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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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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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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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0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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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6. 볼마르그의 창은 꺾이지 않는다. (7)

DUMMY

제피온은 나를 황무지 어딘가의 지하갱도로 이끌고 갔다. 그곳에는 서넛의 네크로멘서가 있었고 지금까지 본 것보다 훨씬 많은 언데드가 있었다. 그중에는 렌서스 후작을 능가하는 강대한 네크로멘서도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네크로멘서조차도 제피온을 보자마자 천한 종복처럼 허리를 굽힌 채 그를 대했다. 생각보다 제피온의 위치가 대단한 것일지도 모른다.

“앉으십시오.”

나는 군말 없이 제피온이 권하는 대로 테이블과 함께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갱도에 그럴듯한 응접실이 있다는 건 꽤 이질적이었지만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정신 차려라. 어쩌면 이건 기회다. 혼돈에 대해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하지 않던가.

“므로아에서 큰 활약을 하셨더군요.”

오해와 오해가 얽히고설킨 곳인지라 나는 제피온이 과연 내 어떤 활약을 말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우선 혼돈을 배제하고 말해볼까?

“호비나를 죽인 것 말인가?”

“이런, 그런 뜬소문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제피온은 내 앞에 검은 빛깔의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알리오네와 필레프먼 경을 죽인 일이나 이것저것 말입니다.”

잡아떼도 소용없겠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속이 후련하다. 일단 아군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 세상에서 내 비밀에 대해 논할 자가 있는 것이니.

“그토록 강대했던 당신이 이렇게 무력해졌을 줄이야. 고작 저급한 언데드에게 붙잡히면 당신을 경계했던 제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 속을 긁어주려고 부른 건가?”

후련해진 마음 탓인지 나는 아예 막 나가기로 결심했다. 나는 제피온에게 압도당하고 있다. 그러나 죽는 것까지 두렵지는 않다. 그렇다면 제피온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지.

“그건 아닙니다. 그저 당신이 거절한 운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던 것 뿐이지요.”

“운명?”

“이제 모르는 척은 그만 하시지요. 이 세상을 지배하는 이치, 선이자 또한 악이라 불리는 것. 케이오스(Chaos) 말입니다.”

케이오스. 혼돈. 이로써 확실해졌다. 그는 혼돈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내가 천의검문의 소문주인 것도 알고 있을까?

“그런데 아까 토리나는 제압하던 수법은 뭐였지? 아버지가 쓰던 것하고 비슷하던데?”

“아버지라, 그리고 보니 당신은 혼혈이라고 했었지요. 맞습니다. 그건 오리엔트의 수법입니다. 마나의 흐름을 방해해서 육체를 조작하는 것이지요.”

내가 천의검문의 사람임은 모르는군. 다행일지 불행일지는 모르지만 그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조금 돌아온다.

“그런 건 됐습니다.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닐 테니까요. 저는 번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구축한 마나 드레인을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무슨 말이지?”“힘을 얻게 해 드리겠다는 말이지요. 케이오스는 당신에게 힘을 주겠다 했을 겁니다. 이번에 힘을 주는 매개체는 바로 저라고 할 수 있지요.”

혼돈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나는 당연히 거절 의사를 밝혔다.

“싫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러지 마십시오. 당신은 거절한 운명을 다시 받아들여야 합니다.”

“무슨 운명을 말하는 거냐?”“케이오스는 당신에게 힘을 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거절하다니. 아니, 그 전에 거절할 수 있다는 게 더 신기하더군요. 그걸 거절한 건 큰 실수입니다.”

“그 반대겠지. 그딴 힘을 갖게 된 게 실수다. 내가 이뤄낸 힘도 아닐뿐더러, 그걸 얻는 과정도 상당히 불쾌했고 그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게 과연 큰 힘일까?”

내 말을 듣고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던 제피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은 기연을 좋아하지 않는군요. 그리고 가진 바 능력에 비해 자존심이 너무 강해요.”

“그럴지도.”

적어도 노력할 수 있을 때는 말이지. 전생에서는 어떻게든 강해지려 발악했지만 지금 나는 내 스스로 강해질 기회를 얻었다.

