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3화
막간 라우스네리안 54세의 방황 3화
라우스네리안 54세는 당혹해하며 쥐고 있던 나이프에 과도하게 힘을 줬다. 일반적인 인류 즉 마법과 무공을 비롯한 온갖 고대의 비밀들이 비밀이 아니게 된데다, 계속해서 발전해나가는 과학기술들의 혜택을 넘치게 받게 된 인류라 해도 초음속의 상태로 오랜 시간 움직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물론 맨몸이라 과학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한데다 고대의 비밀의 혜택들에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서지만.
일반적인 인류가 초음속의 속도에 도달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냥 작정하고 달리면 초음속에 도달한다. 다만 초음속에 도달하면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충격파가 신체를 유린하기에 장시간 그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 충격파의 힘은 일반적인 인류에게 피부트러블을 만들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이다.
뭐 저 옛날 사람들의 경우 저 충격파에 휩쓸리는 순간 몸이 조각조각 나거나 아예 살점 하나 안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지만, 그거야 옛날 사람들의 이야기지 않은가? 일반적인 인류인 자신에게는 피부트러블만 생길 것이다.
어쩔까? 라우스네리안은 조금씩 가까워져오는 무리들을 보며 고민했다. 저들이 일반적인 좀비라는 것은 확실하다. 피부에 금이 잔뜩 생긴데다 곳곳에서 진물이 흘러내림에도 불구하고 초음속으로 달리는, 피부에 무지막지하게 안 좋은 짓을 하는 바보들은 일반적인 좀비 말고는 거의 없으니까.
싸울까? 아니다. 나이프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좀비를 없애기에는 역부족이다. 사실 옛날에 날뛰던 좀비들과 싸울 경우라면 그 좀비들이 현대의 일반적인 인류를 물어봤자 인류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기 때문에 방어 자체가 필요 없다. 그리고 공격의 경우는 그냥 맨주먹으로 두들겨 패거나 피부트러블을 조금 감수하고 초음속으로 움직여 충격파로 다 날려버리면 된다.
하지만 저들은 일반적인 좀비다. 주먹질을 해봤자 아무런 데미지를 주지 못하고 역공만 당할 것이다. 충격파야 통하지 않을 것이다. 믿을 건 나이프 밖에 없는데 자신이 칼질의 고수인 것도 아니니 잘해야 한 둘 정도 잡고 당하기나 할 것이다.
그럼 도망칠까? 옛날의 좀비들이야 몸까지 느려 터졌다. 그것도 옛날의 인류에 비해서도. 그러나 현대의 일반적인 좀비는 일반적인 인류에 비해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인다. 게다가 좀비답게 지치지도 않는다. 그리고 피부트러블에 대한 걱정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초음속으로 움직이는 행동을 전혀 거리낌 없이 하는 무모함까지 있다.
“하아.”
라우스네리안은 한숨을 내쉬곤 뒤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기만 하면 자기도 곧 좀비 무리에서 놀고 있는 꼴이 될 것임은 확실하다. 뒷일을 전혀 알 수가 없지만 움직이면 서 있는 장소가 바뀔 것이다. 만약 자신에게 말 같지도 않은 행운이 따른다면 군 시설의 폐허에서 무기를 얻어서 좀비들을 몰살시키는 어이없을 정도의 희박한 가능성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라우스네리안은 피부트러블을 각오하곤 초음속으로 달렸다. 일반적인 인류의 귀조차 주변의 소리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 정도의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풍광은 거침없이 지나갔다. 어느새 눈앞에 하나의 산이 나타났다. 라우스네리안은 빠르게 점프를 해서 앞을 가로막는 산을 뛰어넘었다. 너무 높게 점프를 해선지 순간적으로 대기가 희박한 위치까지 올라가버렸다.
