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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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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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3.03.1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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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 한계 (1)

DUMMY

천의검문에서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는 하늘의 뜻을 의미하는 천의(天意)다. 이 경지에 이르러 하늘에 다다르면(到天) 하늘의 뜻이 곧 자신의 뜻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허무맹랑한 소리였지만 분명 무림 역사에 이 경지에 오른 사람이 있기에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천의로의 과정에는 그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경지가 있다. 그 중 첫 번째 관문이 바로 검의를 터득하는 것이다. 쾌, 변, 강, 유 등의 검의를 깨닫고 연마하는 것이 바로 그 과정인데, 이를 통해 검을 쥔 자로서의 가치관을 다잡고 그 다음에야 천의검문의 진실절기를 배울 수 있다.

사실 검의란 별다른 것이 아니다. 검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내보이고 그것을 깨닫는 것이 검의. 즉, 검의 의미를 체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비루한 자질 탓에 아무런 검의도 터득하지 못했다. 아무리 못해도 수년을 반복하면 누구나 깨우치는 그런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기에 나는 소문주임에도 불구하고 천의검문의 진짜배기 무공을 접하지 못했고 그 덕분에 지금 감히 보법을 창안하는 미친짓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진짜 무공을 창안하는 건 아니다. 세세한 힘의 안배나 내공의 흐름은 천의결로 파악하면 그만인지라, 나는 우선 형을 다잡는 데 힘을 쏟을 뿐이다.

즉, 이건 천의결을 익힌 나만이 운용할 수 있는 저급한 무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은 순탄치 않았다. 다른 누군가의 움직임을 흉내내는 건 전혀 의미가 없다. 내 검에 적합한 형을 잡아야 하는데, 소렌의 검과 보법은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우선 검의 숫자부터 맞지 않으니까.

칼덴에게 패배감을 느낀 그날 이후로 나는 천의결에 가한 금제를 풀어버렸다. 천의결은 뭐든지 해결해주는 만능이 아니었고 그걸 쓰는 나 역시 천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천의결을 믿고 칼덴과 겨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천의결은 그때도 절대적인 직감을 선사해서 칼덴의 움직임을 예측해 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결과적으로 나는 칼덴의 움직임을 봉할 수 없다. 근력이나 순발력에서 한참 뒤쳐져 있으니 내가 검을 휘둘러 봤자 칼덴의 공격 한번을 막는 데 그칠 것이고 나는 내가 패배하리라는 것만 확신하게 될 터다.

말하자면 천의결은 뛰어난 보검처럼 훌륭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내 주제에 그걸 이용하지 않으면서 소렌이나 칼덴을 이기려 드는 건 오히려 더없는 오만이다. 그들은 천의결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나는 매칭이 끝날 때가 돼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과 더불어 그날 하루 종일 보법을 가지고 씨름했지만 결국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했다. 성질이 치솟는 이야기였지만 별 수 있으랴. 나는 그렇게 수련 같지도 않은 수련을 끝냈다.

홀로 내 방으로 돌아가며 싸늘히 식은 소렌의 방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없다. 며칠 전 폰테일 저택에 간다는 말을 끝으로 못 본지 벌써 닷새가 되어간다. 소렌의 움직임에서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었는데 영 일이 안 풀리는군. 이래서야 보법을 완성하는 건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과연 서역에도 보법이란 게 있을까? 서역에서도 보법이라는 것에 대해 연구한 바가 있다면 굳이 폰테일 가문의 것처럼 심오한 것만 찾을 게 아니라 조금 격이 떨어지지만 분석하기 쉬운 것도 있을지 모른다. 애초에 나는 하이스쿨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무공을 연마하기로 했었다. 지금까지 독야청정 스스로의 힘을 믿고 수련에 매진할 작정이었으면 결코 하이스쿨에 몸을 담지 않았겠지.

그런 생각을 한 다음날. 나는 주저 없이 숙소를 나서 낯선 길로 향했다. A반은 지체 높은 가문의 자제들이니 그들만의 방식이 있기에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B반이나 C반으로 가야 조금 격이 떨어지는 배움을 접할 수 있는데 도통 그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대충 수련해왔는지 실감하는 그런 순간이었다.


그렇게 정처 없이 헤매다보니 어느새 나는 A반이 수련하는 널찍한 수련장에 와 있었다. 매칭을 준비할 때 자주 와본 탓인지 아예 방향이 익어버린 모양이다.

매칭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수련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과연 특별한 대우를 받을만한 인재들이다. 나는 개중에는 가장 대화를 자주 나눈 에럴드를 찾아 눈을 굴렸다.

과연 에럴드는 마치 매칭을 준비하는 것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르네가 의외로 진지한 모습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에럴드가 나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든다.