“그럼 스스로 강해질 겁니까?”

“아니.”

그러나 웃기는 일이지만 막상 새로운 기회가 생기니 나는 스스로 그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정진할수록 혼돈은 더욱더 내게 간섭해 오려 했다. 그리고 그 여파에 휘말려 세상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정전협상이 깨진 것도 사실 내 탓이니 말이다.

“어리석군요. 힘을 받는 것도 싫고, 스스로 강해지기도 싫다면 그냥 보고만 있을 겁니까?”

“그게 나을 수도 있지.”

“그 결과가 이겁니다. 당신에게 힘이 있다면 저를 물리치고 언데드 따위에게 굴욕을 당하지도 않았겠지요. 그리고 애꿎은 학도병들이 목숨을 걸 필요도 없었겠지요.”

그 말에 나는 차갑게 비웃으며 내 운명을 한탄했다.

“그 대신 수많은 이들이 죽겠지. 혼돈의 의지에 대해 아는 당신이라면 이런 것 쯤은 짐작하고 있을 텐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립니까? 그래서 눈앞에 있는 사람을 구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입니까?”

“그건.....”

기분 나쁜 일이지만 나는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속이 끓어오르는 것 같아, 나는 검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뭔가 입에 집어넣지 않으면 화를 못 이기고 소리를 지를 것만 같다. 내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자 제피온이 먼저 말문을 텄다.

“당신은 아둔합니다.”

제피온이 언뜻 보기에는 친절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독설을 날린다.

“그러니 조금 뛰어난 제가 상황을 정리해 드리지요. 그래야 모든 것이 순조롭게 정리될 테니까요. 당신은 기연을 통해 힘을 받고 강해질 운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엠펠로니아에 대항해서 싸울 운명을 타고났지요. 당신이 무얼 하든, 이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운명을 거스르든지 거스르지 않든지 피는 반드시 흐릅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문일지십은 고사하고 하나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아둔한 내가 이렇게 싫었던 적은 없었다. 나는 닥쳐오는 수치심을 헤쳐내고 좀 더 쉬운 설명을 요구했다. 지금은 혼돈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아야 한다.

“무슨 소리지?”

“쉽게 설명해 드리지요. 당신이 만약 므로아에서 조용히 있었다고 해서 전쟁이 나지 않았을까요?”

그건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생각이다. 만약 내가 멜븐으로서 살았다 해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멜븐의 운명이 엠펠로니아와 싸우는 것이라면 오히려 전쟁이 날 수밖에 없다.

“나 제피온은 적이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는 선량한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이 손을 대지 않았더라도 알리오네가 전쟁의 불씨를 만들어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똑같이 수많은 이가 죽습니다. 한마디로 당신이 한 일은 모두 쓸데없는 일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물고기가 거꾸로 헤엄친다고 강이 거꾸로 흐르겠습니까?”

더없이 명확한 정리에 나는 내 상황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답이 나온 건 아니다. 이제 겨우 문제를 읽었을 뿐이다. 과연 그들의 진짜 목적은 뭘까? 엠펠로니아가 내게 힘을 주려는 이유는 뭘까?

“그래서 힘을 가지는 게 좋다 이건가?”

“그렇습니다. 당신이 그 힘을 쓰든 말든 말이지요. 부디 제 말을 명심하고 우리가 드리는 힘을 함부로 내다버리는 짓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군요. 그런 짓을 하면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세상이 지나치게 혼란스러워지는 건 원치 않습니다.”

“엠펠로니아가 세상의 혼란을 걱정할 정도로 선량할 줄은 몰랐군. 지금까지 악마의 소굴인줄만 알았는데 말야.”

“별말씀을. 지금이 딱 좋습니다. 모든 상황이 제 손바닥 안에 있는 지금이 말이죠.”

그 말은 나 역시 손바닥 위에 있다는 말이겠지. 당연히 저들은 좋은 의도로 내게 힘을 주는 게 아닐 것이다. 그저 그들의 목적을 위해서 나라는 존재를 조작하려 드는 것 뿐이다.

