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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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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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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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2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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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4. 한계 (3)

DUMMY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르네의 부탁을 들어주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비룡검객에게서 받은 보법은 정말로 신묘한 이치를 담고 있어서 그걸 수련하느냐고 시간 가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달여가 지나서야 나는 뒤늦게 폰테일 저택에 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무조건 내 잘못만은 아니다. 소렌이 그동안 한 번도 하이스쿨에 나오지 않은 게 더 문제다. 크레베스가 소렌이 없다는 걸 확인할 때마다 나를 포함한 A반 모두가 조금씩 불편해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신분 때문인지 실력 때문인지 소렌이 특별히 주의를 받는 일은 없었지만 이대로는 분명 문제가 있다.

폰테일 저택 주위의 수련장에는 아직도 수많은 검사들이 기량을 갈고닦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힐끗 시선을 주었다가 비룡검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천천히 검을 휘두르고 있는 그는 그야말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수련을 방해할 생각도 없었고 그의 호의도 부담스러워서 나는 딱히 아는 체 하지 않고 곧장 저택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저택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서 있는 하인이 공손히 묻는다. 소렌을 보러 왔다고 말하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이든 하녀에게 말을 전한다. 그러자 하녀는 저택 안으로 종종걸음으로 들어가 버린다. 복잡한 절차로군. 소렌과 함께 왔을 때는 이렇게 불편하지 않았는데.

나이든 하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저택 안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내가 도착한 곳은 소렌의 방이 아닌 폰테일 공작의 집무실 앞이었다. 이런, 생각지도 못했군. 폰테일 저택에 왔으면 폰테일 공작께 먼저 인사를 드리는 게 예의일 터였다. 큰 실수를 저지를 뻔 했군.

“음, 오랜만이지? 안 그래도 네가 할 말이 있었는데 잘 왔어. 이것저것 일이 많아서 널 부를 새가 없었는데 정말 다행이네.”

폰테일 공작은 첫인상 그대로의 경박함과 친근함으로 나를 반겨 주었다. 어째 단순히 인사만 하고 소렌을 만나러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를 인도해주었던 하녀가 커피라는 것을 내오는 것을 보고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저 맛대가리 없는 걸 또 마셔야 하나? 평범한 차를 마시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내 입맛에 맞는 차는 전부 머나먼 동쪽 땅에 있다.

“요즘 한겸 씨에게 뭔가를 배우고 있다며?”

한겸 씨? 낯선 표현에 나는 폰테일 공작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것이 비룡검객의 이름임을 떠올리고서야 뒤늦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폰테일 공작이 딱히 격식 같은 걸 차리는 성격이 아니란 건 알지만 무림의 인물을 별호가 아닌 이름으로 부르는 건 서역에 웬만큼 익숙해진 지금도 꽤나 낯설다. 무림에선 한 핏줄이라든지 지음(知音) 정도의 벗이 아니면 서로 별호나 직위로 부르는 게 기본적인 예의였으니.

“잘 됐네. 한겸 씨는 원래 우리 집에 가르침을 주려고 한 모양이야. 안타깝게도 나는 가르침을 받는 것보다는 실력을 겨루는 게 더 적합한 수준이었고 소렌은 가문의 검술을 익히느냐고 다른 것엔 별로 관심이 없었거든.”

“그런데 소렌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요즘 통 하이스쿨에 나오지를 않아서요.”

폰테일 공작은 난처한 표정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자 커피의 진한 향이 사방에 퍼지면서 조용한 분위기가 한층 더 부각된다. 폰테일 공작은 연신 커피를 마시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은 내가 네게 부탁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소렌이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는 건지 모르겠어.”

나 역시 영문을 모르기에 고개를 내저었고 폰테일 공작은 아쉬움이 가득한 탄성을 내뱉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처럼 말했다.

“아아, 생각 같아선 억지로 방에 들어가서 사정을 듣고 싶지만 소렌이 열 세 살 때 그런 짓을 하다가 마누라한테 혼나서 조금 그래. 그러니까 네가 가서 좀 사정을 들어볼래? 때로는 가족보다 친구에게 더 많은 걸 털어놓고 고민이 해결되기도 하잖아.”

