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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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삼
작품등록일 :
2010.10.2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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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0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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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뜨랑제 (15)- 탈각 -9

DUMMY

9. 탈각 -9



‘탕-탕-탕-‘


비연은 눈물을 삼키며 사격하고 있다. 5미터도 안 되는 거리다. 총을 맞은 알핀 두 놈이 다시 거꾸러진다. 여전히 열 마리 정도 되는 놈들이 배를 땅에 붙인 채 비트를 향해 기어오고 있다.


‘쉬-쉬-‘

‘툭-툭-‘


비연은 머리를 홱 숙였다.

시계확보를 위해 사각형으로 뚫어놓은 비트의 틈 사이로 독침이 계속 날아들고 있다. 숙인 머리의 헬멧 위로 몇 개의 독침이 튕겨나갔다. 머리를 숙인 비연은 힐끗 옆을 바라본다. 그녀의 눈에는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사내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총검을 바닥에 꽃은 채 두 손으로 총신을 꽉 붙잡으며 무너지는 몸을 저지하고 있었다.


산은 머리를 어깨 밑으로 푹 숙이고 있다. 침과 땀으로 범벅이 된 입을 끊임없이 웅얼거리며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정신과 몸이 벌이는 생사를 건 사투다.


‘가속…’


산은 정신이 꺼져가는 가운데 아득하게 들려오는 비연의 메시지를 들었었다. 그 메시지는 완전히 꺼져버릴 것 같은 절망 속에서 한 자락 의지가 되어 그의 심신을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몸 속에 쳐들어온 지독한 화학물질들은 그의 신경과 연결되는 모든 통로를 장악하며 가닥가닥 생명을 끊어가고 있다.


‘으-으-익-‘


산은 이가 부서져라 악물며 가속을 재현하고자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극도로 마비되어가는 육신에게는 턱도 없는 자극이다. 정신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푹--‘


산의 눈이 급작스런 고통으로 하얗게 치떠졌다. 그의 눈길은 천천히 고통이 시작되는 몸 쪽으로 돌아간다. 몽롱한 눈 속에는 좌측 허벅지에 비연이 자신의 총검을 깊숙하게 찔러 넣고 있는 모습이 잡혔다. 이윽고 허벅지에서 대검이 거세게 비틀리며 뼈를 가는 극악한 고통이 엄습한다. 그 고통은 이 무던한 사내의 입에서조차 신음을 흘리게 했다.


‘끄-윽-‘


“빨리!-“


멍멍한 고통 속에서도 여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스며들 듯 뇌리에 자리잡는다.


“좋아… 좋군… 맘에 들어…”


산이 침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찰나간 겨우 붙잡은 불굴의 정신은 그의 육신을 일깨우고 있다. 이제 척추에서 뜨거운 뭔가가 찌르르하게 타고 흐른다. 방아쇠를 당긴 듯, 지독하게 뜨거운 기운이 몸 속 여기저기에서 연쇄적으로 폭발한다. 이윽고 거대한 흐름이 되어 머리 속으로 들이붓듯 휘몰아친다. 펄펄 끓는 물이 온몸으로 노도와 같이 터져 들어가며 온몸을 가차 없이 치고 나간다.


‘흐-‘


몸이 탄다. 목이 탄다. 뇌가 탄다. 내가 탄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목에서 꼬리뼈까지, 수천 개의 칼날들이 몸 속에 있는 세포 하나하나까지 저며내는 듯, 존재하는 모든 통점을 건드리며 몸을 산산이 부수며 자르며 격류처럼 고통이 흐른다.


‘칵--‘


비연이 다른 동작으로 멈칫하는 그 사이 알핀 한 놈이 비연의 눈앞에서 불쑥 솟아올랐다.


‘추-학-‘


비연의 대검이 가차없이 빙글 돌며 놈의 목을 갈랐다. 그대로 분리된 시꺼먼 대가리가 자주색 피를 뿌리며 옆으로 날아간다. 그 뒤에서 불쑥 다른 놈이 도약하며 튀어 들어온다. 1미터도 넘게 칼날처럼 벼려진 거대한 각질의 팔을 치켜든 상태다.


‘쌕-‘


놈의 팔이 거세게 돌았다. 기겁할 정도로 빠르다. 비연은 고개를 숙이며 두 팔을 쭉 뻗는다. 총신으로 일단 놈의 공격을 막았다. 다시 대검을 빙글 돌리며, 몸을 앞으로 빠르게 붙여가며 개머리판으로 놈을 후려갈긴다. 개머리판은 놈의 이빨을 부서뜨리며 아가리에 꽂힌다. 놈은 목이 홱 돌아간 채 다시 밖으로 나둥그러졌다.


그러나 생각 밖으로 반동이 컸다. 비연이 순간적으로 휘청거리며 중심을 다시 잡을 찰나, 다시 두 놈이 동시에 튀어 들어오고 있다. 비연은 발을 뒤로 빼 무릎을 낮추며 몸을 우측으로 틀었다. 자세를 낮게 유지한 채 총검을 옆으로 돌리며, 먼저 튀어 들어온 놈의 가슴을 빠르게 찔렀다. 대검은 놈의 몸을 깊숙하게 관통한다. 터진 심장에서 피가 울컥울컥 솟구쳐 나온다.


