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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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삼
작품등록일 :
2010.10.2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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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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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0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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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뜨랑제 (24)- 탈출 -8

DUMMY

8. 탈출 – 8



수키는 기가 막혔다.


앞쪽에서는 사내 놈이 다가오고 있다. 담배를 물고 여유 있게 건들거리며 온다. 여자는 고개를 갸웃해본다. 정말 이해가 안 가는 부류다. 하는 짓이나 차림새나 생김새나...


이 포근한 날씨에 완전군장에다 안에는 뭘 껴입었는지 두툼한 방한 점퍼 차림이다. 게다가 총알도 없을 총에 가냘프게 박아 넣은 대검이 무기의 전부다. 그렇다면 해보나마나다. 몸도 둔한 데다, 무기 조차 속도도 파워도 낼 수 없는 상태라면 그저 쓰레기 같은 전투력 일 텐데 뭘 망설일 것인가. 그런데 둘도 아니고 혼자 자신들을 치러 온다?


“하- 이런 건방진 새끼가-”


수키가 칼을 고쳐 잡으며 비쾌하게 튕겨 들어갔다. 거의 동시에 비검이 45도 하늘로 튀어 올랐다. 탐색이고 뭐고 상황은 이로써 깨끗하게 정리된 거다. 이 재수없는 놈을 빨리 해체하고 일본놈을 친다.


“느려…”


산은 오른손으로 총검을 느릿하게 한 바퀴 돌렸다. 왼손으로는 담배를 툭툭 털어내며…총검은 회전반경의 2/4 분면 지점에서 수키의 칼을 튕겨냈고, 3/4분면에서 비검의 칼을 털어냈다. 총은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기로 한 것처럼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타격 위치에 있었다.


'크-윽-'


수키와 비검은 단 일격의 충돌 이후 급하게 뒤로 물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 가벼운 충돌은 둘의 여유있던 표정을 굳혀놓고 있다. 연속 공격을 해야 했지만, 사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수키는 입술을 꼭 깨물고 있다. 칼을 쥔 손을 쥐락펴락 해본다. 시큼하다.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 찰나의 순간 칼을 타고 들어온 진동에 오른손 관절의 반 정도가 금이 간것 같다. 더욱 나쁜 것은... 힘을 줄 때 마다 관절이 버석거리며 뼈가 조각조각 부서져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래서는 전투가 불가능하다.


눈을 들어 칼날을 보았다. 칼날의 일부분이 형편없이 망가져있다. 첫 번의 단순한 부딪침에서 벌써 이 정도라면 놈의 전투력은?


두 사람은 넥타가 조성한 광기에 젖은 눈 속에서조차 지독한 당혹감으로 앞쪽의 사내를 쳐다보고 있다. 이제 그 눈에는 비웃음대신 아득한 공포가 번지고 있다. 그것도 현실감이 철철 넘치는…어떤 개새끼가 저들을 껌이라고 했더라?


“이게 무슨 수를 쓴 거지… 너는 대체 누구야?”

수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산은 담배를 한 모금 더 빨았다. 여전히 앞으로 느릿하게 걸어가는 중이다.


“이 동네 최강자께서 벌써 이러시면 매우 ‘곤난(困難)’하시지. 다시 해봐-“


수키와 비검은 급하게 뒷걸음 치며 공간을 확보하려 하고 있었다. 상대의 속도는 느렸다(그렇게 믿고 싶었다). 비검이 신속하게 넥타를 꺼내 수키에게 던졌다. 자신도 부서지는 오른손에 넥타를 발랐다. 그러나 안쪽으로 부서진 뼈에는 효과가 크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방법은 마셔서 고치는 수밖에 없는데 신체의 에너지 소모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수키와 비검은 넥타를 마시고 있다.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뒷걸음치며.


“방금 전의 그 찬란한 기백과... 그 싸가지 없는 호기는 대체 어디 갔을까? 이제부터 담배 한대 필 동안의 시간을 준다. 한번 살길을 찾아봐. 나는 니들처럼 살인을 해본 적이 없거든. 정말이지 사람은 죽이고 싶지 않아. 그나마 정당방위라도 되어야 마음이 조금 편해질 것 같아… 어서 힘들 내보라고…“


산은 나른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느린 발걸음은 이미 멈춰서 있다. 왼손의 담배는 이제 겨우 1/4가량 타 들어간 상태다. 옆의 바위에 걸터앉았다. 이 사내의 들릴락 말락한 중얼거림이 공간에 스며들고 있다. 앞에 있는 존재들을 개의치 않는 태도다.