폰테일 공작도 이유를 모르는군. 이래서야 대련은커녕 만나기도 껄끄러울 텐데. 부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군.

그보다 폰테일 공작에게 마누라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하기야 친딸도 있는데 결혼을 안 했을 리가 없지. 게다가 앞날이 창창한 젊은 공작이 총각으로 남을 리도 없고 말야. 하지만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그 특유의 경박함이나 어려 보이는 외모를 보면 아직 결혼을 했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아, 그리고 보니 아직 우리 마누라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구나. 가만 있어봐. 인사 정도는 하는 게 좋겠지?”

이야기가 점점 삼천포로 빠지는군. 폰테일 공작은 책상 서랍에서 네모반듯한 철 상자를 꺼내든다. 그 가운데에는 투명한 수정구가 박혀 있었는데 수정구 한가운데에는 렌서스 후작가의 문양이 호수 안의 달처럼 떠 있었다. 매칭 때 봤던 것하고 비슷한 물건인가? 폰테일 공작이 철 상자 옆에 달린 스위치를 조작하니 잠시 후 수정구가 빛을 발하고 렌서스 후작가의 문양이 빛에 가려지며 한 사람의 상반신이 떠오른다.

“오, 여보. 오랜만이야.”

갈색 생머리를 내리트린 채 투박한 갑옷을 입고 있는 여성은 폰테일 공작의 말에 입술을 삐죽이더니 갑자기 수정구에 손을 가져댄다. 그리고 이내 수정구에서 흘러나오던 그녀의 모습이 사라진다. 뭐지 이건? 폰테일 공작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머리를 긁적이며 난색을 표했다.

“이런, 매주 한 번씩 연락을 했어야 하는데 깜빡해서 화났다보다. 인사는 다음에 하는 게 좋겠어. 아하하! 창피하네, 이거.”

“......부인 되시는 분께서 미인이시네요.”

그야말로 한심한 작태였지만 공작에게 핀잔을 줄 수도 없어 그냥 예의에 가까운 칭찬을 던진다. 하지만 마냥 빈말은 아닌 게, 투박한 모양의 갑옷을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정구를 통해 본 여성은 상당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폰테일 공작은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철 상자를 서랍 안에 집어넣는다.

“그렇지? 갑옷을 입어도 우리 마누라는 정말 예쁘단 말야. 드레스를 입을 땐 더 예쁘지. 아마 어느 나라 공주님이든 우리 공주님보다는 못생겼을 걸?”

“공주님이요?”

“응. 로베른 왕가의 셋째 딸이자 새침데기지. 결혼하기 전에는 공주기사 엘레나라고 이름을 날렸는데 혹시 들어봤어? 어지간한 남자보다 뛰어난 검술이 일품이지.”

놀랄 일이다. 아무리 공작이라 해도 한 나라의 공주랑 결혼한 거였나? 하기야 드래곤 슬레이어 정도의 실력자라면 공주와 결혼해도 이상할 건 없지만 로베른 국왕은 잘도 이런 사람에게 딸을 줄 생각을 했군. 다행히도 결혼생활의 주도권은 공주님에게 있는 모양이니 폰테일 가문은 적어도 십년은 아무 사고 없이 존속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폰테일 공작은 다음에 꼭 엘레나 공주님을 소개해 주겠다고 다짐하면서 그제야 나를 놔주었다. 이제야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군. 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녀를 따라 소렌의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하녀는 안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었으려나? 이 사람들도 고생이 많군. 충성심이라고는 생길래야 생길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모시고 있어야 한다니.

“아가씨. 손님이 오셨습니다.”

하녀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나 큼지막한 방문 너머에서는 인기척 하나 들리지 않는다. 어디 나간 걸까? 하지만 꽤 긴 시간이 흐른 다음 하녀가 다시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없다고 해.”

상식 밖의 반응에 하녀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내 눈치를 살핀다. 소렌의 손님이라고는 하지만 별로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너무 눈치를 보는군. 나는 하녀를 재촉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는 대신 직접 소렌의 방 문을 두드리면서 나직이 말했다.

“미안하지만 다 듣고 있거든. 안에 있으면 문 좀 열어줄래?”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별로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몇 달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매칭이 끝난 다음부터 그랬으니 아마 매칭이 원인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별다른 일은 없었는데.

