1

    이제 굇수들을 만나겠군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park77
    작성일
    13.10.01 12:55
    No. 2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GreatBHZ
    작성일
    13.12.29 23:23
    No. 3

    쓰잘데 없는 아집을 다시 태어나도 가지고 있군요 천재에 대한 열등의식이 없는것도 아니면서

    찬성: 3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8 바람통
    작성일
    14.03.04 15:41
    No. 4

    왜 본인것이 아니라고 생각 할까요?
    죽어가며 참오해서 얻었던 가치있는 검결인데...
    혼돈에서 억지로 떠맏겨진게 아님을 알텐데 왜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네요.
    뭐... 작가님의 설정이라면 그런거겠습니다만...
    답답함에 글 남겨봅니다.

    찬성: 4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요개
    작성일
    14.08.19 16:07
    No. 5

    너무 고지식해요 ㅠㅠㅠ

    찬성: 0 | 반대: 2

  • 작성자
    Lv.87 나님만세
    작성일
    14.08.16 21:20
    No. 6

    혼돈을 그렇게 싫어하면서, 거기에 대항할 수단이면 당연히 발전시키고 매달려야될텐데
    무슨 뻘짓인가요?
    남한테 배운 검법은 정당하고 우연히 본인이 얻은건 정당하지 않은건가요?
    별로 절박하지 않군요. 몇번 더 죽어봐야 정신차리려나.

    찬성: 3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요개
    작성일
    14.08.19 16:07
    No. 7

    말만 절박한 척 하는 것 뿐이죠.

    찬성: 0 | 반대: 2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12.10 20:35
    No. 8

    우연히 주어지든 아니든 충분한 무기인 천의경을 안쓰려고 한다니. 진심 주인공 뇌가 아픈가요?포션 안먹은거도 그렇고. 암만 봐도 허세덩어린데. 지금 저따위 여유부릴 시간 없을텐데. 개답답. 호구같은..

    찬성: 3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nferior Struggl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6. 볼마르그의 창은 꺾이지 않는다. (7) +6 13.07.08 3,284 56 16쪽
50 6. 볼마르그의 창은 꺾이지 않는다. (6) +4 13.07.07 3,565 57 15쪽
49 6. 볼마르그의 창은 꺾이지 않는다. (5) +2 13.06.27 2,968 56 14쪽
48 6. 볼마르그의 창은 꺾이지 않는다. (4) +1 13.06.11 3,772 53 10쪽
47 6. 볼마르그의 창은 꺾이지 않는다. (3) +5 13.06.06 4,267 59 20쪽
46 6. 볼마르그의 창은 꺾이지 않는다. (2) +3 13.06.02 3,819 57 10쪽
45 6. 볼마르그의 창은 꺾이지 않는다. (1) +2 13.05.30 4,558 57 13쪽
44 5. 징집 (8) +4 13.05.26 4,241 62 8쪽
43 5. 징집 (7) +2 13.05.25 3,530 55 10쪽
42 5. 징집 (6) +1 13.05.22 3,869 125 13쪽
41 5. 징집 (5) +7 13.05.19 3,969 59 9쪽
40 5. 징집 (4) +3 13.05.12 3,890 62 13쪽
39 5. 징집 (3) +5 13.05.08 4,262 65 12쪽
38 5. 징집 (2) +6 13.04.29 4,226 82 11쪽
37 5. 징집 (1) +4 13.04.26 5,111 142 9쪽
36 4. 한계 (11) +4 13.04.15 4,769 84 17쪽
35 4. 한계 (10) 13.04.15 4,247 68 11쪽
34 4. 한계 (9) +5 13.04.12 4,474 78 18쪽
33 4. 한계 (8) +3 13.04.10 4,339 73 14쪽
32 4. 한계 (7) +4 13.04.10 4,570 80 13쪽
31 4. 한계 (6) +9 13.04.01 4,922 89 14쪽
30 4. 한계 (5) +6 13.04.01 4,688 88 12쪽
29 4. 한계 (4) +3 13.03.27 4,348 100 11쪽
28 4. 한계 (3) +1 13.03.27 4,678 96 16쪽
27 4. 한계 (2) +4 13.03.23 4,985 98 19쪽
26 4. 한계 (1) +3 13.03.18 4,906 105 9쪽
25 3. 매칭 (12) +4 13.03.14 6,380 94 20쪽
» 3. 매칭 (11) +8 13.03.08 6,474 212 9쪽
23 3. 매칭 (10) +4 13.02.27 4,989 108 15쪽
22 3. 매칭 (9) +3 13.02.18 5,215 11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