“아직은 이르다고. 시간이 좀더 필요한데… 근데 뭐 이래…”


수키와 비검은 몽롱한 가운데에서도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 자는 여태까지 싸워왔던 어떤 존재와도 다르다. 뭔지는 몰라도 이 두 놈은 ‘차원’이 다른 존재들이다. 물고기가 물 밖의 존재를 어찌할 수 없듯, 도저히 뛰어 넘을 수 없는 파괴적 아우라(Aura)가 그가 장악한 공간전체에서 설기설기 흐르고 있는…


“크-윽-“

“꺄-아-“


다른 비명소리에 비검과 수키의 눈이 찰나간 옆으로 돌았다. 그들의 눈이 다시 크게 떠지고 있다.

옆쪽에서는 사냥이 벌어지고 있었다. 야마토와 나미가 전력을 다하여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나고 있다. 야마토는 이미 머리 한쪽이 함몰되어 있고, 나미는 형편없이 다져지고 뭉개진 오른쪽 팔을 붙잡고 정신 없이 달아나고 있다.

그 위에는 두툼한 복장에 군장을 짊어지고 묵직한 총검을 한 손에 든 채, 모든 허공에 흐릿한 자취만을 남기며 호쾌하게 적을 사냥하는 한 여자의 모습이 겹쳐지고 있다. 그 비현실적인 장면은 마치 끊어진 필름을 이어 붙인 것 같다. 언뜻언뜻 실루엣만 드러나는 어마어마한 속도감은 가히 압권이다. 그 가공할 속도는 넥타에 의해 가속된 야마토와 나미의 모든 동작을 거의 정지 상태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까짓 알량한 약물의 능력은 이미 알고 있었지.

아니… 우리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거야.”


바위에 앉아있던 산이 담배를 비벼 끄며 말했다. 그가 총검을 잡으며 천천히 일어나고 있다.

수키와 비검은 긴장한 자세를 유지한 채 산의 좌우 양쪽으로 돌았다. 손의 뼈는 얼추 나았지만 칼을 잡은 손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우리도 넥타로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해봤어. 천 번을 넘게 온몸으로 실험을 했고, 그 극한과 한계까지도 봤어. 단지 너희와 달랐던 것은...“ 산이 허공의 한 점을 힐끗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여전히 여유 있는 표정이다. 무료하기까지 한...


“너희들이 약물의 힘으로 몸을 재 구성하고 최강의 살육을 즐길 동안, 우리는 맨 정신으로 그 약물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지. 니네들이 넥타를 처 먹고 강해졌다고 해도 결국 똑 같은 사람의 몸을 써서 그렇게 된 거 아냐?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맨 정신으로도 될 수 있다는 거였지. 우리는 그렇게 몸빵으로 ‘사람의 힘’을 찾았어.

하기야… 거 씨바... 넥타가 좋긴 좋더군. 정말 사람 뿅 가게 만들지. 아무리 망가져도 순식간에 고쳐대니, 사실 도움도 많이 받았어. 덕분에 실험도 많이 했고, 결과도 빨리 확인할 수 있었지.

그렇지만 정말이지 많이 아팠다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타는 반응속도가 엄청 빠른 지능형 촉매에 불과한거야. 그 따위로 걸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과 바꾸는 게 오히려 더 쪽 팔린 거 아닐까?”


산이 오른손으로 총검을 들었다.


“그니까… 내 결론은…’


느릿한 산의 모습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바로 수키의 코앞에 불쑥 나타났다.


‘빠각-‘

“끼-악-“


수키가 비명을 질렀다. 산의 왼손은 칼을 쥔 수키의 손목을 가볍게 비틀어 부러뜨렸다. 동시에 가죽을 덧댄 군화 발은 여자의 무릎관절 옆을 밟아 그대로 부수며 무너뜨리고 있다. 이어 바닥에 떨어지려는 수키의 칼을 잡아 위로 빙글 돌렸다. 시퍼런 칼끝은 허공을 한 바퀴 돌더니 그대로 땅바닥으로 무너지는 여자의 목젖을 부드럽게 뚫고 지나가며 땅 속까지 깊이 박혔다. 여자의 눈은 허공에 부릅떠진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니네가 닭짓을 했다는 거야. 오리지날 원판이 훨씬 더 우수하다는 거지.“


산은 칼자루를 비틀어 손잡이가 목에 닿을 때까지 깊숙하게 땅 속으로 꽃아 넣었다. 수키의 가슴이 활처럼 휘어지며 푸들푸들 떨고 있다. 산이 수키의 불룩한 가슴을 꾹 눌러 땅에 붙인 뒤,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는 양쪽 볼을 톡톡 쳤다.


