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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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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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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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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7장 두 가지 수업 #02

DUMMY

제 7장 두 가지 수업 #02



"그럼 왜 그렇게 된 게야? 누가 두들겨 팬거 아니냐? 얼굴에 써 있는데 뭘 그래?"

"그, 그게…… 싸운 게 아니라."

"그럼 어떻게 됐다는 게야?"

노인이 답답하다는 듯이 역정을 내자. 아란은 쭈뼛쭈뼛하며 입을 열었다.

"대, 대련하다가, 이얀 하고요. 사정 봐주지 말고 하자고 하다 보니…."

"그래서 그렇게 두들겨 맞았다는 게냐?"

"네에…."

"흥, 잘했구만."

이자크 노인은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엉망이 된 아란을 칭찬한다. 단순한 비꼼으로 들렸다. 아란은 여기저기 시퍼렇게 멍든 얼굴을 보이는 게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렸다. 노인은 노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한다.

"그래도 친구랍시고 이얀 녀석도 생각하는 건 있구만……."

"에? 친구라고요?"

아란은 노인이 내뱉은 말에 의외라는 표정을 내비쳤다. 보통 친구가 생각해줬다 그러면 적당히 때려야 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게 어떻게 친구를 위하는 건가?

막상 대련이 끝나고 쥐어터진 얼굴을 보면서 내심 이얀을 야속하게 생각하던 아란이었다. 아란의 그런 표정을 읽었던지 이자크 노인이 한심하다는 듯이 소년을 돌아본다.

"그 녀석에게 네가 얼마나 지랄 거렸으면, 그 능구렁이 같은 녀석이 널 가르쳐보겠다고 끙끙대겠냐? 게다가, 그 녀석도 널 보면서 느낀 게 있었겠지."

"……!?"

"네가 가장 친한 친구라면서? 이얀 녀석에게? 그렇다면 네가 그렇게 기사가 되고 싶다고 나대는데 친구 된 도리로 우정운운해가면서 도와줄 마음이 안 생기겠냐? 이 말이다. 그리고 그런 녀석일수록 한번 도와주기 시작하면 자신의 성미에 찰 때까지 확실하게 해주잖느냐?"

노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도 그랬다. 이얀은 평소에는 하기 싫어 뺀질거리다가도, 자신이 부탁해서 '동화5세로를 쥐어주기.'만 하면 자기일인 것 마냥 눈에서 광선을 내뿜으며 열심히 도와주곤 했다.

그렇게 따지면 이렇게 아픈 것도 녀석이 너무 열심히 성심성의껏 도와줘서라는 말이 되나?

"흐응. 거참 눈물 나는 우정이로구만. 저 지경이 되도록 두들겨 패줄 수 있는 우정이라니……."

"으윽…."

분명히 친구 녀석의 크나큰 우정에 감동을 해서 눈물을 흘려야 할 것 같은 대목이었지만, 그다지 감동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란은 대답대신 조용히 자신의 자리, 노인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더 말해봤자 상처만 아플 뿐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노인은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써내려가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이 녀석아, 그런 친구를 소중히 하거라. 그런 녀석일수록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유일하게 네 녀석의 편에 서주는 법이다. 우정이라……. 좋구나…."

"우정…."

아란은 노인이 말한 우정이란 단어를 곱씹어본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노인의 어투가 좀 이상했다. 뭔가 좋은 듯, 좋지 않은 듯, 그 우정이란 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어조랄까? 호기심이 생긴 소년은 이자크 노인에게 물어본다.

"흐음, 할아버지도 그런 친구가 있으셨어요?"

"으, 으음?"

어째서인지 조금 당황스러워하는 이자크 노인. 애써 당황한 표정을 숨기려 아란 쪽을 돌아보지 않는다.

"다, 당연히 있었지.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잘 모르지만 말이다."

"오오, 정말요? 할아버지의 친구라니….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한데요? 킥."

"흐흠. 그래. 그게 그렇게 궁금하냐?"