“잘 들으세요. 어떻게 된 건지 모르지만 당신은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케이오스의 의지에 반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 반향으로 변하지 말아야 할 운명이 변해버렸지요. 제가 예측한 바로는 에럴드 렌서스는 죽을 때까지 알리오네에게 고백을 하지 못하고 이용만 당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걸 망치면서 모든 것이 어그러졌지요.”

“웃기지 마.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당신이 부하 관리를 못 해서 배신당한 건 아니고?”

제피온이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소름이 끼치는 미소였지만 그 미소로부터 나온 말은 어쩐지 모를 현기(玄機)마저 느껴졌다.

“나비가 하늘을 날면 드래곤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엠펠로니아 농담은 아닌 것 같군.”

제피온에게서 기묘한 느낌이 들어 나는 굳이 칼날 같은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었다. 제피온은 한 치의 동요도 없이 한결같은 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떤 작은 일이 큰일을 만들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그 안에 숨어있는 인과가 보이지 않는다 해서 인과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요. 당신이 한 짓은 말하자면 이런 맥락에 있습니다.”

“이런 맥락?”

“당신 같은 미꾸라지가 몸을 뒤틀어내서 깨끗한 물이 흙탕물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깨끗한 물에서만 살 수 있는 고기는 전부 곤란해 할 테고, 그러거나 말거나 강은 계속해서 흐를 겁니다.”

제피온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다시 본래의 기분 나쁜 태도로 돌아왔다.

”이런 식으로 당신이 하는 짓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가 고통을 받을지도 알 수 없고요. 그리고 당신은 다시 힘을 얻게 될 겁니다. 그 운명에서 도망칠 방법은 없으니까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것이 새로운 운명이 되어 나를 괴롭힌다면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사라져야만 하는 걸까?

“그래서 나는 케이오스가 수를 쓰기 전에 당신의 운명이 요동치지 않도록 해드리려 하는 겁니다.”

“이상한데? 힘을 가지면 너희들의 계획이 파탄난다고 했는데 왜 내게 힘을 주려는 거지?”

“통 이해를 못하시는군요. 고작 막대한 양의 마나가 생기는 것 뿐입니다. 므로아에서 알리오네를 처단하던 당신과 비교해도 어마어마한 힘의 차이가 있지요. 고작 그런 힘으로 그런 일이 가능하리라 보는 겁니까?”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는 내가 엄청난 힘을 얻을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큰 힘은 그들의 일을 방해할 뿐이니 작은 힘을 주는 게 당연할 텐데 말이다.

“당신은 그저 케이오스라는 이치가 간섭하지 못하도록 적당히 힘을 갖는 것 뿐입니다. 케이오스도 당신이 기연을 싫어하는 걸 아니 당신이 노력할 기반을 갖추는 것으로 만족할 테지요. 최소한 예측 불가능한 간섭을 없을 것이라 판단합니다.”

아무리 아둔한 나였지만 제피온의 말에 든 사실을 읽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제피온이 줄 힘은 미약하고, 그 힘을 얻어도 나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그리고 혼돈 역시 그것이 내 운명이라 강요하고 있다. 그게 내게 결정된 길이며, 그걸 거절하는 순간 다시 혼란이 이 세상을 덮칠 것이다. 생각을 모두 정리한 나는 씁쓸한 차를 단번에 들이켰다. 여태까지 마셔본 차중 가장 씁쓸한 차를.


제피온와 네크로멘서라는 강대한 이들을 앞에 둔 이상, 내겐 어차피 선택지가 없었다. 제피온은 이야기가 끝나는 즉시 내 혈을 짚어버린 다음, 음침한 석실로 나를 데려갔다.

그곳에는 낡은 침상과 함께 서넛의 네크로멘서가 있었다. 제피온은 무뚝뚝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는 내 단전에 손을 댔다.

“아프지는 않을 겁니다. 거부하지 마세요.”