“도군?”

문이 달칵 소리를 내며 열리고 소렌이 머리를 내민다. 소렌의 몰골을 본 나는 나도 모르게 폭소할 뻔 했다. 소렌의 황금빛 머리카락은 괴상하게 엉켜 있어서 마치 덤불을 뒤집어 쓴 몰골을 하고 있었다. 소렌은 게슴츠레 한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하녀만 방 안으로 들인다. 방정리가 안 된 모양이군. 그 정도는 기다려 줘야겠지.

잠시 후 방문이 활짝 열리며 긴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한 소렌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소렌은 나를 방 안으로 들이고는 어설프게 정리된 침대 위에 걸터앉고 그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킨다. 그리고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이야?”

장식장 하나 없는 살풍경한 방에 어울리는 삭막한 물음이었다. 하이스쿨에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허튼소리를 하는 것에 앞서, 나는 우선 르네의 부탁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내 설명을 들은 소렌은 고려할 가치도 없다는 듯 르네의 부탁을 일축했다.

“거절한다고 전해줘.”

“네가 직접 가서 말해주지 그래? 대체 왜 하이스쿨에 안 나오고 있어?”

르네에게 직접 말하기 껄끄럽기도 하고 또 왜 하이스쿨에 안 나오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이유를 물었다. 언제나와는 달리 소렌은 곧장 대답하는 대신 잠시 시선을 돌려 침대 옆에 진열된 세 자루 검에 잠시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화를 내듯 빠르게 쏘아붙였다.

“난 더 이상 검을 쥐지 않을 거야. 수련도 그만뒀어. 조만간 하이스쿨도 그만둘 거고.”

봉황이 날개를 뽑겠다고 해도 이렇게 말이 안 되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아까 그 머리모양이 더 진지한 농담 같달까? 그래, 우선 그 이유나 들어보도록 하자. 소렌이 농담이라고 말하는 것만 기다리면 될 것이다.

“난 지쳤어. 누가 더 강하고 뛰어난지, 그런 걸 겨루는 데 정말로 지쳤어. 아무리 노력해도 늘 지기만 하는걸.”

“늘 지다니? 누구한테 졌다는 건데?”

“우리 아버지랑 아버지를 따르는 검사들, 칼덴 볼마르그 그리고....”

“어른들에게 지는 거야 당연한 이야기고 칼덴과의 승부에서는 네가 이겼잖아.”

하지만 소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일언반구 대꾸도 없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헐렁한 평상복을 입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 소렌은 그저 한 명의 소녀로만 보였다. 철저히 비사교적이지만 누구보다 강한 검사였던 소렌 폰테일이 아니라.

“그런 건 이긴 게 아냐.”

“그게 왜 이긴 게 아닌데? 칼덴도 자기 잘못을 인정했잖아.”

돌연 소렌이 고개를 확 치켜든다. 소렌의 푸른 눈동자가 내 눈을 찌를 듯 직시한다. 흔들림 없는 푸른 눈에는 수많은 혼란과 절망이 잠재해 있었다. 어째서 그런 걸 아냐면, 전생의 내가 저런 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난 다음 세수를 하다 본 바로 그 눈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소렌이 전생의 나보다는 조금 덜 한심한 이유를 가졌을 뿐.

“칼덴이 패배를 선언한 다음부터 계속 생각해봤어. 과연 칼덴이 마나를 쓴 게 정당하지 못한 걸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마나를 터득하는 것도 칼덴이 수련한 결과잖아. 그리고 내 실력 역시 내가 수련한 결과고.”

“조금 다른 이야기 아닐까?”

“같아. 칼덴이 몇 살 더 많아서 마나를 터득한 게 잘못되었다면 내가 남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검을 배우는 것도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졌다고 투덜대는 대신 좀 더 노력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돼.”

나는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의결을 반칙이라 여기며 배제한 것도, 내공을 억제하며 대련에 임한 것도 다 정당하지 못한 위치에 서 있는 내게 부여한 금제다. 부조리한 이점을 배제하고 천재들을 넘어서야 전생에서 충분히 노력했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지금은 그런 오만을 집어던진 지 오래다. 나는 평범하다못다 밋밋한 인간이다. 특출난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런 이점이라도 없었다면 도전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터다.