마침 라우스네리안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다 이질적인 공기에 당혹해 스텝이 꼬였다. 당연히 자세는 흐트러졌고, 자세의 급격한 변화는 라우스네리안이 점프를 하던 동안 받던 양력을 감소시킨데 더해 공기와의 마찰 면마저 크게 만들었고 당연히 라우스네리안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 바보 같은 짓을!”
라우스네리안은 그 말을 하다 낙법을 취할 시간마저 써먹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속으로 다시 한 번 바보짓을 했다고 외치며 가능한 발버둥을 치면서 낙하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 했다. 그 발버둥으로 생긴 충격파가 대지를 할큄과 동시에 라우스네리안에게 찰나의 시간을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우스네리안은 자세를 고치는데 실패했고 결국 땅에 처박혔다. 폭발음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라우스네리안과 충돌한 바위가 돌멩이 조각들로 변해 흩어졌다. 동시에 짙은 먼지가 주변을 휩쓸었다. 라우스네리안은 착지 실패 탓에 생긴 타격으로 잠시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수십 킬로의 상공에서 지상까지 처박힌 것치고는 그다지 타격이 없다는 것에 잠깐 안도를 했다. 고통 자체는 컸지만 불구가 되지는 않았다. 피부가 좀 까지기는 했지만 하루 안에 나을 정도였다. 라우스네리안은 힘겹게 일어서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곤 탄식했다.
“끝난 건가……”
라우스네리안은 어느새 백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서 있는 무리들을 살폈다. 혹시나 좀비가 아니고 그냥 좀 심한 피부병에 걸린 사람들이 아닐까하며 말 같지도 않은 희망에다 가능성을 걸어봤지만 역시나 좀비들이었다.
“너무 가까워.”
옛날의 좀비와 인간들의 싸움이었다면 인간이 유리하기에는 차고 넘칠 정도의 거리지만 현대에서는 좀비에게 유리할 거리다. 이제 어쩌지?
고뇌가 그를 잠식하기도 전에 좀비들이 다시 움직였다.
“잠깐!”
반사적으로 외친 목소리였다. 크게 외친 그 목소리는 옛날이나 발전되지 못해 미개인들만 사는 차원에서 발현되었다면 수백 미터 내의 생물들을 모두 몰살시킬 정도의 힘이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일반적인 좀비들에게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역시 안 되는 건가?
“잠깐!”
라우스네리안은 순간 놀랐다. 이번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좀비들은 분명 자신이 추락했을 때 근처까지 오고도 잠시 동안은 서 있었다. 혹시 어떤 행운이 자신을 돕는 건가?
좀비들 중 하나가 갑자기 뭔가를 발로 찼다. 사람 머리만한 크기의 뭔가가 공중으로 날아갔다가 떨어져 내렸다. 라우스네리안은 처음 좀비들을 발견했을 때 뭔가를 발로 차던 것을 확인했음을 상기했다.
곧 사람 머리만한 크기의 뭔가가 공중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 바보 같은 좀비들! 그렇게나 하지 말라고 했는데!”
목소리가 공중에서 들렸다. 공중으로 차 올려진 그것에서 나는 소리가 확실했다. 라우스네리안은 혹시나 좀비들이 공격해올까 주변을 다시 살핀 다음 공중의 그것을 잠시 쳐다봤다. 순간 라우스네리안은 사람 머리만한 크기의 것이 왜 사람 머리만한 크기인지 이유를 알았다.
그것은 사람의 두개골이었으니까.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뭐 글만 쓸 수는 없다는 현실이 좀 슬픕니다만 1주에 1회 연재는 꼭 하려고 합니다. 한동안 연재는 막간편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챕터 1과 2의 리메이크를 시작하렵니다. 여러분들이 지적하셨던 현장감의 부족과 다소 어려웠던 문체를 보완함과 동시에 보다 세세한 묘사와 많은 대사 및 세부 내용을 많이 보충할 계획입니다. 리메이크가 나오면 읽어주세요. 그게 더 재밌을 거라고, 아니 재밌게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있으니까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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