제피온의 손이 단전에 반투명하게 변하며 단전이 이질적인 기운이 침범하는 것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이지 제피온은 내 단전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내 의념에 따라 형성된 단전이 다른 사람에게 조작된다는 건 조금 생소한 일이었고 상당히 불쾌한 일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꼴일까. 천의검문에 계신 아버지가 이 광경을 보시면 거품을 무시겠군.

잠시 후 제피온이 손을 빼냈을 때, 나는 천의결을 통해 단전이 더없이 훌륭해 넓어진 걸 느꼈다. 정확히는 넒은 단전을 지금의 내가 인식하도록 만든 것 뿐이다. 내 단전은 므로아에서 힘을 받을 때 충분히 성장해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느끼지 못했을 뿐이지.

“자, 그럼 나중에 쓸데없는 짓을 하지 못하도록 마나 드레인은 당신이 멋대로 건드리지 못하도록 해 두겠습니다. 알머렉스, 마나 드레인을 주십시오.”

알머렉스라는 네크로멘서는 흰 수염이 성성한데다가 꽤 깐깐해 보이는 인상의 노인이었다. 그러나 그 모습이 무색하게 그는 제피온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손톱만한 돌을 두 손으로 들어 올려 제피온에게 바쳤다. 제피온은 당연하다는 듯 네크로멘서가 진상한 돌을 집어 들고 그것을 쥐고 다시 내 뱃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묵직한 감촉과 함께 나는 혈이 집혀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움찔거렸다. 그 돌이 물처럼 변해서 내 경맥을 헤집기 시작한 것이다.

“1차 술식은 잘 각인되는군요. 역시 한번 강대한 힘을 가졌던 육체답습니다.”

제피온은 천천히 내 몸에서 손을 빼내고는 그대로 그 자리를 떠나갔다. 석실 특유의 축축한 공기와 미미한 바람소리와 함께, 네크로멘서 중 하나가 나를 부축해서 또 다른 석실로 나를 데려갔다. 그리고 빵과 과일, 그리고 약간의 물을 두고 석실의 문을 잠근다.

“도망칠 생각도 없건만 굳이 날 짜증나게 하는군.”문이 잠기니 내가 갇혀 버렸다는 사실이 여실히 와 닿는다. 약간 정신없이 진행되던 일이 끝나니 점점 바깥 일이 생각에 미쳤다. 언데드가 물러간 건 확인했지만 과연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날 찾으러 올 사람은 있을까?

순간 토리나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그 다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제피온은 날 빌려간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무도 오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우물터로 온 네크로멘서는 그야말로 조무래기다. 본거지인 이곳에는 그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강력한 네크로멘서가 있다. 그리고 그들마저도 어렵게 대하는 제피온까지 있다. 아마 오면 다 죽겠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나는 내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네크로멘서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이번이 벌써 스무 번째 질문이었지만 네크로멘서는 묵묵히 제 할 일만 하고 석실을 나섰다. 학도병들이 무사한지 물어보려 했는지 역시나 잘 안되는군.

나는 혀를 차고는 우선 허기를 채우기 위해 빵을 집어 들었다. 식사를 거부하는 것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건 이미 예전 일이다. 그런 짓을 해봐야 아무 의미도 없다. 그저 자기만족일 뿐.

내가 무슨 짓을 하든지, 혼돈과 제피온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되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저항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차라리 낫다. 그리고 내가 힘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도.

짐작컨대, 제피온은 무공에도 꽤 대단한 소양이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마나 드레인은 이름대로 단순히 마나만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내공을 형성하는 것까지 도울 것이다. 그렇다면 내공을 통제할 수 있는 기량을 단련할 필요가 있다. 굳이 나를 재워놓는 대신 석실에 가두어 자유를 보장하는 건 내가 마나 드레인을 받아들을 준비를 하도록 하기 위함이겠지.

“너무 늦게 깨달았나?”