그러나 소렌은 다르다. 그녀는 하늘이 내린 기재다. 그걸 버리는 건 너무나도 아까운 일이다. 누군가의 재능을 질시하는 대신 아까워하는 건 매우 생소한 일이라 나는 한껏 당황해서는 주절거렸다.

“그러지 말고 다시 생각해 봐. 내가 볼 때 너는 얼마든지 그 사람들을 뛰어넘을 수 있어.”

“내가 단지 그 사람들 때문에 포기한다고 생각해?”

소렌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들었다. 정말로 수련을 놓아버린 것인지 가득했던 굳은살은 반절 가까이 사라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보니 갑자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눈썹을 찌푸릴 정도로 불쾌한 기분이 들어서 이를 악물었다. 혼돈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 소렌을 내버려 둬라. 그녀가 포기한 지금 너는 소렌을 뛰어넘을 수 있다.

또 마음이 흔들린 모양이군. 개소리 마라. 나는 천의결을 운용해서 혼돈의 목소리를 억눌렀다. 그러는 사이 소렌은 그동안 감추고 있던 그녀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모두 너 때문이야. 너는 만나기 전까지 나는 내가 정말로 천재인줄 알았어. 하지만 아니었지. 너는 날 이겼어.”

거기서부터 틀어진 거군. 그렇다면 이제 터무니없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우쳐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그만 망설이고야 말았다. 소렌이 정신을 차리면 나는 영원히 소렌을 뛰어넘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주 잠깐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정말 졌다고 생각한 건 매칭이 끝나고 난 다음이야. 내가 자기 잘난 맛에 검을 휘두를 때 너는 네게 주어진 재능을 봉하고 어려운 싸움을 했어. 그때도 나는 네가 왜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는지 몰랐어. 그리고 너는 라크를 꺾었지. 본 실력을 드러내지 않고도.”

천의결을 숨긴 채 매칭에 임한 건 오만이지만 결코 그르지는 않았다. 천의결을 결벽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그렇다고 남용하는 건 더욱 나쁘다. 그렇게 이겨봐야 내 자신이 모자란 놈이란 건 변하지 않으니까.

제길, 이를 어쩐다? 사실 내가 혼돈의 사도라는 걸 밝힐수도 없고 정말 곤란하게 됐어.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대신 나는 허둥지둥 나를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라크가 제풀에 떨어져 나가서 그런 거잖아. 아마 라크가 최선을 다했으면 내가 형편없이 졌을 걸?”

“최선을 다한다면 아마 칼덴처럼 마나를 썼겠지. 실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라스탄트에서는 비교적 빨리 마나를 익히니까. 그러면 너도 네 실력을 전부 발휘해서 이겼을 거야. 하지만 나는 달라.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졌어. 나는 칼덴에게도. 너에게도. 그리고 라크에게도 진 거야.”

설득은 글렀다. 또다시 소렌의 착각을 바로잡고 싶다는 생각과 소렌을 내버려두면 내가 그녀를 넘어서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추악한 망상이 귀찮은 파리떼처럼 빙빙 돌기 시작했다. 제기랄! 나는 천의결을 운용해서 추악한 상념을 혼돈이 자리한 마음 속 깊은 곳으로 치워버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가자 소렌.”

“어딜?”

“오랜만에 대련이나 하러 가자고. 직접 검을 섞어 보면 네가 얼마나 큰 착각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이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나는 소렌의 세 자루 검을 챙겨들고 하녀를 불러 소렌을 외출복으로 갈아입혀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하녀는 조금 밝은 얼굴로 소렌의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하이스쿨에 입고 다니던 활동성 좋은 옷을 입은 소렌이 밖으로 나왔다.

우울하면서도 뚱한 표정이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풀려서 살짝 미소가 새어나왔다. 나는 폰테일 공작에게 소렌을 데리고 나가겠다 말하며 내가 쓸만한 검을 받아들었다. 폰테일 공작의 경박한 환송을 뒤로 하고 그렇게 우리는 무작정 저택을 나왔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점점 길어지는군요. 이번 챕터가 끝나면 한 권을 훌쩍 넘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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