"네! 무지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번들거리는 얼굴을 들이미는 아란. 은근히 노인을 놀리고 싶어졌다. 노인은 그 부담스러운 광경에 이맛살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들이미는 소년의 머리통을 밀어내며 말한다.

"흥! 노친네 과거는 알아서 뭣하게 이놈아! 어떻게 잘 생겼었겠지!!"

"으에~?"

평소 궁금했던 노인의 과거를 조금이라도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었는데 어째 이번에도 실패 같았다. 아란은 노인이 밀어내는 자세 그대로 입을 삐쭉 내민다.

"피이~."

"귀여운 척 하지마라. 주먹 날아가기 전에~!!"

"윽!"

아란의 자신의 멍투성이의 얼굴이 주먹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인의 으름장에 주눅이든 아란은 뒤로 움찔 물러난다.

"흥!"

노인은 아란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고개를 홱 돌리며 다시 자기가 쓰고 있던 노트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문득 입을 열어 말한다.

"……대신에, 헬카이트 공작과 나이트 스칼럿의 우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마."

"에?"

"제국의 3대 공작 중 한명인 헬카이트 공작 말이다."

제국의 헬카이트 공작이라면 30년 전에 사막왕국 앗시리아와의 전쟁에서 위기에 빠졌던 제국을 승리로 이끌었던 희대의 명장이었다. 아란도 역사를 공부하면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가 앗시리아 왕국과의 전쟁 때 쓴 기괴망측한 전술은 아란의 뇌리에 인상 깊게 각인되어 있었다.

"오, 30년 전의 사막 전쟁 때의 영웅 말이군요!"

"그렇지, 그리고 당대의 최강기사였던 나이트 스칼럿과의 오랜 우정으로도 유명했지."

"나이트 스칼럿!"

아란은 나이트 스칼럿이라는 말에 적잖이 놀랬다.

"그래, 대단한 기사였지. 일대일의 승부에서 절대 져본 역사가 없는 기사. 당시의 제국제일검이자 제국의 자랑이었단다."

"하지만 제국을 배신한 기사잖아요?"

그랬다. 나이트 스칼럿, 앗시리아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영웅이 된 기사는 어째서인지 전쟁직후 제국의 주적이 되어 끈질긴 추격을 받은 끝에 행방불명이 되어버린 비운의 기사였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국을 위기에서 구한영웅이 주적이 되어 도망가 버린 것은 제국의 국민들에게도 크나큰 충격이었다. 당대최강의 검사이자 전 황립 백합기사단장 이었던, 나이트 스칼럿은 반역자라는 이름으로 최후를 맞았던 것이다.

노인은 나이트 스칼럿에 대한 아란의 평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하지만 제국을 위기에서 구한 영웅임에는 틀림없지. 당시 나이트 스칼럿이 이끌었던 황립 백합기사단은 무적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였으니까. 거기다가 세간에는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도 평민의 신분으로 로열블릿츠에서의 우승을 통해 기사가 된 케이스란다."

"네? 나이트 스칼럿도요?"

나이트 스칼럿이 평민이었다는 사실은 아란으로서도 처음 듣는 말이었다. 나이트 스칼럿이 로열블릿츠의 우승을 통해서 기사가 되었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트 스칼럿이 귀족신분으로 엘리트코스를 밟아나간 우수한 기사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민이었다니…….

평민이 우승했던 로열블릿츠가 유명해지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나이트 스칼럿이 로열블릿츠 출신이었던가.

"정말인가요?"

"그래. 세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여기에는 각종 비사가 많단다. 현 황제 노셀바로크2세의 취미생활이 관련되어있기 때문이지."

"황제의 취미생활…."

아란은 황제라는 단어를 듣자 숨이 턱하고 막혔다. 무려 카난대륙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최강국인 데이하르트제국의 황제였다. 나이트 스칼럿의 이야기가 황제에게까지 깊은 관련이 있었다니, 그렇다면 알려지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닌가?