‘이런- 바보같이-‘


찔러서 한 놈은 잡았지만, 몸까지 관통한 대검이 다음 동작을 방해하고 있다. 앞쪽에서 한 놈이 다시 튀어 들어 온다. 비연은 총과 함께 꿰인 놈을 들어오는 놈을 향해 그대로 던져버렸다. 놈이 칼에 꿰인 동족과 함께 나둥그러진다. 그 순간에도 비트에는 다른 두 놈이 더 튀어 들어오고 있었다.


‘푸-학-‘


비연은 허벅지가 타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방금 알핀의 팔이 칼날처럼 훑고 지나갔다. 지금은 무기가 없는 상태에서 세 놈이 달려들어 오고 있다. 비연은 울고 싶다고 느꼈다. 1단계 가속상태에서 몸이 저릿저릿하고 놈들의 동작은 느리게 보이지만, 세 놈이면 너무 벅차고도 위험하다. 간간히 쏘아대는 독침을 피해야 하고, 용수철이 튕기듯 탄력 있게 들어오는 속도감은 결코 느리지 않다. 게다가 비트는 좁고, 믿음직한 동료는 죽어가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 할 어떤 적절한 방법도 떠오르지 않는다.


비연의 가속된 시야에 한 놈이 주둥이를 내미는 모습이 보인다. 침이 흐르는 막대기가 튀어나오는 모양이 선명하게 잡히고 있다. 비연은 몸을 다시 급하게 비틀어 한쪽 벽에 붙었다. 바로 독침이 머리카락을 스치며 벽에 박힌다. 동시에 다른 한 놈이 도약하는 모습이 보인다. 놈은 팔을 크게 뒤로 젖힌 채 어깨와 목선을 잇는 선으로 찍어오고 있다.


비연은 왼손을 들어 휘어져 베어 들어오는 놈의 팔을 그대로 잡았다. 손이 그대로 갈라지며 피가 튄다. 각질로 된 팔이지만 끝은 뾰족하고 안쪽은 잘 벼린 톱처럼 날카롭다. 이제 손 거죽이 찢겨나간 듯 고통이 엄습한다. 비연은 손에 힘을 더욱 주면서 놈의 팔을 아래쪽으로 꺾어버리고, 동시에 발을 들어 그대로 밀어버렸다.


‘캑-‘


놈은 어깨까지 쭉 뽑힌 채 바닥을 구르고 있다. 비연은 오른손으로 놈의 뽑혀진 팔을 잡았다. 검붉은 살점이 남아있는 어깨 뼈를 거머쥐고, 뼈 칼을 앞으로 반쯤 내민 채 숨을 고른다. 물컹한 살점에서 오는 따뜻한 느낌이 불쾌하다. 아직도 따뜻한 짐승의 피가 손가락 사이를 타고 흘러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왼손에서 알싸한 통증이 엄습한다.


‘훅-훅-‘


비연은 벽에 기댄 채 죽을 만큼 턱에 차오른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놈들을 노려본다. 아직도 세 놈이 비트 안에서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비연은 그 와중에도 비릿한 피 냄새, 시큼한 독물 냄새, 짐승이 내뿜는 거친 숨 냄새,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엉켜 머리가 아프다고 느낀다.


‘쉬-익’


두 놈이 동시에 도약하며 양쪽으로 쇄도하고 있다. 비연이 자세를 바짝 낮춘 채 우측으로 돌며 오른손에 든 뼈 칼을 비스듬히 위쪽으로 휘둘렀다. 우측에서 튀어오던 놈의 다리가 칼에 맞고 허공에서 휘청거린다. 그러나 떨어지면서 치켜든 오른팔을 휘둘러 비연의 손목을 잘라가고 있다. 시간적으로 피할 여유는 없다. 게다가 왼쪽에서 치고 들어오는 놈의 바람 기척이 느껴진다. 목이 간지러운… 비연은 차라리 눈을 감고 싶다.


‘이젠 끝이네…’


‘캑-‘

‘깍-‘


“?!”


비연은 두 놈의 단말마와 같은 비명이 동시에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또한 반가운 소리도… 정말이지 눈물이 나오도록 반가운… 비연의 가슴이 울컥하며 눈시울이 젖어간다.



“이 개 싸가지 없는 새끼들은 모조리 조져서 갈아먹어야 돼.”


사내의 왼쪽 주먹은 왼쪽 놈의 등을 그대로 뚫고 들어와 내려치던 놈의 팔을 붙잡고 있다. 오른쪽 놈은 사내가 던진 총검에 꼬치처럼 꿰인 채 벽에 매달려 있었다. 중앙에서 얼쩡거리던 놈은 군화발에 밟혀 대가리 째로 함몰된 채 아직도 몸만 푸들푸들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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