“아! 그리고 너무 실감나게 아픈 척 하지 마라. 그 위대한 ‘고객’님이 곧 재활용하실 귀한 몸이 왜 이러시나. 사람이 아닌 게 사람인척 하면 진짜 사람님이 불쾌하시잖아… 이 쓰벌자식아.”


산이 손을 툭툭 털고 일어섰다.

이어 씩 웃더니 허공의 한 점에 대고 감자를 먹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잘 알았나? 닐(Nil), 널(Nul) 이 씨발 개새끼들아!!

우리는 이제 갈 거다- 이제 똘마니 새끼들 모조리 풀어봐. 어디 막아 보라구. 지금이 마지막 기회가 될 테니까! 어차피 오늘 우릴 죽인대매? 피차 이판사판 공사판 막장 아니겠어?”


그 소리는 함성처럼 모든 공간에 쩌렁쩌렁 울려 퍼져나가고 있었다.


* * *


‘….!!!’


닐(Nil)은 입을 떡 벌린 채 서 있다. 눈 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널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이 펼쳐지자 마자 단 10분도 안되어 모든 상황이 깨끗하게 종료되고 있었다. 게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엉뚱한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이게 대체… ‘

‘믿을 수 없어! 우리를 속였다는 말인가… 그것도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말이 된 다고 생각해? 우리가 감시하지 못했던 부분은 없었어! 심지어 거처 안에도 호크를 들여보냈지 않았나? 저런 수준의 복잡한 의도가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데도 우리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그러면! 너는 저걸 대체 어떻게 설명할 건데?’


닐은 말을 잇지 못한 채 부들부들 떨고 있다. 그녀의 눈앞에는 정확하게 자신들을 향해 도끼눈을 뜨고 두 손으로 감자를 먹이고 있는 사내의 모습이 잡혀있다. 사내는 분명히 자신들의 위치를 알고 있었고, 심지어 대화 내용까지 듣고 있다.


‘어디!’


닐이 신속하게 손을 뻗어 산을 목을 잡아갔다. 그 힘은 이 게임 공간에서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마치 2차원 평면 기반의 게임에서 마우스를 움직여 모니터의 표적을 직접 찾아가는 것과 같다. 상대는 그 힘을 갑자기 느낄 것이다. 그것은 하늘에서 뜬금없이 떨어진 날벼락과 같다. 평면 공간에서는 전혀 정의되지 않을 수직 차원의 힘이니, 평면의 공리계(公理系)만 가지고는 해석이 불가능하다.


지금 닐과 널의 제어 행동은 2차원이 아니라 3차원 공간을 가로질러 직접 표적에 도달하는 공간 마우스와 같다. 이는 이 게임의 시공간을 다룰 수 있는 존재만이 쓸 수 있는 권능이다.


‘?!’


닐과 널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손을 만져본다. 손이 얼얼하다. 놈은 총검을 가볍게 휘둘러 정확하게 손의 접근을 옆으로 흘렸다. 알고 피한 것 만으로도 자빠질 지경인데, 자신의 기운을 역으로 실어 원격의 존재에게 타격을 입힌다?


‘이건 대체? ’

‘각성자? 설마?’


“병신 새끼들 지랄하지 마. 이제부터는 쓸데없는 짓이거든? 어쨌든 우린 간다. 안녕이다.” 사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 목소리가 들리나?’ 널이 소리쳤다.

“글쎄… 목소린지는 몰라도 개새끼 짖는 소리는 가끔 들리더군. 그럼 앞으로도 열심히 짖으라고… 완료. 아니… 멍멍!!이다 이 씨댕들아!!”


멍하게 서서 다차원 영상을 바라보는 닐과 널의 시야에는 대나무 숲 통로 쪽으로 느긋하게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 모습이 잡혀있다.


닐과 널은 마스터를 긴급으로 호출했다. 징계를 먹더라도 이건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다.


* * *


‘쿵-‘

‘쿠-궁-‘

‘투-투-툭-‘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이 광장에 묵직한 존재들이 등장하고 있다. 마치 장막이 찢어지듯 공간이 열리며 온갖 괴물들이 튀어 나온다. 하늘에는 거대한 성게같이 생긴 놈이 날개 달린 것들을 토해내고 있다. 등장 한 놈들 중에는 전투 중 긴급하게 호출된 13쌍의 사람이었던 존재들도 있었다. 그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광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것… 굉장하군… 수키와 비검이 당했어… “

“야마토와 나미도…”


그들은 서로 웅성거리며 갑자기 공동의 적으로 지목된 자들을 쳐다본다. 그간 그들끼리는 교류가 있었던 모양이다. 수준이 떨어져 대화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저 한국인 커플만을 제외하고는…


* * *


“날것이 몇 마리쯤 되나?”