자칫 잘못하면 황제의 치부를 드러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이트 스칼럿의 과거가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황제의 이야기가 나오자 노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현 황제 노셀바로크2세는 역대황제와 마찬가지로 현명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황제로 명망이 높았지. 한 가지 특이점만 빼고 말이다. 지나칠 정도로 과격한 성정. 흉포함이라고 할 만한 그 과격한 성정 때문에 최근의 제국은 주위의 왕국들을 찍어 누르듯이 지내왔다. 덕분에 현 황제시기에 전쟁이 많이 일어났던 건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그러한 황제였기 때문일까? 황제는 유독 무투대회에 관심을 보였단다. 아니, 황제의 그건 집착이라고 할 만한 수준의 것이었어. 각종 뒷세계의 자잘한 무투대회까지 섭렵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건 로열블릿츠도 예외는 아니었단다."

"음, 그래서요?"

"로열블릿츠는 황제 노셀바로크2세가 가장 좋아하는 무투대회지. 무투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꽃, 로열블릿츠는 모든 제국기사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꿈의 무대였으니 말이지. 황제의 제위기간동안 지금까지 로열블릿츠는 공식적으로 총 16번 열렸단다. 전 황제 구스타프3세가 주최한 8번의 로열블릿츠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수의 로열블릿츠지. 하지만, 황제는 로열블릿츠의 한 가지 규칙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 그 때문에 한동안 로열블릿츠를 열지 않았던 적도 있었지."

"그 규칙이 뭐죠?"

"그 규칙은 바로, 모든 기사들은 검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칙이었단다. 검사위주의 시합이었지. 무규칙의 자극적인 무투대회를 평소 즐기던 황제로서는 힘이 빠지는 대목이었겠지. 그래서 황제는 개인적인 로열블릿츠를 개최할 마음을 품었단다."

"개인적인…?"

"그렇지, 비밀스럽게 실력자들을 통해 입소문을 퍼뜨려 황제가 주관하는 무투대회를 연다고 알렸지. 황제가 모은 사람들은 검을 쓰는 기사들만이 아녔어. 마법사, 초능력자, 궁수, 거너, 창술사, 격투가, 암살자등 온갖 방면의 뛰어난 이들을 모으고 모아서 비밀스럽게 무투대회를 개최한 거야. 이것이 황제의 개인적인 로열블릿츠였지."

"그런……."

"제국의 국민들에게는 일부러 알리지 않은데다 비밀장소에서 비공식적으로 경기는 행해졌어. 그들이 원하는 정정당당한 기사다움은 황제의 개인적인 로열블릿츠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무규칙.' 말 그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를 거꾸러뜨리거나 항복을 받아내면 승리였지."

그리고 그 첫 번째 비공식적인 로열블릿츠에서 나이트 스칼럿은 우승을 거머쥐었다. 온갖 해괴한 살인기술과 무기들이 난무하는 가운데서 정정당당한 검술로써 제국의 최강의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다. 그때 그 강인한 모습에서 감명을 받은 황제는 그 청년검사에게 친히 기사작위를 내리고, 마침 비어있던 황립백합기사단, 즉 임페리얼 릴리움나이트의 단장직을 맡기게 된다. 이후, 정식으로 샴하인에 치러진 로열블릿츠에서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한 나이트 스칼럿.

위풍당당한 그 모습은 제국최강의 기사로서의 면모를 그에 열광하는 제국민들 앞에서 유감없이 뽐낸다. 그러나 그 뒤에는 무명검사를 이 정도까지 키워낸 친우 헬카이트 공작의 눈부신 수완이 있었다.

노인의 말은 여기서 끊어졌다. 왠지 아득히 먼 곳을 보는듯한 이자크 노인의 눈빛은 흐릿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원래부터 헬카이트 공작과 나이트 스칼럿은 친구가 아니었단다. 오히려, 귀족자제와 그 몸종에 가까운 사이였지."

아란은 눈을 동그랗게 빛내며 곧 노인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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