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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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연재수 :
2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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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3.05.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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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 징집 (7)

DUMMY

흉흉한 상황이 펼쳐지자 주위의 행인들은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시작한다. 이에 안대 사내가 당혹스러워 하는 얼굴로 두 사내를 제지하고는 말했다.

“검을 거두도록 하지.”

“갑자기 공격해놓고 겨우 그런 말인가요?”

차갑게 쏘아붙였지만 나 역시 더는 싸울 생각이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검의 때문에 놀란 것도 있고, 사실 저들이 마나를 쓰기 시작하면 결국 지는 쪽은 나일 것이 분명하기에. 비룡검을 집어넣자 안대 사내는 낮은 목소리로 두 사내를 꾸짖기 시작했다. 쥬비는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는 내 신색을 살핀다.

“저기, 괜찮은 거야?”

“괜찮아.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야?”

쥬비는 안대 사내를 힐끔 쳐다보고는 머뭇거리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새어머니가 보낸 사람들이야. 아마 날 억지로라도 데려오라고 했겠지.”

“데려오라니?”

“가출했거든. 마음에 안 들어서. 난 사실 징집되지 않았어. 스스로 학도병에 지원한 거지.”

어처구니가 없군. 가출한 거야 그렇다 쳐도 스스로 전쟁에 투신할 줄이야. 물론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훌륭한 도피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신 나간 짓이 아닌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런 표정 짓지 마! 새어머니는....”

“쥬비님.”

안대사내에게서 미증유의 기세가 펼쳐져 나온다. 쥬비가 흠칫 놀라며 말을 멈추고 나는 반사적으로 비룡검에 손을 가져댔다. 빌어먹을. 손이 떨린다. 검을 뽑아도, 뽑지 않아도 죽을 거라는 차가운 예감이 전신을 스치고 지나간다. 간신히 검에서 손을 떼자 안대 사내는 한 마디씩 끊어가며 더없이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외인에게 쓸데없는 이야기는 삼가 주시지요. 그리고 당신도 이 이야기를 잊는 게 좋을 겁니다.”

“아, 알았어.”

살기와도 같은 기세에 짓눌려 있던 쥬비는 간신히 입을 열었고, 그제야 미증유의 기세가 사라진다. 나는 작은 한숨과 함께 검에서 손을 떼고 땀투성이가 된 손을 말아 쥐었다. 누군가 식은땀을 흘렸다는 것을 볼까봐 감추려는 듯.

“하여튼! 난 안 돌아갈 거야. 차라리 인연을 끊는 한이 있더라도.”

쥬비가 거듭 고집을 부리자 안대 사내는 자카이야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쥬비의 고집만큼이나 안대 사내의 고집 역시 대단한 것 같았다. 이내 쥬비는 길길이 날뛰면서 화를 내고는 내 팔을 잡아끌고 그들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멀어지는 우리는 뚫어져라 바라보던 안대사내가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그러나 결코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저항하지 마라!”

자카이야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내게 하는 말인가? 그와 동시에 천의결이 움직인다. 안대 사내가 더없이 빠르게 우리 쪽으로 달려들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러나 절대적인 직감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혀 대응할 수 없었다. 내 몸은 그에 대응할 수 없을 만큼 나약한 탓이다.

뒤늦게 검을 뽑아들려 했지만 이미 안대 사내는 쥬비의 목줄기를 움켜쥐고 있었고 검을 뽑으려는 내 팔을 움켜쥐고 있었다. 별로 힘을 주지 않았는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팔은 바위에 묶인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크으으! 이거 놔!!”

쥬비가 발버둥을 치지만 한철로 만든 조각상처럼 굳건하게 서 있는 안대 사내는 쥬비에게 뭐라고 말한 다음에 내게 시선을 주었다.

“저항하지 않겠다면 팔을 놔 주지.”

저항? 그런데 저들에게 검을 겨눈 이유는 단지 천의결의 경고 탓이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쥬비를 위해 검을 쓴 것으로 보이겠지. 사정은 모르겠지만 쥬비를 위해 검을 쓸 이유는 전혀 없다. 무엇보다 이 사내는 너무 강하다. 합공을 해온 두 사내라면 천의결을 통해 어느 정도 상대할 자신이 있었지만 이 사내는 달랐다. 내공이 있다 해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천의결을 통해 느낀 것이다.

내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안대 사내는 내 팔을 놔 주고는 쥬비를 옆구리에 끼고 걸음을 옮겼다. 쥬비가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의지도, 힘도 없는 사람이다. 그저 이대로 저들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잠까안!!!”

맑지만 우렁찬 고함소리와 함께 은백색 섬광이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가 안대 사내에게 쏘아져 나간다. 그러나 안대 사내는 번개처럼 쏘아져 나간 뭔가를 한 손으로 쳐내며 창이 날아온 방향을 응시한다. 그곳에는 다름 아닌 토리나가 허리를 굽히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헤엑, 헤엑, 쥬비를 놔 주세요.”

이런, 위험하다. 안대 사내가 토리나를 향해 서서히 기세를 펼쳐낸다. 아니. 평범한 기세가 아니다. 천의결이 더없이 맹렬히 경고하기 시작한다. 안대 사내가 차가운 미소와 함께 안대에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위험한 뭔가가 저 안대 아래에 숨겨져 있다. 그런데 왜? 토리나는 확실히 뛰어난 소녀지만 저 사내가 저렇게 위협적으로 나올 이유가 있을까?

“어렵게 되었군.”