산이 느긋하게 돌아서며 비연에게 물었다. 다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있다.


“열 다섯에서 스무 개 정도로 보이는데요.”

비연이 산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대답했다. 그녀의 표정은 조금 침울하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아니 사람의 모습을 한 어떤 것이지만, 다른 괴물들을 죽일 때와는 기분이 완전히 달랐다. 기분이 너무 더러워서 자신도 모르는 새 얼굴이 찌푸리고 있다.


“인상 펴라. 더러운 기분은 알겠지만, 어차피 다시 살아날 놈들이야. 어차피 저놈들도 죄다 없애야 할거고. 하기야 오늘 부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산의 표정이 의미심장하게 공간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 시작하죠?”

비연이 머리를 털며 앞으로 나섰다. 오른손에는 총을 들었고, 왼손에는 대검을 쥐어 든 상태다.


“그러지 뭐…”


산이 피우던 담배를 길게 던지며 말했다. 담배가 연기를 날리며 마른 덤불 속에 떨어졌다. 산의 왼손에는 총검이 들려있었고, 오른손에는 뼈칼을 뽑아들고 있었다. 이 칼은 ‘알간’ 이라는 짐승의 앞다리 뼈에서 얻은 것을 산이 직접 가공한 것이다. 무슨 재질인 모르겠지만 강철보다 강도와 경도가 좋고, 충격과 열 변형에도 강해서 칼로는 제격이었다.


‘탕-‘


비연의 총에서 첫 총성이 울렸다. 이곳에 불려와서 첫 전투 이후 다시 화약연기가 이 공간에서 퍼지고 있다.


‘퍽-‘


하늘에서 날개 달린 놈 하나가 그대로 대가리가 터진 채 추락하고 있다. 그 소리를 시작으로 모든 사람과 모든 것들의 동작이 빨라졌다.


‘탕-탕-탕-탕-탕-탕----‘


거의 동시에 산과 비연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조준 사격이지만 놀랄 만큼 빨랐다. 연사만큼 빨랐고 근접 조준사격 만큼 정확했다. 3차 가속으로 전개되는 망원렌즈와 현미경적 정확도로 쏴 갈기는 사격 앞에서 허공에 떠 있는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터져나가며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다.


“여기-“


비연이 앞으로 신속하게 전진하며, 불이 붙은 죽창을 산에게 던졌다. 죽창은 어제 배치한 장비중의 하나다. 창 끝에는 기름먹인 섬유질 뭉치와 원뿔모양의 뾰족한 대나무 통이 달려있다. 이 통은 대나무 조각을 갈아 낙하산 산줄로 서로 붙여가며 연결한 것이다.


사방의 공간은 이미 산이 던진 담뱃불에 불이 붙으며 번져가고 있었다. 묘하게도 불은 정해진 길을 따라 퍼져가고 있었다. 조만간 마른 잎들부터 타면서 오늘의 축제를 알릴 것이다.


산은 총을 젖혀 등뒤로 매달면서, 비연이 던져준 죽창을 그대로 잡았다. 창이 도달한 속도의 반동으로 허리가 뒤로 크게 젖혀졌다.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유연성으로 활처럼 휘어진 허리가 다시 힘차게 되튕겨져 앞으로 나갔다. 동시에 죽창은 산의 어깨와 팔에서 폭발적인 힘을 공급 받으며 앞으로 던져졌다.


‘꽝-‘


창을 던지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굉음이 공간을 울렸다. 죽창은 하늘로 쏘아져 날아가고 있다. 마치 탄도 미사일이 발사된 것 같다. 이윽고 거의 1 km이상을 날아 아직도 하늘을 선회하고 있는 비행 괴물의 몸통에 그대로 박혔다. 괴물은 다가온 타격에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창을 몸에 박은 채 고통스럽게 4개의 날개를 퍼덕거리고 있다.


타격은 제법 크지만 이 정도로 20미터에 달하는 몸을 어찌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


괴물이 거미같이 생긴 대가리를 갸웃했다.


“콰-콰-콰-쾅-‘


괴물의 몸에서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났다. 괴물의 거대한 몸통은 서너 개의 조각으로 분리된 채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컴포지션 C-4의 위력이다. 씨밸넘아…”


산이 총검과 칼을 양손에 챙겨 든 채 앞으로 쇄도해가고 있다. 옆에서는 비연이 함께 튀어 나간다. 그들 앞에서는 오백 개가 넘는 눈동자와 스물 여섯 개가 조성하는 결의와 살기가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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