이게 아마 둔재에 가까운 범재의 한계이리라.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명상에 돌입했다. 실로 오랜만에 무공다운 무공을 수련하는 것이었지만 의외로 나는 손쉽게 무념무상에 접어들어 무공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고작 1년 정도의 나태함으로 무너질 만큼, 내가 쌓아온 것은 얄팍하지 않았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군대에 있을 때 소위 양판소를 많이 읽었습니다. Inferior Struggle은 그 양판소의 클리셰를 약간 비틀며 만든 이야기입니다. 양판소에 등장하는 흔한 레퍼토리를 나라면 이렇게 써보고 싶다. 혹은 이렇게 쓰는 게 더 재미있겠다 하는 방향에서 출발해서 벌써 이만큼이나 글을 썼습니다.

수많은 각색과 설정이 덧붙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기 때문에, 당초의 집필의도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결말 부분에 이 글에 대해 나름대로 해설을 서술할 생각인데, 그때 제가 원했던 이야기를 하고 그걸 풀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번 편은 그 첫걸음이 되는 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연재가 느려지는 점은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주시며 리플까지 달아주시는 분이 계시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일일히 피드백을 드리지는 않았지만 저는 댓글들을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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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67 페퍼맛콜라
    작성일
    13.07.08 16:47
    No. 1

    이제 주인공도 강해지는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요개
    작성일
    13.07.08 17:16
    No. 2

    빠른 댓글이네요
    어찌보면 넌센스라고 해도 좋을 답변 드리겠습니다.
    주인공은 늘 성장하고 있습니다. 즉, 늘 강해지고 있지요.
    물론 질문하신 의도는 그걸 물으신게아닐겁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일단 노코멘트로 해두고 싶습니다.내용전개에서 꽤 중요한 문제라서요.
    그리고 절대적인 능력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을겁니다. 이번 챕터는 그걸 위한 부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온화한인상
    작성일
    13.07.08 17:29
    No. 3

    주인공의 정신성장!
    음음 아무것도 모르면서 한마디 던져봤습니다...ㅠ
    잘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4 성검황
    작성일
    15.02.11 17:28
    No. 4

    그냥 앞뒤가 안맞을 뿐... 주인공이 천의결로 처음 혼돈을 만났을때 미비한 몸짓이지만 조금이나마 대항할 수 있었는데 천의결을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또 지금 마나드레인이라는 다른 힘을 얻었는데 천의검문의 정수를 가지고 있으면서 내공을 키울 생각을 하지 않다가 이것을 받아 들이는 것도 아리송하고.. 잘 읽고 갑니다. 건필하십시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요개
    작성일
    15.02.11 18:41
    No. 5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본래 의도는, 주인공이 한번도 제대로 된 경지에 오르지 못해서 지금 가진 힘도 주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글을 써내려가는데만 욕심을 부리다 세세한 부분이 전혀 드러나지 않게 되었네요. 언젠가 이 글을 손보게 되면 그때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설명할 대목을 꼭 넣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요개
    작성일
    15.02.11 18:43
    No. 6

    즉, 천의결을 어떻게 키워야할지도 모르고, 내공을 수련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댓글에 빠진 부분이 있어 첨언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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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5. 징집 (7) +2 13.05.25 3,530 55 10쪽
42 5. 징집 (6) +1 13.05.22 3,869 125 13쪽
41 5. 징집 (5) +7 13.05.19 3,969 59 9쪽
40 5. 징집 (4) +3 13.05.12 3,890 62 13쪽
39 5. 징집 (3) +5 13.05.08 4,262 65 12쪽
38 5. 징집 (2) +6 13.04.29 4,226 82 11쪽
37 5. 징집 (1) +4 13.04.26 5,111 142 9쪽
36 4. 한계 (11) +4 13.04.15 4,769 84 17쪽
35 4. 한계 (10) 13.04.15 4,247 6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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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4. 한계 (8) +3 13.04.10 4,339 73 14쪽
32 4. 한계 (7) +4 13.04.10 4,569 80 13쪽
31 4. 한계 (6) +9 13.04.01 4,922 89 14쪽
30 4. 한계 (5) +6 13.04.01 4,688 88 12쪽
29 4. 한계 (4) +3 13.03.27 4,348 100 11쪽
28 4. 한계 (3) +1 13.03.27 4,677 9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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