안대 사내가 나직이 중얼거리자마자 토리나의 뒤편에서 안대 사내에 못지않은 맹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온다. 안내 사내의 것이 사람을 난도질하는 기세라면 토리나의 뒤편에서 솟아오르는 기세는 마치 삼재검의 일초인 태산압정이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기세였다. 볼마르그 공작이 토리나의 뒤편에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서두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예법을 강요하지는 않겠다면 위엄이 없는 것까지 용인하기를 바라느냐?”

“죄, 죄송해요. 하지만....”

토리나가 쩔쩔매며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는 두 고수를 번갈아 바라보는 나를 발견하고는 후다닥 달려온다.

“괜찮은 거지?”

“그럭저럭.”

다른 좋은 말도 있건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저것 뿐이었다. 쥬비가 납치당하는 걸 보기만 했던 죄책감 때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휘몰아치는 강렬한 긴장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볼마르그 공작과 안대 사내의 간격이 좁아지며 두 사람의 기세가 맞부딪친다. 소름이 돋는다. 그건 토리나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조금 긴장된 얼굴로 그녀의 창을 힐끗거리기만 할 뿐 회수하러 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쥬비만은 비교적 태연해 보였다. 나머지 두 명의 사내가 기막(氣膜)을 형성해 쥬비를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대 사내는 비교적 공손하게 슬쩍 고개를 숙였다.

“볼마르그 공께서 이런 곳에 왕림해 계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나 역시 그대가 이런 형편없는 짓을 일삼는 줄은 몰랐군. 드래곤 슬레이어의 이름이 아깝지 않은가?”

드래곤 슬레이어! 드래곤 슬레이어라면 그 무지막지한 기세도 이해는 된다. 볼마르그가 다른 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게 아니라 다들 저 정도 수준의 무인이라는 것일까? 내가 알기로 드래곤 슬레이어는 총 여덟. 저런 이들이 여덟이나 서역에 포진해 있다는 걸 생각하니 절로 소름이 돋는다. 물론 그들 중에는 무인이 아닌 이들도 있지만.

“당신처럼 사교성이 부족한 이가 저를 얼마나 안다고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군요. 저는 그저 주군의 명에 따를 뿐입니다.”

“아, 그 주군 말인가?”

볼마르그 공작이 어째서인지 조롱어린 말투로 묻자 안대 사내가 잔뜩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피차 좋을 것 같습니다. 저기 은창을 물려받은 저 분은 당신의 후계자가 아닙니까? 그 쓸데없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일로 볼마르그의 혈통을 끊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위협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그렇다면 그대 역시 주군의 바람에 호응할 수 없겠군.”

한 쪽은 토리나를. 그리고 다른 한 쪽은 쥬비를 인질로 삼은 셈인가?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 잠시 정적이 흐른다. 먼저 정적을 깬 것은 안대 사내였다.

“아무튼 쓸데없는 기 싸움은 그만두도록 하지요. 제 수하들도 힘들겠지만 당신의 후계자 역시 괴로워하고 있군요. 후계자 양성도 좋지만 채찍만으로는 준마를 키울 수 없다는 걸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토리나는 눈에 띄게 창백한 얼굴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볼마르그 공작이 토리나를 위해 기세를 차단을 뭔가를 해줄 것 같지는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볼마르그 공작은 못마땅한 얼굴로 서서히 기세를 줄여 나간다. 이윽고 안대사내 역시 기세를 줄이기 시작한다. 천근같던 공기가 새털처럼 가볍게 휘날린다. 토리나가 긴장이 풀린 나머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 기침을 연발했다.

“콜록, 콜록, 진짜 기절하는 줄 알았네.”

토리나는 정말로 힘겨운 상황에 봉착해 있던 것 같다. 그런 반면 나는 비교적 멀쩡했다. 그저 조금 부담스럽기만 할 뿐. 하기야 한때 궁극의 경지에 올라 있던 나다. 지금은 그 힘을 잃었을지 몰라도 그 경험만은 충분히 살아있기에 이런 기세싸움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

“비오스 자히넵. 대륙연합의 결정을 거스를 작정인가?”

기세를 없애긴 했지만 볼마르그가 안대 사내를 부르는 목소리에는 공작으로서의 위엄이 가득했다. 안대 사내. 아니, 드래곤즈 아이(Dragon‘s Eye) 비오스 자히넵은 그런 위엄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하고는 쥬비를 내려놓았다.

“그럴 리 있겠습니까? 하지만 학도병 한 명이 빠진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또한 주군께서도 쥬비님을 제대시키는 대신 더욱 적극적으로 전쟁을 지원할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렌서스 가문이 붕괴한 지금, 연합의 재정 사정이 신통치 않으니 좋은 거래가 아닙니까? 마침 뵌 김에 부탁드리지요. 쥬비님께서 제대한다면 그 대가를 당신의 공으로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체로 무위가 뛰어날수록 언변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자카이야의 장군. 비오스 자히넵은 다르다. 과거 드래곤을 물리칠 때 행해진 모든 준비와 작전이 전부 그의 머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한편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렌서스 후작가는 본래 뛰어난 재력으로 대륙연합의 일각을 구축한 명문가다. 그런 가문이 무너진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이런 일에까지 영향을 끼칠 줄이야.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조회수는 만육천에 선작이 100을 넘었습니다. 홍보글의 효과일까요?

부디 글에 재미를 느껴서 읽어주시는 거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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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4 아침기상
    작성일
    13.05.25 18:02
    No. 1

    홍보와 재미 둘 다겠지요. 재미없으면 홍보해도 한두편 보고 갑니다. 그리고 홍보안하면 재미있든없든 못보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요개
    작성일
    13.05.26 03:32
    No. 2

    말씀 감사합니다. 그리고 꾸준한 리플도요.

    찬성: 0 | 반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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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5. 징집 (5) +7 13.05.19 3,969 5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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