“오, 웬일이야?”

“조금 헤매다 오게 됐어. 그런데 르네가 저렇게 열심히 수련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에럴드가 르네의 자세를 고쳐 주면서 씩 웃었다.

“르네가 매칭이 끝난 다음날부터 날 불러서 수련장에 데려왔다니까. 내색하진 않아도 폰테일 양을 보고 많이 놀랐나봐. 사실 A반 모두가 엄청 놀랐지. 그래서 다들 매칭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나온 거지. 올해 성적도 좋았지만 다음에는 전승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

나뿐만 아니라 저들도 열심히 하고 있었군. 따라잡히기 전에 더 열심히 해야겠어. 그렇게 다짐하며 나는 내가 헤맨 이유를 에럴드에게 설명해주고 B반의 수련장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에럴드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땀이 흥건한 머리를 정돈하며 말했다.

“B반은 지금 매칭 때문에 없어서 가봐야 소용없을 거고. C반은 저쪽 길로 죽 가다가 첫 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돌면 있어. 그런데 걔들 수련장은 왜?”

“으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되나?”

결국 나는 내 숨겨진, 정확히는 날조해낸 가정사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B반의 수업을 참고해서 미처 전수받지 못한 무공을 보충하려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때 이를 듣고 있었는지 르네가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우웅.... 도군 네게 그런 안타까운 일이 있었구나.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정말 미안.”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 사실 나는 아주 많이 이상한 사람이지. 저절로 새어나오는 쓴웃음을 감추려니 에럴드가 손뼉을 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그.... 오리엔트의 수련법이랑 우리 수련법은 다르다고 들었는데. 우리 수련법을 보는 걸로 도움이 되겠어?”

“글세. 하지만 급한 대로 어떻게든 되겠지.”

“그럼 아예 왕립 도서관에 가봐. 큰 도서관이니 오리엔트의 수련법을 연구해 놓은 자료도 있을 거야. 아니, 틀림없이 있어. 오리엔트의 강자들이 우리를 도우러 왔을 때 우리 가문에서도 상당히 많은 연구를 했었거든.”

“무슨 연구를?”

“기본적인 움직임에서부터 마나의 성질 같은 걸 연구했지. 협조적인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몇몇은 적극적으로 연구를 도와줬고 사정이 안 되면 관찰로만으로도 연구를 했었지. 아마 우리 가문의 자료도 도서관에 있을 거야.”

그렇군. 비룡검객의 차분한 얼굴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고 약간 흐릿하게 비룡검객에게서 승리를 거둔 오행진권의 의기양양함이 떠오른다. 그렇다. 서역에 온 건 비룡검객 뿐만이 아니다. 분명 천의검문에서도 꽤 많은 수의 무인을 파견했다고 들었다.

물론 천의검문의 사람이 서역의 수상한 연구에 동참했을 리는 없지만 만약 서역인들이 관찰만로라도 천의검문의 검객을 연구했다면 나는 그 자료를 통해 승천보의 형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운기법이야 천의결를 통해 뽑아내면 그만이고.


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에럴드에게 도서관의 이용법을 묻고 걸음을 서두르려 했다. 그런데 그때 르네가 문득 탄성을 내지르고는 나를 불러 세운다.

“저기, 도군. 폰테일 양은 잘 지내는 거니? 요즘 식당에서도 통 안보여서...”

“저택에 간다고는 했는데 나도 닷새정도 못 봐서 모르겠네.”

“그럼 혹시 폰테일 양을 본다면 이 말을 꼭 전해줘. 르네 겔리든이 꼭 뵙기를 청한다고. 매일 하이스쿨 정문에 겔리든 가문의 시종이 서 있을 테니 그 시종한테 얼굴만 보이시면 알아서 찾아뵙겠다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시종도 꽤 고생이겠군. 소렌이 언제 나타날지 알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걸까. 나는 선선히 그녀의 부탁에 응하고는 바삐 걸음을 옮겼다. 사실 르네의 사정은 뒷전이었고 나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만 머리에 되새기고 있었다. 르네의 부탁이야 나중에 소렌을 보면 떠오를테니 별로 신경쓰고싶지도 않았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제목 짓기가 대단히 어렵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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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7 페퍼맛콜라
    작성일
    13.03.18 22:59
    No. 1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흐응하앙
    작성일
    15.02.20 10:49
    No. 2

    하아...갑자기뜬금없이 보법이나오는건뭔가요 여태껏그럼 가만히서서 검만휘둘럿다는건가요?
    가주의 아들인데 보법하나모르는건가요? 무공을열심이 익혓다고나왓는데 보법은하나도안배웟나보죠? 개연성이없어서 안타깝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요개
    작성일
    15.02.20 17:30
    No. 3

    조언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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